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30화 (30/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30

여관방에서 우진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이 지역을 떠날 시간이군.’

드릴혼에서 볼 일은 끝났으니 떠날 것이다.

그 전에 대규모의 시장 거리 바자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 강화를 하

기로 했다.

‘일단은 아이템 정리부터 하자.’

팔아치울 아이템이 제법 있다.

양아치 두놈을 탈탈 털어서 장비 아이템이 제법 생겼고, 또 그에겐 아주 귀중

한 ‘환금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자르 거리로 향했다.

우선 양아치들의 유품이라 할만한 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십이 단검은 내가 쓸 거고, 나머지 방어구는 성능에 따라 교체했으니 남는

걸 팔아치우자.’

큰 가게 위주로 돌며 빠르게 흥정했다.

구차하지만 ‘괴성’의 능력을 섞어서 위압감을 발휘하자 가격 손해는 보지 않

았다.

‘아니... 손해는 커녕 오히려 이득을 봐버렸군....’

장비만 정리했는데도 돈이 제법 많이 생겼다.

‘괴성에 이런 부가 능력이 있을 줄이야.’

우진은 원래 흥정에 별 재주가 없다.

하지만 노련한 장사꾼마저 기가 죽어버렸다.

단순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모든 언사에 위압감을 실을 수 있다.

더 능숙해지면 단 한 단어로 복종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제론은 이 좋은 스킬을 고래고래 소리지르는데만 사용했군.’

자신은 아주 잘 써먹기로 했다.

설마 괴성으로 대화가 가능할 줄이야.

그렇다면 앞으로의 거래도 쉬워질 것이다.

‘이제 진짜 한탕 벌어볼 시간이다.’

지금 가는 곳은 평범한 상점이 아니다.

마물 시체를 팔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다 융합해서 종족 경험치로 바꿔먹었다.

하지만 더 귀중한 ‘시체’가 그에게 있었다.

그건 바로 모아온 의체의 부품들.

보스격이었던 4인조 의체의 부품을 최대한 챙겨왔기에 이걸로 돈을 좀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많은 부품을 혼자 다 긁어왔으니 한탕 제대로 벌겠지.’

원래는 파티 내부에서 개판이 났을 것이다.

부품을 누가 갖느냐로 언쟁이 오갔으리라.

게다가 체이서를 누가 갖느냐로는 칼부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대규모 파티의 단점이다.

우진은 그걸 완벽히 회피할 수 있었다.

‘확실히 1인 파티가 깔끔해서 좋군. 짐덩이 취급도 없고, 분배 때마다 눈치

볼 일도 없고.’

피식 웃던 우진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생각난 김에 멋진 ‘동료’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이번 던전의 가장 큰 소득은 누가 뭐라고 해도 체이서였다.

그때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 지역까지 체이서를 타고 이동해볼까?’

볼 일을 마치면 다시 멀리 가야 한다.

지역을 넘는 이동이라 탑승물은 필수였다.

‘상점에 코어를 팔진 않겠지만 대체품 정도는 있겠지.’

마침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도공학의 깃발이 걸린 천막.

대사막 바자르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 펄럭....

다른 모든 가게들이 그렇듯이 임시변통으로 꾸려놓은 간이 업소였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니 제법 본격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서옵쇼!”

너구리 수인이 그를 맞아주었다.

귀와 코, 그리고 눈가의 검은 얼룩이 특징이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심까? 수정구? 의수? 아니면 고글?”

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걸 팔고 싶어서 왔는데.”

잠시 부품들을 살피던 너구리 수인이 흠칫 놀랐다.

“으헥, 설마 이거 다 의체에서 나온 검까?”

“잘 알고 있군.”

“아주 정교한 의체 부품들인데... 이야, 이런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그가 매우 기뻐하며 의체 부품을 비싸게 사주었다.

가격이 나쁘지 않아 몇 가지 핵심 부품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다.

“이 근방에서 이런 건 거의 보지 못했는데, 고맙슴다 고마워요!”

물건을 팔았는데 되려 상점 쪽이 즐거워한다.

마물 시체랑 비슷하게 기계 부품도 물건만 확보되면 가게는 손해보는 장사를

안 하기 떄문이다.

‘게다가... 이 근방에서 기계형 적을 볼 일이 정말 드물긴 하지.’

재료가 항상 부족한 마도공학자로서는 더욱 귀중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보다 용건이 하나 더 있는데.”

혹시 코어가 있나 물어봤지만 대도시의 큰 상점에서만 취급할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거 정말로 죄송하게 됐슴다요....”

‘예상대로군.’

그럼 혹시 ‘마나 차저’는 있냐고 물어보자 수인이 몇 가지 제품을 꺼내왔다.

“요즘은 이게 잘 나가고요. 이거는 좀 비싸지만 용량이 큼다. 둘 다 좋아요!”

우진이 마나 차저를 살폈다.

이건 일종의 마나 배터리다.

본격적인 마나 코어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운용만 잘 하면 임시로 써먹기엔

충분했다.

“용량이 큰 쪽으로 5개 구입하지.”

“으왁. 5개나요? 통이 엄청나게 크심다. 감사함다!”

비싼 물건을 5개나 팔아주니 수인이 감격했다.

당연히 그냥 적선을 하는 건 아니다. 5개를 돌려써야 할 정도로 체이서의 마

력 소모도가 높은 것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충전해가면서 쓰면 5개면 넉넉하겠군.’

지금은 충전되어 있지만 다 쓰면 다시 채워줘야 한다.

“마용액은 아시겠지만 마석 상점에서 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고맙군.”

우진이 가게를 나서 근처의 다른 가게로 이동했다.

마용액과 다른 물건들을 더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곧 너구리 수인이 알려준 가게가 보였다.

천막이 아니라 아예 석재로 제대로 지어놓은 건물이었다.

그것도 바자르의 알짜배기 구역에 있어서 위용이 아주 대단했다.

들어가니 곰처럼 생긴 주인장이 기계식 파이프 담배로 연기를 뻑뻑 뿜어내고

있었다.

“어서옵쇼. 온갖 마석 다 사고 온갖 마석 다 팝니다.”

우진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온갖 마석을 다 판다. 그것도 팔까?’

초월석.

전설 아이템은 일반 마석으로 강화가 안 된다.

초월석이라는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한데, 수량이 한정된 그 아이템이 이 가게

에 있을 리가 없다.

‘무기점에서 전설 무기 있냐고 묻는 꼴이지. 무형활 같은 아이템이 평범한 가

게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일단 필요한 것만 사기로 했다. 초월석은 ‘스스로’ 구하면 되니까.

“이 장비를 전부 강화하려고 하는데.”

방어구를 슬쩍 살피는 남자.

심드렁하던 장사꾼의 눈이 번쩍 뜨였다.

“레어 아이템을 8개나 강화하시겠다고요?”

들어올 때만 해도 시큰둥하더니 이제 진짜배기 상인처럼 노련하고 싹싹한 모

습을 보인다.

우진이 보통 손님이 아닌 것을 알아본 것이다.

‘그래도 이 장사꾼도 제법 하는군. 관찰만으로 아이템의 등급과 가치를 알아

봤어.’

개수까지 정확하다.

그의 부츠부터 갑옷까지, 또 몇 개의 장신구까지 정확히 모두 레어임을 알아

보았다.

주인이 허겁지겁 상급 마석을 꺼내서 매대에 올려놓았다.

극진한 모습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상급이고 품질은 매우 좋습니다. 저는 자투리 모아서 뭉쳐파

는 짓은 안 하거든요.”

우진이 상급 마석을 확인했다.

말대로 괜찮은 마석들이었다.

“8개 구매하지.”

주인이 후다닥 금고로 가서 다시 잽싸게 돌아왔다.

“8개 여기 있습니다. 천천히 살펴보시지요.”

주인은 우진이 혹여라도 마음을 바꿀까 아주 깍듯했다.

상급이라면 확실히 이문이 꽤 많이 남을 것이다.

그런 놈을 8개나 팔면 이번 달 장사 끝내고 쉬어도 된다.

하지만 우진의 구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용량 차저를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의 마용액이 필요하다.”

“한 통 드릴까요?”

“그걸 100번 반복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을 사고 싶은데.”

“100... 100번이요...?”

잠시 패닉에 빠진 주인장이 허겁지겁 자신의 재고를 확인했다.

창고를 몇 번이나 오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제품에 들어있는 것까지 탈탈 긁어모아 매대를 가득 채웠다.

“죄, 죄송합니다만 100통은 저도 무리입니다. 이게 전부인데 괜찮을까요...?”

과연 많았다.

그래도 약 80번 정도를 충전할 양밖에 되지 않았다.

싹싹 긁어모아서 다 내놓은 것을 확인했으니 물량에는 불만이 없었다.

“마석 품질을 보니 마용액 품질도 믿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모두 구입하지.”

그렇게 80회 분량의 마용액이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물론 엄청난 양이었지만 우진은 조금 아쉬웠다.

‘100을 꽉 채우면 든든할텐데. 뭐든지 넉넉한 편이 좋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

면 예상보다는 많이 구입한 셈이니 만족하도록 하지.’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유니크를 위한 최상급 마석은 이 정도 규모의 상점에서도 팔지 않았다.

즉, 염주와 십이 단검을 강화하기 위한 마석은 구매할 수 없는 것이다.

“하하... 이거 정말 민망하군요.”

“온갖 마석을 다 판다더니 아쉽게 되었군.”

주인이 겸연쩍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최상급 마석은 물량도 부족하고요, 이런 곳에선 잘 팔리지 않아

서...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높아도 50레벨 중반을 위한 대사막.

유니크 아이템을 가진 사람도 드물고 그걸 위한 최상급 마석을 구매하려는 사

람도 드물다.

그러니 그걸로 장사를 하려고 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상급 마석 매물을 확보해놓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야.”

“과찬이십니다 흐흐흐....”

주인이 상급 마석들을 잽싸게 목함에 포장해서 주었다.

8개 정확한 수량이었다.

“고맙군.”

“안녕히 가십시오!”

상점 주인의 배웅을 받아 우진이 가게를 나섰다.

그는 우선 바자르를 빠져나와 사막의 한적한 장소로 이동했다.

‘강화부터 시작해볼까.’

우진이 장비품 중 ‘레어’에 해당하는 품목들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악어의 각반이 강화되었습니다]

[재빠른 고양이의 아대가 강화되었습니다]

[튼튼한 벌새의 반지가 강화되었습니다]

.

.

[사나운 원숭이의 장갑이 강화되었습니다]

레어 등급을 모두 강화해주자 이제 유니크 2개만이 남았다.

염주와 십이 단검. 이건 아직 못 한다.

또한 무형활도 전설 아이템이라 초월석을 구하기 전까진 강화가 불가능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원래 유니크와 전설 강화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유니크와 전설은 특수 옵션을 보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

강화는 해주면 매우 좋고 못 하면 어쩔 수 없는 정도였다.

‘그래도 방어구는 대폭 강화되었어.’

총 8개의 레어 물품들.

앞에 전부 '강화된'이라는 기초 수식어가 붙었고, 옵션도 월등해졌다.

기본 강화라 새로운 옵션이 생기진 않았지만 원래의 성능이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험삼아 단검을 자신에게 날려봤다.

— 퉁....

대단한 방어력.

이 지역에서 이 정도면 호신강기를 두른 정도나 마찬가지였다.

‘강화 레어 풀셋도 엄청난 거긴 해. 아직 전체 장비를 유니크로 둘둘 두를 정

도는 되지 않으니까.’

언젠간 대부분의 장비, 혹은 모든 장비를 전설로 갈아치울 것이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오게 만들 것이다.

‘그 다음엔... 신급 아이템을 노려야겠지.’

너무 먼 단계의 일이라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체이서만 남았군.’

심장 없는 전투인형.

체고 2m 정도에 사람을 닮아있지만 어지간한 모험가는 발라먹을 수 있는 강력

한 병기가 사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 쿠궁...

‘밥 먹자 체이서야.’

구입한 마나 차저를 꺼내서 동력부에 박아넣었다.

규격은 상관 없다. 내부에서 마력으로 붙잡히듯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 우우웅....

‘기동.’

강혼으로 기동시키자 체이서가 붉은 눈을 뜨고 대기 모드에 들어갔다.

‘좋아, 마력 호환도 좋고, 출력도 내가 어설프게 마나를 밀어넣는 것보다 강

하다.’

다행히 마나 차저가 잘 통한다.

임시 기동했을 때와는 뿜어내는 기세 자체가 달랐다.

그 다음은 속력 테스트.

야수 모드에서 과연 어느정도 속도를 내줄지가 관건이었다.

‘모드 전환.’

— 슈쿵....

낮은 자세로 발진 대기 중인 야수의 형상이 된 체이서.

그 안장 부위에 오른 우진이 상체를 낮춰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첫 탑승이구나. 잘 부탁한다 체이서.’

그리고 ‘발진’ 명령을 내렸을 때였다.

“어... 어어어...?”

체이서의 속도가 생각하던 것과 좀 달랐다.

너무 빨랐다.

“으와아아앗!”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기계 야수.

그것이 가공할 속력으로 바람을 뚫고 달렸다.

우진의 비명은 이내 시원한 외침이 되었다.

“너 진짜 엄청. 맘에. 든. 다아아아아아!”

사막을 지나서 다시 평야가 나올 때까지 체이서는 지치지도 않고 달렸다.

탑승 기동에 익숙해진 우진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았다.

“부스터다 체이서. 최대 속도로 달려보자!”

순간 등허리에서 사출된 대형 부스터.

거기서 폭발적인 마나 스트림이 분류되고, 우진과 체이서의 모습이 평원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질풍처럼 북부를 향하고 있었다.

“끼... 얏... 호우.......!”

*

며칠 후.

월드 북부의 프리온 지역.

그곳에 인어가 사는 마을이 있다.

해안가에 기계야수와 언데드가 도착한 것은 새벽의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