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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31화 (31/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31

북부의 청야(靑野).

새파랗게 푸른 들판이 시원한 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마침내 평원을 질주하던 인수일체의 형상이 어딘가에 멈춰섰다.

평원이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나무 위였다.

“야, 평원이 한 눈에 보이네.”

내려선 것은 정작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타고 온 것도 진짜 야수가 아니었다.

인간을 몹시 닮은 언데드와 기계 야수.

그것이 북부의 푸른 평원을 내려다 보았다.

“너 정말 지치지도 않고 잘 달리는구나. 하긴 기계가 지친다는 게 이상한 일

이긴 하지만.”

나무에 기대선 우진이 자기 옆에 체이서를 앉혔다.

높은 곳이라 시야가 아주 탁 트였다.

저 멀리 산맥들을 바라보았다.

아주 먼 곳에 성벽처럼 이어진 산들이 있었다.

그 더 멀리에 우뚝 솟은 하나의 붉은 산.

근방 주민들에게 화산(火山)이라 불리는 곳이 그의 최종 목적지였다.

‘며칠은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겠어.’

거의 하루를 계속 달려온 상태.

중간에 차저를 교체해서 체이서를 계속 기동시켰다.

‘아직 차저도 마용액도 충분해.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넘친다.’

넉넉히 사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체이서를 아껴쓰느라 제대로 활용도 못 했

을 거다.

‘일단 정비부터 하고 다시 출발하자.’

체이서 덕분에 금방 여기까지 왔다.

속력이 빠를 줄은 알았지만 최상급 탑승물보다 더 빠를 줄은 몰랐다.

‘부스터를 쓰면 순간적으로 신속(神速)을 사용한 정도의 속력이 나온다.’

야수모드의 백미는 부스터.

마나 소모가 크고 길게 유지하기 힘들지만 잠깐 폭발적인 속도를 내기엔 좋았다.

출발 위치와 각도만 잘 살리면 잠시 날아가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코어를 끼워주면 진짜 미쳐날뛰겠어.’

코어를 구해야 한다.

너구리 수인의 말처럼 대도시에 가서 구입하려는 건 아니다.

어차피 기성품이나 제작품은 성능이 떨어진다.

‘진짜 좋은 코어는 고대 던전에서 나오거든.’

그는 또 하나의 고대 던전을 알고 있었다.

중급이지만 가는 길에 전력을 보강하면 어떻게든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대 종족인 드워프의 유산이 남아있는 곳이라 퀄리티가 요즘 물건이랑 비교

가 안 되지.’

드워프제 코어.

이건 돈 주고도 못사는 귀중한 아이템이다.

그걸 얻으면 비로소 체이서가 완성될 것이다.

강력한 출력으로 함께 싸워줄 체이서를 생각하면 매우 든든했다.

‘그때까진 이렇게 계속 수동으로 주유를 해줘야겠지만....’

마용액을 새로 채워서 차저를 갈아줬다.

사실 출력과 교체의 귀찮음만 감수하면 마나 차저도 그럭저럭 쓸만했다.

교체를 끝낸 우진이 자신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먹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오늘의 식단은 바로 ‘뱃살 돼지’의 고기.

그 거대한 살코기를 큼직하게 썰어낸 게 우진의 식사였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매우 고급스러운 식사였다.

‘뱃살 돼지고기는 미식가들한테 인기가 많지.’

오는 길에 보이길래 사냥해버렸다.

엄청난 크기로 주변의 사람이나 마물을 그냥 먹어치우는 괴물 같은 놈이다.

육지의 청소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놈이 발생하면 한동안 근처에 소동이 벌어지거든.’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먹어치워서 상당히 곤란하다.

거기다 크기도 크고 호전적이어서 수준 이상의 강자가 아니면 처리하기 곤란

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죽여버렸지.’

말하자면 다른 여행객들을 위해 길을 치워준 셈이었다.

물론 공짜 노동은 아니다.

덕분에 특이한 스킬도 얻었다.

[고속 섭취]

최대한 많은 음식을 빠르게 먹기 위한 뱃살 돼지의 스킬이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쓸모가 있어. 언데드 폼일 때 쓰면 돼.’

자신은 마물과 유사하게 변신할 수 있다.

그 상태로 살점을 물어뜯어서 먹는 거 자체가 회복이 된다.

‘모든 스킬은 버릴 게 없다. 쓰기 나름이지. 계속 활용처와 조합을 생각해보자.’

생각을 마친 우진이 식사를 시작했다.

시체먹기 판정을 넣어서 미량이지만 종족 경험치도 쌓았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뱃살 돼지 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전생에는 이놈이 그렇게 무서웠지. 근데 이제는 그냥 지나가다 죽이는 잡몹

이 되었네.’

뱃살 돼지. 이름은 허접같지만 40레벨 파티도 긴장하게 만드는 놈이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우회해서 돌아가던 마물.

자신이 척후병이 되어서 그 존재를 발견하고 퇴각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어찌 잡는다고 해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

사냥에 성공했어도 먹진 못한다.

잡기 어려운데 살이 맛있어서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맛을 보고 싶어도 그냥 꾹 참고 돈으로 바꿨을 거다.

그런데 그런 뱃살 돼지 고기를 아무 고민 없이 뜯어 먹고 있다.

‘원래라면 살점 하나도 잘 보존해서 마물 상점에 팔았을 텐데. 이제 그런 사

소한 건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로 넉넉해졌다는 말이지.’

고기를 우적우적 먹어치운 우진이 자리를 정리했다.

이제 평원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조금 더 북부로 올라갈 거다.

거긴 말하자면 바다와 인접한 곳이고, 태연하게 60레벨 근방의 마물이 돌아다

니는 위험한 지역이다.

‘행인들 수준도 올라가고 말이야.’

돌아다니는 모험가도 최소 60레벨 이상의 수준이 될 테니 조금 더 주의를 기

울여야 했다.

‘벌써 프리온 지역에 가게 되는군.’

그가 좋아하는 지역이었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일단은 공기부터 차가워서 좋았다.

일단 북부의 숲 하나를 지나서 호수에 들렀다가 바다 쪽으로 가야 한다.

정확히는 어촌 마을.

‘거기 혼내줘야 할 놈이 있거든.’

반인 반어.

괴물 같은 놈인데다 탐욕스러운 ‘인간형 마물’.

놈이 사는 마을에 가야 한다.

‘그 전에 일단 호수에서 배리어 스킬부터 얻어서 가자.’

스킬을 그냥 자판기에서 뽑듯 말하는 것.

그에게는 이제 일상과도 같아졌다.

체이서를 탄 우진이 평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

‘평원이 이렇게 짧았나...?’

아니다. 대평원이다.

당연히 엄청나게 넓었다.

‘그런데 밤이 오기도 전에 끝나버렸네.’

체이서의 진가는 역시 무한 체력에서 나왔다.

마나만 있으면 절대 지치지 않는다.

— 풀썩...

우진이 호수 옆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면서 그놈을 잡자.’

벌써 하루하고도 반을 쉴 틈 없이 이동했기 때문에 잠깐은 쉬어줄 필요가 있

었다.

주위를 살폈다.

나무의 형태가 침엽수로 바뀌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 호수가 빛나고 있었다.

‘정말 크네. 그리고 물도 맑아.’

분위기가 아주 좋은 호수였다.

주변 풍경도 그림에나 나올 것처럼 아름다운 숲이었다.

이 특별한 장소에는 다른 마물도 잘 안 나온다.

바로 ‘호수의 괴물’이 살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놈이 독점하게 두는 건 너무 아깝지.’

원래라면 야영지로 삼기엔 위험하다.

거대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을 잡아먹는다.

대신 장점도 있다. 조용하다.

호수의 지배자를 제외하면 마물도 없고 여행객도 없기 때문에 매우 쾌적하게

쉴 수 있었다.

‘즉, 호수의 괴물만 잡으면 편히 쉴 수 있다 이 말이지.’

물론 영토를 지닌 대형 마물이니까. 원래는 그냥 피해가는 게 맞다.

하지만 자신은 가능하다.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거든.’

물이라는 명확한 서식지.

이 놈을 위해 안성맞춤인 연계기 하나를 만들었다.

‘일단 놈을 불러내자.’

호수도 넓고, 놈도 근처에 뭐가 나타날 때마다 고개를 내미는 게 아니기에 유

인을 해야 했다.

뱃살 돼지를 잡은 이유는 사실 이거도 있었다.

엄청나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미끼이기 때문.

‘자 고기다. 아끼지 않고 넉넉하게 떼어주마. 머리를 내밀어라!’

우진이 거의 사람만한 고깃덩이를 꺼내서 호수에 던졌다.

— 풍덩!

그리고 잠시 물거품을 내며 뽀로록 사라진 고깃덩이.

그런데 호수는 여전히 조용했다.

언뜻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나 싶었지만.

‘음,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우진이 태평하게 기다렸다.

— 쿠구구구구....

그때 아래 수면이 무섭게 일렁이더니 마치 호수가 열리는 것처럼 거대한 아가

리가 나타나 고깃덩이를 삼켰다.

— 키르르르....

드디어 나타난 괴물체를 보며 우진이 미소지었다.

‘나왔구나 물초롱이.’

지배자의 이름은 물초롱이.

이름과 달리 매우 흉측한 마물이다.

벌레처럼 새하얀 갑각질 머리통. 거대한 입.

그런데 아래부분은 외골격이 있는 물고기 같아서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든다.

“나왔냐? 반갑다!”

우진이 괴성을 통해 화끈한 인사를 건넸다.

순간 경계하듯 이쪽을 바라보는 물초롱이.

비록 몸을 반절만 내밀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매우 거대하다.

— 시시시싯....

이마에 달린 초롱은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귀기를 발한다.

저건 뭐 딱히 시야 확보를 위해 있는게 아니다.

다른 용도를 위해서.

바로 스킬 발동.

‘일단 한 방 먹이고 시작하자.’

나타난 표적을 향해 무형시를 가볍게 날렸다.

— 피슉...!

그러자 자동적으로 물초롱이의 ‘방어’가 가동했다.

— 우웅....

이마의 초롱에서 기운이 엉기더니 무슨 막 같은 것을 형성했다.

그건 물의 막이었다.

얇은 수막이 구슬처럼 둥글게 본체를 감쌌다.

‘음. 나왔구나 물의 가호.’

놈의 능력은 물.

물로 배리어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그것도 구슬 형태라 아주 좋지.’

구슬 형태의 배리어는 매우 강력하다.

전방위를 커버하는데다가 회복도 빠르다.

특히 저건 물이라서 많은 속성을 무효화시키는 매우 강한 방어능력이었다.

‘그래서 그걸 상쇄할 수 있는 스킬을 준비해왔지.’

우진이 무형시를 들고 연습한 연계기를 준비했다.

‘물에는 전기가 흐른다. 네가 만든 방어막이 오히려 널 공격하게 만들어주마.’

그가 순식간에 몇 발의 화살을 쏴냈다.

— 퓨퓨퓨퓻

우선 다중시를 2발 쏜 후 유류로 방향을 지정한다.

후속되는 2발이 전체적으로 마름모 꼴을 형성하며 날아간다.

다시 그 가운데 쏜 마지막 화살.

— 훙...!

그걸 기준으로 만들어진 십자가 형태.

이 모두를 뱀장어의 술로 전부 연결시킨다.

그 과정을 전부 순간적으로 처리해야 하기에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면 번개를 간편하게 큰 면적에 지질 수 있지.'

십자 형태로 날아가는 5발의 화살에 우진의 시동어가 얽혀들었다.

‘번개의 낙인.’

— 츠즈즈즛....

새로운 시동어 아래 대규모 기술이 펼쳐졌다.

— 콰지지지직...!

충돌. 그리고 물 배리어를 먹어치울 듯이 조여드는 번개들.

우진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 치지지지직!

— 크워어어!

저항하려는 듯 몸을 세차게 꿈틀거리다가 결국 우진을 공격하려는 물초롱이.

하지만 거대한 번개는 살아있는 것처럼 구슬을 옭아맸다.

— 콰스스슷...!

결국 무너진 배리어. 그리고 물초롱이가 기술에 적중했다.

마치 거대한 십자가에 찍힌 듯한 모습이었다.

— 쿠구궁....

비틀거리지조차 못하고 무너지는 거체.

— 풍덩....

마치 한낱 물고기처럼 쓰러져버리는 거대한 마물.

그걸 보며 우진이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이야 이게 한 방에 죽네.’

말 그대로 한 방 컷.

전력을 다한 보람이 있었다.

— 푸스스...

얼마나 힘을 줬는지 무형활에는 아직도 마나가 엉겨있다.

‘이걸 실전에서 성공시킬 줄이야. 안 되면 언데드 폼으로 개싸움이라도 하려

고 했는데.’

스킬 숙련도는 원래 이렇게 빨리 안 오른다.

그런데 자기는 스킬이 많으니까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폭발적으로 능숙해지고

있었다.

‘능력을 여러 개 다루다보니 다른 능력도 쉽게 익숙해져.’

물초롱이는 말하자면 유니크 정도 되는 특수한 마물이었다.

원래라면 근방에서 폭군 노릇을 하다가 조직된 파티에 의해 토벌당했을 거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우진이 최초로 잡아버렸다.

‘그 말은 즉?’

상쾌한 알림 소리.

[최초로 ‘물초롱이’를 사냥하여 업적 ‘희귀 마물 사냥꾼’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스탯 +1]

[대형 마물을 일격사시켜 업적 ‘커다란 표적지’를 달성했습니다.]

[근력 +3]

[민첩 +3]

‘그렇지!’

달콤한 업적 보상.

‘물초롱이도 일격사 보상을 주는구나. 나중에 거인이라도 잡아서 깨려고 했는

데.’

아무래도 큰 호수의 지배자라 스케일이 좀 다르긴 했다.

악어 보스를 한 입에 두동강 낼 정도로 크니까 위압감도 엄청났고.

‘하지만 그래봤자 나한테는 안 되지.’

전기 공격이라 효과가 극대화될 줄은 알았지만 한 방에 고꾸라질 줄이야.

번개의 낙인.

제대로 기술로 인정도 받았다.

월드가 시동어까지 허락해줬으니 일종의 매크로 등록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알림.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그게 끝이 아니다.

[강대한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물의 가호’를 계승했습니다.]

우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아, 귀중한 배리어 능력을 얻었다. 화산에 가려면 물 스킬은 필수지.’

이게 진짜 목적이다.

물의 가호.

물초롱이의 배리어 능력.

이게 있어야 화산에서 숨도 쉬고 타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일단 얻은 김에 시험해보기로 했다.

‘물의 가호.’

— 우우웅....

그러자 자신의 주위를 감싸주는 구슬 형태의 장막.

물결이 마치 단단한 벽처럼 막아준다.

‘와 이거 생각보다 더 좋네? 물초롱이 이런 걸 혼자만 쓰고 있었어?’

아무래도 유니크한 존재의 능력이라 효과가 엄청났다.

당연히 스킬도 급이 있는데 이거는 상급 배리어 능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잠깐. 이거 조종이 될 거 같은데?’

우진이 응용력을 발휘해보았다.

자신을 감싼 구슬에 일종의 명령을 내린다.

강혼을 기반으로 사령술을 보조해주었다.

그러자 의도대로 움직이는 물의 구슬.

그건 아주 신기한 현상이었다.

— 불룩....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명령에 따르는 물의 장막.

순간 아주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단순히 배리어가 아니라 ‘공격기’로도 사용이 가능한 구슬.

‘이거면...... 어지간한 마물은 질식사시킬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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