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36
오대(五大) 원소 업적.
다섯 속성을 다루는 자에게 주어지는 영광.
그 알림이 우진을 강타하듯 떠올랐다.
[오대 속성을 모두 습득하여 전설적 위업 ‘다섯 개의 원소’를 달성하였습니다.]
[해당 원소 — 물, 불, 전기, 바람, 대지]
[마나 +20]
‘이럴 수가.... 내가 이걸 이뤄냈다고...?’
이건 대마법사 정도가 되어야 이룰까말까한 전설 위업.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살펴보니 진짜 5개를 모으긴 모았다.
‘전기 있고, 물 있고, 바람은 삭풍... 불은 방금 얻은 거고. 대지는 뭐지?’
위업 내역을 봤다.
세부 사항을 보니 당당하게 적혀있는 그 이름.
[대지 - 땅굴 파기]
‘이런 미친... 푸흐흐하하....’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땅굴파기가 대지 속성으로 인정이 됐네.’
안 그래도 잘 써먹던 스킬이 효자 노릇 톡톡히 한다.
‘고맙다 두더지야....’
살코기로 기력보충을 시켜주고, 또 소중한 스킬까지 주고 간 그 녀석.
비참하던 탈주노예 시절이 기억나서 웃음이 났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천지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스킬이 속성으로 인정되는 것도 고마운데, 땅굴 파기가 1속성을 채워주다니.
이거 참....’
전생엔 뭘 해도 한끝 차이로 실패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생은 다르다.
뭘 해도 잘 풀린다.
우진이 붉은 평원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옆에는 얌전히 체이서가 앉아있었다.
‘내가 오대원소 업적을 딸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전설적 위업은 그냥 달성만으로도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뜻이다.
월드의 속칭 ‘깔아주는’ 존재.
그냥 일개 반푼이였던 자신이 그런 인물이 되었다.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지. 나마저도 나를 무시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이
젠 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만큼은 나를 믿어야 한다는 거.’
전설적 위업의 달성은 단순히 기쁜 알림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치를 월드에 인정받은 소중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바로 우진.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제대로 인정하게 되었다.
‘더 이상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자. 언데드건 뭐건 과거에 뒤통수를 100대를
처맞았건 상관없다. 나는 힘을 계승하는 자다.’
물론 이런 정신적인 측면이 끝이 아니다.
거기다 보상까지.
‘마력 20 포인트라니. 미라클 포션급 성장을 이뤄버렸다.’
물론 이건 대마법사 수준에선 조금 기쁜 정도일 거다.
하지만 자신에겐 거의 호랑이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약 2배 정도 상승하겠어.’
그게 끝이 아니다.
[월드가 자신의 신비한 비밀을 드러냅니다.]
[원소 탐구자]
[모든 스탯 +1]
일종의 개척 보상.
원소 습득이 아니라 사용만 해도 준다. 즉 불계열 스크롤 같은 걸 사용했어도
달성이 됐을 거다.
월드를 잘 모험하고 있다는 뜻의 탐험 보상이었다.
‘예쓰! 모든 스탯이면 땡큐지.’
전설 업적 이후라 약간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올스탯 1은 사실 대단한 보상이었다.
‘단순 가치만 따져도 강화 포인트 6개랑 맞먹으니까.’
더욱 힘이 난다.
일단 강해진 힘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스탯 끝자리부터 맞추고 시작하자.’
효율을 증폭하는 수치를 만들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10단위로 스탯을 정리하는 것.
‘민첩에 6포인트를, 마나에 1포인트를 분배한다.’
[민첩 70]
[마나 50]
아주 보기 좋게 아름다운 수치가 만들어졌다.
그의 현재 레벨은 59.
동레벨의 민첩 공격수와 마나몰빵 마법사를 뛰어넘는 하이브리드 스탯이 생겼다.
그때 마나 스탯이 50을 달성하며 더욱 놀라운 알림이 떴다.
[마나 숙련자]
[이제부터 같은 양의 마나가 더 큰 효율을 발휘합니다.]
[마나 친밀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마나의 양이 더욱 많아집니다.]
우진이 감탄했다.
‘와 마나도 올리면 올릴수록 효율이 엄청나지는구나.’
민첩 50을 달성했을 때와 같은 변화.
그때도 ‘압도적인 속도’와 ‘압도적인 감각’이라는 특수 능력을 얻었다.
일종의 스탯형 패시브.
마나도 똑같았다.
구간을 넘어서자 대폭 증가된 능력.
‘일단 다중시가 몇 개까지 되나 볼까?’
다중시를 테스트해보자 7개의 화살이 맺힌다.
— 후우우웅....
‘와, 거의 정비례 수준으로 늘어났어!’
원래는 4개. 그런데 3발이 더 생겼다.
화살 1개가 늘어날 때마다 마나 소모가 대폭 상승하는 능력 다중시.
그런데도 거의 정비례하듯 7개나 성공해버렸다.
‘럭키 세븐이구나. 좋다 좋아.’
단순히 따져도 2배 가량의 화력이 생겼다.
이걸로 적을 덮쳐버리면 피하기는 커녕 최대한 덜 아프게 맞을 고민을 해야할
거다.
‘게다가 단검까지 섞어주면 그야말로 비가 내리는 걸 피하려고 하는 꼴이지.’
— 후쿠웅....
풀차지샷도 4발 맥스까지 가능해졌다.
활에서 포격이 나가는 셈이다.
‘이제 날 인간 전차라고 불러라.’
마나가 높아지니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내친김에 다른 스킬도 써보기로 했다.
‘이번엔 가장 최근에 얻은 불꽃 테스트.’
— 화아아악!
화력를 비교해보니 처음 써봤을 때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까는 지져버리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그냥 뼈까지 태워버릴 거 같다.
‘와 진짜 무슨 대마법사라도 된 거 같네.’
스킬은 그대로지만 어딘가 업그레이드가 된 느낌이라 좋았다.
아예 적의 존재마저 녹여버릴 거 같은 강력한 불길.
‘강해진다는 거... 이거 중독성 있네.’
우진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끝도 없이 많다.
더 많은 힘. 더 강한 힘. 더 압도적인 힘.
그걸 위해 절대 멈추고 싶지 않다.
“가자 체이서!”
그가 다시 화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고속 이동을 24시간 이상 유지하여 위업 ‘속도 중독’을 달성하였습니다.]
[민첩 +5]
다음 날.
‘이게 벌써? 체이서가 아주 보물이다 보물이야.’
본격적인 화산지대에 도착한 우진이 감격했다.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딸까 고민하던 위업.
그냥 이 악물고 본체로 24시간을 달려도 되고, 최상급 탑승물로 밤샘 운전을
해도 된다.
그런데 체이서의 속도에 흠뻑 빠져서 달리는 사이 자동으로 달성이 되어버렸다.
‘역시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가 없다더니.’
자기도 모르게 따버린 위업.
민첩 5 포인트는 주스탯이라 더 고마운 보상이었다.
‘고맙다 체이서!’
이제 진짜 ‘화산’에 도착했다.
우진이 완전히 바뀐 환경에 감탄했다.
‘야, 근처에 사람이 안 사는 이유를 알겠네. 엄청난 열기야.’
가까이 오자 믿기 힘들 정도의 화기가 덮쳐왔다.
아지랑이가 오르는 듯한 시야의 필드.
일단 기술을 써서 자신을 보호했다.
‘물의 가호.’
물구슬이 자신을 감싸고 가호를 펼쳤다.
열기가 완벽 차단되고 안에 공기가 선선해져서 아주 좋았다.
‘완전 이동형 에어컨이네.’
이제 필드 패널티에 자유로워졌다.
볼일을 보러갈 시간이었다.
‘일단 보주부터 사용하러 가자.’
화산 지대에 온 이유는 2가지다.
첫째는 체이서의 동력원을 구하러.
둘째는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대장장이를 만나러.
여기는 화산.
아주 특수한 대장장이가 산다.
그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바로 엘프.
잊혀진 고대 종족이자, 월드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종족이다.
‘이 세계의 마지막 엘프이자, 현재 내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대장장이지.’
드워프도 아니고 엘프가 대장장이라니.
그건 그녀의 실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녀를 만나면 전설 아이템인 무형활이 한 단계 강화될 거다.
신격이 부여한 그녀의 단계는 ‘명장(名匠)’이니까.
그렇게 우진이 화산에 사는 엘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무형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 저벅 저벅....
‘체이서는 일단 인벤에 넣자.’
대신 두 발로 걸었다.
여긴 빠른 속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수색을 하려는 거니까.
그리고 주위를 잘 살핀다.
‘야 여기는 무슨 나무부터 희한하게 생겼네.’
화산.
이곳은 생태계부터 다른 곳과 달랐다.
사람이 살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 독특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나무부터 단단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금속 수준이다.
‘철갑나무. 이걸 재료로 만드는 아이템도 많지.’
대장장이가 이곳에 사는데는 이 나무의 존재도 한 몫 한다.
‘질 좋은 철갑나무는 상급 재료니까.’
그런데 수색에는 방해 된다.
빽빽하다.
화산 자체로도 크고, 지형도 복잡하고 험해서 수색이 어려울 것 같았다.
‘흠... 칼리 흉내를 내볼까? 그게 이런 복잡한 곳을 수색하는데는 딱이니까.’
대규모 수색.
칼리가 창안해서 써먹던 기술인데 자기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슈우우....
눈을 감은 우진의 주위로 사념의 줄기들이 뻗어나갔다.
‘사령 거미줄.’
자신을 중심으로 사념을 거미줄처럼 펼쳐서 레이더로 이용하는 기술.
시전자의 집중력에 따라 범위가 달라지고 민감도 역시 차이를 보인다.
‘일종의 기감이라고 볼 수 있지.’
월드 사람들은 이걸 영적인 방어라고 부르면서 칼리를 두려워했다.
칼리에게는 사각이 없다, 칼리는 모든 걸 알고 있다.
칼리를 두려워하라!
‘하지만 그냥 고도의 정신집중을 이용한 트릭일 뿐이었어. 사령술의 주인이
되니 명확히 알 수 있다.’
물론 이거만으로도 대단하다.
우진과 만난 시점에서 원주인 칼리는 아직 이걸 펼치지 못했다.
즉 사령술 중에서도 고급 테크닉.
그걸 펼친 우진이 기술의 완성도에 감탄했다.
‘대단하네. 확실히 난 스킬 숙련도가 빨리 늘어난다. 많은 스킬을 다뤄본 경
험, 그리고 시너지. 이게 엄청나.’
처음 펼쳤는데도 탐지 범위가 꽤 넓고 촘촘했다.
— 슈우우....
그렇게 우진이 사령 거미줄을 펼친 채 화산을 나아갔다.
그러다 뭔가 신기한 지형이 감지되었다.
‘저긴 뭔데 저렇게 힘이 요동치는 거지?’
이 화산에서도 유별난 장소가 있었다.
‘저기 그 여자가 있을 거다.’
빠르게 이동했다.
온갖 지형을 타고 넘으며 순식간에 다가갔다.
마침내 거기 접근한 우진.
그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화산이 자신의 비밀을 드러냅니다.]
[초고열 지대]
[지력 +3]
그건 바로 몸이 녹아버릴 거 같은 초고열 지대.
지형이 특이할 뿐 아니라 넓다.
말하자면 화산의 열기가 가장 강한 곳이었다.
‘워.... 이제부터 진짜 탐사 시작이군.’
우진이 이를 악물며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 화기(火氣).
물의 가호가 벗겨지려고 할 지경이다.
마나 보강 정도는 부족해서 아예 새로운 스킬을 덧씌웠다.
‘수력 집중.’
강습어에게서 얻은 수계열 강화 스킬.
물구슬이 대폭 강화되었다.
— 우우웅...!
더욱 강력해진 물의 장막.
초고열 지대로 들어갔다.
‘좋아, 버틸만 해. 아니 오히려 강력한 수력이 화기를 몰아내고 있다.’
초고열 지대를 이겨내는 강력한 스킬 연계.
오히려 자신이 걸어가는 장소가 정화되는 기분이다.
— 우웅... 우웅....
그렇게 인간이 죽어나가야 하는 장소를 태연히 걸어나가는데.
‘어라?’
엘프를 만난 것은 바로 그 장소에서였다.
— 드르륵.... 쿵....!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마침내 만난 여자.
그녀는 좀 신기한 일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복장도 특이했다.
‘저 여자 엘프 맞아?’
그건 벌목이었다.
그것도 대규모의 벌목.
‘철갑나무를 저렇게 쉽게 베고 있어...?’
이 지옥의 필드에서 태연하게 나무를 벤다.
‘맞아.... 저 여자는 대장장이로서만 뛰어난 게 아니라 본인 자체도 엄청난
강자였지.’
강자(强者)에도 종류가 있다.
그냥 강하기만 한 자.
성정이 올바르게 강한자.
저 여자는 아주 올바르게 강하다.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 자신의 향후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반드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벌목은 예상 밖이지만, 가만보니 이유를 알 거 같다.
저거도 다 의미가 있는 행동이다.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더 중요 인물이 되겠어.’
이제부터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
그가 일종의 ‘기연’을 향해 침착하게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