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3화 (13/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3

— 쿠구궁.......

굉음을 내는 엘리베이터.

창살 밖의 암벽을 바라보니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자신은 지금 지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하나의 생각에만 집중했다.

‘브라카를 죽인다.’

그리고 자유를 쟁취한다.

브라카와 우진의 승부는 이제 시작이었다.

단순한 연기 배틀이 아닌 진짜 서로의 목숨을 건 승부였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자 이쪽으로 와라. 엘리베이터를 옮겨타야 하니.”

노역장은 생각보다 더 엄중한 구조였다.

‘구획마다 동선을 끊어놓았군.’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면 지상이 나오는게 아니다.

중간에 내려서 다시 경비들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엘리베이터로 다시 지상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

감독관이 없었으면 절대 혼자서 돌파하긴 힘든 구조였다.

지난 생엔 그냥 3년 꼬박 채우고 나가서 이런 것엔 시선이 가지 않았다.

드디어 나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을 뿐.

이번 생도 비슷하다.

놈이 사리사욕 챙기겠다고 우진을 팔아먹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3년은 갇혀 있

었을 것이다.

— 끼이익....

다시 탄 묵직한 철제 장치.

얼마 후 마침내 두 번째 엘리베이터도 멈춰섰다.

— 쿠구궁....

두 사람이 내려서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는 여러 방이 있고 전형적인 사무실 구조를 띄고 있었다.

‘여기가 지상의 행정구역인 셈이군.’

그때 브라카가 멈춰섰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라. 안에서 외출명부를 적어야 하거든.”

간수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는 곳이다.

게다가 평상복 차림의 직원들과 달리 손이 묶인 채 이런 회색옷을 입고 있으

면 눈에 바로 띈다.

그래서 브라카는 주저없이 우진을 두고 혼자 어느 사무실에 들어갔다.

‘이틈에 확 도망...쳐버리면 10초 안에 잡히겠지.’

그때 간수처럼 보이는 무섭게 생긴 오크가 다가왔다.

“거기 너.”

우진은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날 혼자 두고 간 게 계획의 시작인가...?’

벌써 무언가 일이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냥 노예 행색 때문에 의심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도망쳐? 아냐, 섣불리 행동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오크 간수가 저벅저벅 다가와 우진의 멱살을 휙 낚아챘다.

“너 뭐야?”

“저, 저는....”

“너 왜 나 쳐다봤어. 너도 내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냐?”

1초가 1분 같은 순간 속에서 우진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대답이 없자 간수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어어! 거기! 뭐해! 그 손 안 놔?”

브라카가 황급히 달려와 오크 간수를 제지했다.

계급장을 본 간수가 당황해서 경례를 했다.

“아... 감독관님 일행이십니까?”

“그래 임마, 어디 우리 애 멱살을 잡아!”

“죄, 죄송합니다.”

오크 간수가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하더니 도망치듯 사라졌다.

브라카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차며 노려보았다.

그러다 우진에게 불똥이 튀었다.

“넌 말을 하지 왜 멱살을 잡히고 있어?”

우진은 말문이 막혔다.

‘내가 간수한테 뭐라고 하겠냐. 게다가 너랑 한 패일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변명을 했다.

“아... 제가 오크 종족을 처음봐서 놀랐습니다.”

그러자 브라카가 갑자기 폭소를 터트렸다.

심각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배를 잡고 웃는 모습을 보였다.

“야 쟤 오크 아니야. 인간인데 못 생겨서 그렇지.”

“아... 그렇습니까.”

우진은 오크...가 아닌 인간 간수에게 감사했다.

차라리 그놈 덕분에 분위기가 좀 풀어졌다.

“자 가자. 해가 지면 길잡기가 힘들어.”

브라카가 다시 우진의 손을 묶은 밧줄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복도를 걸어갔다.

마침내 외부로 나가는 길이 나타났다.

‘여기다. 여기가 나가는 길이다!’

우진이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렌 마음을 감췄다.

그런데 외부로 통하는 마지막 관문에 도착했을 때였다.

누군가 두 사람을 막아섰다.

“잠깐 정지.”

*

“......?”

우진과 브라카가 동시에 멈춰섰다.

앞을 막아선 자는 역광을 받아 그림자가 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몇 발을 더 걸어오자 얼굴이 드러났다.

다른 감독관. 다른 구역의 총괄자.

키다리 제론이었다.

브라카와는 사이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조소를 머금고 싸늘하게 물었다.

“어딜 가는 거지? 브라카?”

“제론... 네가 알 바는 아닐텐데.”

“감독관끼리도 지킬 건 지켜야지.”

“내가 뭘 못 지켰는데 이 꺽다리 새끼야.”

“요즘 네 구역이 할당량도 못 맞추고 실적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어. 감독관

의 수치잖나.”

“그런 개소리는 어디서 듣는지 모르겠군.”

“흠....”

그때 제론의 시선이 우진에게 향했다.

그가 우진과 브라카를 번갈아 보고 비웃었다.

“또냐?”

“무슨 헛소리를.”

약간 당황한 듯한 브라카가 황급히 우진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제론의 어깨를 밀치듯이 복도를 통과했다.

— 퍽!

강제로 뚫은 길.

허둥지둥 문을 나선 브라카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신경쓰지 마라 쓸데없이 남의 일이나 참견하는 놈이니까.”

“예.”

하지만 우진은 알 수 있었다.

브라카가 이런 짓을 한 게 처음이 아니란 걸.

그리고 지금까지 별 탈이 없었다는 걸.

— 끼이익... 쿵....

철문 너머 운동장 같은 곳을 지나자 마지막 초소가 나왔다.

거기서 경비에게 경례를 받은 브라카가 마침내 바깥 세상으로 우진을 이끌었다.

드디어 노역장을 벗어난 것이다.

우진은 가슴을 한껏 펴며 ‘진짜 월드’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자유의 맛이다.’

하지만 브라카는 그런 건 상관없이 우진을 데리고 빠르게 이동했다.

어깨동무인지 결박인지 알 수 없는 강도로 우진을 감싸고 성큼성큼 걸었다.

“가자, 시간이 없다.”

근처는 황무지였다.

이런 외딴 곳에 지하 노역장의 입구가 있는 것이다.

우진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지하에서 여기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야. 난 반드시 진짜 자유를 되찾는다.’

그는 끌려가듯이 브라카를 따라갔다.

밖으로 나오자 놈은 이제 조금씩 연기를 거두고 우진을 거칠게 대하고 있었다.

그가 딱딱하게 말했다.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다. 조금 걸어야 해.”

그런데 아무리 봐도 도시 방향이 아니었다.

‘이놈이 벌써?’

결행은 술을 마신 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계획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모든 게 거짓이었던 브라카의 말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진은 잠자코 끌려갔다.

“예.”

계속 정신을 가다듬고 계획을 짰다.

‘일단은 나와 이놈의 목적이 같다. 노역장에서 멀어지는 것.’

아직 노역장의 영역이라 무슨 일을 벌이기 힘들다.

브라카로서도, 우진으로서도.

따라서 둘은 최대한 빠르게 황무지를 가로질러 더욱 외딴 곳으로 향했다.

얼마 후, 숲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브라카는 저녁에서 밤이 될 때까지 숲 안을 따라 걸었다.

우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갔다.

브라카는 이제 핑계도 대지 않았다.

그저 씩씩거리며 거칠게 우진을 짐승처럼 끌고갈 뿐.

마침내 어느 순간 브라카가 멈춰섰다.

아주 깊은 숲이었다.

하늘엔 달이 떠있었다.

“쉬자.”

“예.”

던지듯이 우진을 놓아준 브라카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리고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달빛 아래 섬뜩한 모습으로 단검을 꺼내는 브라카.

우진은 빠르게 자세를 고쳐 일어났다.

그리고 브라카가 뒤를 도는 순간.

‘온다...!’

온몸의 감각이 지금 이 순간이라고 외쳤다.

우진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새긴 작전을 시행했다.

그로서는 유일한 수단. 승부수.

‘점멸은 딱 한 번. 도약은 두 번까지.’

실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도약!’

순간 첫 번째 도약이 이루어졌다.

그는 거대한 나무 위로 사력을 다해 뛰어올랐다.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굵은 가지 위에 올라섰다.

한참 아래서 브라카가 피식 웃었다.

“눈치 챘나보군.”

우진은 대답하지 않고 팔을 꺾어 등 뒤로 묶인 손을 앞으로 옮겼다.

브라카는 그걸 보면서도 여유롭게 웃었다.

“덩치 때문에 내가 거길 못 올라갈 거라 생각하나? 거구는 몸이 둔하니까? 그

래, 그게 네 상식이겠지.”

놀랍게도 브라카는 후우웅 뛰어올라 우진이 선 나무 위에 올라탔다.

정말 거구라고 믿기지 않는 날렵함이었다.

그가 과시하듯 손을 쫙 펼쳤다.

“월드는 이런 곳이다. 레벨과 스탯, 그리고 스킬이 전부지. 어때? 이제 도망

갈 마음이 사라졌나?”

우진은 대답 대신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정신집중이 필요한 두 번째 승부수.

그때 브라카의 커다란 손이 우진의 목을 틀어쥐고 기절시키려 했다.

“저항하지 마라. 상품이 다치면 곤란해. 가만히 있으면 기절 시키는 정도로

끝내겠다. 아니면 나도 더 독한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어.”

브라카가 단도의 손잡이로 우진을 가격하려 할 때였다.

“내 사람이라며.”

우진의 말에 브라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

“내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며.”

브라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이 새끼가 건방지게... 그걸 믿었나? 진짜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넌 그냥 노예야. 하찮은 노예.”

놀랄 얘기는 아니었다. 뻔한 말이었지.

다만 시간을 번 것이다.

발동 시간이 필요했다.

귀중한 한 번의 기회를 위해서.

우진은 온 마음을 다해 시동어를 떠올렸다.

‘점멸!’

순간 우진의 몸이 번쩍이더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런.... 쥐새끼가 패를 숨기고 있었군.”

거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여기저기를 살피던 그가 빠르게 나무 아래로 내려가서 우진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래가 아니다.

우진은 도망친 게 아니니까.

그는 나무의 최상단에서 몸을 숨긴 채 브라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스킬이 시전되었다.

마지막 도약.

나무 위로, 다시 더 높은 곳에서 더 위로.

달빛을 등진 우진의 몸이 새처럼 높은 곳에서 떨어져내렸다.

‘이걸로 승부를 봐야 한다...!’

묶인 우진의 손은 한껏 위로 들어올려져 있었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빛이 번쩍였다.

제한된 자세에서 기어코 꺼내든 이것은 독각귀의 발톱 끄트머리였다.

‘반드시. 반드시 죽이겠다.’

지독한 집념이 담긴 일격이 내리꽂혔다.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우진을 찾던 브라카의 눈앞이 순간 번쩍였다.

“커... 커억....”

허우적거리며 머리 위로 손을 올리지만 우진은 피했다.

쿵 쓰러지는 거구의 몸에서 자세를 돌려 무릎으로 어깨를 눌렀다.

— 콰드득....

브라카가 힘겹게 손을 들어올렸지만 우진은 그보다 더 빠르게 독각귀의 발톱

을 들고 내리찍었다.

— 쿵! 쿵! 쿵!

가드도 없는 상태로 안면에 정타가 들어갔다.

다시 정타. 정타. 정타.

— 콰득, 콰득, 콰득.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쓰러졌을 때 주저하지 않고 계속 머리를 찍었다.

원래라면 한 방 한 방이 치명타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스탯 차이, 레벨 차이를 고려하면 이건 그냥 급소에 평타를 넣는 정도

였다.

‘게다가 이놈은 트롤의 피가 흐른다.’

하급이지만 재생력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일말의 자비나 망설임도 허용되지

않았다.

다시, 또다시 내리찍었다.

정말 필사적으로 공격한 끝에 손이 다 뭉그러질 정도로 망가졌지만 브라카의

머리는 더 처참한 꼴이 되었다.

“허어어억....”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내리친 우진이 겨우 긴 숨을 토해내며 손을 멈췄다.

가장 먼저 살핀 것은 재생의 징후.

하지만 감독관은 재생은 커녕 몸을 꿈틀거리지도 못했다.

‘죽었나?’

하지만 우진은 몇 초간 더 브라카를 살폈다.

죽은 척 기회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음흉한 인간이었다.

허나 브라카는 무슨 짓을 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단도로 심장을 찔렀는데도 말이다.

— 콰득....

단도를 뽑은 우진이 털썩 주저앉았다.

“쿨럭....”

그제야 제정신이 들었다.

자신의 몸도 만신창이였다.

떨어져 내릴 때 몸에 가해진 충격, 그리고 미친듯이 공격을 퍼부으며 여기저

기 터지고 부러진 곳이 있다.

가장 심한 것은 완전히 뭉그러진 손이었다.

‘그래도 언데드라고 그렇게 아프진 않네.’

자조한 우진이 자기 앞에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살아있다.

아무리 몸상태가 심각해도 자신은 살아있다.

‘잘 가라 브라카.’

레벨 14가 레벨 35의 인간을 상대로 승리했다.

그것도 트롤의 피가 섞인 인간을 말이다.

‘거의 기적이야. 첫 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위험했다.’

최초의 공중타격.

상대의 방심과 기적적인 한 방이 이끌어낸 승리.

순간 엄청난 알림들이 떠올랐다.

[노예 상태로 감독관을 죽였습니다.]

[스탯 강화 포인트 +3]

[20 레벨 이상의 차이를 극복하여 위업 ‘약자의 반격’을 달성했습니다.]

[체력 +5]

[근력 +5]

[민첩 +5]

[현재 레벨을 상회하는 압도적인 일격을 선보여 업적 ‘한 방의 승부’를 달성

했습니다.]

[기술 +1]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강대한 적을 죽여 그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트롤의 재생력’을 계승했습니다.]

정말 많은 알림들.

모두 하나같이 짜릿한 것이었지만 가장 놀라운 건 계승의 대한 얘기였다.

‘트롤의 재생력이라고? 아니... 그것보다... 사람의 스킬도 계승된다니...?’

이번 생에서 직접 사람을 죽인 적은 처음이 아니다.

14 하수구로 이직할 때 승부했던 데릭.

그는 아마 스킬을 발현하지 못한 것 같았다.

‘루가딘은 독각귀들이 죽였으니 확인하지 못했고....’

그리고 지금 죽인 브라카.

확실히 스킬을 가지고 있던 놈.

놈을 죽이자 계승이 성립했다.

‘트롤의 재생력이라니. 엄청나게 유용한 걸 주고 갔군.’

그러고보니 손이 조금씩 복구되고 있다.

팔이 잘려도 한 달이면 재생된다는 트롤.

그 강력한 재생의 힘이 우진의 신체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다른 부분도 점점 통증이 줄어들고 있다.’

어깨가 끊어진 것 같았으나 이제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었다.

‘고작해야 하급 재생일 줄 알았더니 이놈도 고유 스킬 대박이 터진 모양이군.

고맙다. 잘 쓰마!’

혼혈인데도 온전히 트롤급 재생력을 가지고 있던 브라카.

덕분에 자신도 트롤의 능력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쁨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었다.

“쿨럭.......”

다시 기침을 토해낸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브라카의 시체를 숨겨야했다.

그는 우선 무릎 사이에 독각귀의 발톱을 끼고 밧줄을 미친듯이 문질렀다.

아무리 언데드라도 아무 고통도 없는 건 아니라 뭉개진 손이 미친듯이 아팠다.

아무래도 회복은 하루 이틀 더 지나야 끝날 모양이었다.

‘트롤이라고 무적은 아니니까. 그래도 손목 밧줄을 못 풀면 아무 것도 못한다.’

그렇게 얼마를 문질렀을까.

— 투둑....

마침내 밧줄이 풀리고 그는 진짜 자유가 되었다.

숲에 홀로 선 자유인.

하지만 생각보다 자유라는 실감이 들진 않았다.

얼떨떨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브라카의 시체를 끌어다가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

이토록 깊은 숲에서 시체가 발견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탈출은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한다.’

브라카와 거래한 마법사.

그 마법사가 근처에 있거나 최소한 지금 이쪽으로 오는 중일 수 있다.

놈과 마주치면 모든 게 끝이다.

우진은 달빛 아래 달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