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40
형태 변환은 아이템의 모습을 바꿔준다.
보통은 그냥 변한 상태로 고정된다.
우진이 원한 것도 그 정도였다.
‘그런데 3단 변신이라고?’
변화가 고정된 것도 아니고, 다양한 모습을 갖출 수 있는데 그게 3종류나 된
다니.
— 우웅....
마나를 불어넣자 명확히 사용법이 인식된다.
첫 번째는 팔찌.
은닉에 유리. 출력은 다소 약하다.
‘다중시.’
순식간에 팔목 주위로 떠오르는 10cm 크기의 무형시들.
크기는 작지만 발동 속도가 초고속이다.
‘멱살만 잡아도 순간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겠군.’
— 슈웅.
두 번째는 장갑.
검은 장갑이 편안하게 손을 감싼다.
출력이 강화되고 사용이 더 자유로워졌다.
기존 무형활 스펙이다.
손바닥과 손가락 끝에서 사출되는 무형시.
마치 일종의 스킬을 쓰는 느낌이다.
‘손이 자유로운데 무형활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주먹질을 하면서 순간 팔뚝에
서 활을 발사시킬 수도 있겠어.’
언데드 폼에서 쓰면 미사일이 탑재된 표범이 되어 날뛸 수 있다.
— 후쿵...
마지막 모습.
그건 팔뚝 전체를 덮는 마도병기 형태.
이게 가장 놀라웠다.
‘마치 대포라도 손에 달린 것 같군.’
본격적으로 싸울 때를 위한 대형 캐논 형태였다.
거의 어깨까지 올라오는 거대한 마도 웨폰.
애쉬라인이 설명한다.
“출력을 키울 때는 좀 더 명확한 형상으로 집중력을 보조해주는 편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했다.”
우진이 팔을 덮은 새까만 블랙 캐논을 보며 감탄했다.
“야... 이거...... 완벽한데요?”
자기가 생각 못한 부분까지 알아서 보완해줬다.
‘확실히 크기가 커지면 쏴낼 수 있는 최대 마나량이 높아지겠지.’
기존 무형활보다 더 큰 최대출력이 가능할 것이다.
‘역시 명장은 명장이구나.’
당연히 원래 무형활로도 복귀할 수 있다.
— 슈웅....
익숙한 형태로 돌아온 무형활.
우진이 그걸 보며 씩 웃었다.
결국은 4단 변신인 셈이다.
팔찌, 장갑, 캐논 형태에다가 기존 무형활까지.
‘명장은 명장이다. 전설 아이템을 가지고 이 정도로 신묘한 결과를 내다니.’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릴게요.”
우진이 진심을 다해 얘기한다.
애쉬라인이 미소를 지었다.
“화산 심층부에 들어갈 생각인가.”
“예? 어떻게 아셨어요?”
“눈빛에 쓰여있다. 지금 가서 싸우고 싶어 미치겠는 장소가 있다고. 근데 여
기 갈 곳은 심층부 밖에 없잖나.”
“하핫... 그런가요?”
우진이 멋쩍게 웃었다.
새로운 힘을 실전에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드러난 모양이다.
‘무기가 이렇게 강해졌는데 당연히 써보고 싶지!’
그때 손을 내미는 애쉬라인.
“방어구 전부 벗어라.”
“예?”
“내친김에 다른 장비도 좀 손봐주지. 장신구까지 싹.”
우진이 벌어지는 입을 억지로 막았다.
너무 기쁜 얘기.
‘명장이 이런 호의를 베풀다니...!’
망설이다가 놓칠 수 없는 기회.
이걸 놓치면 바보다.
“예! 감사합니다!”
— 드르륵....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과연 명장의 작업실답게 다양한 설비와 도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일단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우진.
“활만으로도 감사한데. 정말 괜찮을까요?”
애쉬라인이 피식 웃는다.
“화산 심층부에 가서 죽어버리면 애써 개조한 전설 아이템이 소실되잖나. 그
러니 준비를 단단히 시켜서 보내야겠지.”
퉁명스러운 말.
그러나 분명 자기를 위해주는 마음씨는 느껴졌다.
‘조금만 더 감정에 솔직하게 말하면 참 완벽한 엘프일 텐데.’
그래도 저거 자체가 매력이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진이 방어구들을 해제해서 테이블에 올렸다.
전부 8개의 강화 레어들.
장비를 본 애쉬라인이 빙그레 웃었다.
“강화에 정비까지 아주 잘 해놨군. 방어구 쓰는 법을 정확히 알아.”
“저도 모험가 짬밥이 있거든요.”
“짬... 밥?”
“아... 소중히 쌓아올린 경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애쉬라인.
방어구를 세밀히 살핀다.
“전부 레어로군. 이 정도는 간단하지.”
그녀가 방어구를 오븐 같은 설비에 넣었다.
— 쿠궁....
굉음과 함께 작동하는 대형 오븐.
복잡한 기계 장치의 버튼을 능숙하게 누르는 애쉬라인.
잠시 후 막대한 증기가 뿜어지고 작업이 끝났다.
“화속성 저항력을 조금 부여했다. 대단한 건 아니니 신경쓰지 마라.”
장비를 돌려받은 우진이 감탄했다.
‘와 이 정도 작업은 진짜 식은 죽 먹기로 끝내버리는구나.’
레어 정도는 너무 간단해서 일도 아니라는 듯이 순식간에 처리해버린다.
아이템을 확인하는 우진.
[화염 저항 +10]
‘와 방어구마다 내성 10이 붙었네?’
하나하나는 작은 것 같지만 풀셋을 차고 있으면 무려 80이다.
세트 아이템 ‘불의 화신’이 저항 100을 준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그것도 장비 6피스가 고정되어서 세팅하기가 굉장히 복잡해지지.’
그걸 아무 대가없이 획득했다.
‘이 정도면 용암에만 안 들어가면 타 죽을 일은 없겠군.’
자기는 이미 대비가 되어있어서 괜찮지만 마음써준게 고마웠다.
결국 마음을 정한 우진.
계속 받기만 할 수는 없다.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 쿵....
“이건...?”
대형 부품.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의체의 머리통 부분이다.
“이거는 솔직히 중요한 쓰임새가 있을 거 같아서 아껴뒀는데요. 그 중요한 쓰
임이 바로 지금인 거 같습니다.”
정교한 머리를 살펴본 애쉬라인이 감탄했다.
“회로가 다 살아있어. 고대기술 연구에 큰 도움이 되겠군. 도대체 무슨 던전
에 다녀온 거지? 이런 걸 구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텐데.”
잠시 고민한 우진.
“그게... 보여드리는 게 빠를 거 같네요.”
그가 체이서를 소환하여 보여주었다.
— 쿠궁....
“리치가 쓰려던 최상급 의체입니다. 제가 다녀온 건 리치의 고성이라는 던전
이구요.”
체이서의 위용에 감탄하는 애쉬라인.
“이럴 수가.... 이런 수준의 물건이 이 세상에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감탄하며 전투인형을 살핀다.
“뭐... 운이 좋았습니다. 저도 설마 이런 걸 얻을 줄은 몰랐어요.”
우진이 슬쩍 물었다.
“그런데 혹시 이거 개조가 가능할까요? 그러니까... 추가 웨폰이나 날개를 다
는 식으로요.”
애쉬라인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힘들다. 내 연구가 더 진척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걸 내게 1년만... 아니 반 년만 빌려다오.”
“체이서를요?”
“그래... 힘들다면 3개월만이라도 부탁하겠다.”
우진이 생각에 잠겼다.
체이서와 함께 움직이지 못하면 숙련도도 떨어지고 탑승물도 사라진다.
무엇보다 아군이 1명 줄어드는 셈이라 조금 곤란했다.
“흠... 그것보다 이건 어떨까요?”
그가 부품 보따리를 꺼냈다.
의체 4기에서 싹싹 긁어온 부품들.
멀쩡한 부품 위주라 팔 한짝이 거의 온전한 것도 있었다.
“머리 아니고 다른 부품도 있으면 되는 거 맞죠?”
엘프가 부품들에 입을 쩍 벌리고 경악했다.
“이, 이거라면... 본체 하나를 만들수도 있는 양이잖나.”
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옙. 그냥 이거 다 편하게 쓰세요. 저한테 있어봐야 어차피 비싼 환금품일 뿐
인데. 돈은 이미 많거든요.”
그러자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애쉬라인.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게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너는 상상하지도 못
할 거다.”
우진이 멋쩍게 웃었다.
자기에겐 별 일이 아닌데 명장이 이렇게 고마워하다니.
“그렇다면... 계약하실래요?”
“음? 계약?”
“예, 대장장이 일이 필요할 때 저 좀 도와주세요. 저도 모험 중에 연구에 도
움될 물건이 생기면 꼭 가져다 드릴게요.”
애쉬라인이 피식 웃었다.
“말만이라도 고맙군. 뭐... 기계 부품 같은 걸 가져다주면 큰 도움이 되긴 할
거다.”
우진이 빙긋 웃었다.
무조건 가져다 줄 수 있다.
그가 지금 가려는 화산 심층부 던전.
거긴 ‘드워프 던전’ 그 자체이기에.
‘그것도 나중에 겨우 입구가 발견되는 비밀 던전이지.’
화산은 넓고 위험해서 탐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애쉬라인도 철갑나무 서식지와 고열지대의 야금술 버프만을 받고 있지 화산
전체를 다 아는 건 아니다.
‘거기 가서 쓸만한 자료를 왕창 긁어다가 넘겨줘야겠다. 애쉬라인이 엄청 좋
아하겠네.’
그럼 자신에게도 더없이 도움이 된다.
무려 체이서 개조를 해낼 수 있는 명장이니까.
“부품은 최대한 많을수록 좋은 거죠?”
“그렇지.”
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별 문제 없네요. 저만 믿으세요. 산더미처럼 가져다드릴게요.”
“너만... 믿으라고...? 산더미...?”
애쉬라인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거 같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으니 상관 없다.
“옙. 대신 나중에 꼭 이 녀석 개조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 연구가 끝나면 내가 반드시 개조해주지. 설령 보주 이상의 재료가 필
요하더라도 내가 구해서라도 해주겠다.”
“좋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고대 기술 자료들을 구해올게요.”
우진이 벅찬 감정을 느꼈다.
믿을만한 대장장이가 생겼다.
그것도 극도로 우호적인 명장이 말이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야. 이제 미소 정도는 아주 쉽게 보여준다.’
보아하니 엘프의 마음도 열린 모양이다.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좋다. 가기 전에 뭐 부탁할 거 있으면 다 꺼내봐라. 나도 가끔은 신선한 작
업을 좀 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그 내용은 더없이 고맙다.
아예 전속 대장장이라도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부탁할 게 있었는데 잘 됐다.’
유니크 소재인 새하얀 두개골과 외골격을 꺼냈다.
거대한 뼈를 살핀 애쉬라인이 감탄했다.
“이건... 희귀 마물의 소재로군?”
“옙. 일단은 요 정도인데요. 제가 화산 심층부 다녀올 동안 제작 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애쉬라인이 어렵지 않다는 듯 수락했다.
“좋다. 어떤 형태를 원하지?”
우진이 생각하고 있는 종류를 얘기했다.
크기 조절이 가능한 건틀렛과 다리 보호구였다.
“방어구입니다. 방어력보다는 파괴력을 더 올리는 쪽으로 부탁드릴게요. 그리
고... 멋도 조금만 챙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멋?”
“예. 저는 멋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애쉬라인이 새하얀 뼈를 보며 웃었다.
우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백색 악마.”
“예?”
“그게 아이템의 이름이 될 거다.”
순간 그녀의 말을 깨달은 우진이 감탄했다.
“이야 그거... 너무 좋은데요...?”
“그래. 내 미적 감각을 최대한 발휘해 보지.”
잠시 견적을 내듯 거대한 뼈를 살피던 애쉬라인.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아, 어제 제법 열심이던데. 수련은 만족스러웠나?”
우진이 씩 웃으며 성과를 보여줬다.
팔찌 형태로 무형시 전개를 시작했다.
— 훙훙훙훙훙....
그의 뒤에 원형으로 떠오른 12개의 발사체.
위력은 조금 낮아졌지만 다중시의 최대 개수가 늘어났다.
숫자라는 제약에서 벗어났기 때문.
애쉬라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물었다.
“화살이 12개인 이유가 있나?”
“그 숫자에 익숙해질 일이 있었거든요. 이제 차차 늘려가야죠.”
“음...? 숫자에 익숙해져?”
우진이 십이 단검을 보여줬다.
애쉬라인이 아주 좋은 무기라고 칭찬했다.
“이것도 약간 손을 봐줄 수 있겠군.”
“이것도요?”
십이 단검을 손봐준다는 명장.
기계에 넣고 몇 가지 조작을 하더니 단검을 돌려줬다.
“마나를 실어봐라.”
그 말대로 단검을 사용하자.
“어라...?”
늑대 형상이 푸른 기운처럼 어린다.
소환된 살아있는 늑대를 조종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원래 있던 능력인데 좀 더 쓰기 편하게 개조했다. 모종의 이유로 숨겨져있던
힘이라 하면 되겠군.”
“아 진명 개방!”
“그 개념을 알고 있다면 설명이 쉽겠군.”
진명(眞名).
때로 힘이 숨겨진 아이템이 있다.
보통은 대놓고 ‘뭔가 비밀이 있다’는 식으로 알려주는데 십이 늑대는 이름이
유일한 단서였다.
그런데 그걸 한 눈에 알아본 애쉬라인.
역시 명장이다.
우진이 새로워진 아이템을 확인했다.
[진眞 십이 늑대]
[진명 개방]
[이제 십이 늑대가 그 주인을 돕는다.]
사용을 해보니 열두 마리의 늑대가 자신의 주위에 나타났다.
물론 마나를 조절해서 그냥 단검 형태로도 쓸 수 있다.
“감사합니다. 정말 큰 전력이 되겠어요.”
“아니다. 난 그냥 자고 있던 녀석들을 깨웠을 뿐이니. 신경쓰지 마라.”
혹시나 해서 물었다.
“제가 보여드린 다른 아이템에는 진명이 없었죠?”
“그래. 레어에는 그런 신비가 어리지 않지. 무형활은 그 자체가 신비로운 녀
석이고.”
그러자 무언가를 꺼내든 우진.
“아 그럼 혹시 이것도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그가 꺼낸 건 원한의 염주.
해골 아이템을 본 엘프가 기겁을 했다.
“아주 사악한 물건이군.”
우진이 이해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엄청 쓸만해요.”
염주를 살핀 애쉬라인이 말했다.
“이건 이미 완성된 상태다. 제작자가 아주 공을 들여서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놓은 물건이야. 손을 대면 오히려 어그러질 거다.”
우진이 감탄했다.
“아 그렇군요. 칼리 그 친구가 꼼꼼한 구석이 있네.”
칼리가 물건을 참 잘 만들어놓고 갔다.
“더 봐줄 건 있나?”
우진이 빙긋 웃었다.
“아니요. 지금 당장은 없어요. 우리 오늘만 보고 말 거도 아니잖아요?”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 좌표를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중에 텔레포트
아이템이나 능력을 얻으면 쉽게 찾아오게요.”
“능력을... 얻는다? 스킬북이라도 찾으러 갈 셈인가? 아니면 공간 마법을 익
히려고?”
“아. 뭐 그런 셈이죠.”
계승이라는 더 강력한 방법을 쓸 거지만 일단 수긍했다.
“그럼... 좋다. 뭐 너라면 이걸 줘도 상관 없겠지.”
뭔가를 내미는 애쉬라인.
그건 카드였다.
우진의 눈이 커졌다.
“이건 혹시....”
미소 짓는 애쉬라인.
“그래. 이게 있으면 이 시설에 쉽게 오고 갈 수 있을 거다.”
우진이 당황했다.
마나 수련법도 알려주고, 무형활에 방어구에 다른 아이템까지 손봐준 엘프.
‘거기다 이거까지 준다고...?’
블랙 카드.
그건 애쉬라인이 내어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였다.
이쯤되면 우진도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엘프. 설마 나를 좋아하나...?’
물론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그저 깨달았을 뿐.
이 엘프. 1을 주면 10을 돌려주는 타입이다.
그것도 마음이 열린 사람에게만...!
“감사합니다!”
우진이 넙죽 검은색의 카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