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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27화 (27/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27

계단 위의 떨거지들.

던전을 되돌아오는 공략자를 노리는 놈들이리라.

석판이 열린 걸 보고 접근했을 것이다.

뭔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대기 중인 것이고.

‘잘만하면 던전이든 공략자든 홀랑 주워먹을 수 있으니까.’

던전 공략은 힘든 일이다.

필연적으로 탈진에 가까운 상태로 복귀하게 된다.

그걸 노려서 등을 처먹으려는 것이다.

만약 공략자가 죽었으면 던전을 차지할 수 있으니 그거대로 이득이고.

‘최소한 정보라도 빼먹을 수 있지.’

자연스러운 월드의 법칙이었다.

이득 취하려고 남 공격하는 건 우진도 비난할 생각 없었다.

단, 용인할 생각도 없었다.

‘날 잡아먹으려고 했으니 나도 너희를 잡아먹어도 되겠지?’

우진이 날카로운 눈으로 계단 위를 노려보았다.

우선 음파 감지를 쏴봤다.

2명의 형상이 대기 중인 것이 확인되었다.

‘숫자는 허접하고. 실력은 어떨까.’

강자가 아니란 심증은 있었다.

바로 밀고 들어와서 힘으로 깔아뭉개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뭔가 조금 더 염탐이 필요했다.

‘가짜 도전자 흉내를 내보면 어떨까?’

칼리가 사용하던 가짜 도전자.

‘사령술’의 테크닉으로 사념으로 유체를 만들어서 조종하는 능력을 사용하는

거다.

‘강혼으로 보조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조종계 능력이 2개나 있으니 서로 보완하면 어떻게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래도 유체를 만드는 일 자체는 ‘사령술’로 해결해야 한다.

‘흐음... 이런 느낌인가...?’

— 슈웅....

우진의 이마에서 희뿌연 기운이 흘러나와 손바닥 위에 엉겼다.

그걸 살며시 공중으로 띄워올렸다.

‘오! 된다.’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칼리처럼 사람 형상을 만들진 못하고, 그저 주먹만한 둥근 도깨비불 같은 것

만 형성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계단 위까지는 올려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그래도 이거 엄청나네.’

우진이 감탄했다.

직접 유체를 만들어보니 트리계열 스킬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시야가 공유되잖아? 염탐 능력이니 당연한 거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엄청나다.’

도깨비불 주변의 광경이 머릿속에 그린 듯이 전달이 된다.

음파 감지랑은 또 다른 것이, 제한된 시야 속에서 정확한 이미지를 전달해준

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거기다 유체의 속도도 그렇게 느리지 않아.’

오히려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가짜 도전자의 원래 목적인 던전 염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걸로 우진도 적들의 수준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둥실.......

유체를 계단 위로 보내서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적에게 들킬 염려는 없다.

희뿌연 형상이니 태양 아래선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 어두운 곳에서나 겨우 형체가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드러난 놈들의 모습.

‘으음, 역시 그렇게 강자는 아니네.’

석판 근처에 앉아서 한가롭게 수다를 떠는 모습.

게다가 딱 2놈이라 뭐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레벨은 나보다 조금 높은 정도겠군.’

행색을 보아하니 대략 레벨 50~60 사이일 것 같았다.

사막 중심부에 들어와있으니 50은 넘었을 거고, 그렇다고 아이템 수준이나 풍

기는 기세를 봐서 월등한 수준은 아니었다.

‘원래 사냥이 쉬워지면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지. 자기가 뭐라도 된 것 같거든.’

평범한 모험가는 접근하기도 힘든 중심부.

여기서 사냥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기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지역 한계선에 가까워지면 근처의 다른 모험가들이 좀 만만해보이기도

하고.

그러니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삥 뜯을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양아치들에게 천외천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군.’

레벨 10에도 30에도 50에도 양아치는 있다.

70, 80, 100이 넘어가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리고 양아치에게 특효약은 매타작이다.

비상식적인 괴물을 만나면 정신 좀 차리게 될 것이다.

— 저벅... 저벅....

우진이 태연하게 계단을 걸어올라 던전 밖으로 나왔다.

근처의 바위에 기대앉아 대기하던 놈들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유체로 확인한 그대로였다.

“오 나왔다.”

벌떡 일어난 놈들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껄렁거리는 모습에 잔뜩 허세가 배어있었다.

‘하나는 원거리 계열. 하나는 버퍼인 것 같은데. 원래 파티 사냥을 하던 놈들

인가보군.’

우진이 빠르게 놈들의 전력을 확인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면 많은 걸 파악할 수 있다.

전열에 익숙한 놈, 후열에 익숙한 놈, 근접 공격에 특화된 놈, 원거리에 특화

된 놈 등등....

‘이 와중에 거리 유지를 한다. 둘 다 근접전을 하는 타입은 아니군.’

시비를 걸면서도 거리는 철저하게 지킨다.

자기들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고 그걸 절

대 넘지 않는다.

그게 놈들의 공격 범위일 것이다.

그때 놈들이 인사를 하듯 무례한 말을 던졌다.

“어디보자. 레벨은 한 50초반? 끽해야 55정도겠고.”

뭐 웃긴 말도 아닌데 낄낄거리더니 즐겁게 말을 잇는다.

“장비는 그냥 뭐 평범하네?”

아무래도 자신이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겉보기에 강해보이는 사람은 아니지.’

바자르에서 산 방어구니 척 보기에 귀한 아이템은 없을 것이다.

무형활과 염주야 인벤에 소중하게 넣어뒀으니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래도 너무 쉽게 얕잡아 보는군. 사선을 넘나든 적이 없어. 전형적인 스킬

빨 모험가일 가능성이 크다.’

스킬빨 모험가.

이건 전생부터 우진이 계속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 화두였다.

자신과 반대로 공격력이 강한 스킬을 가진 사람들.

그런 자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추한 마음을 억눌렀다.

<세상에 스킬빨로만 강해지는 놈들이 어딨겠는가. 다 자기 노력이 포함됐을

거다. 그러니 그들을 질투하지 말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명확히 안다.

스킬 금수저는 존재한다.

자기가 강력한 고유스킬 ‘계승’을 얻어보니 알 것 같았다.

또 칼리의 사령술을 직접 써보니 더욱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스킬이란게 한 인간을 얼마나 뒤바꿔놓는지.

‘처음부터 강한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마치 세상이 자기 것 같겠지.’

전투에 대한 고민이나 계획이 없어도 된다.

적정 사냥터에 가서 사냥을 하고, 적당 레벨로 성장한다.

자신처럼 하위 사냥터에서 혈투를 벌일 필요도 없고 적정 사냥터는 엄두도 내

지 못하는 비루한 모험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강하니까. 태생적으로 강하니까. 스킬이 강력하니까.’

좌절, 열등감, 고통.

그런 게 없이 지금까지 편하게 성장했을 거다.

남들보다 빨리 크고 빨리 강해졌을 것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고유 스킬이 강하기 때문에.

우진이 피식 웃었다.

전생에도 꾹꾹 억눌렀던 자기 연민에 빠지다니.

아마 과거엔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이 태생적 차이가 얼마나 서럽고 억울한 것인지.

강자 측에 서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 좋다. 스킬도 결국 너의 일부고 그게 너의 강함이란 것도 인정하겠다.

그러니... 너 또한 더 강한 ‘스킬들’에 당하는 걸 억울해하지 마라.’

아직 선을 넘지 않았으니 확인은 해봐야할 것이다.

‘어쩌면 1% 확률로 진짜 착한 놈들일수도 있지.’

일단 최소한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처음 뵙는 것 같은데. 무슨 용건이신지요?”

웃으며 말하는 우진에게 놈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돌려주었다.

“눈치가 없는 거야 없는 척 하는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터번을 두른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

“야. 너 누가 50까지 대신 키워줬냐? 왜 이렇게 상황 파악을 못 하지? 우리가

착한 사람들 같아?”

우진이 씁쓸하게 놈들을 바라보았다.

‘착한 놈은 아니고. 멍청한 놈은 맞군.’

벌써 몇 마디를 나눴는데 자신의 실력을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팔짱을 끼는 건 벌어질 전투에 전혀 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거고.

게다가.

‘공격할 의사가 이렇게 충만한데 기습각을 노리지 않은 것도 멍청하다. 쉽게

잡을 수 있는 마물만 상대하다보니 머리가 녹이 슨 모양인가.’

자신이 던전에서 나오는 타이밍.

그 귀중한 한 번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렸다.

뭘 대단한 걸 하느라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잡담을 하다가 자신을 맞이했다.

‘트랩을 깔아둔 것도 아니고, 스킬을 준비한 것도 아니고. 너흰 도대체 뭐지?

인생이 그렇게 한가로운가?’

슬슬 분노가 찾아왔다.

왜 치열하게 살지 않지?

그리고 왜 살아보겠다고 발악하는 자의 뒤통수를 치려 하지?

순간 전생과 현생의 기억이 마구 뒤섞이며 피가 끓는 기분이었으나 다행히 언

데드의 차가운 육신이 억지력을 발휘했다.

기계적으로 냉정함을 되찾은 우진이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명확하게 하십시오. 정당한 용건이면 들어드리지요.”

일부러 과도한 정중함을 보였다.

피식 피식거리는 웃음소리.

원거리 타입의 야비하게 생긴 남자가 말했다.

“던전인 거 같은데 좀 나눠 먹자.”

“뭘 나눠 먹습니까?”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는 야비한 인상의 남자.

“에이씨, 말로 해야 아나. 그냥 안에 뭐 있는지부터 말해봐.”

“그러지 않으면요?”

“그럼 말하고 싶게 만들어줘야지 뭐.”

남자가 단검을 꺼냈다.

재질이나 기운을 봐서는 유니크급의 귀중품이었다.

‘저게 저놈의 무기로군. 그럼 버퍼 쪽이 저걸 보조하는 식일테고.... 얼추 그

림은 그려진다.’

단검인데 거리를 자꾸 유지하는 이유는 저걸 평범한 방식으로 쓰지 않기 때문

이다.

‘던지거나 뭔가를 사출하는 방식일 거다. 단검이라고 방심하다간 단숨에 거리

를 뛰어넘는 공격을 당하게 되겠지.’

즉 단검은 일종의 눈속임.

스킬 혹은 옵션으로 묘한 능력을 구사할 수 있을 거다.

‘확실히 원거리 계통이겠군. 버퍼는 그 능력을 증폭해주는 놈일 테고.’

놈들이 비록 양아치 같아도 마냥 무시할 순 없다.

자만심엔 최소한의 근거가 있을 거다.

아주 방심해선 안 된다.

“갑자기 이러시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

우진이 자신도 무기를 준비하는 척했다.

주섬주섬 몸을 뒤지자 두 양아치가 긴장하며 노려보았다.

그리고 순간.

— 후우웅...!

우진이 발도 자세를 취했다.

허리에 손을 얹고 다리를 빼며 자세를 낮추자 순간적으로 적들이 긴장했다.

움찔하면서 물러나는 게 훤히 보였다.

하지만 그냥 장난이었다.

‘검도 없는데 진짜 한심하군.’

허리춤의 옷 매무새를 고친 우진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들어보였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제가 준비가 좀 필요해서.”

둘이 어안이 벙벙하더니 터번남이 결국 자신의 능력을 드러냈다.

“너 미쳤냐?”

손에서 일렁이는 전류.

이제 마지막 조각이 합쳐졌다.

‘둘 다 전투 관련 스킬이다. 성정이 불온한 놈들 둘이 붙어먹는 걸 보면 서로

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군. 합격과 연격에 주의해야 한다.’

놈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풀어놓은 정보들을 되새기며 우진이 마침내 입을 열

었다.

“사실은 제가 던전에서 얻은 게 있습니다.”

당황하는 두 사람.

“뭐...?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냐?”

“예. 이걸 꼭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꺼내 봐 그럼.”

“정말 멋있거든요.”

“멋....?”

“예.”

우진이 전투인형을 주섬주섬 꺼냈다.

너무 태평한 동작에 두 사람이 벙찐 채 그걸 감상했다.

“멋있지 않습니까?”

뭐하는 짓인가 어이없어서 멍한 두 사람.

하지만 우진은 태양 아래 더욱 빛나는 체이서에 감탄할 뿐이었다.

“정말 예술적이지 않습니까?”

결국 이를 드러내는 양아치들.

“정신이 좀 이상한 놈이었군. 아무래도 곱게는 못 보내겠다. 감히 우리를 뭘

로 보고....”

그때 우진이 다시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잠시. 기동이 필요합니다.”

— 슈쿠웅....

마나를 불어넣자 눈을 뜨는 체이서.

순식간에 전신의 부스터들이 개방되고 손목에서 마력탄의 총구가 사출되었다.

“뭐, 뭐야. 그거...? 인형이냐?”

오만한 2인조마저도 당황하게 만드는 전투적인 모습.

그들도 인형을 본 적은 있을 테지만 이렇게 정교한 물건은 처음 볼 것이다.

놀란 그들에게 우진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 말고 이 친구와 한 번 싸워보시죠. 말하자면 여러분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입니다.”

“......?”

아무 거리낌없이 희생양이라 말하는 우진.

그건 자신들이 반드시 죽을 거라는 얘기였다.

“너....”

“잠깐. 이걸 보십시오. 정말 멋있습니다.”

우진이 지금까지의 연기를 거두고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갈겨.”

간단한 명령이었지만 체이서는 즉시 반응했다.

대기조차 없이 시작되는 초속의 공격.

근처의 바위 하나가 사라졌다.

반응조차 못하고 얼어버린 두 양아치.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체이서의 ‘기동 테스트’로 해볼 것이 많았다.

“변해라.”

— 슈쿵....

빠르게 모습을 바꾸는 체이서.

발진 대기 중인 강철의 야수가 사막에 등장했다.

“어어...?”

겁에 질린 희생양들.

전투는 이제 시작이었다.

*

그리고.

상쾌한 전투가 끝난 뒤....

장비 파밍보다 더 즐거운 스킬 파밍 시간.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둘 다 아주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로 합동 기술을 펼치며 덤벼왔지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이 새끼들 스킬이 이렇게 좋은데 그걸 그렇게 썼어?’

우진이 혀를 차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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