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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29화 (29/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29

우진이 시체를 무감정하게 바라보았다.

‘잘 가라. 지옥에선 다른 사람 등쳐먹지 말고.’

언데드 폼을 보여준 순간 이미 그들의 운명은 결정된 셈이었다.

‘우선 스킬부터 확인해볼까.’

단검을 쓰던 남자의 스킬.

‘유류(流類)’.

이건 일종의 조종능력이었다.

그중에서도 다수의 물체에 ‘흐름’을 부여할 수 있었다.

‘흐름을 조종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군.’

여러 발의 다중시를 쏘고 그걸 퍼지거나 모이게 할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았다.

‘뱀장어의 술과 연계할 수 있겠어.’

스킬의 연계법이 떠올랐다.

시험을 위해 쏘아진 2발의 화살.

거기에 뱀장어의 술을 연결한다.

— 츠즈즛....

마치 골인 지점의 피니쉬 라인처럼 이어진 화살이 날아간다.

물론 이어진 전류에 닿으면 골인이 아니라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아니, 저승으로 골인할 수도 있겠군.’

사용하는 순간 알았다.

전류의 데미지는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이 정도면 아까 창고의 구울 정리가 훨씬 쉬웠겠어.’

게다가 마나가 올라가면 연계기의 위력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범위, 파괴력, 속도 모든 것이 강해지겠지.’

그야말로 번개의 폭풍이 될 것이다.

하나의 활로부터 뿜어지는 대형의 폭풍이 전장을 덮치는 모습을 상상하자 스

스로도 오싹할 지경이었다.

‘좋아. 이제 놈이 쓰던 단검의 정확한 성능을 확인하자.’

우진이 사막 위의 단검을 주워들었다.

강력한 아이템으로 특수 옵션이 무려 3개나 붙어있었다.

[십이 늑대(十二狼)]

[유니크]

[이 신비한 단검은 사용자의 마나를 매개로 작동한다.]

[비행]

[분열]

[염동]

‘십이 늑대라면.... 분열은 12개까지 되는 모양인데.’

아마도 최대가 12.

그 외엔 마나를 주입한 정도에 따라 개수가 달라질 것이다.

가드에는 이름처럼 늑대 얼굴의 장식이 되어있었다.

— 스스슷....

단검에 마나를 불어넣고 날리니 순식간에 세 개로 불어나 주위를 맴돌았다.

약간의 마나만으로도 3개가 되었으니 12개를 운용하는데도 그리 어려움은 없

을 터였다.

‘여기에 뱀장어의 술을 섞어볼까.’

— 츠츠츳....

전류로 연결되어 그의 주위를 맴도는 단검들.

이건 일종의 배리어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 상태로 달려들면 상당히 위협적이겠군.’

물론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단검을 같이 조종해야하니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스킬과 비슷하다. 내 숙련도에 따라 포텐셜이 완전히 뒤바뀌겠어.’

강한 능력이라도 활용 능력이 떨어지면 돼지 목의 진주가 된다.

매일매일 조금씩 스킬 숙련도를 쌓아가기로 했다.

끝없는 노력으로 계속 숙련도를 올리면, 자신은 분명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공격들을 쏟아내는 괴물이 될 것이다.

‘좋아. 계속 틈틈이 연습하는 걸로 하고, 마나는 어차피 계속 올릴 생각이었

으니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되겠군.’

이제 스킬과 핵심 아이템 확인이 끝났다.

‘나머지 아이템을 봐야겠군.’

[재빠른 고양이의 쌍검]

쌍검을 제외하면 별 게 없었다.

일단 현재 착용품보다 성능이 좋은 건 교체하고 나머지는 정리해서 팔아버리

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두 놈의 시체를 땅굴파기로 깊숙히 묻어주었다.

— 푹....

바위 아래 주저앉은 우진이 두 개의 봉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놈들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었다.

‘너희는 날 만난게 불운이 되었고 난 너희를 만난게 행운이 되었구나.’

놈들을 죽인 것에 후회는 없다.

힘이 없으면 당한 건 자신일 테니까.

‘다 뺏겼겠지. 그게 돈이 되었든 아이템이 되었든.’

지난 생에선 흔한 일이었다.

그때마다 우진은 자신의 약함을 탓했다.

그리고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것조차도 고깝게 여겼다.

넌 못해.

넌 할 수 없다.

‘노력하는 걸 미워하는 자들도 있었지. 감히 태생적으로 우월한 자들을 쫓으

려하니 불쾌해하는 자들이 있었고.’

못나도 조용히 살면 된다.

하지만 우진은 어떻게든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게 거슬렸을 것이다.

누가 말했다.

열등감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감당하는 거라고.

<잘 감당해라. 티내지 말고.>

원래는 조롱의 목적으로 한 말이었으나, 우진에게는 나름 일리가 있는 얘기로

들렸다.

극복할 수 없으면 감당하면 된다.

감당하지 못하면 짓눌리면 된다.

‘너희는 날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죽은 것이다. 이미 세상과 합의가 된 사

안이니 불평은 듣지 않으마.’

손을 털어낸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억을 떠올려봤자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난 정점에 갈 것이다.’

우진이 대사막을 떠났다.

*

— 달그락....

여관에 돌아온 우진이 식사를 하며 생각에 잠겼다.

‘옛날 생각을 해서 그런가 개새끼들 얼굴이 계속 떠오르는군.’

대사막에서 구른 세월이 길어서일까,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그가 애써 잊고

있던 문제를 상기시켜 주었다.

‘수백 마리의 마물을 죽였지만 피가 부족한 느낌이다.’

진짜 죽여야 할 놈들을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수.

그에게 손을 내밀고, 배신하고, 마지막으로 그를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

체념의 공간을 지나며 강렬한 분노는 사라졌다.

대신 차갑고 예리한 감정이 그의 가슴을 채웠다.

‘어차피 죽일 거야. 모조리 다 죽일 것이다. 그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든 모두 죽일 것이다.’

파티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가장 선명한 건 파티장의 가증스러운 모습이었다.

첫 만남에서 악수를 청하던 그의 믿음직한 얼굴.

<날 믿어라. 그럼 널 월드의 최선두로 데려가주겠다.>

우진은 나무 숟가락을 씹어뱉었다.

‘그래, 데려가주긴 했지. 거기가 내 무덤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지금도 여기 월드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자신과 같은 세계, 같은 하늘 아래서 자고 먹고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육신으로. 나와는 다르게 생명이 가득한 몸을 하고서 말이지.’

테이블이라도 쿵 내려치고 싶었으나 그 정도로 강렬한 감정은 끓어오르지 않

았다.

과거의 기억들을 삭히고 무뎌지게 만드는게 바로 체념의 공간의 역할이었으니까.

그래서 감정을 더욱 날카롭게 벼려낼 수 있었다.

폭발적이지만 흩어져버릴 분노가 아니라, 응집된 칼날과도 같은 복수심을 품

게 된 것이다.

‘머리가 차가워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됐다.’

지독할 정도로 냉정을 유지하는 자신이 신기했다.

그들의 얼굴을 떠올려도 뜨거운 분노 대신 그저 차가운 침착함만이 그를 물들

였다.

‘어쩌면 체념의 공간에 더해 내 변해버린 몸 때문일지도 모르지.’

언데드가 된 육신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면, 식사, 기타 생리현상들.

그런데 바뀐 건 몸 뿐이 아니다.

몸처럼 차가워진 정신.

‘이 몸이 된 후 심하게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게 되었지.’

죽음을 겪으면 인간의 정신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다 ‘정교한’ 복수에는 적합한 일

이었다.

‘그래... 확실하고, 정확하게, 완벽한 복수를 해야 한다.’

그때 당시 1군들은 지금도 유력한 강자들이다.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보기만 해도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지는... 저항이란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힘

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난 아주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놈들을 죽일 것이다.’

그냥 죽이는 건 너무 간단하다.

힘이 생겨도 놈들에겐 제대로 된 명분을 가지고 찾아갈 것이다.

매일 밤 복수를 상상했다.

그 무엇을 상상해도 시시했다.

찢어죽이고 태워죽이고 갈아마셔도 한이 풀리지 않았다.

놈들이 그렇게 깔보던 이유.

놈들이 그렇게 당당하던 이유.

힘.

힘 뿐이다.

압도적인 강자가 되어 월드의 선두로 치고 나갈 것이다.

그 다음엔 명분이 생긴다.

‘선두들끼리 힘싸움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 과정에서 힘 대 힘으로 승리를 거두고 찢어죽일 것이다.

그래야 이 더러운 기억들을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속도라면 최소한 1년 안에 추월할 수 있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그들을 밟아 죽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파티원이 덤벼들어도 유유히 상대할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최소한 흡혈귀 왕만 넘어서도 난 그 시절의 모든 파티원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

모두가 혼신의 힘으로 상대했던 강대한 마물 흡혈귀 왕.

놈을 추월한다면 전생의 원한을 갚을 준비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최소한 흡혈귀 왕보단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군.’

우진이 피식 웃었다.

짐덩이 취급을 받아 제물로 끌려갔던 레이드.

그 레이드 보스보다 강한 존재가 되는 목표가 생겼다.

그것도 더없이 높은 가능성으로 ‘이루어질’ 목표가.

‘좋다. 움직이자. 다음 목표는 체이서 기동이다.’

절대 배신하지 않을 동료인 체이서.

그런 존재에게 등을 맡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었다.

바로 자신이 조종하는 분신과도 같으니까.

‘물론 ‘최후의 순간’엔 이걸 써야겠지만.’

— 쿠드드득....

우진이 오른손을 변화시켜 주먹을 꽉 쥐었다.

마기가 흐르는 강력한 손이 검은 손톱을 드러냈다.

검푸른 언데드의 육체.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다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반드시 이것

으로 심장을 뽑는다.’

놈들은 꼭 언데드 폼으로 찢어줄 생각이었다.

지위를 몇 단계나 상승시켜서, 존재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강력한 힘으로 심

장을 뽑아낼 것이다.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 그들이기에.

복수는 이 모습이 가장 정당하다.

— 쿠드드득....

다시 팔을 변화시킨 우진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차갑고 치밀하고 즐거운 계획이었다.

‘일단은 아이템 강화다.’

밑바닥의 하수구.

거기서 그에게 희망을 줬던 것은 최하급의 마석이다.

녹슨 검으로 만들어낸 첫 번째 승리.

이번엔 좀 더 ‘상위급’의 돌들로 비슷한 일을 해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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