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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38화 (38/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38

엘프의 온천.

일반적으론 아주 아름다운 숲에 있는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여긴 화산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인간은 접근할 수 없는 공간.

절벽 안의 인공적인 시설에 우진이 감탄했다.

‘혼자 사는 시설이 이 정도라고? 이 엘프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하지만 정작 그 엘프가 더 경악하고 있다.

‘이, 이 인간은 도대체 뭐지...?’

그 경위는 이렇다.

지하실은 일종의 대형 난로였다.

거기에 뗄감인 철갑나무를 한아름 넣은 애쉬라인.

“아, 이제 여기다 불을 붙이면 되는 거군요?”

“그래. 물러서라 일단 가연성 물질을 뿌리고 발화도구를....”

고생하는 애쉬라인에게 우진이 물었다.

“불 마법 못 써요?”

잠시 당황한 그녀가 피식 웃는다.

“불 마법으로 철갑나무에 불을 붙이려면 대단한 마력이 필요할 거다. 나도 마

법을 익힌 몸이지만 그건....”

“될 거 같은데?”

엘프가 결국 팔짱을 꼈다.

자꾸 헛소리를 하는 인간.

이제 아예 몸을 풀듯이 팔을 돌리고 있다.

“한 번 해봐도 돼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저 진짜 죽은 사람이거

든요.”

농담처럼 던지는 진담.

결국 엘프가 항복하듯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래... 해 봐라. 그럼.”

“오우, 고맙습니다.”

뗄감 앞에 간 우진.

괜히 기를 모으는 척 하면서 발끝에서부터 숨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태극권처럼 팔을 휘저어 앞으로 내민다.

— 후우우욱....!

일부러 입으로 불을 뿜어냈다.

‘스킬은 임팩트지.’

마치 용의 숨결처럼 나가는 강력한 화염 줄기.

— 화르르륵!

그 강인하다는 철갑나무에 불이 붙어버렸다.

순간 고양되는 정신.

우진이 자기의 포텐셜에 스스로 놀랐다.

‘우와, 마나를 엄청나게 써버렸네. 그래도 보람은 있다. 애쉬라인 표정 좀 봐

라.’

원래라면 갖은 고생을 해야 붙는 불.

우진이 너무 쉽게 해결해줬다.

그녀가 믿기 힘들다는 듯 말한다.

“너... 무... 물 계열 아니었나?”

어차피 마법사로 오해하고 있는 김에 좀 뻐기기로 했다.

“전기도 되는데요?”

— 치지직.

왼손에서 전기를 뿜어내자 경악하는 애쉬라인.

“3... 3원소? 너... 너는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기에....”

우진이 피식 웃었다.

자기도 이해는 간다.

‘인간도 아니라는 것까지 밝혀다간 기절하겠군.’

5원소가 가능하다는 걸 밝히면 기절한 다음 깨어났다가 다시 기절할 지도 모

른다.

“이제 된 거죠?”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애쉬라인.

“그... 그래. 고, 고맙다.”

그렇게 뗄감 불붙이기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

“일단은 방을 안내해주지.”

로비로 돌아왔다.

그리고 열쇠 하나를 챙겨드는 애쉬라인.

그런데 말을 하면서 옷을 벗는다.

정확히는 몸통의 강화 아머를 벗고 있었다.

‘답답하긴 하겠네.’

아무래도 지금까진 우진을 약간 경계해서 방어 수단을 남겨둔 것 같았다.

— 슈쿵....

바람빠지는 소리와 함께 벗겨지는 강화 아머들.

그런데 그 안에 복장이 좀 시원하다.

‘더우니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눈 둘 곳이 없군.’

시원한 걸 넘어서서 헐벗은 듯한 상하의.

지구로 치면 나시에 짧은 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일단 잡생각 접어두고 일이나 하기로 했다.

‘난 이미 죽은 언데드다.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하자.’

“자, 여기서 쉬면 된다.”

방을 안내 받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주방 비슷한 장소에서 저녁 식사까지 대접을 받았다.

‘은근히 손님상은 챙기네.’

엘프라 풀떼기만 먹을 줄 알았는데 메뉴가 제법 괜찮다.

‘아니 뭐야 자기도 고기 먹고 있네?’

오늘 식단은 저장해놓은 듯한 훈제 고기.

그걸 잘도 먹고 있다.

역시 혼혈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 덜그럭....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

대장장이의 명예가 걸려있다는 듯 위풍당당하게 얘기한다.

“약속은 약속. 의뢰를 얘기해라.”

단도직입적이라 좋다.

자신도 미룰 생각 없다.

— 척....

우진이 보주를 꺼냈다.

아름다운 빛을 내는 보주.

“이거 보여주는 의미 알죠?”

잠시 정적.

끄덕여지는 고개.

푸른 보주를 본 애쉬라인의 눈에 그리움이 감돌았다.

“보주로군.”

[청색 보주]

보물을 본 엘프 애쉬라인의 눈망울이 아른거린다.

“이건 우리 종족의....”

뭐라 말하려던 그녀가 갑자기 말을 바꾼다.

“아니, 내가 잘 아는 종족의....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종족이 가장 잘 다

루던 보물이었지.”

“종족이라면.... 엘프?”

“무, 무슨....”

부인하는 애쉬라인.

하지만 우진은 천역덕스럽게 말했다.

“다 알고 왔는데. 어디 떠벌릴 생각도 없으니 안심해요.”

“무, 무얼 안다는 거냐.”

“그쪽이 엘프 혼혈이라는 거.”

“그걸 어찌...!”

참 단순하다.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대부분은 대장장이 일에 몰두해온 여자.

신뢰는 말로 생기는 게 아니기에 행동으로 옮겼다.

— 후우웅...

우진이 강혼으로 보주를 두둥실 띄워 애쉬라인에게 넘겼다.

마법과도 같이 전달되는 보주.

‘음 처음 해보는 건데 잘 되네.’

이 정도면 거의 염동력 수준이다.

“헛....”

애쉬라인이 당황하면서도 잘 받았다.

“보다시피 나도 평범한 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 얘기만 하자고요.

괜찮겠죠?”

잠시 고민하던 애쉬라인이 결국 입술을 살짝 물었다.

“좋다. 내게 무엇을 부탁하려는 거지?”

품에서 무형활을 꺼냈다.

아이템의 가치를 알아본 애쉬라인이 감탄했다.

“전설 아이템이군. 게다가 기운이 보통이 아니야.”

“맞아요, 이거에 옵션을 좀 부여하고 싶은데. 청색 보주를 가져온 이유를 알

겠죠?”

잠시 고민하던 애쉬라인.

전설이라면 그녀도 마냥 쉽지 않다.

“무슨 옵션을 원하지?”

“형상변환. 최대한 작은 형태로. 기왕이면 손목에 찰 수 있는 형태면 좋겠어요.”

그러자 다행이라는 듯 얼굴이 밝아지는 엘프.

“형상변환이라면 가능하다. 혹시라도 공격력 관련 옵션을 부탁할까 걱정을 했

는데. 아이템을 개조하려는 자들은 다 그걸 원하거든.”

우진이 빙긋 웃었다.

“이건 지금도 성능이 괴물 같거든요. 내 마나만 올려주면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는 아이템이죠. 그러니까 형상변환만 부탁할게요.”

“가능하다. 그리고 시간을 좀 주면 옵션 하나 정도는 추가해보겠다. 청색 보

주가 있으니 그 정도는 가능해.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나보다 월등한 대

장장이가 필요하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는 대장장이.

오히려 신뢰감이 간다.

우진이 속으로 웃었다.

‘자기보다 월등한 대장장이라니. 신이라도 만나라는 얘기군.’

정말 겸손한 명장이었다.

전설 아이템을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을 깔볼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열정이 넘친다.

벌써부터 진지하게 의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손목에 차는 형태라면 팔찌가 괜찮겠군.”

“어. 그럼 좋죠! 저도 정확히 그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해도 활이 제

대로 작동할까요?”

애쉬라인이 약간 놀랐다.

“설마 이 활을 쓸 때 시위를 당기고 있나?”

“아뇨? 그냥 의지로 화살을 불러내죠.”

그러자 후후 웃는 엘프.

그 얼굴을 보자 뭔가 깨달음이 밀려왔다.

“아 설마? 활대조차 필요가 없는 건가?”

“그래, 그건 마나를 쏜다는 이미지를 보조하기 위한 것. 시위를 당길 필요가

없는데 화살이 꼭 활대에서 발사될 이유가 있을까.”

애쉬라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듯이 간단한 마법을 구사했다.

— 슈슝....

“마나 사용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녀가 활을 쏘듯 자세를 취하고 가상의 시위를 당긴다.

— 스으읏....

마치 투명한 활에 엉기듯 나타나는 1발의 매직 미사일.

기다란 형태가 되어 허공에 머물렀다.

‘매직 미사일이군. 초급 마법이지만 매우 능숙해.’

우진의 관찰 속에 애쉬라인이 시범을 이어갔다.

“이게 기본이다. 하지만 능숙해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그녀의 머리와 어깨 위에서 나타난 3발의 매직 미사일.

아무 동작 없이 발생했다.

“혹은 이렇게도 가능할 것이고.”

이번엔 그녀의 앞에 5발의 매직 미사일이 발사 대기 상태로 놓였다.

이제 우진이 완전히 깨달았다.

마나는 제약이 없다.

제약을 만들고 있던 건 자신이다.

“이해했어요. 활이라는 명칭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거. 그러니까... 이런 식인

가?”

우진이 무형활을 허리에 차고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활을 쏘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자세.

그런데.

— 웅웅웅웅....

그의 손가락 앞에 나타나는 다섯 개의 작은 화살.

제약을 벗어나니 활용 방식이 대폭 상승했다.

‘오! 크기는 작지만 다중시 5발이 되었다. 활은 내 허리춤에 있는데.’

“후후... 이걸 바로 이해해서 응용할 줄이야. 마법사는 역시 다르군.”

흐뭇한 애쉬라인.

반대로 우진 쪽에서도 감탄하고 있었다.

‘엄청 중요한 걸 배웠네. 역시 엘프야. 대장장이 능력 키우기도 힘들었을텐데

마법은 또 언제 익혔을까.’

1서클의 마법이지만 숙련도가 대단했다.

마법과 스킬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마법은 아주 힘들게 익혀야 한다.

대신 한 사람이 여러 개 마법을 익힐 수 있고, 재능과 노력만 있으면 강한 능

력들을 마구 발휘할 수 있다.

‘단, 익히기가 진짜 어렵지. 판타지 세계쪽에서 온 사람들도 어지간하면 포기

하잖아.’

하지만 엘프는 수명이 길다.

한 50년 정도는 마법에 투자하고 다른 일을 해도 남들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

기에 저런 다재다능이 가능하다.

‘와 잠깐. 나 그러고보니 엘프한테서 마나 운용에 대한 강좌를 들은 셈이잖아?’

우진이 열성적인 학생이 되어 애쉬라인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저 질문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예. 마나 회복에 대한 꿀팁은 없을까요?”

“아... 꿀...?”

“그러니까... 마나 회복하는 본인만의 비결?”

“아, 명상이 도움이 되더군. 매일 수양해라. 그러면 지속적인 회복 속도가 상

승한다.”

‘와씨 진짜 개꿀팁이네.’

최대한 빼먹어야 한다.

우진이 아예 인생을 건 학생 모드가 되어서 질문을 쏟아냈다.

그 열정에 감화되어 자신의 노하우를 몇 개나 뱉어내는 엘프.

“그러니까 정신을 집중하는 거랑 근육에 힘을 주는 건 전혀 다른 거라는 거죠?”

“그렇다. 오히려 힘을 풀어야 더 순수한 마나가 방출되지.”

“오... 과유불급!”

“과유...? 아니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도 좋다. 비어있을 수록 가장 많은 힘을

담을 수 있겠지? 순수한 마나는 잡념이 없는 상태에서 방출된다는 걸 기억해라.”

하나하나가 지혜가 담긴 조언들.

우진이 평소 궁금하던 것을 다 해결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흐뭇해보이는 애쉬라인.

두 사람의 문답이 장장 2시간에 걸쳐서 지속되었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안내하는 애쉬라인.

아예 그녀의 수련장으로 이동했다.

시범까지 보여준다.

“그러니까 마나의 폭발은 이런 거다.”

— 슈슉... 쾅!

매직 미사일이 나가서 표적을 ‘터트렸다’.

마치 폭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 꼭 마나를 쏴서 꽂는다는 발상도 필요 없겠군요?”

“그래, 마나는 힘이다. 네가 터지는 이미지를 명확히 떠올릴 수 있으면 폭발

화살도 가능하겠지.”

우진이 시험삼아 무형시를 날려봤다.

정말로 폭발이 일어나는 화살을 쏠 수 있었다.

물론 애쉬라인보단 미숙하지만 그래도 분명 폭발이었다.

‘진짜 인간 전차가 될 수도 있겠는데...?’

흐뭇하게 지켜보는 애쉬라인.

“수련장을 쓰고 싶으면 편하게 써라. 하지만... 무형활을 빨리 개조하고 싶다

면 지금 주는 편이 좋겠지.”

“아! 그럼 일단 활은 가져가주세요.”

애쉬라인이 무형활을 받아들었다.

“좋다. 다른 활도 있으니 마음대로 사용하고 방과 온천도 편하게 써라.”

“넵! 감사합니다!”

그녀가 각종 물건과 장소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바로 내 작업장으로 가지. 넌 편히 있어라. 내일 아침이면 물건이 완성

될 거다.”

밤샘 작업을 하겠다는 얘기다.

“오 그렇게까지 해준다면... 대단히 감사하죠?”

사양하지 않고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애쉬라인이 떠난 방.

우진이 수련을 시작했다.

활이 없어도 마나 활용은 연습할 수 있다.

그녀가 알려준 소중한 꿀팁들을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4시간 뒤.

우진에게 뜻밖의 변화가 찾아왔다.

그건 ‘각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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