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45
[드워프 대장장이의 망치] [고대]
망치를 내미는 우진.
당연히 애쉬라인은 기겁을 했다.
“이... 이걸 내게 준다고...?”
예상과 똑같은 답변에 우진이 빙그레 웃었다.
“그때도 얘기했지만... 우리 오늘만 보고 말 사이 아니잖아요? 편하게 받으세
요.”
“그, 그래도 이건 고대의.......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계속 망설이는 애쉬라인. 일부러 좀 엄격한 척을 하면서 말했다.
“당연히 그냥 드리는 게 아니고 무제한 영구임대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저 꼭 돌려 받을 겁니다?”
그러자 결국 망치를 받아든 애쉬라인.
“그래... 좋다. 다만 한 가지 약속하지. 반드시 이 망치로 너에게 도움이 되
는 일을 해주마. 적어도 네 목숨을 한 번은 살려줄 아이템을 만들어주겠어.”
진지한 보은의 맹세.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허세라 했을 거다.
하지만 엘프 명장의 약속. 믿어도 된다.
“듣기만 해도 든든한데요?”
그때 진지한 얼굴로 망치를 들어올린 애쉬라인.
“일단 이걸로 네 방어구의 마무리를 해주마. 첫 번째는 당연히 너를 위해 쓰
여야 하지 않겠나.”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안내받은 갑주 거치대.
거기에 우진이 부탁한 특별한 방어구가 있었다.
희귀 마물의 소재를 이용한 유니크 방어구.
악마의 몸을 닮은 디자인.
백색의 우아함 그 자체였다.
“백색 악마. 이건 진짜 이름값 제대로 하네요.”
“후후... 최선을 다 했는데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애쉬라인이 새하얀 방어구에 손을 올렸다.
“우선 마지막 단계를 수행하겠다. 내 수준에선 이미 완성된 아이템이지만 이
망치로 손을 보면 추가적인 옵션을 달 수 있을 거다.”
“예! 부탁드립니다!”
애쉬라인이 집중을 시작했다.
망치에서 짙은 금빛 기운이 흘러나와 아이템을 감싼다.
마나를 통해 아이템을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옵션 붙어라! 좋은 옵션 붙어라!’
응원하듯이 손을 모은 우진.
— 슈우웅....!
그때 아이템이 번쩍 빛났다.
눈을 뜨고 미소를 짓는 애쉬라인.
“대성공이군.”
“이야아아!”
그리고 덧붙인다.
“멋을 중요시한다고 했지? 그거랑 관련된 옵션이 하나 생겼다.”
“오? 멋이라면......?”
“뭐... 여러 말보다 직접 살펴보는 게 낫겠지.”
우진이 아이템을 받아들었다.
소중한 자신만을 위한 맞춤 방어구.
그건 세트 아이템이었다.
상체와 팔뚝, 그리고 각반의 3피스로 이루어진 방어구.
‘와 디자인부터가 예술이다 예술이야.’
새하얀 악마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으스스하고도 멋진 외형.
공포스러운 아름다움.
그런데 설명을 보니 더욱 무시무시하다.
성능이 공포다.
[백색 악마] [세트]
[유니크]
[변화]
[이 정교한 방어구는 평시형과 전투형을 구분한다.]
[스킬 증폭]
[이 신비한 방어구는 사용자의 스킬 위력을 강화한다.]
[원거리 공격의 데미지를 크게 경감한다.]
[근거리 공격의 데미지를 크게 경감한다.]
[마법 공격의 데미지를 경감한다.]
[어둠 내성 + 80]
[빛 내성 + 80]
[오대 원소 내성 + 50]
[신축]
[백색 악마 세트]
[세트 효과 — 신속]
[세트 효과 — 무질서]
[세트 효과 — 위압감]
[세트 효과 — 강림]
우진의 입이 쩍 벌어졌다.
미쳤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옵션들.
‘전투 변화가 가능하네?’
평시형에서는 안정적인 방어력을.
전투형에서는 추가적인 공격력을 제공한다.
‘스킬 증폭? 이거 다른 제작자는 돈 줘도 실력이 없어서 못 달아주는 옵션인데!’
딜증가 옵션이기에 무조건 최상급이다.
그걸 잊지 않고 달아준 애쉬라인.
‘오! 게다가 경감이 원거리 근거리 마법까지 다 붙었어!’
경감 옵션은 방어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옵션.
그것도 최상급으로 붙었기에 대단히 유용하다.
애쉬라인이 자신의 실력을 200% 발휘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속성 내성까지 아주 쏠쏠해.’
거의 모든 내성을 다 챙겨준다.
이 정도면 이걸 입고 있으면 엘프의 자연친화력을 흉내내는 정도도 가능하다.
‘애쉬라인이 정말 신경써서 만들어줬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세트 옵션이 예술적으로 붙었다.
‘일단 무질서. 이거 보기 드문 건데 역시 명장이 만든 아이템이라 다르네.’
무질서.
물리 공격을 마법 공격으로 치환해서 넣을 수 있는 옵션.
상대방의 물리방어를 무효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다.
게다가 신속.
이건 순간적인 능력이지만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
강림은 전투 개시에 사용되는 효과로, 범위 전체에 스턴과 디버프, 그리고 투
지 감소를 넣는 효과였다.
‘이걸로 전장에 뛰어들면 진짜 악마가 강림한 거 같겠네. 흐흐....’
게다가 위압감까지.
이게 붙어있으면 상대는 지속적으로 스탯에 퍼센트 단위로 손해를 보고 싸워
야 한다.
수준 차이가 심할수록 그 감소량은 증가한다.
‘멋에 관련된 옵션이라는 게 뭔 뜻인지 알겠어. 진짜 폼 한 번 제대로 잡을
수 있는 방어구네.’
강림을 쓰고 입장해서 위압감을 뿜어내면 진짜 악마가 휩쓰는 느낌이 날 거다.
‘흐흐, 내 고유 아이템. 내 고유 세트 아이템!’
헤벌쭉한 우진의 표정을 본 애쉬라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위압감과 강림은 망치 덕분에 붙은 것이다. 그러니 이건 반 정도는 네가 만
들었다고 해도 되겠지.”
“예? 아니오! 무슨 그런 말씀을. 이 소중한 아이템 정말 감사히 잘 입겠습니다!”
우진이 애쉬라인의 도움을 받아 아이템을 착용했다.
심지어 착용감까지 좋았다.
“너무 요란한 것도 좋지만은 않으니. 평상시와 전투시에 각기 다른 모습이 되
게 했다. 마나를 넣어서 변화시키면 되니 어렵지 않을 거다.”
특수옵션인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애쉬라인.
무형활처럼 변화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우진이 테스트를 해본다.
“오... 이런 식이군요?”
— 슈웅....
인간 상태일 때는 어깨와 등허리, 그리고 각반 형태의 하얀 갑주가 된다.
방어력을 더 보강한 평시형.
그리고 악마 형태로 변환하면 등허리의 갑주가 전체를 감싸고 외골격처럼 변
화한다.
작은 가시들이 튀어나오고 머리를 덮는 바이저가 생긴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상태에선 공격력 보정 옵션이 생기고 위압감과 강림 옵션이 작동한다.
게다가 일종의 마도공학 아머처럼 본체의 출력까지 높여준다.
‘언데드 폼일 때 쓰면 되겠네.’
우진이 갑주를 몇 번 변화시키고 그 성능에 크게 만족했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애쉬라인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그런데 신축 옵션은 왜 넣어달라고 했지?”
잠시 당황한 우진.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어... 제가 몸무게가 좀 자주 변해서요. 고무줄 몸이거든요.”
“음. 그렇군. 체중 관리는 어려운 법이지.”
다행히 별 의심은 안 하는 애쉬라인.
‘휴.’
실제 이유는 당연히 언데드 폼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제가 좀 휙휙 변하거든요.’
월드의 아이템은 체형에 맞게 조정이 된다.
하지만 언데드 폼은 변화 정도가 좀 크다.
갑작스런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신축이 필수다.
그때 애쉬라인이 미소와 함께 초대형 코어로 다가간다.
“이제 체이서에 코어를 이식하겠다.”
“바로요?”
“난 일 할 때가 가장 즐겁지. 걱정하지 마라. 금방 끝날 것이니. 넌 편히 쉬
고 있으면 된다.”
“어...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래. 식사는 주방에서 챙겨먹어라. 물품들 위치는 알고 있지?”
“옙!”
주방까지 맡기다니.
이제 정말 친해진 기분이다.
체이서와 기갑룡, 그리고 부품으로 가득찬 작업장.
자기가 준 일감만으로도 한동안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명장을 모독하는 거지.’
우진이 신뢰를 가지고 작업장을 떠났다.
*
“크.... 이 맛에 수련한다.”
온천으로 몸을 푼 우진.
그가 냉수를 마시며 수련의 즐거움을 느꼈다.
‘역시 수련을 하고나면 뿌듯해.’
오늘도 수련장에서 수련을 했다.
애쉬라인이 일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책.
중점적으로 한 건 당연히 백색 악마 훈련이다.
새 방어구에 익숙해지기 위해 그걸 입고 훈련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마나 각성을 최대한 활용해서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이제 원소 계열 응용력이 대폭 상승했어.’
백색 악마의 ‘전투형’ 상태에서 전신에 번개, 화염, 물을 두르고 속성을 띄고
싸울 수 있었다.
‘마나 각성 덕에 능력 방출구가 전신으로 확장된 느낌이야.’
우진이 다속성이라는 걸 고려한 건지, 이 방어구는 여러 속성을 잘 소화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백색에 여러가지를 덧입히듯이 여러 스킬의 방출구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화염이 제일 맘에 들어.’
갑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건 진짜 악마가 나타난 듯한 모습이었다.
스킬 증폭의 효과까지 받으니 더욱 끔찍한 고열을 뿜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덥다. 이제 조금 쉬자.’
휴식을 취했다.
아무리 자신이 괴물이라고 해도 화산 지하에서 돌아온 뒤에 다시 화염 수련까
지 했으면 휴식으로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저녁도 잘 챙겨먹었고, 애쉬라인 몫으로 작업장에 배달도 다녀왔다.
“고맙군.”
하지만 밥보다 일을 택하는 애쉬라인.
어쩔 수 없이 우진이 옆에서 먹여줬다.
“음. 그래 식사를 거를 순 없지.”
자기가 뭘 먹는지도 모르고 계속 잘 받아먹는 애쉬라인.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일만 했다.
조금 관찰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이 엘프 진짜 집중력 끝내주네.’
그리고 다음날.
로비에 나가자 애쉬라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뿌듯한 표정의 엘프.
진짜 1초도 안 쉬고 밤샘 작업을 한 모양이다.
깜짝 선물처럼 손을 쫙 뻗는 애쉬라인.
거기에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안에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있다.
“준비됐나?”
“예!”
그리고 천을 걷어낸 애쉬라인.
— 펄럭....
“와....”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온 감탄사.
체이서가 전체적으로... 더 멋있어졌다.
설명하는 애쉬라인.
“외적으로도 조금 개량할 부분이 있더군. 고대 마도공학과 현대 마도공학의
합작품이니 충분히 마음에 들 것이다.”
말하자면 체이서 2.0이었다.
외형이 좀 더 멋지고 강해보이게 변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가슴에서 빛나고 있는 코어.
비어있던 그 부분이 채워졌다.
항상 볼 때마다 자신의 가슴도 허전했는데 이제 완벽해졌다.
“그래서... 소감은?”
“완벽합니다.”
우진이 진심을 말하자 애쉬라인이 빙긋 웃었다.
“코어의 핵심을 이식했다. 남은 부분은 의뢰대로 기계용에 부착이 될 것이다.
합체를 위해서 말이지.”
“옙!”
애쉬라인이 체이서의 허리를 가리켰다.
“탑승감도 좀 더 좋아졌을 거다. 물론 가장 달라진 건 출력이겠지.”
시험삼아 기동시킨 체이서.
그 강력한 출력에 우진이 놀랐다.
이제까진 강력한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거대한 전함을
기동시키는 느낌이었다.
‘이 크기에서 이 정도 기세가 나오다니...!’
고생해서 좋은 코어를 달아준 보람이 있다.
게다가 출력 최고 단계에 이르자 몰랐던 기능이 추가되었다.
아마 마나 소모를 아끼기 위해 발동하지 않았던 거로 추정된다.
‘자동 트레이스에 오토 기능이 있네.’
자동차로 치면 자율주행.
거기다 자체적으로 상황판단을 해서 전투를 하는 기능까지 있다.
고도의 인공지능은 아니어도 리치의 고성에서 봤던 의체들 수준은 나올 것 같
았다.
‘와... 그냥 체이서 혼자 보내도 다 따고 돌아오겠네.’
따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싸운다는 건 정말 강력한 이점이었다.
‘거기다 출력까지 강해졌으니 전투력도 대폭 상승했겠어.’
그때 미소를 짓는 애쉬라인.
“마음에 드나?”
“아주 대단히! 매우 엄청나게요.”
“이걸 타고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군.”
“흐흐...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때 무언가를 건네는 애쉬라인.
“이걸 가져가라.”
“이건....”
“나와 좀 더 긴밀한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거다.”
손목에 차는 디바이스.
네비게이터와 연결도 되고 수정구처럼 통신 기능도 있다.
“이렇게 작은 녀석으로 통신이 된다고요?”
애쉬라인이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고대 기술 연구가 도움이 되었다. 어찌보면 포탈과 비슷하지. 몸 대신 음성
을 전송시키는 거니까.”
“와... 이거 상용화해서 팔면 떼부자 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신비하게 웃는 엘프.
“후후... 내가 돈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나?”
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확한 규모는 추정하기 힘들지만, 아마 우진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
의 재산을 굴리고 있을 거다.
“그럼 이제 작별이군.”
“예. 양손 무겁게 떠나네요.”
왼손에 무형활 팔찌. 오른손에 디바이스.
그리고 품 속에 체이서까지.
모두 애쉬라인이 도와준 물건들이라 더 고맙다.
“그럼 혹시 보고 싶으면 연락하세요.”
“그래 기계용이 완성되면 연락주지.”
농담을 하자 진담으로 받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하나의 아이템을 건넸다.
“이건...?”
“내가 가진 아이템 중 너에게 도움이 될만한 걸 떠올려보았다. 난 전투직이
아니니 사용할 일이 거의 없더군. 네가 잘 써주면 나에게도 고마운 일이겠지.”
무심결에 아이템을 확인한 우진이 기겁을 했다.
“으엇...?”
[엘프의 반지] [전설]
[원거리 공격의 데미지를 +50% 증가시킨다.]
일단 티어가 전설이다.
그에 걸맞는 효과.
심플하지만 충격적인 딜 옵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 증가...!’
이건 단순히 따져도 수십 레벨 이상의 가치다.
‘게다가 퍼센트라 레벨이 올라가면 점점 더 효과가 강해진다...!’
그때 첨언하는 애쉬라인.
“이걸 그냥 주는 건 아니다. 이걸 가지고....”
“더 멋진 모험을 해서 더 많은 고대 부품을 모아오라는 거죠?”
우진이 씩 웃었다.
그녀의 성격은 이미 알기에.
애쉬라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도 빙긋 웃었다.
“그래. 다치지 말고. 또 볼 수 있길 바란다.”
다정한 말과 함께 우진의 마음도 따스해졌다.
[마지막 엘프와의 유대]
[이 세계의 마지막 엘프와 ‘친밀’ 이상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모든 스탯 +3]
[최고의 인연]
[월드의 중요 인물과 깊은 유대를 형성하여 위업 ‘최고의 인연’을 달성했습니
다.]
[스탯 강화 포인트 +10]
우진이 깊은 눈으로 알림들을 확인했다.
‘이거 참... 끝까지 너무 많은 걸 받아가는군.’
월드가 인정하는 특별한 존재 애쉬라인.
그녀가 자신의 아군이 되었다.
단순히 물건을 주고 받아서, 혹은 고대의 망치를 줘서, 뭐 그런 이유는 아닐
거다.
서로 알게 된 것이다.
각자의 길에 얼마나 진심인지.
우진이 마지막 악수와 함께 길을 나섰다.
거창한 인사는 필요 없었다.
곧 다시 보게 될 것이기에.
“갑니다!”
“그래. 우진. 상냥한 모험가여.”
애쉬라인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다.
*
절벽 지대를 빠져나왔다.
돌아서 기계 발판들을 보니 벅차다.
저걸 혼자서 만들어낸 마지막 엘프 애쉬라인.
그녀와의 만남은 정말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손목의 디바이스와 모험용 지도 네비게이터가 ‘부록’에 불과할 정도로 다양한
선물들.
‘꼭 좋은 부품을 구해다가 보답하자.’
다시 화산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열류의 강 하류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 꾸르륵... 꾸륵....
‘음 저건?’
아무래도 화산의 마지막 선물이 있는 거 같다.
운좋게 발견한 희귀 마물.
용암 형태의 액체형 괴물이었다.
‘이름이 흘러오는 분노였나...?’
지성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뭔지 모르지만 사냥이 가능하다.
‘얼핏 그냥 용암처럼 보이지만 살아있거든.’
그냥 지나가다 만나기엔 아주 희귀한 놈이다.
‘이번 생은 진짜 운이 좋네.’
그걸 발견했으니 잡아주는게 인지상정.
경험치 때문도 아니고, 그저 신기해서도 아니다.
‘스킬을 내놔라.’
희귀 마물이니 최소한 물의 가호급 스킬이다.
“가라 야수들아!”
체이서 필두로 십이 늑대까지 죄다 날려보냈다.
‘내가 굳이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느긋하게 체이서를 강혼으로 조작하는데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라?’
마공학 이해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체이서의 구조.
그 입 안에 엄청난게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광자포!’
애쉬라인이 깜짝 선물을 준비해놨다.
‘이야... 이거 마지막으로 엄청난 걸 받았네.’
연구 성과가 조금 나왔다더니 바로 적용시킨 모양이다.
‘역시 명장의 조금은 평범한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네.’
조금으로 달아준 게 무려 마나 광자포다.
원래는 막대한 마나량 떄문에 사용도 못 했을 기능.
출력이 강해지니 발포가 가능해졌다.
‘그럼 바로 써야지.’
달려가는 체이서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갈겨!”
순간 기계 야수의 입이 열리고 찬란한 빛이 발사되었다.
그건 정말 압도적인 ‘힘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