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34화 (34/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34

— 스쿠웅....

바다를 물들인 푸른 전류의 폭발.

마치 번개의 마법진과도 같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어인 샤다스.

배를 뒤집고 둥둥 떠있는 것이 마치 죽은 고기 같았다.

하지만 우진은 속지 않았다.

‘죽은 척을 하네. 그러고 틈을 노리려고? 어림도 없다.’

방금은 겁을 주기 위해 최대한 강도를 낮춘 공격이었다.

그런데 죽은 척을 하면 곤란하다.

우진이 바다를 향해 말했다.

“짜릿하지? 다음 번엔 강도를 높이겠다. 참고로 방금은 100분의 1 정도였으니

참고해라.”

그러자 번쩍 눈을 뜨는 샤다스.

“아... 아... 아... 안....”

“돼.”

하지만 다시 움켜쥔 손.

— 치지지직!

“끄아아악!”

이번엔 좀 강도를 높였으니 더 짜릿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연계가 점점 능숙해지고 있네.’

오는 길에 부단히 뱀장어의 술을 연마한 보람이 있었다.

‘자... 이제 초벌구이도 했으니까 본격적으로 지져볼까.’

바다로 뛰어든 우진이 기절한 샤다스를 건져냈다.

멱살을 잡고 해안가로 나와서 놈에게 ‘괴성’을 통해 협박을 했다.

“샤다스. 안 죽은 거 안다. 일어나라.”

괴성 스킬도 더욱 능숙해져서 이제는 낮은 말소리에도 위압감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너 지금 안 일어나면 회쳐버린다.”

그 말에 번쩍 눈을 뜨는 샤다스.

우진이 원한의 염주를 꺼냈다.

샤다스가 해골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뭘 놀래. 내 아이템이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

“아, 아닙니다.”

얼떨결에 복종 모드가 된 샤다스.

이건 놈의 정신이 반쯤 나갔다는 증거다.

‘원래 저런 식 말투를 쓰는 놈이 아니니까.’

하지만 계속 써야할 거다.

그러지 않으면 아주 아플 테니까.

“자 버텨.”

샤다스를 일으켜세운 우진.

어깨를 탕탕 두드려줬다.

그것만으로도 아픈지 눈살을 찌푸리는 샤다스.

“격려해준 건데 아파?”

“아, 아닙니다....”

우진이 염주의 포박으로 샤다스를 묶었다.

“그럼 시작한다. 주댕이 꽉 물어.”

묶여 있는 놈에게 물의 가호를 씌운다.

당연히 저놈을 배리어로 보호해주려는 건 아니다.

‘가둬놓고 지져버리기 위해서지.’

놈을 감싼 물의 구슬.

거기에 뱀장어의 술을 불어넣었다.

— 츠즈즈즛...!

“끄아아악!”

고통스럽게 펄떡이는 어인.

눈이 뒤집어지고 덜덜 떤다.

“너 나한테 물고문한 적 있지. 너는 어인이라서 물에서 숨 쉬어진다고 내 머

리를 바다에 처박고 눌렀잖아. 그리고 왜 못 버티냐고 낄낄거렸지?”

“내... 내가 언제... 크아아악!”

반항하는 놈에게 다시 전기를 먹였다.

“그래 우린 지금 초면이니까. 근데 내가 아니어도 다른 놈한테 했을 거 아니

야. 솔직히 말하면 살려줄 테니까 말해봐.”

전기를 잠시 멈춰주자 헉헉거리다가 실토한다.

“해, 했습니다...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죽을 정도로는 아니고 잠깐 장난으

로... 크아아악!”

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 장난에 우리는 죽을 뻔했다고 이 새끼야. 그게 너한테나 장난이지 우리는

따로 숨참기 연습까지 했어. 너 그건 알았냐?”

결국 일말의 뉘우침을 보이는 샤다스.

“그게... 그... 죄송... 아 그런데 진짜 누구십니까...?”

“누구? 니 수영놀이에 제일 많이 끌려갔던 사람이다. 그러고보니까 그것도 있

었네. 수영놀이? 놀이? 넌 그게 놀이냐?”

다시 떠오른 과거.

즐거워하던 샤다스의 얼굴.

‘넌 진짜 이걸로는 부족하다.’

도저히 곱게는 못 보내겠다.

십이 단검을 날려서 사지에 꽂았다.

— 퍼퍼퍼퍽

마치 부두인형처럼 칼이 박혀버린 샤다스의 사지.

거기에 다시 전기 충격을 넣었다.

“끄아아아아악!”

팔다리에 공평하게 3개씩 꽂은 다음 그걸 다 전류로 연결시켰다.

전신에 골고루 타격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은 역시 이거다.”

제일 굴욕적이었던 싸대기를 날려서 갚아주었다.

— 뻐억...!

그저 뺨치기라고 하기엔 엄청나게 강력한 스매쉬.

“아으... 아으으윽....”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샤다스에게 말했다.

“살고 싶지.”

“에... 에에에!”

“그럼 이거 버티면 살려줄게.”

“으... 으으으으....”

다시 한 번 스매쉬.

— 뻐어억!

못 버티고 기절했다.

흔들어서 다시 깨우고 진지하게 말했다.

“버텨. 그럼 살려준다니까. 나 지금 힘조절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람 민

망하게 만들 거야?”

어떻게든 입을 움직이는 샤다스.

“아... 아니이아.”

“그럼 버텨라?”

— 뻐어억!

그렇게 계속 쳤다.

몇 번을 반복해서 쳤다.

자신이 저 넓적한 손바닥에 뺨을 맞던 기억이 생생했기에.

그리고 마지막 순간.

“자 이제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란 말에 애써 고개를 든 샤다스가 기겁을 했다.

“어... 어어어어!”

— 쿠드드득....

갑자기 우진의 손에 뻗어나온 손톱.

그걸 보고 경악하는 샤다스.

“사, 사, 사... 살려....”

“아니, 넌 실패했어. 내가 기회를 줬는데 못 받아먹었지.”

처음 버티라고 했을 때 못 버텼으니까 놈은 이미 미션에 실패했다.

“이 아니... 씨발... 씨발 너 도대체... 씨발 뭔데! 나한테 왜 그....”

“넌 왜 그랬는데.”

운명을 깨닫고 발악하는 샤다스에게 우진이 싸늘하게 물었다.

“넌 왜 그렇게 사람을 괴롭혔는데.”

“내가 도대체 언제......!”

“나도 몰라. 되살아나서 찾아오면 알려줄게.”

“뭐... 뭐... 그게 무슨.......”

우진이 차분히 끝낼 준비를 시작했다.

“말이 길었다. 너랑 대화가 통할 것도 아닌데. 잘 가라.”

절망하는 샤다스.

“아... 아... 아... 안....”

“돼.”

마지막 말과 함께 주저없이 움직이는 손.

양손에서 기다란 손톱을 꺼내 거기 뱀장어의 술을 부여한다.

— 치지지직...!

강화된 손톱이 검푸른 마기를 뿜어낸다.

그걸로 직접 놈의 머리를 깨트려버렸다.

— 콰지직....

마지막까지 놈의 눈을 노려보며 그게 튀어나올 듯이 터지는 걸 확인했다.

— 쿠드득....

마침내 긴긴 고통 끝에 죽어버린 원수.

“속이 다 시원하네.”

발치에 쓰러진 어인의 시체가 처참하다.

비참한 꼴이지만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자신도 저랬으니까.

‘놈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걸복걸을 했었지.’

발치에 쓰러져서 쿨럭거리며 발길질을 멈추려 애쓰고 내일은 더 열심히 하겠

다고 약속했다.

할당량.

그놈의 할당량 때문에.

‘우리가 진짜 할당량을 못 채웠으면 말이나 안 해. 너 주머니에 한푼 더 처넣

을려고 사람을 그렇게 갈궈?’

돈이 아쉬운 사람에게 돈으로 갑질을 하고 돈까지 떼먹는다?

‘죽여야지.’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어인의 숨결’을 계승했습니다.]

‘어인의 숨결이라.... 종족치가 있는 놈들은 그걸 우선으로 계승되는 모양이군.’

트롤의 재생력이랑 비슷한 것 같다.

아무래도 ‘피’에 얽힌 강력한 능력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이놈에겐 정말 이거 하나 뿐이었을지도 모르지.’

타고난 종족값.

그저 그거 뿐 다른 스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인의 숨결. 어인족의 호흡 능력인가.’

설명을 보니 수생족의 능력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호흡, 수영, 물 속에서의 자유로운 운신 능력.

‘아주 좋은 걸 얻었군. 내가 니 능력을 빼앗았으니, 넌 꼭 숨 못 쉬는 상태로

물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놀이나 영원히 하기를 빌어줬다.

‘이제 남은 건 장비 파밍인데....’

레벨이 좀 되는 놈이니 평범한 방어구여도 가격이 나간다.

‘마용액 값은 충분히 나오겠군.’

인벤에 잘 보관했다.

‘이제 진짜 중요한 거. 열쇠를 챙겨야지.’

몸을 잘 뒤지자 둥근 금속 열쇠가 있었다.

이게 어찌보면 앞의 아이템보다도 더 중요한 물건이었다.

‘놈의 비밀창고 열쇠니까.’

거기서 털어가야 할 게 있었다.

이 어촌에 온 진정한 목적이기도 했다.

‘고작 샤다스가 가지고 있기엔 너무 귀한 아이템이거든.’

열쇠를 소중히 챙긴 우진.

마지막으로 놈의 시체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융합.’

그러자 반응이 없는 어인의 시체.

칼리에게 쓸 때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어인도 융합이 안 되네. 확실히 사람 계통은 다 안 되나보군.’

이제 확실해졌다. 사람은 불가능.

아마 다른 수인족도 마찬가지이리라.

상관 없다.

— 치지지직...!

마지막으로 샤다스 본체에 직접 뱀장어의 술을 지져줬다.

이제 본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놈의 모습.

‘이제 놈의 창고로 가자.’

우진이 다시 해안가를 가로질러 어딘가로 향했다.

*

— 휘이이잉....

절벽 위에 선 우진.

바다가 보인다.

‘저 깊은 물 아래 놈의 창고가 있다.’

샤다스의 창고는 절벽 아래 물 속에 있다.

‘어인이란 점을 이용해서 일종의 자연적 결계를 친 거지.’

자신은 쉽게 드나들 수 있지만 남은 못 온다.

자유자재의 수영 능력과 수중 호흡이 있어야 가능한 진입 경로.

— 풍덩...!

일단 시원하게 입수했다.

계승의 힘을 믿기에.

자신은 어인에 필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테니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 어인들 정말 자유롭게 놀았겠구나.’

물 속이 놀이터 같다.

놀이라고 부르던 샤다스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이해 갔다.

마치 거대한 안식처에 온 느낌이다.

바다라는 이름의 고향.

‘단순히 헤엄 실력이 상승했다기 보다 물살이 내 움직임을 도와주는 느낌이야.’

속도가 단순 헤엄과는 비교가 안 된다.

바다가 허락해준 듯한 빠른 속력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게 잠시 바다를 누비던 우진.

유유히 깊은 곳으로 잠수하여 탐색을 시작한다.

‘이제 놈의 창고를 찾자.’

일일이 찾을 필요는 없다.

그에게는 강력한 탐지 능력이 있으니까.

절벽 아래를 향해 정신을 집중한다.

‘음파 감지.’

그의 스킬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선명히 드러난 비밀 통로.

‘나름 준비를 철저히 했군.’

거기로 빠르게 진입한 우진.

어둠 속에 보이는 길을 따라 움직인다.

U자로 크게 꺾이는 구간을 통과하니 물이 없는 통로가 나타났다.

내부의 공간.

밖에서 보면 절벽 깊숙한 곳에 창고를 마련한 셈이었다.

— 부르르르....

몸을 흔들어 물을 떨쳐낸 우진이 저벅저벅 두꺼운 원형 철문으로 다가갔다.

— 끼이익... 쿠구궁....

거기에 열쇠를 박아넣자 마침내 문이 열렸다.

‘이 깊은 절벽에 아주 제대로 창고를 만들어놨군.’

나타난 것은 계단.

그리고 아래 넓은 공간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놈의 탐욕스러움에 혀를 찼다.

아둔해보이는 놈도 자기 이익에는 이렇게 빠릿빠릿하게 머리가 돌아간다.

‘그래, 난 너무 멍청하게 살았다.’

자신은 진짜 백치였는지도 몰랐다.

자기 걸 챙길 줄도 몰랐고 남의 걸 뺏을 줄도 몰랐다.

‘뺏는 건 몰라도. 지킬 줄은 알아야했다.’

놈이 한 얘기 중에 가장 가슴 아픈 게 있었다.

<이 거지 새끼들.>

놈은 비웃는 표정으로 그런 말을 자주 했다.

그럴 때마다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가슴이 먹먹했다.

저런 놈 따위가 자기를 한심하게 여긴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샤다스 따위가 날 업신 여긴다. 그게 왜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어쩌면 사실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매일 지쳐쓰러질 때까지 노동을 하고 다시 잠에 드는 자

신의 모습.

그러고도 바꿀 방법을 몰랐다.

그저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도 부자는 아니잖아. 너도 그렇게까지 부자는 아니잖아.>

정곡을 찔린 것 같은 ‘거지 새끼들’에 대항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어 수단.

그런데 그건 정정하기로 했다.

놈은 반 정도는 그딴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이 새끼 진짜 돈 좀 모아놨네.’

계단을 내려선 우진.

그가 진심으로 놀랐다.

거지 취급한 걸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놈의 착취 능력은 인정하기로

했다.

‘넌... 진짜 죽여버리길 잘 했다.’

이것도 나름대로 칭찬이다.

죽음으로밖에 갚을 수 없는 수탈 능력을 인정해준 거니까.

절벽을 파내서 만든 아지트.

거기엔 금고부터 시작해서 돈 될만한 물건이 제법 많았다.

이런 마을에서 모을 수 있는 재산치고는 대단한 수준이었다.

‘어찌 보면 브라카보다 쥐어짜는 실력은 더 좋은 거 같군.’

악당에도 급이 있는 모양이다.

돈 냄새 더 잘 맡기, 그리고 돈 더 잘 긁어모으기.

샤다스는 훌륭한 악인이었다.

— 콰직.

일단 금고를 박살내서 돈부터 챙겼다.

놈이 제일 좋아하던 게 현금이다. 그래서 그걸 털어줘야 복수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부담없이 가져가마.’

대량의 현금을 몽땅 인벤에 넣었다.

그리고 몇 개의 귀중품을 챙겼다.

보석이나 마물의 소재 등등.

이제 가장 중요한 물건만이 남았다.

‘아주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했네.’

그건 찾기 어렵지도 않았다.

두툼한 쿠션 위에 올려서 소중하게 보관해놓은 물건.

‘보주(寶珠).’

푸른 빛을 내는 구슬.

이건 샤다스 따위가 가지고 있기에도, 이런 어촌에 숨어있기에도 너무 귀한

아이템이었다.

‘여기 있긴 너무 아까운 물건이다. 넌 나랑 같이 가자.’

우진이 거침없이 보주를 챙겼다.

샤다스의 어두운 방.

푸른 색으로 빛나는 구슬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놈은 이걸 기반으로 눈도 꿈쩍 안 하고 떵떵거릴 수 있었다.

이제 자신이 그 힘을 누릴 것이다.

‘네 자신감의 원천. 이번 생엔 내가 사용해주마.’

[청색 보주]

이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