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9
월드의 아이템에는 체계가 있다.
그 중 최고의 단계는 전설이다.
우진은 떨리는 손으로 제단의 ‘활’을 집어들었다.
[무형활 스타라이트]
[전설]
[이 신비한 활은 사용자의 마나를 화살로 사용한다.]
[화살에 적중한 대상에게 스킬 ‘표적’을 발동한다.]
[속사]
[추가 마나를 지불하여 ‘다중시(多重矢)’ 발동]
[추가 마나를 지불하여 ‘무음시(無音矢)’ 발동]
[최상급 민첩 보정]
[상급 근력 보정]
[조준 보정 +50%]
[근거리 위력 보정 +50~150%]
[장거리 위력 보정 +300%]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묵빛 활에는 역시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옵션들
이 붙어있었다.
심플하지만 아름다운 옵션들.
각각 하나하나가 어디가서 붙어있어도 명품 소리를 들을 옵션들이었다.
‘비밀 던전에서 가끔 좋은 무기가 드랍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 좋은 무기다.
등급이 무려 전설.
그가 처음으로 발견한 전설 아이템이었다.
‘과거에 이걸 얻은 건 누구길래 이런 아이템의 정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걸까.’
자세히 살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양이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단아한 곡선이 사용자의 눈을 만족시켜줄 뿐, 누군가 한눈에 귀물(貴物)임을
알아보긴 어려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누가 혼자서 이 괴물 같은 아이템으로 꿀을 빤 모양이었다.
우진은 시위가 없는 활을 들고 보상 공간을 나왔다.
이건 거의 종결급 무기로 따로 보조 무장을 갖출 게 아니라면 무기 파밍은 끝
을 봐도 될 것 같았다.
‘마나가 필요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마법사를 할 게 아니라면 마나는 많이 올릴 필요가 없다.
물론 마나 보정을 받는 많은 스킬과 아이템이 있지만 한정된 포인트를 마구잡
이로 쓸 순 없었다.
‘게다가 이건 활이다.’
활을 다루는데는 민첩과 근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나에 포인트를 할애하면서
까지 굳이 이런 아이템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흠.”
하지만 자신은 상황이 좀 다르다.
미라클 포션을 이용하면 방법이 생길 것 같았다.
포션의 효과는 바로 위업 ‘기적을 믿는 자’의 달성.
복권 당첨과도 같은 위업이라 보상이 어마어마하다.
“그걸 다 마나에 투자한다면.......”
이 활을 다루는 건 물론, 앞으로 마나가 필요한 일에서 곤란을 겪을 일은 없
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쪽으로 육성하는 건 키우기 어렵지만 그만큼 강력하지. 난 좀 특
수한 상황이니 강화 포인트는 계속 쌓일테고.......”
회귀자만큼 포인트 벌기 좋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래의 지식과 보상, 업적 정보를 알고 있으니까.
우진은 생각을 멈추고 일단 활을 당겨보았다.
시험삼아 무기를 이용해보려는 생각이었다.
— 우우웅....
정신을 집중하자 화살이 맺혀 활에 걸렸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손으로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해야 발동할 수 있었다.
‘지금!’
무형의 시위를 놓자 전설급 무기가 처음으로 그 위력을 드러냈다.
— 피슉....
생각보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다만 결과가 엄청났다.
— 쿠쿵...!
익숙하지 않은 최초 격발인데다 마나도 2밖에 되지 않았지만 벽에 팔뚝이 쑥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예리하다. 예리하고 강하다. 이건 정말....’
아름다운 파괴력.
그런 표현이 떠올랐다.
마나 수치가 더 올라가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을지 두려울 지경이었다.
‘일단 나가서 결정하자.’
최종 결정은 안전한 곳에서 해도 되니 일단 던전을 나가서 일을 마무리 짓기
로 했다.
밖으로 나서는 길.
우진은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았다.
뜻하지 않게 전설 무기를 얻었지만 갑자기 모든 과정을 건너뛸 순 없었다.
‘좋은 무기가 있다고 상위 마물이 마냥 살살 녹는 건 아니다. 아직 레벨이 낮
고 스탯이 부족하니까.’
전설 무기는 그 자체로 만능이 아니다.
다만 사용자가 항상 최고의 포텐셜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스탯이 좀 부족해도 옵션빨과 최상급 보정빨로 극한의 아웃풋을 뽑아낼 수 있
게 돕는 것이다.
‘즉 내가 아직 무기의 잠재력을 다 끌어내지 못한다는 얘기도 되지.‘
자신이 성장하면 무기의 위력도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아까 시험삼아 쏜 일격을 숨쉬듯이 날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 쿠구쿵....
던전문을 닫고 산을 내려가는 동안 우진은 계속 주의를 기울였다.
혹시라도 마을 쪽에서 아침에 발생한 사건을 눈치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제론의 시체가 발견됐을리는 없겠지만... 우리가 싸우는 걸 목격한 사
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마을로 돌아오자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촌장한테 가서 우물을 확인하라고 하자 맑은 물이 콸콸 나오는 것을 보고 감
동했다.
그는 이제 극도의 예의를 갖춰 우진을 대했다.
“제가 명 받은 것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에게 이 상자를 전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촌장이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건 손바닥만한 작은 상자였다.
‘저기에 미라클 포션이 들어있는 거였군.’
문양이 새겨진 석함.
겉으론 단순히 돌을 깎아 만든 것 같지만 그 정체는 신석(神石)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장치다.
소유권이 없으면 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저희가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지요. 아, 혹시 시간이 괜찮으
시면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약소하지만 우물의 맑은 물로 음식을 만들면 그
맛이 아주 좋을 것입니다.”
말은 고마웠으나 우진은 마음이 바빴다.
“괜찮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도....”
“동굴의 문은 다시 잠궈뒀습니다. 계속 마물이 발생할테니 준비된 자가 아니
면 출입을 금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명심하지요.”
“그럼.”
우진은 당부를 남기고 마을을 떠났다.
다소 급한 출발이었지만 이곳에 있으니 1분 1초가 시한폭탄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론의 시체가 발견되면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리라.
혹시라도 노역장 쪽과 얽히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
‘머뭇거릴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주저없는 발걸음으로 우진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
산길을 한참 내려왔다.
외딴 마을을 벗어나자 다시 월드의 드넓은 세계가 펼쳐졌다.
저 작은 곳에서 보낸 며칠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 끝에 얻은게 전설 아이템이라 더욱 꿈같이 생각되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월드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그 정점에 도전하려면 해야할 일이 많았다.
‘좋아, 이번엔 서쪽으로 가서 적정 사냥터를 찾는 거다.’
우진은 당초 계획이었던 남부가 아니라 서쪽으로 향했다.
원래 레어 등급의 검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기에 그걸 먹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서쪽으로 가서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
할 생각이었다.
거기로 가면 우진 정도 수준의 모험가들이 활개칠 수 있는 드릴혼 지역이 나
오기 때문이다.
‘내가 활을 다룰 줄 아는게 정말 다행이군.’
우진은 강해지기 위해 별별 기술을 다 익혔다.
시스템이 쓸모있는 스킬을 안 줬으니 인간 자체가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강해졌다.
‘최대한 파티에 도움이 되기 위해 원거리 무기를 익혔고 그 중 활이 제일 손
에 맞았지. 그렇다고 무형활처럼 특이한 놈을 써본 적은 없지만.’
활을 꺼낸 우진이 정신을 집중해 당겼다.
시위를 놓자 하늘을 향해 옅은 푸른빛의 화살이 날아가 제법 큰 새 한 마리를
맞췄다.
— 퍼드덕....
새가 꿈틀거리다 이내 숨을 거뒀다.
마물이 아니라 평범한 새라 스킬도 경험치도 주지 않았지만 그 고기는 충분히
맛이 있었다.
식사를 마친 우진이 마나가 차오르길 기다렸다가 다시 화살을 쏴보았다.
— 피슉 피슉....
마나를 전부 소모하자 2발의 화살을 연달아 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저 옵션인 ‘속사’의 형태로 진짜 한 순간에 여러 발의 화살을
쏘는 ‘다중시’를 구현하기엔 아직 스탯이 부족했다.
‘역시 미라클 포션을 빨리 먹어야겠어.’
어서 이 활을 자유롭게 다루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미라클 포션을 먹으면 2가지의 보상이 주어진다.
기본 보상과 특수 보상.
그중 기본 보상만 있어도 활을 제대로 다룰 성장이 가능해진다.
‘그 외에 특수 보상도 있지만, 그건 명확히 정해진 형태가 아니니까.’
그는 석함을 꺼냈다.
신비한 기운이 서린 석함은 빨리 열어달라는 듯 작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일단 뚜껑만 까볼까?’
먹는 건 더 안전한 곳에서 해야한다.
흡수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무방비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어서 확인만 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우진이 석함에 손바닥을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 우우웅....
소리가 더욱 커지더니 석함의 문양이 빛이 차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 뚜껑이 열렸다.
‘오.’
마침내 육안으로 보게된 미라클 포션.
그건 예상 외로 평범한 병의 형태가 아니었다.
둥근 구슬.
깨끗한 푸른 기운이 구슬처럼 둥글게 뭉쳐있었다.
풍기는 에너지만으로도 얼마나 강한 기운인지 짐작이 가능했다.
‘흡수하려면 제법 오래 걸리겠네.’
포션의 정체를 확인한 우진이 석함을 다시 닫았다.
그때 저 멀리 도개교 하나가 나타났다.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거대한 도개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명물이었다.
‘슬슬 다 와가는군.’
우진이 정신을 집중해 얼굴을 바꿨다.
‘위색.’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그가 도개교를 향해 나아갔다.
*
“다음 사람 입장하시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걸어나왔다.
태연하게 도개교를 건너 반대편에 도착한 남자가 서둘러 인적이 드문 길을 향
해 이동했다.
‘다행히 검문은 통과했네.’
남자가 눈을 감더니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어 다시 눈을 떴다.
위색을 사용한 우진이었다.
‘제론 얼굴을 빌릴까 카멜레온 얼굴을 빌릴까 고민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신분증 검사는 하지 않았다.
눈에 띄게 수상한 자가 아니면 일일이 검사하기 힘들 정도의 유동인구가 도개
교를 오가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월드에 입장한 기분이네.’
그동안은 사람이 좀 적은 장소들만 다녔다.
노역장은 외진 황무지에 있었고, 그 후에도 인적 드문 산과 작은 마을 정도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도시가 등장할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 외의 드넓은 필드, 그리고 다양한 던전들이 그를 기다
리고 있었다.
위색을 마친 우진이 다시 북적거리는 인구에 합류해 도시를 향해 걸었다.
도시의 이름은 ‘시리프’. 고대어로 관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도개교에 들어가기 전 관문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
아직 드릴혼 지역은 아니지만 거의 경계까지는 왔다고 봐도 된다.
일단 여관을 잡고 다시 거리로 나가서 결계석을 사왔다.
도시답게 좋은 물건이 많았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쌌다.
다행히 악어 사체를 팔아서 돈은 충분했다.
여관방으로 돌아온 우진이 결계석을 배치해 24시간짜리 ‘간이결계’를 소환했다.
이제 이곳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물론 압도적인 힘으로 결계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뜬금없이 작은 여관방에 그
런 강자가 나타나 공격을 퍼부을 이유가 없었다.
결계 속에서 우진이 석함을 꺼냈다.
여관비도 이미 넉넉하게 치뤘고, 혹시 몰라 문도 잠궜고 결계까지 쳤다.
이제 ‘기적’을 흡수할 일만 남았다.
그는 푸른 구슬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걸 섭취하고 소화하는 동안 자신은 무방비상태가 된다.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지만 그 대가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 스으으....
구슬을 마시듯이 입에 넣고 흘려보냈다.
엄청나게 맑고 차가운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새파랗게 푸른 바다가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머리가 엄청나게 시원하다.’
[미라클 포션을 흡수합니다.]
[12시간의 정신집중이 필요합니다.]
‘이럴 줄 알고 미리 다 준비해뒀지.’
우진이 결계 속에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그리고 12시간 뒤.
정확한 시간이 되었을 때 우진이 번쩍 눈을 떴다.
[미라클 포션을 모두 흡수했습니다.]
[위업 ‘기적을 믿는 자’를 달성했습니다.]
포션이 다 흡수된 것은 물론.
[새로운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알림까지 떠올랐다.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우진으로서도 모르고 있던 정보였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포션의 기본 보상부터 확인했다.
[스탯 강화 포인트 : 20]
미라클 포션의 기본 보상은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바로 여분의 스탯 포인트가 20이나 생긴다.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보상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종족값을 조정합니다.]
[종족 : 언데드(성장형)]
우진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변화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능성이라는게 이걸 말하는 건가?’
미라클 포션의 부가효과.
그건 사용자가 가장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대부분 올스탯 상승이나 보유 아이템의 등급이 올라가는 등의 경험을 한다.
월드의 존재들은 대부분 더 강한 힘을 원하기에.
미라클 포션을 찾아서 먹을 정도면 다들 더 큰 힘을 추구하는 자들이니 자연
스런 결과였다.
물론 모두가 스탯이나 아이템 등으로 효과를 본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불치병이 나았다고도 했지.’
또는 얼굴이 잘생겨지거나 시력이 좋아진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종족값이 바뀌었다.
‘내가 이런 걸 갈망하고 있었군.’
성장형 종족이란게 아주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원래 그런 종족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용족’이다.
용족은 월드에서 마물로 취급되지만, 그 능력만큼은 엄청나게 강한 존재들이
다. 그들이 강한 것도 종족값이 성장형이기 때문이다.
‘해츨링 상태와 고룡 상태가 아주 천지차이지.’
그게 성장형의 특징이다.
성장에 따라 외형이 변하고, 능력이 점점 강해진다.
용족들이 해츨링에서 성체, 성체에서 고룡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때 하나의 의문이 찾아왔다.
‘그런데 용들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성장하지만 언데드는 나이도 없잖
아? 뭘 해서 성장하지?’
아마도 뭔가 다른 방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사냥과 계승을 반복해서 일종의 ‘힘’과 ‘생명’을 먹어치
우는 것.
‘언데드는 언제나 생명을 갈구하는 존재이니까.’
흡혈귀 왕도 그런 식으로 왕의 자격인 ‘왕명(王名)’을 획득했으니 아마 자신
도 계속 적들의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격이 상승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마물은 흡혈이란 방식을 사용했지만 힘을 이어받는 구조는 거의 비슷
했다.
‘만약 그렇다면 쉽지. 계속 레벨업하면서 힘을 계승하면 알아서 성장한다는
거니까.’
우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뜻밖의 변화였으나 자신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아마도 자신은 여러가지 의미로 특이한 존재이니, 미라클 포션도 특별한 결과
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만족스러워. 이 정도면 정말 정점을 노려봐도 무모한 시도는 아니겠어.’
전생에 월드의 정점을 노리던 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대부분 압도적으로 강력한 고유스킬을 가지고 있거나, 독특한 스킬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통해 몇 배의 효과를 끌어내던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 중 단순히 종족빨로 이름을 날리던 자들도 있었다.
트롤과 오우거, 그리고 인간의 혼혈이었던 가이저헤드.
놈은 말도 안 되는 힘과 재생력을 바탕으로 항상 월드의 선두를 달렸다.
‘무식하게 싸워도 다 버티고 결국 끝까지 살아남으니까.’
물론 단순히 그 정도로 월드의 선두에 선 것은 아니다. 놈은 타고난 전사이자
탁월한 싸움꾼이었다.
하지만 그 뒷받침엔 분명 종족의 유리함도 있었다.
‘한때는 부러웠지. 나도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면, 하다못해 내가 지구가 아
닌 판타지나 중원 쪽에서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들.’
하지만 이젠 다르다.
계승과 성장형 종족.
무려 스킬을 늘려주는 고유스킬과 용족의 사기종족값을 갖췄다.
저 모든 강자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조건이다.
강력한 스킬과 유리한 종족값을 모두 가지고 월드를 돌파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적절한 아이템을 세팅하는 것이다.
‘벌써 1개지만 전설템도 있지.’
우진이 무형활을 소중하게 움켜쥐었다.
이제 조금 더 이 활에 걸맞는 사람이 될 시간이었다.
‘상태창.’
우진이 상태창을 불렀다.
미라클 포션이 준 건 성장형 종족값만이 아니었다.
대량의 강화 포인트.
20번의 폭업을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