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43
동굴 저 멀리 거대한 포효가 울린다.
— 쿠아아아아!
용의 외침.
쿵. 쿵.
마침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크기.
“왔구나 기갑룡! 반갑다!”
이름처럼 기계로 된 용이다.
그런데 골조가 드러나서 마치 뼈 용 같다.
‘언데드 용 느낌이네.’
약간의 동질감이 들었다.
그리고 좀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히야, 저거 타고다니면 진짜 재밌겠다.’
워낙 거대한 놈이라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때 그런 망상을 저지하듯이 포효가 다시 울렸다.
— 크아아아아아아!
근거리라 더욱 커진 용의 외침.
자신도 괴성으로 맞받아쳤다.
—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그렇게 우진과 기갑룡이 인사를 나누고.
— 크르르르...
본격적인 ‘보스전’이 시작되었다.
이곳의 기믹은 대난투.
대형 보스와 함께 ‘동종’의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보스가 자신의 부하들을 불러냈다.
동굴 온갖 구석에서 무언가가 쏟아져나온다.
‘왔구나. 잔챙이들.’
우수수 쏟아지는 작은 기계형 적들.
거미부터 해서 동그란 놈까지 다양하다.
기어다니는 놈. 걸어다니는 놈. 날아다니는 놈까지.
모두 드워프의 마도공학 병기들이다.
물량만으로 압도적인 광경.
하지만 우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거에 대한 대비책은 준비해왔지.’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
다른 건 몰라도 보스전만큼은 기억이 아주 또렷하다.
‘다수의 기계형 적이 나온다고 했지. 그래서 난 그 카운터로 아주 좋은 걸 준
비해왔다.’
— 후우웅...!
눈을 감은 우진.
칼리의 기억을 떠올리며 손을 모은다.
극도로 집중한 정신.
사령 거미줄을 수많은 갈래로 펼친다.
하지만 그건 탐색을 위한게 아니다.
모두와 ‘연결’되기 위한 것.
각자 수많은 기계형 적에 맞닿은 사념들.
그 순간 펼쳐진 연계 스킬의 이름은.
‘강혼.’
— 우우웅...!
모든 적과 연결된 감각.
짜릿하고 폭발적인 정신의 고양감.
일시에 통제에 들어간다.
‘움직여라...!’
— 삐비빅....
자신을 노리던 수많은 적.
방향을 바꿔 보스를 바라본다.
그야말로 형세 역전.
놀라운 일을 해낸 우진이 손을 내렸다.
“허억 허억....”
성공한 것도 놀랍고, 이렇게 잘 먹힌 건 더욱 놀라웠다.
‘엄청나군.’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씩 웃은 우진이 손을 들어올려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것은 아군 모두의 적.
“전원! 갈겨!”
그의 의지에 따라 총구를 꺼내는 작은 기계들.
— 투투투투투!
거대한 기갑룡을 향해 모든 기계가 마력탄을 발사했다.
장관이었다.
— 크아아아아!
하지만 보스는 보스.
큰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대신 보스가 열받는 듯 마나 광자포를 쏴서 일시에 작은 기계들을 쓸어버렸다.
— 쿠콰콰콰콰쾅!
부하들을 죽여버린 대장.
그 꼴은 처참했다.
모두 쓰러지고 비어버린 동굴.
결국 우진 혼자 남았다.
“강력하구만.”
홀로 강대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태.
괜찮다. 이것도 예상한 바였다.
“뭐. 이래주면 더 고맙지.”
왜냐.
이제야 일대일이니까.
절벽에 있던 우진이 거대한 동공 아래로 내려섰다.
— 척....
당당하게 선 그가 초거대 보스 기갑룡을 마주한다.
일단 손가락을 들어 선전포고를 날렸다.
“공격 말고 방어를 택해라. 명색이 보스인데 1방 컷은 쪽팔리잖아.”
위풍당당한 선언.
그리고 그의 모든 힘이 전개되었다.
— 훙훙훙훙...!
무형시와 단검까지 비행체 24발이 허공을 가른다.
무서운 속도로 ‘지정한 위치’를 향해 날아가는 공격들.
그러나 모두 보스를 피해갔다.
— 크르르르....?
당황한 듯 동작을 멈춘 기갑룡.
하지만 우진은 웃었다.
‘빗나갔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빗나갔다는 건 상대적인 거다.’
어디가서 잘못 박혀있거나 바닥에 떨어진 게 아니니까.
보스 주위 허공에 각자 자리를 잡고 여전히 떠있는 비행체들.
우진이 무서운 미소와 함께 손을 움켜쥐었다.
‘대연결.’
순간 허공에 펼쳐지는 대번개의 낙인.
그건 이미 하나의 스킬이었다.
— 쩌저저정!
둥근 폭풍은 정말 장대한 광경이었다.
거기다 보스는 기계이기에 더욱 데미지가 크게 들어간다.
— 크워어어!
결박이라도 된 듯 둥근 번개에 얽혀버린 기갑룡.
광자포를 쏘려는 듯 움직이지만 잘 되지 않는다.
— 끼릭... 끼릭....
감전 상태가 일종의 ‘무한 스턴’을 먹이고 있는 것.
‘좋아 지금이다!’
— 슈쿵....
그때 우진의 팔에 흑색의 거대 웨폰이 나타났다.
캐논 폼의 무형활.
이걸 평범하게 그냥 쏘려는 건 아니다.
자신의 모든 마나를 불어넣는 우진.
— 고오오오오오.....
위풍당당하게 서서 힘을 모은다.
머리 위에 떠오른 10개의 대형 화살.
그걸 꼭지점으로 선을 이어 무언가의 형상을 취한다.
그것은 선명히 그려진 빛의 별.
‘이 활의 원래 이름은 무형활 스타라이트. 그 이름을 따서 만들어낸 신기술이
다. 첫 공개니 감사히 받아라.’
우진이 마나가 빌려주는 힘을 받아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출력 강화.'
캐논 폼이기에 가능한 거대한 출력.
— 고오오오오오오......!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 위력은 압도적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출력이 충분히 모였을 때.
화살이 하나로 합쳐지고 마침내 거대한 별의 형상이 되었다.
우진이 기파를 쏘듯 양손을 내밀었다.
“발사!”
그의 머리 위에 준비된 거대한 화살이 그 의지를 따랐다.
그대로 날아가는 거대한 섬광.
허공을 가로질러 적에게 직격했다.
— 쿠우우우우우우웅....!
피하지도 막지도 못하고 그대로 대형 공격을 처맞은 기갑룡.
— 크워어어어어!
거대한 구멍이 뚫려버렸다.
자기가 쏘고도 감탄하는 우진.
‘마나 광자포보다 더 쎄겠는데...?’
워낙 큰 기술이라 마나가 쑥 달지만 파괴력은 대단하다.
화살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기둥만한 섬광.
그게 놈의 몸을 1/3 정도 부수며 관통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가라 십이 늑대!’
허공을 따라 달리는 12마리의 푸른 늑대들.
구멍이 뚫린 적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 중요 회로들을 물어뜯는다.
— 키르르르...
우진의 뜻에 따라 집요하게 적의 몸을 유린하는 늑대들.
그리고.
— 치지지지직.....
오류가 난 것처럼 마구 스파크가 튀는 기갑룡.
몸의 여기저기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점점 힘을 잃는다.
— 크아아아아!
최후의 발악으로 입을 벌려 무언가를 쏘려고 하는 기갑룡.
“어허, 뭘 쏘려고?”
염주를 날려 집게처럼 입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워낙 큰 놈이라 머리통도 거대했기에 염주로는 역부족이었다.
— 끼기기긱......!
계속 모여드는 아가리 속의 에너지.
‘어쩔 수 없군. 마지막은 내가 장식해주마.’
우진이 변신을 시작했다.
— 쿠드드득....
달려든 우진이 언데드 폼으로 놈의 머리를 잡고 슬램하듯 바닥에 꽂아버렸다.
— 꽈아아아앙!
도약 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감아쥐고 낙하해서 찍어내린 머리통.
그야말로 괴물을 잡는 전설적인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 쿠웅......!
머리부터 시작해 긴 목이 점점 기울고.
비틀거리던 그 거체가 결국 바닥을 향해 쓰러진다.
피어오른 먼지 사이에서 우진이 인간폼으로 돌아와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보스의 ‘뇌’에 해당하는 부품이 들려있었다.
‘이제 더는 못 움직인다.’
뒤에서 화답이라도 하듯 기계용의 마지막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 끼기기긱......
마침내 완전히 힘을 잃은 기갑룡.
— 쿠구구궁.....
완벽히 제압당한 초거대 보스.
‘내가 퍼즐은 좀 약해도 순삭에는 강하거든.’
그가 쓰러진 기갑룡의 머리를 보았다.
마치 우진에게 고개를 조아린 듯한 형상.
우진이 그 머리에 한 발을 올렸다.
‘아이 윈. 유 다이.’
예언이 이루어졌다.
*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깔끔하게 이루어진 3번의 렙업.
‘예쓰! 3업이나 했다!’
사실 레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은 항상 숫자 이상의 힘을 뽑아내니까.
그래도 높으면 기분은 당연히 좋다.
높을수록 점점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그때였다.
[강대한 적의 혼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마공학 이해’를 계승했습니다.]
평소랑은 조금 다른 계승 알림.
‘적의 혼?’
우진이 당황하다가도 새로운 스킬을 보고 감탄한다.
‘오 스킬!’
아무래도 기갑룡에게도 드워프 장인의 혼이 깃들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혼이 우진에게 스킬을 전달한 것이다.
‘리치의 고성이랑 비슷하네. 그때도 리치의 혼으로 스킬을 계승했잖아.’
이번에도 혼을 통한 계승이었다.
우진이 기갑룡의 거대한 시체를 보며 진지하게 사과했다.
‘혼을 불어넣어서 만들지 않았다는 거 취소할게. 고맙다 드워프들아.’
물론 스킬 주려고 혼을 불어넣진 않았을 거다.
그만큼 엄청난 노력과 고생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란 뜻일 것이다.
‘마공학 이해라.... 드워프들의 이해력이 생긴 건가?’
설명을 보니 마공학자로서의 제작 능력이 생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마공학 기계들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까웠다.
‘아하, 회로의 이해도가 올라가는 구나. 기계에 대한 통제 능력을 대폭 상승
시켜주겠네.’
쓰러진 소형 기계에 테스트를 해본다.
그나마 멀쩡한 거미 녀석에 강혼을 써보니 다리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오 확실히 예전보다 통제력이 훨씬 뛰어나졌네.’
단순한 수준의 명령이 아니라 더 복잡한 명령이 가능하다.
심지어 ‘시간을 지정’하여 특정 시간에 특정한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다.
‘거미야 5초 후에 일어나서 풀쩍 뛰어봐.’
5. 4. 3. 2. 1.
그러자 정확히 명령을 이행하는 기계 거미.
— 폴짝...!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잠깐.... 이거 단순히 통제력만 강해진 게 아니잖아?’
대폭 상승한 마공학 이해도.
연계하면 일종의 ‘해킹’이 가능해질 것 같다.
‘강혼으로 통제를 뺏어온 뒤, 마공학 이해로 회로를 파악하고, 통제력으로 회
로를 바꿔버린다.’
세상에는 은근히 마도공학 제품이 많이 깔려있다.
당장 자신에게 있는 네비게이터만 해도 그런 제품이다.
그런 걸 맘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마도공학 병기를 쓰는 놈들을 간단히 무력화시킬 수 있어.’
마공학은 일상 생활 뿐 아니라 소총 형태나 캐논 무기로도 활용된다.
그걸 자신은 일종의 EMP처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물론 숙련도를 늘려야 하고, 유효 거리를 넓히기 위해 마나통을 키워줘야 한다.
‘사령 거미줄을 응용하면 별 게 다 가능할 거야. 최대한 멀리 뻗을 수 있게
마나를 충분히 올려주자.’
숙련도와 마나. 그 두 개가 만족되면 정말 엄청날 거다.
대형 비공정 같은 걸 원거리에서 하이잭 해버릴 수도 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이해력도 점점 강해질테니까.’
혹은 마도병기를 단순히 무력화 시키는 게 아니라 역으로 적을 공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염동력으로 총구를 돌리고, 통제력으로 발사되게 만든다. 적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하는 거지.’
월드를 모험하면 마도병사들과 싸워야 할 일도 있을 거다.
그때 잔챙이들은 알아서 ‘스스로’ 처리되게 만들 수도 있다.
‘좋아. 아주 좋은 스킬을 얻었다. 드워프들의 이해력이라니. 흐흐흐....’
드워프들의 집념이 불어넣은 ‘혼의 스킬’.
아주 잘 써주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고대 종족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초대형 보스를 상대로 승리하여 위업 ‘모든 것은 무너진다.’를 달성하였습니
다.]
[체력 +5]
[근력 +5]
[초대형 보스를 상대로 아무런 피해 없이 승리하여 위업 ‘불가능한 완벽주의’
를 달성하였습니다.]
[민첩 +5]
[기술 +5]
‘업적들이 아주 영양가가 높네!’
힘이 쑥 솟아오른다.
그리고.
[숨겨진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모든 스탯 +1]
[스탯 강화 포인트 +3]
기본이지만 매우 달달한 보상 포인트!
그냥 강해졌을 뿐 아니라 체력 스탯이 50을 달성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체력은 전생에도 덕을 많이 본 스탯이지.’
우진이 체력 스탯 패시브를 확인했다.
[체력 : 50]
[격의 상승]
[지금부터 일정 수준 이하의 공격은 데미지가 1/2로 감소합니다.]
일명 ‘격상’.
약한 공격은 데미지를 자동으로 줄여준다.
기갑룡도 이런 비슷한 패시브가 있어서 잔챙이 기계들의 무수한 공격을 버텨
낸 것이다.
‘이거 진짜 좋지. 금강불괴 느낌도 나고.’
우진이 만족하며 다음 걸 확인했다.
[본신의 강인함]
[맨몸 상태에서의 기본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오! 이거 아주 심플하고 쌈박한 능력이지’
맨몸 방어력이라고 맨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방어구 방어력과 합산되기에 아주 좋다.
위의 ‘격의 상승’과 합쳐지면 잔챙이의 칼빵 정도는 튕겨내면서 싸울 수 있다.
[상급 체력 재생]
[기본적인 체력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체력이 더 높은 수준까지 자동으로 회복됩니다.]
‘이것도 엄청나. 난전에서 체력 관리가 훨씬 쉬워진다.’
자신은 완전 회복 능력이 있어서 괜찮지만 그런 거 없이도 체력이 빨리 더 많
이 찬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이렇게 확인한 체력 패시브들.
우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 이제 주스탯 3개가 모두 50을 넘었다. 다시 100이 되면 한 차원 더 강
한 존재가 될 거야.’
일단은 현재 82로 제일 높은 민첩이 먼저 그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 같다.
우진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상태창을 종료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대형 던전을 1시간 이내로 공략하여 위업 ‘광속의 도전자’를 달성하였습니다.]
[모든 스탯 +3]
‘와! 광속의 도전이 클리어됐네? 이거 진짜 따기 힘든 건데!’
다 끝난 줄 알았더니 또 한 번 이루어진 성장.
그것도 모든 스탯 +3이라 정말 쏠쏠한 보상을 얻었다.
전체적으로 100렙에 가까운 전투력을 확보했다.
이 추세라면 정점도 꿈은 아닐 것이다.
‘이제 던전 보상을 먹어야지.’
던전에는 보상이 있다.
무형활과 체이서 같은 던전 자체의 보상.
그건 찾기 어렵지도 않았다.
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쿠드드득....
언데드 폼으로 변한 우진이 저벅저벅 기갑룡의 사체를 향해 걸어갔다.
‘네 심장을 내놔라.’
심장을 뽑아낸 우진.
목표였던 세계 최강의 코어를 획득했다.
— 우우웅....
초대형 코어의 무서울 정도로 강한 마력.
우진이 만족스럽게 씩 웃었다.
‘이걸로 던전에 온 목적은 달성했다.’
강력한 심장의 확보.
체이서가 완전한 모습으로 그의 여정을 돕게 될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제단 위에는 또 하나의 ‘아이템’이 있었다.
그건 바로 유물. 드워프들이 남긴 규격 외 등급의 마도구였다.
‘유물은 유적이 주는 신비함 그 자체지.’
어찌보면 진정한 보상.
우진이 고대의 망치를 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