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39
집중한 우진.
그가 애쉬라인의 수련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 후우웅....
순간 찬란히 빛나는 기운이 전신에서 터져나온다.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무형의 본질을 깨달아 위업 ’제약을 넘어서’를 달성하였습니다!]
[마나 +10]
[마나의 맹우(盟友)]
[마나가 스스로 자신의 힘을 빌려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눈을 뜬 우진이 자신의 변화에 감탄했다.
‘와! 나 이 정도면 마법사로 진로를 바꿔도 되겠는데...?’
마나의 맹우를 얻게 되면 정신집중 속도가 대폭 상승한다.
물을 마실 때 물컵에 따라서 마시는 거랑 입을 벌리면 쏟아져 들어오는 정도
의 차이다.
즉 마나가 알아서 자기를 돕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
‘뭐 나는 계승이 있으니까 궁극적으로는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대마법사를 압
도하는 존재가 될 수 있겠지만.’
계승은 마법보다 더 다양하고 강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각종 스킬은 물론이고 그걸 강화시켜 줄 패시브 및 연계기까지.
그러니 갑자기 마법 공부를 시작하는 건 효율이 안 좋다.
그래도 마나 사용이라는 측면에선 정말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애쉬라인은 정말 훌륭한 마나 사용자이자 탁월한 선생님이었다.
‘이거는 정말 기연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대장장이 만나러 와서 마나
각성을 해버렸어.’
자신의 주변을 감싼 세계가 변화한 느낌이었다.
온 정신을 다 모아야 힘을 빌려주던 마나가, 이제 웃으면서 먼저 손을 내미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뿌듯한 성취감이 들었다.
‘파티에서 마법사 놈들이 코웃음치던 게 선명한데.... 지금 내 모습을 보여주
고 싶군.’
항상 후열에서 안전하게 마법만 쓰던 그들.
전열에서 피터지게 깨지고 구르던 우진을 하찮게 여기곤 했다.
그래도 된다. 마법사니까.
그들에게는 ‘힐’이라는 제한된 회복 수단이 있기에.
일단 마법을 깨우치면 낮은 서클도 굉장히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다닐 수 있다.
‘고서클은 거의 초월자에 가까워지고, 중간 서클만 해도 무시무시한 힘을 내지.’
애쉬라인 발끝에도 못 오는 법사들이 1군이랍시고 같이 다닌 걸 보면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나도 힐 한 번만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지.’
자기에게는 안 줬다.
핵심 멤버에게 주기도 아깝기 때문에.
근데 이제 힐 같은 거 줘도 안 받는다.
우진이 실실 웃었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정말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바뀌어버린 자신의 능력.
‘기연이다 정말 기연이야.’
아무래도 이 장소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을 거 같다.
우진이 가장 우려하던 것은 ‘마법사들’의 존재.
그의 적 중에는 당연하지만 마법사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제 비밀스럽고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나는 더 이상 그들만의 힘이 아니다. 내 가장 든든한 아군이야.’
운용력이 월등히 상승했다.
원한다면 힐 마법도 배울 수 있다.
물론, 굳이 계승이란 능력 두고 그런 어려운 공부를 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 핑그르르....
그때 순간 세상이 빙글 돌았다.
탈진 직전의 증상이었다.
‘갑자기 공부하는 생각을 해서 그런가.... 아니야... 수련을 너무 오래 하긴
했어.’
아무리 피로에 강한 육체라고 해도 정신적인 측면은 무시할 수가 없다.
— 드르륵....
그렇게 방에 돌아온 우진.
‘와... 몸이 진짜 무겁다. 마나를 쉴 새 없이 몇 시간 동안 운용했더니 기절
할 거 같아.’
땀은 안 났지만 씻고 싶다.
마침 이 장소의 특수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은 온천을 좀 이용할까?’
애쉬라인이 편하게 쓰라고 했다.
효과가 썩 괜찮을 테니 1번 정도는 꼭 이용하라는 말도 했다.
‘그럼 가야지.’
옷을 챙겨서 온천에 간 우진.
— 쿠우우우....
그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진짜 온천처럼 제대로 꾸며놨네?’
노천탕은 아니다.
오히려 지구의 지하목욕탕 같았다.
하지만 설비만큼은 제대로였다.
— 풍덩....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싸그리 녹아내린다.
그때였다.
— 띠리링!
갑작스런 알림 소리.
[화산이 자신의 신비한 비밀을 드러냅니다.]
[지열 온천]
[지력 +3]
‘와... 워낙 특이한 장소라서 탐험 보상이 있네.’
월드가 인정한 존재인 ‘애쉬라인’의 작품.
그 장소마저도 보상이 붙어있다.
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화산의 열기를 정수(精水)하여 업적 ‘치유의 열기’를 달성하였습니다.]
[치유의 열기]
[체력 회복 속도 +30]
‘뭐야... 체력 회복 속도 패시브를 준다고?’
목욕 한 번에 어지간한 유니크 아이템급 패시브가 붙어버렸다.
게다가.
[지열 온천 이용]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모든 상태이상이 회복되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효과.
그게 ‘완전 회복’이다.
융합이라는 특수 능력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완전 회복은 대단한 효과였다.
‘와... 화산 진짜 대단하네. 아니, 애쉬라인이 대단한 건가.’
문득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온천 효과가 괜찮을 거라고? 그거 너무 겸손한 표현이잖아. 이 정도면 돈 받
고 쓰게해야 겠는데? 그것도 엄청나게 비싸게.”
사실 돈보다 더 귀중한 게 필요하긴 하다.
애쉬라인과의 인연과 그녀의 호의.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인맥이다.
‘정말 기연이다. 기연이 따로 없어.’
여기 온 거 자체가 전력을 대폭 상승시켜줬다.
심지어 원래 목적이었던 무형활의 업그레이드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일단 내일 아침까지 여기서 푹 쉬자.’
지금까지의 피로를 다 없애줄 정도로 대단한 장소였다.
무엇보다 정신적 피로까지 씻어주는 게 대단했다.
그걸 톡톡히 이용해먹기로 했다.
‘어차피 무형활도 내일 완성된다고 하니까 그때까진 풀 휴식이다.’
비록 아침까진 몇 시간 안 남았지만 계속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얼마간 쉬어
도 될 거 같았다.
— 똑... 또독....
그렇게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온천.
한가롭게 기대어 있자니 멍하니 여러 생각이 찾아왔다.
그중엔 애쉬라인에 대한 것도 있었다.
아주 특이한 존재.
혼혈 엘프 대장장이.
그녀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이나 헐벗은 복장 말고도 더 중요한 거였다.
‘애쉬라인 스킬은 뭘까나.......’
진지한 생각은 아니고 그냥 멍한 공상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때 찾아온 깨달음.
‘아... 그러고보니까 브라카처럼 혼혈이라 혈계 능력부터 계승이 되겠구나.’
트롤의 재생력.
그리고 어인의 숨결.
엘프도 비슷할 거다.
‘장생’이나 ‘자연친화’ 중에 하나가 나올 것이다.
‘둘 다 필요는 없겠네.......’
장생(長生). 이건 긴 수명을 허락해주는 능력이다.
자신은 언데드이니 밥만 잘 챙겨먹으면 노화 때문에 죽을 일은 없다.
게다가 월드에선 수준 이상의 강자가 되면 수명을 늘릴 방법이 따로 생긴다.
‘자연친화는 조금 땡기지만 나한테 별로 필요한 능력도 아니고.’
자신도 언데드 종족값 덕에 몇 가지 면역과 내성. 야간 시야와 스태미너 +100
회복을 얻었다.
저 여자에게도 비슷하게 각종 원소의 속성 방어 +50 정도는 기본적으로 따라
올 거다.
‘자연친화력은 엘프의 주특기니까 말이지.’
그걸 얻자고 저 여자의 힘을 계승한다?
그건 너무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속성 방어등은 다른 방법으로도 맞출 수 있지만, 저 여자의 대장장이 능력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다.
게다가 베풀어준 호의만으로도 그건 인간의 마음을 저버린 짐승 같은 행동이다.
‘뭐... 호기심으로 생각은 해볼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멍하니 있는 사이.
졸다 깨다 하다보니 체력과 정신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아침까지 조금 더 명상을 하자.’
잠은 오지 않았기에 방으로 돌아왔다.
— 드르륵....
근데 온천을 하고 나오니 목이 마르다.
‘냉수 한 잔 했으면 딱 좋겠네.’
그때 눈에 띄는 무언가.
방에 있는 그것은 명확하게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설마 저거 냉장고인가...?’
냉장고가 있다.
지구의 것과 형태는 다르지만 용도는 분명하다.
‘와... 항아리 형태의 냉장고라니.’
안에 들어있는 건 얼음처럼 차가운 냉수.
금속 병에 들어있어서 정말 짜릿하게 시원했다.
— 꿀꺽 꿀꺽....
“캬....”
이 맛에 수련한다.
‘근데 금속 조형 진짜 예술이네.’
물병에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금속으로 이 정도를 만들어내다니 엘프의 실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배려심도 대단했다.
‘방을 준비한다더니 냉장고를 켜놓고 물병도 채워놓았구나.’
자신의 동선을 고려하고 미리 준비를 해놓았다.
게다가 테이블 위의 깨끗한 수건까지.
‘호텔에 온 것도 아닌데... 고맙네 고마워.’
얼핏 퉁명스럽다.
하지만 속에는 분명 자기를 생각해주는 마음씀씀이가 보인다.
우진의 마음이 열렸다.
‘이 정도라면... 조금 더 신뢰를 주고 받아도 될 거 같은데.’
좋은 대장장이다.
귀중한 ‘추가 물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부탁해야 되는 입장이지.’
그건 바로 체이서.
개조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고에게 맡기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테니까.
*
아침이 밝았다.
로비로 나간 우진.
애쉬라인이 졸려운 기색도 없이 나타났다.
“방은 편했는지 모르겠군.”
“덕분에 정말 잘 쉬었습니다. 온천도 정말 대단했어요.”
애쉬라인이 기지개를 켰다.
“그렇다니 다행이군.”
우진이 냉큼 나섰다.
“아침 식사는 제가 준비할까요?”
“음? 물건 위치도 모를텐데 무슨.”
“어제 다 봤죠. 앉아 계세요 피곤하실텐데.”
그렇게 시작된 아침 식사 준비.
— 탁...
식기가 제자리에 놓이고 따끈한 훈제 고기와 냉장고에 있던 샐러드가 준비되
었다.
“허... 이거 참... 고맙군.”
“별 말씀을.”
우진은 봤다.
희미한 그녀의 미소.
‘이제 2번째로 보여주는 거군. 나중 가면 활짝 웃는 거도 볼 수 있겠지?’
피식 웃는 거랑은 다르게 뭔가 더 진심이 담긴 웃음이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애쉬라인은 다시 바쁘게 돌아간다.
“무형활은 1시간 정도만 기다려주면 완성될 거 같다.”
“예 아직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니까요 천천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정돈된 로비.
쿠션 같은 것도 놓여있다.
‘여기서 수련을 아주 쪼끔만 더 하자.’
우진이 명상에 잠겨 1시간을 보냈다.
힘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기에.
— 웅웅웅...
집중한 그의 주위로 피어오르는 마나.
하염없이 정신 세계 속으로 빠져들엇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미소를 짓고 있는 애쉬라인.
‘오. 벌써 활짝 웃는 걸 봤어!’
“내가 명상을 방해했군.”
“아닙니다. 그보다....”
“그래. 완성되었다.”
무형활을 내미는 애쉬라인.
황급히 일어난 우진이 자신의 무기를 돌려받았다.
그런데 그건 활의 형태가 아니었다.
“와... 이건 진짜... 와... 팔찌 그 자체네요?”
아주 고귀한 묵빛의 팔찌.
정보를 확인하니 무형활이 확실하다.
새로운 옵션이 2개 생겼다.
[형태 변환 - 엘프 명장의 솜씨]
[이 활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우진이 요구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그 밑에 더 놀라운 게 있었다.
[효율 증폭] [마나]
[이 신비한 활은 사용자의 마나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효율 증폭이라고?’
마나 무기에 붙는 최고의 옵션.
만약 이게 모바일 게임이면 이걸 뽑기 위해 수 억원을 들여도 될 정도로 귀중
한 옵션.
동일한 양의 마나로도 더 강한 출력이 나온다.
오직 전설에만 붙을 수 있는 최상급의 능력이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따로 옵션을 1개 달아준다고 해서 약간 기대하기는 했는데 이거라고?’
경악을 눈치 챈 애쉬라인.
“보주만으론 부족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재료를 좀 썼다. 어차피 창고에서 놀
고 있던 거라. 요금 청구는 안 할 테니 사양말고 받아라.”
무덤덤하게 말하는 애쉬라인.
마치 자기가 1개 더 챙겨준다고 했으면 당연히 이 정도는 나오는 거 아니냐는
듯한 모습.
거기다 자기 재료까지 추가로 사용을 했다고 한다.
엘프 명장이 쓰는 재료이니 거의 보주와 동급일 것이다.
‘와... 큰절 한 번 할까...? 아니다. 구배지례...?’
우진이 벌떡 일어나자 뭔가를 감지한 애쉬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마워 할 필요 없다. 덕분에 나도 재밌었으니. 좋은 전설 아이템을 다루면
그것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지. 아주 즐거운 대화였다.”
“어... 그렇습니까?”
아이템이랑 대화라니. 물론 표현이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신기한 얘기다.
‘명장은 역시 다르네. 물아일체 개조법인가봐.’
“그래. 무기에 길을 아주 잘 들였더구나. 주인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나
도 최선을 다 한 것이니 감사 인사는 됐다.”
“아닙니다! 정말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진이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 철컥.
그리고 착용한 무형활 팔찌.
손목에 아주 특수한 감각으로 착 감겼다.
“착용감 끝내주는데요?”
“후후. 본격적인 감상은 실제로 변화 테스트를 해본 뒤 듣도록 하지.”
“그럴까요?”
우진이 테스트에 들어갔다.
— 우웅....
마나를 불어넣는데.
순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3단계라고?’
작동한 순간 주인으로서 알게 되었다.
이 활은 모습이 3가지다.
즉, 무형활 3단 변신이 가능해진 것.
“후후. 역시 바로 알아차렸군.”
빙긋 웃는 애쉬라인.
아무래도 무형활에 엄청난 대격변이 찾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