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4
월드에서 마법사는 희귀하고 강력한 존재다.
설령 고위급이 아니어도 예측하기 힘든 능력들을 선보인다.
따라서 마법사를 만나는 건 절대 안 된다.
그 위험한 능력은 지금 우진이 상대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게다가 노역장 쪽도 안심할 수 없다.’
브라카가 복귀하지 않으면 노역장에서도 조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래도 거긴 그나마 안심이 됐다.
브라카를 살려둔 채 튀었으면 바로 추적이 붙었겠지만, 죽였기에 최소한 주말
까지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악착같이 죽인 것이기도 하고.’
하나 더 희망이 있다면 마법사는 아마 우진의 얼굴을 모를 것이다.
‘몇 가지 정보는 이미 넘어간 것 같지만.... 그 외엔 딱히 알 방법이 없겠지.’
그 두 가지 희망을 믿고 그는 계속 달렸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지고 억지로 뛰는 거라, 뛰는 동안 부상과 회복이 반복
되어 겨우 무너지지 않는 정도였다.
‘그래도 이 몸으로 뛸 수 있다니 트롤은 정말 대단해.’
물론 이 정도 속도로 달리는 건 우진의 정신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헉... 헉....”
숲을 빠져나온 우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아무런 낌새도 없다. 그저 고요한 달밤이었다.
‘이제 슬슬 걸어도 되겠지.’
억지로 뛰던 것을 멈추고 힘겹게 걸어나갔다.
계속 몸을 혹사시키는 거라 통증이 너무 심하기도 했고, 이제 어느 정도 몸을
제대로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이건 정말 엄청난 회복력이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도망칠 수
있었어.’
다리를 제외한 손아귀와 어깨 등의 부위는 좀 쑤시는 걸 제외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만약 다친 채로 그냥 도망쳤다면 얼마 못 가서 이미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그는 계속 평원을 걸어나갔다.
마침내 숲이 보이지도 않을 때 우진은 한숨을 돌렸다.
노역장 입구로부터 황무지와 숲, 2개의 영역을 돌파한 셈이었다.
‘이 정도면 방향을 정확하게 모르는 이상 날 찾긴 힘들 거다.’
그래도 숲까지의 동선은 생각보다 빨리 파악될 수 있다.
브라카와 함께 이동했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흔적이 발견되면 또 안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마법사란 말이지.’
어떤 수단으로 자기를 추적할지 몰랐다.
게다가 아직 근처는 노역장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말이나 길들인 마물을 타고 달리면 우진이 주파한 거리 정도는 단숨에 따라잡
힌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힘들다.
일단 쉬어야 한다. 그리고 뭔가를 먹어야 한다.
‘탈진하면 더 문제야. 완급조절 하자.’
도망자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체력을 안배해야 했다.
언데드라고 만능은 아니었다.
노역장에서 지내며 우진은 언데드의 육체에 대해 몇 가지를 파악했다.
첫째로 잠을 아예 안 잘 순 없다.
둘째로 음식도 아예 안 먹을 순 없다.
구울같은 놈들도 계속 동물이나 사람의 시체를 뜯어먹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배가 고프면 욕구를 참기 힘들기도 했고, 굶으면 힘이 잘 나지 않았다.
‘마물도 생명인데 언데드도 생명이지 암.’
언데드에도 격이 있다.
그는 아마 흡혈귀에 가까운 몸일 터였다.
아예 최하급 썩어가는 시체 수준이라면 오히려 생리현상 쪽은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격이 높은 쪽이 더 좋았다.
‘일단은 먹을 걸 찾자.’
평원은 숲과 이어져 식물이 자라는 환경이었다.
우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아마 평원 두더지 서식지일텐데.’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헷갈릴 수도 있지만 환하게 떠오른 달 덕분에 방향을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여기를 잘 찾으면 먹을 수 있는 마물이 살고 있을 것이다.
들판에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달밤에 먹을 것을 찾는 언데드.
마침내 그 눈에 볼록 튀어나온 흙더미가 보였다.
‘찾았다 요놈!’
평원 두더지가 잠을 자고 있는 굴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굴을 파헤쳐서 두더지를 깨웠다.
— 꾸르르?
놀라서 머리를 내민 작은 마물.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머리통을 쳐서 기절시켰다.
그리고 연속해서 고개를 내미는 한 마리를 더 잡았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역시 경험치는 별로 주지 않았다.
하지만 스킬은 계승되었다.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땅굴 파기’를 계승했습니다.]
이제 계승 자체에는 놀라지 않았다.
냉정하게 알림을 살폈다.
‘이거라면 쓸모가 있겠군.’
마물의 스킬은 대부분 굉장히 실용적이다.
그걸 밥줄로 삶을 이어가는 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꽝이 나올 확률이 별로
없었다.
‘특히 땅굴 파기라면 지금 내 상황에선 큰 도움이 될 거야.’
땅굴로 도주로를 확보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몸을 숨기는 정도는 가능하다.
최소한 땅을 파고 들어가서 잠이라도 잘 수 있다.
‘일단은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그는 평원 두더지의 시체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불을 일으킬 도구나 능력이 없으니 선택지는 하나다.
일단 주워온 단도로 가죽을 벗기고 내장만 꺼냈다.
마침내 살코기가 남았다.
그걸 그냥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언데드라 생식이 가능한 것도 다행이군.’
이것도 다 계획 안에 있었다.
하수구 쥐나 독각귀의 시체를 조금씩 먹어보면서 몸에 탈이 나나 확인했다.
하지만 언데드는 정말 대단했다.
배탈은 커녕 구역질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먹을만하게 느껴졌다.
‘하긴 시체가 시체를 먹는 건데.’
밥을 다 먹은 우진이 배를 두드렸다.
신선한 레어 스테이크를 먹은 기분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평범한 식량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강
점일지도 몰랐다.
‘점점 언데드의 삶에 익숙해지는구나. 뭔가 기분이 묘하네.’
그래도 평범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진은 일단 평원을 걸어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 앞에서 새로 얻은 스킬을 발동했다.
‘땅굴 파기.’
순식간에 그의 몸이 들어갈만한 땅굴이 생겼다.
그 안에 쏙 들어간 우진이 흙을 잘 다져 입구를 가렸다.
‘2시간만 휴식을 취하자.’
잠자리는 불편하지만 자유는 너무나도 달콤하다.
우진은 죽은듯이 잠들었다.
*
다음날 눈을 뜨자 이미 아침이었다.
‘이런... 잠깐만 쉰다는 게. 푹 잠을 자버렸군.’
너무 피곤해서 생각보다 오래 잤다.
다행히 주위는 조용했다.
살금살금 흙을 걷어내고 밖을 살폈지만 이상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히 밖으로 나온 우진이 바위를 엄폐물 삼아 사방을 확인했다.
‘추적은 없는 것 같군.’
주위를 잘 살폈지만 근처에 소란스러운 기색은 없었다.
우진이 바위에 등을 기대앉아 생각했다.
‘아직 노역장엔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주말이 끝나기 전까진 모를 확률이 크다.
마법사는 좀 걱정되지만 생각보다 안전할 수도 있다.
‘실험체 공급을 브라카한테만 받는 거도 아닐거고, 좀 특이한 노예 하나 찾자
고 총력을 기울일 이유는 없겠지.’
게다가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숲이 약속장소가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다. 잡히면 그냥 죽는 거론 끝나지 않을 테니까.’
우진은 일어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푹 쉰 덕분에 다리가 회복되어 이제 걷는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트롤의 재생력. 진짜 미친 능력이군....’
원래 이 정도 부상에서 완쾌하려면 전치 몇 달은 나왔을 거다.
그걸 하루 푹 잔 것으로 대부분 회복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이 있었다.
‘뭐야, 손이...?’
무심코 바라본 자신의 손이 좀 이상했다.
그저 회복된 수준이 아니라 뭔가 더 생기가 있다.
마치 언데드가 아니라 ‘사람의 손’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설마... 이렇게까지 회복이 되는 건가.’
자신의 몸은 원래 정상이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시체니까.
그런데 마르고 푸석하던 손이 매끄럽고 윤기가 난다.
메마른 나뭇가지를 물에 넣은 것처럼 약간의 생기를 되찾았다.
‘그러고보니 몸에도 제법 살이 붙었다.’
트롤의 재생력.
그것이 언데드의 육체와 이상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뭐가 됐든 좋은 일이다. 말라 비틀어진 몸보다는 생기 있는 몸이 낫지.’
일단 정확한 파악을 위해 정보를 보기로 했다.
‘상태창.’
[종족 : 언데드]
종족은 여전히 언데드였다.
다른 특이사항도 없었다.
그런데 분명 몸은 변하고 있다.
바뀐 것은 오로지 ‘트롤의 재생력’이라는 스킬 뿐이다.
‘확실해. 재생력이 초과해서 작용하고 있는 거야.’
단순 회복을 넘어 계속 재생하는 육체.
물론 그런다고 죽은 자가 살아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훨씬 낫다.
우진은 그제야 엄청난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잠깐. 이런 식이면 언데드라도 나쁘지 않겠는데?’
오히려 언데드라 더 좋다.
지금까지도 언데드라서 잘 써먹은 장점들이 많았다.
수면, 식사 등에서 이득을 보는 것뿐 아니라 가스와 독에도 일정부분 저항이
생긴다.
‘게다가 잘 지치지 않고 고통에도 많이 둔감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트롤의 재생력 뿐 아니라 더 많은 스킬을 계승하게 된다면?
언데드를 베이스로 각 마물의 장점만 가지고 있는 최강의 육체.
부패한 육신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의 육체가 된다.
‘일단 너무 들뜨지 말고, 차근차근 진행하자. 우선은 도망자 신세부터 벗어나
야 해.’
그래도 미소가 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힘든 와중에도 슬그머니 설레임이 찾아왔다.
전생에 워낙 힘들었으니까.
이번 생은 정말 엄청난 기회였다.
축복의 육체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절대적인 능력의 고유스킬.
‘월드의 정점. 어쩌면 꿈이 아닐 수도 있다.’
우진이 목표를 다시 되새기며 계속 전진했다.
절룩거리던 걸음걸이는 어느새 당당한 보폭으로 변해있었다.
*
이틀이 지났다.
그는 자고 먹고 전진하기를 반복했다.
잠자리는 신중하게 선정한 위치에 땅굴을 파서 해결했다.
먹는 건 계속 두더지들을 잡아서 생고기를 뜯어먹었다.
‘문제는 길이 정확하냐는 건데.’
태양을 통해 방향을 잡고 계속 전진해왔다.
예상대로라면 이쪽에 작은 도시가 하나 있다.
그 도시에 반드시 얻어야 할 ‘스킬’이 있었다.
일단 그곳을 목표로 계속 걸으며 우진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 추적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군.’
마법사에게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찾았을 것이다.
노역장은 노예 하나에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브라카의 시체를 찾았다고 해도, 그게 노예의 소행보다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
다고 여길 것이다.
월드는 비정한 공간이고, 브라카를 털어먹을 강자들은 넘쳐나니까.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뒤통수는 내가 마음을 놓는 순간 터져나가는 거니까.’
그는 계속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며 도시를 향해 나아갔다.
몸은 이제 훨씬 생기를 찾았다.
그렇다고 진짜 사람이 된 건 아니다.
여전히 핏기가 없이 창백했고, 맥박이 뛰지 않고 체온이 아주 낮은 등의 특징
은 있어 주의해야 했다.
‘이것만으로도 굉장하지만 어쨌든 인간과는 다르다. 괜한 의심받을 짓은 하지
말자.’
특히 도시에선 더 그렇다.
다들 꾀죄죄한 노예였던 노역장과 달리 거긴 평범한 사람이 많다.
달리 말하면 눈에 띄는 짓을 하면 더 티가 난다.
도망자 신세에 괜히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
‘그래도 그 [스킬]을 얻으면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
그렇게 반나절을 더 걸었을 때였다.
제대로 된 숙소와 시원한 물이 간절하던 그 순간.
저 멀리 도시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단한 곳도 아니고 그저 변방의 소규모 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진의 마음은 감격으로 벅차올랐다.
‘드디어 계획 2단계에 도달했다...!’
노역장과 브라카로부터의 탈출이 1단계라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월드에서
살아남고, 정점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이 시작된 것이다.
‘노역장에서 구르는 동안 대략적인 그림은 다 그려놨다.’
2단계를 장식할 첫 번째 목표물.
월드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이 저 도시에 있었다.
우진은 도시의 입구를 향해 남은 걸음을 옮겼다.
*
“입장!”
“다음 사람 오시오!”
가까이서 본 도시는 기억 속 그대로였다.
작은 도시지만 제법 사람들이 오가고 경비들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여기는 일종의 기점으로, 황무지 너머에 가기 전 들르는 마지막 휴게소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노역장과 가까운 3개의 도시 중 하나기도 하지.
그렇기에 3년을 버티고 노역에서 풀려난 노예들을 등쳐먹을려는 놈들도 제법
있었다.
우진의 목표도 그런 놈들 중 하나였다.
정확히는 그놈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일단은 신분증이 없으니 몰래 들어가야겠군.’
일단 그는 근처에 몸을 숨긴 채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낮동안 봐둔 틈을 찾아서 도약과 점멸을 섞어 도시에 숨어들었다.
— 척......
드디어 입성한 도시 속에서 그는 허름한 천조각을 주워 로브처럼 뒤집어 썼다.
‘고맙게 쓰도록 하지.’
뒷골목 수레를 덮고 있던 천은 이제 그의 겉옷이 되었다.
이러는 이유는 하나였다. 얼굴의 특징이 너무 뚜렷했다.
‘창백하고 핏기가 없고 이런 특징으로 수배가 붙으면 귀찮아지니까.’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주의하는 게 나았다.
— 터벅... 터벅...
오랜만에 방문한 도시.
그 어두운 뒷골목을 걷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일이었다.
과거 3년의 노역을 마친 그에겐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는 노역장에 남아서 계속 일을 하는 것.
임금과 대우가 좀 나아지고, 관리인 등의 자리를 노리기도 쉬워진다.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오래 길들여진 탓에 그런 짓을 하는 노예들도 있었다.
‘난 아니었지만.’
우진이 택한 것은 둘째다.
둘째는 월드의 무한한 자유 속에서 알아서 살 길을 찾는 것.
그는 이걸 택했고 다른 노예들과 함께 일거리를 찾아 근방의 도시로 향했다.
그때 처음으로 도착한 곳이 여기였다.
그리고 놈을 만난 곳도 바로 이 도시였다.
노역을 마친 노예에겐 제법 상당한 금액의 ‘출발 자금’이 주어진다.
물론 죽도록 일한 거에 비하면 발톱의 떼만큼도 안 되는 돈이지만 더없이 소
중했다.
그는 그걸로 장비를 맞춰서 모험가 생활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뭘 해보기도 전에 다 털렸지.’
월드 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절망을 맛보았다.
바로 한 놈의 사기꾼 때문이었다.
‘카멜레온.’
괴상한 별명으로 불리던 잡스러운 범죄자.
그에겐 아주 교활한 언변과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스킬도 있었고.’
그건 바로 위장 능력.
무아의 백치처럼 공격력이 없는 유틸 능력이라 어떻게 보면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위장’이라 범죄자에겐 제법 쓸모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도망자 신세가 된 우진에게도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그걸 찾아서 계승하기로 했다.
놈에게 뒤통수를 크게 맞았기 때문에 죽이는 걸로는 모자라다.
스킬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걸 탈탈 털어줄 것이다.
그는 밤거리를 걸어 어딘가로 향했다.
이 넓은 도시에서 놈을 찾을 계획은 이미 다 세워뒀다.
‘경계심이 많은 놈이니 이 작전에 무조건 걸려들 것이다.’
어둠 속에서 창백한 얼굴이 씩 웃었다.
돈을 다 털렸던 그날 밤은 정말 죽도록 춥고 서러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배로.’
모조리 되갚아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