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24
3중 관문은 정확한 게이트를 택하지 못하면 큰 위험에 빠지는 관문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일부러 틀린 색깔인 ‘초록색’을 골랐다.
더 큰 힘을 위해서. 더 강한 힘을 위해서.
‘수백 마리의 기생충을 다 먹어치울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그가 게이트로 몸을 던졌다.
— 푸슝....
순식간에 공간이 전이되고 그가 지하 깊숙한 곳의 허공에 나타났다.
거대한 구덩이 위였다.
— 치리릭... 치릭...
꿈틀거리며 기생충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가득 채운 거대한 기생충들.
팔뚝만한 기생충은 그냥 평범한 생물이어도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저건 마물인데다, 악마 계통이라 희생자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즉, 떨어지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죽는 것보다 심한 꼴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우진은 달랐다.
그는 기생충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들어온 함정이니까.
대신 계획대로 스킬의 연계를 시작했다.
‘땅굴 파기.’
우선 구덩이 벽에 틈을 만들어서 공간을 확보한다.
깊숙한 굴 같은 틈이었다.
그리고.
‘에어블로우.’
— 퍼펑!
허공을 걷어차듯 몸을 이동시켜 거리를 좁힌다.
마지막으로.
‘점멸.’
남은 거리는 점멸로 커버하며 벽 안에 무사히 굴러들어왔다.
아늑한 굴 안에서 우진이 씩 미소지었다.
“좋아, 일단 1단계는 성공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기생충들이 미친듯이 발광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눈앞에서 먹이를 놓치니 미칠 지경인 것이다.
지들끼리 밟고 올라서며 우진이 있는 굴로 올라오려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올라오겠다고? 어림도 없지.’
우진은 무형활을 꺼내서 속사를 갈기기 시작했다.
가장 활동성이 큰 놈부터 하나씩 잡아버리니 점점 놈들이 소극적으로 변했다.
— 펑! 펑!
마력을 최대한 담아서 풀파워로 땡겨버리니 기세가 엄청났다.
한 방에 몇 마리씩 터져나가는 기생충들.
— 치리릭...!
놈들이 미친듯이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올라오기는 커녕 우진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다.
가득찬 구덩이에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왜? 안 올라올 거야? 밥 안 먹어?”
약을 올려도 몸을 숨긴다.
반대로 서로 아래로 내려가서 숨으려고 한다.
우진은 여유롭게 계속 사격을 이어갔다.
— 펑! 펑!
— 치이익....
한 번씩 정신 못차리고 기어오르는 놈은 삭풍으로 떨궈버리고, 그래도 까불면
에어블로우로 아예 내리꽂았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즐거운 알림.
그와 반대로 처참한 풍경.
구덩이에 늘어가는 시체는 살아있는 기생충의 꿈틀거림과 조화를 이루어 역겨
운 광경을 만들어냈다.
‘음, 다행히 후각은 꺼버릴 수 있으니 좋네.’
수많은 기생충 무더기와 맞서는 건 솔직히 보통 정신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절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몸이 굳는 것처럼 징그러운 광경을 보면 반사적
으로 멘탈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진은 달랐다. 자신조차도 놀랄 정도로 무덤덤했다.
‘아무래도 공포 면역이 도움이 되는 것 같군.’
더 힘을 내서 사격을 이어갔다.
중간에 마나를 채우기 위해 휴식하며 식사도 했다. 기생충이 꿈틀거리는 걸
보며 밥을 먹은 것이다.
아무래도 언데드가 되니 혐오체 면역도 생긴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구울 시체를 뜯어먹는 짓은 못 했겠지.’
기생충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저걸 씹어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해질 수 있다면 100마리도 먹는다.’
밥을 다 먹은 우진이 사냥을 이어갔다.
그렇게 약 1시간에 걸친 사냥이 끝나자 구덩이에 살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
었다.
모조리 죽여버린 것이다.
— 풀쩍....
벽의 구멍에서 뛰어내린 우진이 결과를 확인했다.
‘음, 살아있는 놈은 하나도 없군.’
한 마리도 남김 없이 다 죽었다.
이제 식사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그 전에.
[연속으로 수백 번의 원거리 공격을 성공시켜 위업 ‘백발백중’을 달성했습니다.]
[민첩 +5]
위업은 업적의 상위단계로 스탯 보상이 더욱 짭짤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민첩 : 50]
적절하게도 민첩 수치가 딱 50 포인트가 되어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압도적인 속도]
[이제부터 고속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이동속도가 생겼다.
맨몸으로 중급 탈것의 속력을 낼 수 있는 정도였다.
[압도적인 감각]
[반사신경과 회피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그리고 순발력과 관련된 능력이 월등하게 좋아졌다.
‘이제야 압도적인 감각을 되찾았군.’
전생에도 가지고 있던 능력을 다시 돌려받았다.
가볍게 몸을 풀듯 움직여본 우진이 만족스럽게 다음 알림을 확인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일단 엄청난 수의 적을 죽인만큼 3번의 레벨업을 했다.
‘적정 사냥터를 약간 상회하는 곳에서 대규모 몰이사냥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
지.’
그리고 기생충들의 스킬도 계승했다.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영혼 약탈’을 계승했습니다.]
‘좋아. 악마 계통 마물들의 스킬까지 계승이 되는군.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워낙 일방적인 사냥이라 기생충들이 스킬을 쓰는 것도 보지 못하고 계승해 버
렸다.
그 스킬의 이름은 ‘영혼 약탈’.
우진은 이것의 강력한 효과를 알고 있었다.
‘적의 신체가 아니라 영혼을 먹어버리는 능력이지.’
이 기생충들이 무서운 이유는 몸을 먹어치우기 때문이 아니다.
영혼을 먹어서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영혼을 먹는다는 건 말하자면 ‘영구 디버프’를 거는 셈이다.
이제 자신도 마물을 상대할 때 내부에서부터 근원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되었다.
‘약탈이 성공할 때마다 전체 스탯이 감소하고 이성이 극도로 감소하지.’
소형 마물보다는 대형 마물, 그리고 일반적인 놈들보다는 보스에게 아주 효과
적일 것 같았다.
‘일단 1번이라도 성공하면 적의 전투력을 퍼센트 단위로 깎고 시작하는 거니
매우 좋을 수밖에 없다.’
여러 번 성공하면 근원이 손상된 적과 싸우는 꼴이 된다.
물론 확률은 떨어지겠지만 일단 가능성이 생겼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상태창.’
[우진]
[LV : 48]
[종족 : 언데드(성장형, 1단계)]
[지위 - 죽음을 극복한 자]
[체력 : 37]
[근력 : 42]
[민첩 : 50]
[지력 : 10]
[기술 : 14]
[마나 : 24]
[스탯 강화 포인트 : 6]
[고유 스킬 : 계승]
[계승 목록 : 짐승의 후각, 도약, 하급 점멸, 트롤의 재생력, 땅굴 파기, 위
색, 돌진, 기척 감추기, 음파 감지, 잠복, 괴성, 융합, 삭풍, 에어블로우, 사
령술, 시체 먹기, 영혼 약탈]
이곳에 들어온 뒤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2개의 스킬은 물론이고 레벨까지 올랐다.
무엇보다 스킬 간의 연계를 통해 종족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것과 함께 찾아온 강력한 변화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군. 시원시원하게 강해지고 있다.’
전생에서 경험치를 먹기 위해 겪었던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은 초고속 성장이
라고 해도 충분했다.
일단 스탯 포인트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체력에 3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마나에 분배한다.’
[체력 : 40]
[마나 : 27]
체력은 일반적인 피통과 스태미너 역할 외에도 일격사 저항, 데미지 감쇄 등
의 역할을 한다.
즉 방어구 없이도 방어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체력이 부족하면 어이없이 즉사하거나 신체 파손으로 전투 수행력이 떨어지지.’
월드의 모험가들이 공격스킬 같은 것을 처맞고도 굴러서 일어나는 건 체력이
란 스탯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3대 스탯에 포함된다.
우진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다.
‘마나도 효율이 좋으니 계속 찍어주자.’
마나에도 분배를 했다.
전투를 할수록 마나의 효율이 체감이 되었다.
전생에선 마나라는 특별한 힘을 잘 쓰지 못했는데, 이렇게 엄청난 스탯인줄
몰랐다.
최소한 1 넣으면 1 값은 무조건 한다.
솔직한 체감으론 4대 스탯에 넣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내 상태가 좀 특수하기 때문이지. 무형활이라는 강력한 아이템이 마나
의 방출구 역할을 잘 해주기도 하고.’
그보다 종족란에 세부 항목이 생겼다.
마치 눌러보라는 듯 깜빡이는 항목 알림.
확인하자 특이한 것이 있었다.
[생명 에너지]
나타난 핏빛 구슬.
그 안에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그게 10% 정도 차오른 상태였다.
‘이건 마치 종족 경험치 같은 느낌이군.’
[생명 에너지를 모으는 중....]
[약소한 생명 에너지를 확보한 상태...]
구슬에 차오른 피.
아무래도 일종의 경험치이고, 그게 10% 정도 찼다는 얘기 같았다.
이걸 꽉 채우면 또 한 번의 지위 변화가 일어나리라.
‘좋아, 계속 열심히 채워보자. 지위라는 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이니까.’
일단 주위의 기생충들부터 모조리 빨아들였다.
‘융합.’
이제 더욱 능숙해진 융합의 힘이 주변을 휩쓸며 우진의 손바닥에 귀중한 생명
에너지를 쏟아넣었다.
‘시체 먹기.’
그리고 사용한 새로운 스킬 시체 먹기.
빨아들인 생명 에너지가 고스란히 ‘시체 먹기’ 판정으로 흡수되었다.
원래라면 기생충을 한 마리씩 씹어먹었어야 했을 과정이 매우 간단하게 처리
되었다.
‘역시 스킬은 연계가 제맛이지.’
기생충을 다 정리하자 핏빛 구슬은 30% 정도가 차올랐다.
워낙 많은 시체기도 했고, 악마 계통의 특이한 놈들이라 약간의 가산점이 있
었을지도 모른다.
‘좋아, 그래도 이 정도 속도라면 다음 지위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겠다.’
융합의 원래 효과로 체력과 마나까지 가득찼다.
희망적인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기로 했다.
‘이제 원래 방으로 돌아가야지.’
그 복귀 경로는 바로 구덩이 바닥에 있었다.
기생충들이 모두 사라진 바닥에 비밀 통로를 여니까 3중 관문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었다.
— 쿠구궁....
그 통로를 거슬러 다시 거대한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정답 게이트로 가면 되겠군.’
3번째 게이트.
정답인 붉은 색의 게이트로 다음 구역을 향했다.
*
— 키에엑....
다음 구역은 일종의 고문실이자 연구실을 겸한 듯한 장소였다.
많은 실험 도구들과 커다란 수술침대, 그리고 거기서 탄생한 생명체들이 있었다.
‘리치의 연구 결과인 키메라들이군.’
사악한 연구로 만들어낸 기괴한 키메라들이 우진을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정말 기이한 형태였고, 크기도 중형 마물을 떠올릴 정도로 거대했다.
‘나도 마법사 연구실로 팔려갔으면 저런 꼴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의 정신력을 원했으니 저런 괴물체의 대가리 부위를 담당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섬뜩한 상상과 함께 우진이 놈들의 고통스런 생을 끝내주기로 했다.
‘다중시보다는 최대 출력으로 한 방씩 먹이는게 좋겠군.’
다수의 약한 몬스터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강한데 숫자도 6개체 정도 되었다.
빠르고 확실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키메라는 확실히 강해. 칼리의 가짜 도전자가 여기서 터져버린 이유가 있다.’
칼리의 유체는 여기서 터졌다.
키메라에게 당한 것이다.
하지만 우진에게 여기서 멈출 생각 따윈 없었다.
— 우우웅....
강력한 마나.
무형활에 거대한 화살이 맺혔다.
화살보다는 포탄이란 설명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하나 더.’
두 번째 거대 화살.
이마에 핏줄이 돋고 손이 떨릴 정도의 부하가 걸렸지만 우진은 그대로 조준했다.
‘이 정도는 먹여줘야 죽을 테니까.’
키메라는 원래 누더기 괴물 같은 거라 신체 일부가 손상되어도 계속 공격해온다.
즉, 단순 화살을 넘어선 풀차지샷으로 완전 박살을 내줘야 한다.
‘죽어라!’
— 후쿠웅....!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두 발의 거대 화살이 첫 번째 키메라를 향했다.
— 퍼어엉...!
키메라의 몸에 거대한 동그라미 두 개가 생겼다.
— 쿠구궁.....
쓰러지는 거체.
우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른 키메라의 공격을 피해 뒤로 몸을 날렸다.
풀차지샷의 위력을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정신력과 집중력 싸움이다.
‘걱정 마라. 너희도 다 죽여줄 테니.’
남은 개체는 다섯.
모두 다른 모습이었지만 죄다 흉흉하고 묵직한 형태였다.
— 부우웅!
날아드는 거대한 주먹을 피하며 도약으로 벽을 타고 올랐다.
거기서 이어지는 에어블로우.
— 퍼펑!
공중에서 다시 돌진을 쓰며 연구실의 2층에 올라선 우진이 새로 얻은 능력을
쓰기로 했다.
‘이건 에피타이저니까 사양말고 처먹어라.’
집중한 정신 속에서 시동어가 얽히고 본디 악마에게나 허락되었을 능력이 발
현되었다.
‘영혼 약탈.’
강력한 검은 오오라가 순간 키메라를 감싸고 그대로 우진에게 빨려들었다.
[적의 영혼을 약탈하여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습니다.]
‘좋아! 키메라에게도 통하는군.’
인공 생명체라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휘청이며 넋이 나간 듯 경직을 먹는 키
메라.
놈들에게도 일말의 영혼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빨리 끝내주기로 했다.
고통은 이미 충분히 받았을 테니까.
‘다시 한 번 최대출력이다.’
— 후쿠웅.......!
무형활에 또 2발의 거대 화살이 걸리고 한 마리의 키메라가 세상에서 지워졌다.
다음은 비슷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피하고 쏘고 자세를 가다듬은 뒤 다시 재개되는 사냥.
키메라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며 전투는 더욱 여유로워졌다.
— 쿠드드득.
중간에는 신체를 변화시켜 싸움을 이어갔다.
싸우다 느낀 것인데, 손톱과 비슷하게 전신의 근육 구조도 드러내거나 숨길
수 있었다.
폭발적으로 야수성을 발현하거나 아니면 인간처럼 숨길 수 있는 것이다.
즉, 언데드 육신에도 최소 출력과 최대 출력이 존재했다.
‘최대 상태를 언데드 폼이라고 하면 되겠군.’
육체를 최대한 변화시키자 완전히 한 마리의 야수 인간 같은 형상이 되었다.
그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회피와 공격을 반복하며 키메라들을 유린했다.
— 콰콰쾅!
놈들의 입장에선 뭔 미친 표범 같은 것이 벽을 타고 뛰어다니며 자기들을 공
격하는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4중시 최대출력의 위력을 실험해볼 수도 있었다.
현재 다중시의 최고 포텐인 4발 풀파워를 테스트해본 것이다.
— 후쿵!
팔다리가 다 날아간 키메라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중시 출력을 높이는 건 확실히 데미지가 부족하군.’
아까는 몸통이 거의 날아가버렸는데 이번엔 구멍이 좀 작다.
일단은 2발 맥스로 쏘는게 최선인 것 같았다.
마나를 더 높이면 해결될 문제니 별 신경쓸 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손톱의 위력을 확인하기로 했다.
— 스컥
손톱을 길게 뽑아내 마지막 키메라의 심장에 꽂았다 뽑자 얼추 데미지가 느껴
졌다.
‘아직 그렇게 강하진 않다. 주먹을 쓰는 것보다는 강하지만 제대로 된 주무장
을 쓰는 것보단 훨씬 약하군.’
그래도 비장의 수단이 있으면 나쁠 건 없다.
그저 손톱의 공격력을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 퍼펑!
마무리는 화살 한 발로 끝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그렇게 깔끔한 레벨업으로 전투가 종료되었다.
여러 모로 테스트를 해볼 수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드는 싸움이었다.
‘일단 생명 에너지부터 챙기자.’
융합으로 빨아들이고 시체 먹기로 흡수를 하자 놀랍게도 핏빛 구슬이 40%까지
차올랐다.
아까 기생충들이 준 양의 거의 절반을 준 셈이다.
아무래도 여러 개의 생명체를 덕지덕지 기워놓은 것이라 생명 에너지를 많이
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야 뭐 고마운 일이지. 이런 거라면 백 번도 더 놀라도 된다. 더 줘라. 더
더 많이 줘라.’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인공적인 생명체라 계승되는 스킬은 따로 없군.’
아쉽게도 평범한 마물이 아니라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그래도 또다른 성과가 있었다.
어찌보면 더 큰 선물이었다.
‘놈들과 싸우다보니 언데드 폼에 능숙해졌어.’
이 몸은 정말 알아갈수록 놀라웠다.
전신을 변화시키는게 아니라 손톱을 뽑듯이 팔이나 다리 등의 일부만 변화시
킬 수도 있었다.
일단 오른팔 하나만 변화시켜 보았다.
— 쿠드드득....
오른팔과 왼팔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평범한 인간의 팔뚝에 하얀 피부를 가진 왼팔.
그리고 도드라진 근육에 핏줄과 마기가 느껴지는 검푸른 오른팔.
아예 억제를 풀고 최대한으로 변화시키자 피부가 완전히 검푸른 색으로 변하
며 정말 괴물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다.
‘일종의 변신인 셈이군.’
흡혈귀 왕도 이런 형태의 변신이 가능했다.
공략자들은 그걸 야수폼이라고 불렀고 폭발적인 속도와 힘을 상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그 비슷한 흉내를 낼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 움직이는 무시무시한 손가락들.
꿈에 나올까 무서운 강력한 오른팔을 보며 우진이 생각에 잠겼다.
‘정말 엄청나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지위가 올라가면 도대체 얼마나 강한 육
체가 생기는 걸까?’
다시 변화를 풀고 이번엔 전신을 최대 출력으로 변화시켜보았다.
아예 신체구조가 변화하며 신장과 체중마저도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최대한 변하면 대략 2m가 조금 안 되는 것 같은데. 나중엔 어느 정도가 될까?’
모두 변한 사지.
떡 벌어진 거대한 몸의 그림자를 보며 우진이 생각했다.
‘내가 예언 하나 하지. 최종폼에는 무조건 날개가 달려있을 거다.’
왜냐. 흡혈귀 왕의 야수폼에도 날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볼 때 이 육체는 놈의 변신보다 훨씬 우월했다.
‘놈한테 있던 게 나한테 없을 리 없거든. 놈이 쌍익이면 나는 사익(四翼) 정
도는 되지 않을까.’
이 특수한 언데드 신체에는 아직 엄청난 포텐셜이 있는 것 같았다.
차차 지위를 상승시키며 그 비밀과 신비를 알아가기로 했다.
‘이건 사실 내 힘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사실 언데드 폼은 부가적인 능력일 뿐 자신의 진짜 힘은 계승에서 나온다.
적을 가리지 않고 이어받는 무한한 스킬의 가능성.
그리고 그 수많은 스킬과 스킬의 연계.
이 특수한 몸은 그걸 소화하는 강력한 바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좋아. 다음 구역으로 가자. 아마 다음이 마지막이었지?’
이제 슬슬 이 던전도 끝이 보인다.
우진이 고문실의 끝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나온 것은 아주 특이한 구역이었다.
‘듣던대로 기묘한 공간이군.’
거기엔 백색의 공간이 있었다.
길도 없고 문도 없는 그저 새하얀 공간.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우진에겐 이미 답이 있었다.
그 해법은 바로 밑바닥 하수구에서 가져온 비장의 스킬이었다.
‘점멸이 길을 열어줄 테니까.’
귀중한 공간계 스킬.
이 백색의 수수께끼는 이미 풀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