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7
산 속 바위굴의 비밀 던전.
그 동굴 끝에 우진이 섰다.
남은 구역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원래도 거의 끝난 상태였고, 공략자의 마음이 매우 급했기 때문이다.
— 키이이.......
마지막 박쥐를 죽이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구역이 마침내 정리된 것이다.
‘제론.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적막한 동굴에서 우진은 아까본 뜻밖의 인물을 떠올렸다.
키다리 제론.
노역장의 감독관이지만 담당이 아니라 큰 인연은 없었다.
‘행동거지가 급해보이진 않았어. 오히려 여유가 있었지.’
그의 모습에서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노역장과 다르게 편한 옷에 인상도 어딘가 한가로워 보였다.
마치 휴가를 나온 사람의 행색 같았다.
‘감독관들도 사람이고 쉬는 날이 있다. 그냥 우연히 행선지가 겹친 거겠지.’
애써 자신을 추격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해봤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었다.
‘일단은 이 던전부터 끝장을 보자.’
— 쿠구궁....
동굴 끝에서 비밀 장치를 작동시키자 벽이 열렸다.
거기 아래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있었다.
다음 구역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원래 다음 구역은 숨겨져 있었지. 그래서 제법 오랫동안 그저 저레벨용 박쥐
던전이라고만 알려져 있었고.’
하지만 그는 이 던전의 진짜 비밀을 알고 있다.
그가 거침없이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 쿵.......
바닥에 도착한 그는 바로 음파 감지를 켰다.
곧 지하의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 구루룩... 구룩.....
천연 동굴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거기에는 도마뱀처럼 보이지만 마치 썩은 것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부패
악어’들이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더 징그럽게 생겼군.’
덩치도 크고 흉폭한 마물이었다.
박쥐보다 체력도 높고 공격력도 강하다. 하지만 시력이 안 좋고 속도가 느려
서 약점이 있었다.
‘음파 감지가 있어서 다행이군. 놈들은 불빛에 민감하니까.’
보호색을 띄고 있는 놈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데다 불을 켜지 않아도 탐사
를 할 수 있다.
불을 켜면 순식간에 놈들이 달려들어서 우진을 콰득콰득 씹어먹을 것이다.
마치 야시경을 켠 것과 같은 광경 속에서 우진이 사냥을 시작했다.
잠복한 악어들을 머리의 급소만 노려서 마치 찍어버리듯이 죽였다.
강물은 큰 소리를 내며 우진의 발소리를 숨겨주었다.
시력이 약한 놈들은 그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한 마리씩 각개격파로 죽어나
갔다.
‘어디 계속 숨어봐. 니들이 아무리 잘 숨어있어도 난 다 보인다.’
몇 시간 동안 빠르게 사냥을 이어갔다.
힘들지만 가끔 암벽 틈에서 숨을 고르는 걸 제외하면 끝없이 사냥을 했다.
‘이런 꿀같은 사냥터를 찾는 것만해도 모험가에겐 축복이거든.’
레벨에 맞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독식할 수 있는 건 엄청난 기회였다.
그 기회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써먹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 알림이 몇 번이나 울렸다. 부패 악어의 스킬인 ‘잠복’ 또한 계승할 수
있었다.
물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척 감추기였는데, 둘을 잘 섞어서 사용
하면 암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2시간이 지났을 때.
마침내 우진이 보스방 앞에 도달했다.
— 쿠구구구.......
우진이 거대한 석문을 바라보았다.
‘이걸 열면 바로 보스전이다. 그 전에 준비가 필요해.’
뒤에는 대략 수십 마리 악어들의 시체가 있었다.
문을 열기 전 일단 재정비하고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쉴 새 없는 사냥으로 지쳐있었고, 악어들의 시체를 정리해서 팔아치울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론 쪽이 신경쓰였다.
악어들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꾹꾹 눌러담아 돌아왔다.
그런데 산을 내려와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였다.
뜻밖에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론...?’
그건 감독관인 키다리 제론이었다.
*
‘침착하자.’
우진은 바로 검을 뽑을 수 있게 준비하고 겉으론 태연하게 마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도망쳐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놈을 바로 공격하는 것도 이상했다.
— 저벅.... 저벅....
긴장 속에서 서서히 거리가 좁혀졌다.
제론은 여유로운 얼굴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가 목례를 하더니 갑자기 말을 걸었다.
“저희 마을을 위해 고생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물을 고쳐주신다고요.”
우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으나 표정을 관리하며 온화하게 답했다.
“그냥 모험가로서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마을에 도움이 된다
면 저한테도 기쁜 일이겠지요.”
제론이 가느다란 입술로 웃었다.
“저도 레벨이 낮지는 않으니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휴가를 받
은 상태지만, 마을을 위해서라면 몸 좀 풀어도 좋겠지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목례를 하고 지나가려는데 제론이 다시 말했다.
“혹시 저녁 식사 같이 하시겠습니까?”
우진이 경계하자 제론이 웃었다.
“여관에서 묵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저도 거기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주인 아
주머니 돼지고기 요리가 아주 일품이지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여관으로 걸어가는 동안 우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도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니 제론의 행동에서 몇 가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일단 내가 탈주 노예라는 건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 나한테 접근한 이
유가 있어. 단순히 저녁 식사를 하려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제론은 그리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지금 그가 쓰는 온화한 말투 자체가 어색했다.
그러니 놈에게는 따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제론이 자연스럽게 우진의 얘기를 물었다.
“모험가시면 어디 출신이신지요?”
“드릴혼 지역에서 남쪽을 돌다가 이리로 흘러들어왔습니다.”
적당히 둘러대자 제론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멀리서 오셨군요. 전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지금은 부모님
이 다 돌아가시고 저 혼자 남았지만 그래도 휴가를 받으면 여기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아, 휴가 중이셨군요.”
“예, 모험가를 하기엔 무서워서 그냥 지하 노역장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아하, 노역장이라면 아주 중요한 일을 하시는군요. 그게 바로 이 월드를 유
지하는 근간이지요.”
우진은 연기를 했다.
제론 입장에서 자신이 언제 월드로 유입되었는지 알 방법은 없다.
토착민인지 2세대인지 3세대인지 알 방법도 없고.
‘게다가 내가 노역장에 2번 갔었단 사실은 죽었다 깨도 모르겠지.’
전생과 현생.
군대에 두 번 간 꼴이니 노역장이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제론은 그걸 모른다.
그가 말을 이었다.
“물론 중요한 일이긴 하지요. 하지만 요즘은 좀 회의감이 듭니다. 월급도 박
봉이고요. 무엇보다 처우가 좀 몰상식하더군요.”
“처우요?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감독관 하나가 죽었는데, 예전부터 말이 많던 사람이라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 뭡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뭐, 마법사와 불법 거래를 한다는 얘기는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살인범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더군요.”
브라카의 얘기였다.
일단 노역장 쪽의 추적은 없을 것 같아서 안심했다.
우진이 애석하다는 표정을 짓자 제론이 동감했다.
“뭐... 저랑도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좀 찝찝하더군요. 그래도 사람이 죽었잖
습니까.”
그 브라카를 죽인 장본인이 우진인 것도 모르고 잘도 떠든다.
그때 제론이 지나가듯이 물었다.
“그런데... 마을에서 하시는 일은 잘 되고 계십니까? 마물을 제법 많이 잡으
셨다고 들었는데요.”
순간 직감이 왔다.
지금까지의 잡담은 바로 이 질문을 위한 끼워넣기였다.
‘이제 이유를 좀 알것 같군.’
우진도 월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었다.
이제 놈의 속셈을 알 것 같았다.
우진은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예,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그렇습니까. 잘 된 일입니다. 조금만 더 힘 써주십시오.”
제론이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일어났다.
“여기 계산은 제가 하겠습니다. 마을을 위해 좋은 일 하시는 분께 이 정도 대
접은 해드려야죠.”
그는 카운터에 동전 몇 개를 올려놓고 떠나갔다.
주인 아주머니와 친한 척은 다 하더니 돌아설 때는 엄청나게 차가운 모습이었다.
‘마치 필요한 걸 다 얻은 사람처럼 말이지.’
우진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서 생각에 잠겼다.
제론이 접근한 이유는 탈주 노예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독관의 처우에 대한 신세한탄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보다. 나한테 아주 가볍게 몇 가지 정보를 빼갔어.’
그는 제론이 얻었을 정보를 유추해보았다.
첫째, 우진은 어떤 던전을 공략 중이다.
둘째, 던전은 아직 클리어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셋째. 자기가 그걸 홀랑 주워먹을 가능성도 있다.’
사근거리며 접근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거였을 터였다.
이 낯선 외부인이 도대체 마을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아마 마물 시체를 팔던 상점 주인과 다른 사람들의 얘기로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은 했을 테지. 나한테 직접 접근한 건 좀 더 핵심적인 정보를 캐기 위해
서일 거고.’
그러나 우진은 다소 경계심을 가진 채 제론을 대했다.
탈주 노예로서 어쩔 수 없는 본능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지만 제론 입장에선 그것마저도 일종의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노예였다는 정보 따위가 아니라, 지금 공략하는 던전이 매우 맛좋은 먹
잇감이라는 핵심 정보가 되었겠군.’
그리고 제론은 떠나갔다. 원하는 걸 다 얻은 사람처럼.
물론 이것은 다 짐작에 불과하다.
허나 놈의 진짜 성격을 알고 있는 우진으로선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본능이 놈을 경계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많이 맞다보니 맞기 직전의 미묘한 어긋남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기
는 모양이었다.
‘뭐, 이런 탐정 놀이를 하지 않아도 놈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분명하
니까.’
밤이 깊었을 때.
우진은 잠을 자지 않고 눈만 감고 있었다.
한참을 경계하며 찾아올지도 모를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러나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다.
건물 내부로 음파 감지를 몇 번 쏴봤지만 여관 내에 움직이는 건 작은 쥐 몇
마리 뿐이었다.
‘그래도 안심하긴 이르다. 내 레벨을 모르니 놈으로서도 최대한 안전한 방법
으로 접근하겠지.’
우진의 예상은 정확했다.
일은 아침에 터졌다.
식사를 하고 다시 던전으로 향하는데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마을에서 벗어나 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음파 감지.’
스킬을 사용하자 수풀 뒤에서 키다리 제론의 형상이 드러났다.
은밀히 미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쪽에서도 들킨 걸 알았는지 예상 외로 얌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손에 들린 것은 거대한 도끼였다.
우진이 긴장하는 사이 놈이 먼저 말했다.
“아침부터 바쁘시군요.”
“무기를 들고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제론이 거대한 도끼를 가볍게 어깨에 올렸다.
“뭐 몸이나 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는 그쪽은 품에 손을 넣고 뭘 꺼내려고
하십니까?”
“개소리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그걸로 사과 깎아먹을 생각은 아닐 테니까.”
우진이 검을 꺼내자 제론이 피식 웃었다.
“좋다. 얌전히 던전으로 안내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
“던전? 무슨 던전?”
우진이 시치미를 떼자 제론이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작은 마을에 외부인 하나가 굴러들어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다. 착한 마
을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널 도와주고 있었고. 내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진은 개소리를 흘려 들으며 전략을 짰다.
‘점멸은 일단 아낀다.’
놈의 패를 모르니 자기도 패를 아껴야 했다.
‘레벨 차이가 좀 날 거다. 브라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정면승부는 위험해.’
브라카도 혼신의 기습으로 겨우 잡았다.
그것도 점멸이란 스킬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겨우 성공한 기습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우진을 평범한 모험가로 알고 있는 이상, 저놈도 스킬에 대해 충분히 대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스킬이 여러 개라면 어떨까. 그리고 그걸 조합한다면?’
우진이 주저없이 뒤로 돌았다.
그리고 첫 번째 스킬을 발동했다.
‘돌진.’
월드의 법칙이 작동하고 우진이 순식간에 산을 타고 넘어 어딘가로 쏘아지듯
이동했다.
그 멧돼지 같은 움직임을 보던 제론이 피식 웃었다.
“그게 네 스킬이냐? 도망치기? 참 좋은 것도 가지고 있군.”
여유롭게 목을 꺾던 그가 가볍게 달리기만으로 우진을 추격했다.
하지만 스킬 연계는 이제 시작이었다.
‘도약.’
순간 우진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무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돌진으로 이어지는 가속을 받아 계속 고속이동을 유지하는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날짐승 같았다.
“이동계열 능력인가...? 뭐 상관없다.”
제론이 빠르게 그를 추격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2번째 도약과 3번째 도약에서
결국 뒤쳐지고 말았다.
먼저 산의 개울가에 도착한 우진이 빠르게 다음 스킬을 시전했다.
‘땅굴 파기.’
개울에 몇 개의 땅굴이 생기고 우진이 빠르게 진흙으로 그걸 덮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잠복.’
스르르 우진의 모습이 흐려지고 주변 풍경과 동화되었다.
부패 악어들이 사용하던 기술이 인간의 손에서 더욱 정교하게 펼쳐진 것이다.
그때 겨우 우진의 흔적을 찾은 제론이 개울에 도착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리며 우진을 찾고 있었다.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잠복하고 있는 우진은 어이가 없었다.
‘저런 새끼들은 말만하면 다 되는 줄 알아. 그냥 무기 다 던지고 투항하라고
하지 왜?’
그때 놈이 첫 번째 함정에 발을 디뎠다.
— 푸욱!
진흙 구덩이가 꺼지며 제론이 거기에 파묻혔다.
물론 빠르게 빠져나왔지만 다음 함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푸우욱!
“크아아아악!”
다시 밖으로 나온 제론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진흙 투성이가 되어 발광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우진은 전생에 자기가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조언했다.
‘그거 굳으면 상당히 불편할 거다. 예상치도 못한 순간 동작이 꼬일 걸?’
제론은 이제 아예 악을 쓰고 있었다.
“나와! 나와 이 새끼야! 이건 쥐새끼처럼 도망만 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진은 웃음을 참았다.
‘어 나갈 거야. 너 진흙 다 굳고. 그리고 소리는 계속 질러라. 힘 빠지게.’
그는 여유롭게 잠복을 유지했다.
하지만 언제든 포착될 수 있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 마침내 제론이 자신의 ‘스킬’을 사용했다.
“크아아아아아아!”
그건 포효였다.
엄청난 포효와 함께 산새들이 우르르 날아갔다.
우진도 귀가 터질 것 같은 기분에 귀를 틀어막았다.
‘소리를 엄청 지르더니 아예 저게 스킬이었구나. 포효 계열인가보네.’
노역장에서도 성질이 불같은 것으로 유명하더니 스킬 효과로 노예들을 통제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잠복을 유지한 상태로 계속 상대방의 약을 올렸다.
‘땅굴 파기. 땅굴 파기. 땅굴 파기.’
주변의 땅이 푹푹 꺼지자 제론이 폭주하듯 외쳤다.
“집어치워라! 이런 건 더이상 내게.......”
하지만 소리지르는 놈 바로 앞에 땅굴을 파자 다시 함정에 걸렸다.
“크아아아아악!”
진흙 속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온 제론이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엔 최대 출력인지 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컸다.
“나와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우진의 집중이 깨어지며 결국 잠복이 풀렸다.
놈의 스킬에 붙어있는 효과인 것 같았다.
‘이제 땅굴 파기도 더는 못 쓰겠군. 슬슬 나가자.’
무표정으로 비장하게 나타난 우진이 말했다.
“네 스킬의 이름은 혹시 ‘떼쓰기’인가?”
“뭐...?”
“강력한 스킬이군. 바닥을 구르면서 쓰면 더 효과적일 것 같으니 참고해라.”
제론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만 뻐끔거리다가 결국 괴성을 토해냈다.
“이, 이런 개애새끼가...!”
도끼를 들고 덤벼드는 제론을 우진이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네 패를 다 깠으니 이제 내 패를 구경할 시간이다.’
그는 전력으로 덤벼오는 상대에게 맞대결을 하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그건 눈속임이었다.
격돌 직전.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둔 스킬이 발동했다.
‘점멸!’
순간 우진의 모습이 세상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