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47
우진이 자리를 잡은 여관.
— 쿠당탕...
그곳으로 사람들이 쏟아져들어온다.
‘저녁 시간이 됐구나.’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그냥 왁자지껄한 무리들이니까.
다만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나타나니 좀 시선이 갔을 뿐.
그런데 그때였다.
‘저 놈들은...?’
한 무리의 으스대는 놈들.
어깨나 팔뚝, 이마 등등에 ‘다크 파이어’의 표식을 새긴 갱단.
놈들이 테이블 하나를 잡고 통돼지 요리랑 맥주를 잔뜩 시킨다.
“오늘 니가 쏘는 거냐?”
“니 머리를?”
“크크크크....”
‘더럽게 시끄럽네.’
우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찌푸려진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놈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그 옆의 테이블에 앉은 다소 조용한 놈들.
‘저건 또 뭐야....... 흡혈귀?’
인간으로 변장을 한 흡혈귀 4인방이었다.
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도시에 오니 별 꼴을 다 보는군.’
사실 별 충격적인 광경은 아니었다.
갱단 놈들이야 여기가 근거지니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흡혈귀는 어찌보면 인간을 숙주로 삼는 마물.
원래 사람들과 인접한 곳에 산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니다니 여기 토박이인가?’
흡혈귀도 마물이다.
변장을 하면 인간 흉내를 낼 수 있지만 보통은 이렇게까지 대놓고 돌아다니진
않는다.
‘다른 손님들은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거 같네.’
자신이야 놈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인간과 다른 기운이 훤히
느껴진다.
그런데 남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다.
‘원래 대도시엔 흡혈귀 클랜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긴 하지만....’
사람의 피를 빨아야하니 범죄 조직처럼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보통은 귀족 마인드로 인간과 부대끼지 않고 지하나 고층 건물에 자기
들끼리 살아가는 놈들이다.
‘아무래도 세력 다툼에서 밀려서 떨거지 신세가 된 놈들인 거 같은데.’
풍기는 기운이나 우울한 표정만 봐도 뭔가 사연을 알 거 같다.
그들을 보니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엔 흡혈을 계승해서 성장하려고 했지.’
이제 종족치를 성장시키는 정확한 방법을 알기에 별 관심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물이 인간 틈에 있는 꼴이니.’
흡혈귀가 아주 희귀한 존재는 아니다.
상급 흡혈귀는 인간을 노예로 부리고 대놓고 인간 사회에서 한 자리 해먹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진짜 인간처럼 가게 와서 밥을 먹는 건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니네.... 흡혈 안 하냐?’
혈액 대신 토끼 구운 걸 열심히 뜯어먹고 있다.
‘좀 이상한 놈들이군.’
그냥 얽히지 않기로 했다.
‘최하급... 잘 쳐줘야 그냥 하급인 것 같지만... 굳이 지금 들쑤실 필요는 없
겠지.’
아직 놈들의 뒷배경을 모른다.
클랜장이 상급 흡혈귀거나 하면 매우 귀찮아진다.
그냥 맥주나 마시기로 했다.
‘맥주 맛 좋네.’
그때 흡혈귀들이 식사를 다 했는지 밖으로 나간다.
계산대에서 쭈뼛쭈뼛 거스름돈을 받더니 후다닥 뛰어나가는 모습.
그러다 누가 갱단 중 한 놈의 발을 살짝 건드리고 말았다.
“어이씨, 뭐야?”
“죄, 죄송합니다!”
키가 제일 작은 녀석이 꾸벅 사과를 하고 4놈이 전부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무슨 대도시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시골 꼬마들 보는 거 같네.’
뭐...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죽일 것도 아니고, 갱생시킬 것도 아니라면 그냥 냅두는게 상책이다.
“크아아아!”
우진이 남은 맥주를 시원하게 해치웠다.
*
으슥한 골목길.
— 샤샤샤샥....
4인의 형체가 최대한 어둡고 은밀한 곳으로 걸어간다.
바로 흡혈귀들.
그들이 쭈구리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 스르륵...
그리고 인피면구 같은 걸 죄다 벗는다.
평범한 얼굴 아래서 나타난 건 창백하고 푸른 핏줄이 보이는 흡혈귀의 얼굴.
그들 중 가장 키가 작은 자가 입가의 토끼고기 기름을 슥 닦아낸다.
빨간 단발 머리의 여성.
“밥들 잘 먹었냐.”
그러자 주위의 덩치, 홀쭉이, 무난이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예, 잘 먹었습니다 대장님.”
그러자 만족한 표정으로 이를 쑤시는 쬐끄만 붉은 머리 여자.
“그래, 그럼 됐다.”
주근깨가 선명한 모습은 인간 시절엔 제법 귀여웠을 것 같았다.
이제는 얼굴이 아주 창백하고 귀기가 흘러 요사스러움이 나오지만 말이다.
그때 덩치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실... 맥주도 마시고 싶었어요. 르쉬 대장.”
그러자 ‘르쉬’라 불린 단발 머리 여자가 역정을 낸다.
“나도야, 이 새끼야. 우리 옆에 혼자 앉아 있던 놈 진짜 시원하게 잘 마시더라.”
덩치가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맞아요. 크아아아 소리까지 내면서. 아주 꿀꺽꿀꺽....”
르쉬가 꼴깍 침을 삼켰다.
“돈 벌면 꼭 사줄게. 조금만 더 참아.”
그때 덩치를 밀쳐내고 홀쭉이가 끼어들었다.
“맥주도 좋은데... 저 피도 마시고 싶어요.”
그러자 덩치, 홀쭉이, 무난이와 대장 르쉬 할 것 없이 모두 눈을 빛냈다.
“피.”
“피.”
“피.”
인간의 피!
혈액!
그건 흡혈귀에게 가장 달콤한 단어였으니까.
— 쉬이익...
— 스아아아...
솟아나는 송곳니들.
이들이 아무리 모자라 보여도 흡혈귀의 본성을 숨길 수는 없다.
슬슬 흥분하는 부하들에게 대장 르쉬가 말했다.
“기다려. 저 갱단 놈들 빨아먹자.”
그러자 홀쭉이가 말한다.
“아까 대장이 발로 걷어차준 놈이요?”
“어... 그렇지 뭐.”
사실 놈의 발에 걸려서 재빨리 사과까지 하고 도망쳤지만.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4명이던데. 숫자도 딱이네.”
아까는 한 수 접어줬지만 그래봤자 인간은 인간.
흡혈귀의 먹잇감일 뿐이다.
그때 무난이가 묻는다.
“오늘도 대기 후 덮치기 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르쉬.
“그래. 정면승부는 위험해.”
그러자 투덜거리는 홀쭉이.
“그래도 저희 흡혈귀인데....”
“스읍. 우리도 힘을 기르면 떵떵거리고 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아직 느긋하게 피빠는 여유를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이 도시에 온 것도 흡혈귀들이 본능적으로 ‘이빨도 안 박히는’ 기계들을 싫어
하기 때문.
‘그래서 우리 같은 약소 클랜도 겨우 자리를 잡고 터를 마련할 수 있었지.’
물론 대도시인지라 다른 대형 클랜이 1개 있긴 하다.
바로 자기 친구 ‘칼리아’의 클랜.
‘치여 사는 것도 지겹다. 칼리아네 길드 눈치만 봐야하고. 나도 빨리 성공하
고 싶어.’
대형 클랜의 클랜장 ‘칼리아’.
초보 흡혈귀 시절을 함께 보냈다.
같은 하급 흡혈귀라 동질감도 들었고, 작은 사냥감 하나도 나눠먹으면서 멋진
흡혈귀가 되기를 꿈꿨다.
‘그 이후의 행보는 전혀 달라졌지만 말이야.’
공격적인 성장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린 칼리아.
반면... 자신은 아직도 작은 약소 클랜을 이끌고 있다.
‘심지어 칼리아는 이 도시의 실세가 되어버렸지.’
부럽기도 하고 밉기도 했다.
그래도 성공을 축하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찬밥 취급하는 칼리아.
반갑게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이후 복수심을 키워왔다.
‘언젠가 내가 더 강해져서 꼭 되갚아준다.’
일단은 저 갱들부터다.
“놈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우리도 ‘진짜’ 식사를 시작한다.”
— 샤샤샥.
홀쭉이, 덩치, 무난이와 르쉬까지 모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어두운 골목.
흡혈귀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장. 그런데 맥주는 언제쯤....”
“쉿.”
*
“크아아아...!”
우진이 마지막 맥주잔을 비웠다.
“시원하네.”
느긋하다.
전생엔 무언가에 항상 쫓기는 느낌이었다.
남들보다 부족하기에, 남들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만 30분이라도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여관에 있는 사람 전부가 덤벼도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압도적인 힘이 생기니 초조할 일이 없다.
다만 아까 그 친구들은 조금 신경이 쓰였다.
좀 모자란 듯한 흡혈귀 일당.
‘그냥 두면 굶어죽겠지 뭐.’
신경 끄기로 했다.
‘이제 구울 크립트로 가볼까.’
조금 있으면 밤이다.
하지만 자신은 낮과 밤을 신경쓰지 않는다.
잠도 조금만 자도 되고, 야간 시야 덕분에 어둠도 상관이 없다.
오히려 밤에 움직이면 사람들 신경 안 써도 돼서 더 편하다.
‘도시에서 좀 벗어나면 버려진 공동묘지가 있지.’
옛날에 쓰다가 안 쓰는 공동묘지.
거기 구울 크립트 입구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으스스한 곳에 위험한 던전이지만 자신은 우진이다.
‘내가 누구? 우진.’
계산을 마친 우진이 가게를 나섰다.
‘오늘 밤 크립트가 정복된다.’
주위를 보니 확실히 밤이 깊었다.
갱단 놈들도 자리를 옮긴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조용히 던전 공략하기 딱 좋은 밤이네.’
우진이 룰루랄라 공동묘지로 향했다.
*
— 꿀꺽... 꿀꺽....
어두운 뒷골목.
흡혈귀들이 피를 빨고 있었다.
— 스르륵....
어깨에 다크 파이어의 표식을 새긴 남자 갱단원.
그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으.... 이 맛이지.”
흡혈귀들이 갱단 하나씩 들고 쭉쭉 시원하게 빨고 입을 닦았다.
“오늘 사냥 대성공입니다.”
갱놈들은 술에 취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골목으로 왔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냥은 멋지게 성공했다.
“오늘 진짜 큰 거 한 건 했네요.”
“그렇지. 이렇게 쉽게 걸려드는 놈들이 흔한 건 아닌데.”
그때 갑자기 커지는 르쉬의 눈.
“컥....”
그녀의 빨간 단발 머리가 충격으로 흔들렸다.
“어? 대장?”
“무슨 일이십니까 대장! 혹시 마약쟁이 새끼가 섞여있었나?”
“피 빨 때 마약맛 나면 바로 뱉으라고 대장이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때 도리도리 흔들리는 르쉬의 고개.
그녀의 눈에 차오른 건 기쁨이었다.
“마약 아냐 새끼들아. 승급이다!”
“예...? 아니, 예?!”
르쉬가 자신의 힘을 전력개방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짙은 연기.
밤안개였다.
제법 무섭게 피어오르는 흡혈귀의 특능.
“나 승급했다. 나 이제 중급이다! 나 중급 흡혈귀야 새끼들아!”
모두의 눈이 커졌다.
“축하드립니다!”
“대장이 드디어 중급이...!”
“이야아아!”
4인방이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뛴다.
그러다 순간.
시무룩해진 르쉬가 대열을 이탈했다.
“그럼 뭐하냐. 칼리아는 상급 흡혈귀인데. 난 어느 세월에 상급 되냐.”
자신의 ‘라이벌’ 칼리아.
아무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만큼은 그렇게 믿는다.
‘칼리아도 아직 ‘귀족’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상급이라 대단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반면 자신은 이제 겨우 중급이다.
부하들이 위로한다.
“상급도 금방 가실 겁니다!”
“대장은 흡혈 천재잖아요!”
“그리고 사냥 천재입니다!”
“맞아요 대장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다 굶어죽었을 거라고요.”
결국 르쉬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난 대장. 리더다.’
이 바보 같은 녀석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축 쳐져있을 시간이 없다.
‘르쉬 클랜장의 이름을 걸고. 난 반드시 내 클랜을 대형으로 키워낸다.’
그녀가 힘차게 말했다.
“시체 치우자.”
바닥에 널부러진 갱단의 시체.
‘전염’은 되지 않았다.
즉 피를 빨렸다고 흡혈귀가 되어 살아날 일은 없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흡혈귀가 ‘식구’를 만드는 건 아주 진이 빠지는 일이다.
그냥 흡혈이 아니라 특수 흡혈을 하여 피를 나눠줘야 하기 때문.
게다가 식구를 선정하는 방식도 매우 까다롭다.
저런 놈들을 식구로 만들 이유가 없다.
‘어쩌면... 어쩌면 저 새끼들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지만....’
르쉬가 슬쩍 뒤를 보았다.
헤헤 웃는 홀쭉이와 덩치, 그리고 무난이.
나름 신중하게 골랐는데 다들 하자가 있다.
한 놈은 겁이 많고 한 놈은 싸움을 더럽게 못하고 한 놈은... 토끼 고기를 좋
아한다.
‘그래도 착하다. 아니, 착해서 문제지만... 아무튼... 으아아아!’
자신의 단발 머리를 마구 휘젓는 르쉬.
“대장.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다. 머리가 가려워서 그랬다.”
“좀... 씻으십시오.”
— 뻐억
죽빵을 갈긴 르쉬가 시체 청소를 시작했다.
“다들 시체 들어라.”
그러자 자기가 먹은 시체를 짊어지는 부하들.
르쉬도 자기 몫의 시체를 어깨에 둘러맸다.
“가자.”
흡혈귀의 매너.
먹은 자리 치우는 건 필수다.
자꾸 흡혈귀 관련 소동이 일어나면 현상금이 걸려서 수색, 토벌 당하기 때문.
“공동묘지입니까?”
“그래, 거기다 파묻고 아침 오면 관에 들어가서 자자.”
“저희도 이제 제대로 된 근거지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관짝에서 자면
허리 아파 죽겠습니다.”
“그, 그럼... 오늘 ‘거기’ 한 번 들어가볼까?”
은근슬쩍 생각하던 바를 꺼내놓은 르쉬.
“거기라면...?”
“설마 거기요?”
“진짜 거기입니까?”
르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달 전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던전.
하지만 난이도가 높아서 클리어하지 못한 던전.
바로 공동묘지에 숨겨진 그 던전.
아껴먹듯이 침만 발라놨던 바로 그 던전!
구울 크립트!
“오늘 거기를 공략해버리는 거다.”
오늘은 자신감이 있다.
승급도 했으니까.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거사를 치를 생각이다.
“오오!”
“오우!”
“예!”
열광하는 부하들.
“해가 밝기 전에 어서 움직이자.”
그렇게 오밤중에 흡혈귀들이 무덤가를 향해 이동했다.
그들의 머릿속엔 오로지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구울 크립트만 털면...!’
‘구울 크립트만 털면...!’
‘구울 크립트만 털면...!’
우리 클랜도 한 발자국 나아간다...!
*
어두운 공동묘지.
우진이 손바닥의 흙을 털었다.
— 끼이익....
비석을 들어올리자 던전 입구가 드러났다.
‘구울 크립트만 털면 오늘 목표는 달성이네.’
어두운 입구를 보며 우진이 전의를 다졌다.
근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최초 발견이 안 뜬다.
‘지력 +3과 올스탯1. 뭐 이제 스탯이 껑충 상승해서 그렇게까지 아쉽진 않지
만....’
궁금하긴 하다. 누가 먼저 발견했는지.
분명 이 던전이 공략된 건 더 나중의 일이다.
그런데 누가 발견만 하고 클리어를 못한 모양이다.
‘이런 경우는 딱 하난데.’
수준 이상의 던전에 섣불리 들어갔다가 몰살당한 경우.
아니면 클리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후퇴한 경우.
‘발견자가 이미 죽었는지 아니면 곧 죽을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목숨 하나
살리는 꼴이 되겠네.’
자기가 먼저 클리어해서 그 불쌍한 놈의 목숨줄을 좀 더 연장시켜주기로 했다.
“가자! 육즙 빨아먹으러!”
입던은 점프가 국룰!
우진이 화끈하게 지하를 향해 뛰어내렸다.
— 척....
착지한 곳은 음산한 지하 묘지.
위험한 던전답게 경고 알림이 울린다.
[특수 던전 경고!]
[수없이 많은 구울을 상대해야 하는 대형 던전입니다.]
[1인 파티로 입장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음산한 알림과 달리 점점 흥분되는 우진.
주먹을 움켜쥔다.
‘수많은 구울! 바로 그거지!’
자신이 여기 온 이유가 바로 그거다.
오히려 흥분된다!
[목표]
[3개의 구역의 ‘모든’ 구울을 제거한다.]
[구울의 발원지를 제거한다.]
[경고! 모든 구역에서 대량의 구울을 상대해야 합니다!]
자꾸만 뜨는 경고.
하지만 우진의 귀엔 여기가 맛집이라고 알려주는 소리로 들린다.
모든 구역에서 대량의 구울이 나오는 맛집!
‘대량! 구울! 대량! 구울!’
구호와 함께 몸을 푼 우진이 신나게 1구역의 문을 걷어찼다.
— 뻥!
“가자아아아아! 지위 상승이다......!”
— 후쿠웅...!
팔에 장착된 거대한 블랙 캐논.
우진이 초고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1시간 뒤.
공동묘지.
흡혈귀들이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건 던전 입구인 비석.
— 휘이이잉....
활짝 열려있는 비석.
그걸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눈치 없는 부하가 결국 입을 열었다.
“저... 누가 먼저 들어갔는데요?”
르쉬의 작은 얼굴에 지독한 절망이 차올랐다.
“아... 아... 아... 안 돼.......”
— 풀썩....
주저앉은 그녀의 위로 달빛이 애처롭게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