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2
어둠 속에서 우진은 충격에 빠졌다.
‘실험 샘플이라고...?’
브라카 놈의 계획은 생각보다 더 끔찍했다.
자기를 어딘가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다.
우진은 허겁지겁 다시 자리를 옮겼다.
소리 뿐 아니라 브라카의 모습까지 보이는 장소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했다.
‘정신력이란 얘기... 실험이란 얘기를 보면 어디 마법사에게라도 팔려는 것
같은데.’
마법사는 대체로 돈이 많다.
우진 손의 반지 따위는 코웃음이 날 정도의 돈을 약속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을 홀딱 홀리려고 했군.’
퍼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주말에 뭔가 포상을 준다고 했던 브라카의 말.
놈의 계획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아무리 감독관이라도 대놓고 노예를 갖다 팔 수는 없다.
아마 뭔가 핑계를 대고 주말에 우진을 데리고 나갈 것이다.
바깥 세상으로 말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팔려가는 게 노예 생활보다 더 최악이다. 노역은 3년이
란 기간만 버티면 되지만....’
마법사의 실험 샘플이 된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
마법사는 무슨 실험을 할지 모르니까.
고통 속에서 스스로 죽여달라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말을 할 입이 사라질 수도 있지.’
그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브라카가 아니라 수정구 너머의 인물이었다.
우진은 벽틈에 눈 대신 귀를 갖다대며 집중했다.
<최대한 온전하게....>
<예.>
<힘이 강한 자들은 흔하지만 정신력이 강한 자는 아주 드물다. 게다가 그런
노역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정도라면 분명 영웅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겠지....>
<예. 걱정 마십시오. 이미 심리적으로 포섭을 마쳤습니다.>
<그래. 넌 거래에서 실망시킨 적이 없었지.>
탁한 목소리가 흡족하게 말했다.
브라카가 허공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그런데... 실험체의 가격은.......>
<샘플만 정확하면 지난 번의 2배를 주겠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약속 장소에 대해서 얘기했다.
우진이 알 수 없는 단어들이었고, 아마 암호인 것 같기도 했다.
<예 알겠습니다. 주말에는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지난 번과 같은 때. 밤이 지나기 전에 와야 한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통신이 끊긴 듯 수정구가 빛을 잃었다.
“들어가십시오!”
하지만 브라카는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아무도 없는데 정중하게 인사하는 시늉까지 하면서 통신을 마무리했다.
저 놈이 저렇게 굽신거릴 정도면 상당한 능력자다.
바깥 세상에서도 제법 잘 나가는 놈일 터였다.
그런 놈한테 노예 하나 실험체로 팔아넘기는 거 아무 일도 아니다.
여기서는 물론이고 바깥에서도 아무도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거다.
즉. 스스로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고맙다, 브라카. 아주 내 의지에 불을 활활 붙여주는구나.'
우진은 결심했다.
탈출 계획을 조금 앞당기기로.
‘그리고 가능하면 브라카도 죽인다.’
개인적인 원한 같은 건 아니다.
원한이야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야 추적이 늦어지니까.’
결행일은 주말.
장소는 바깥 세상.
브라카는 거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될 것이다.
***
다시 숙소로 돌아온 우진은 모두 자는 것을 확인했다.
어둠 속에서 그는 상태창을 보며 계획을 점검했다.
‘반지 효과로 체력과 근력이 모두 9가 되었다.’
튼튼한 고양이의 반지.
체력과 근력을 +3씩 시켜주는 매직 아이템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브라카는 모를 거다.
자기가 준 아이템이 자기의 숨통을 죌 열쇠가 될 것을.
‘방심하겠지. 레벨 차이가 월등하니까.’
놈의 레벨은 대략 35레벨 부근.
우진이 정상적인 방법으론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방법이라면?’
그에겐 비정상적인 수단이 있다.
바로 고유스킬 [계승]의 힘.
‘놈은 내 스킬을 몰라. 이 정보의 격차를 이용해야 한다. 놈은 내가 그냥 싸
움에 익숙하고 겁대가리 없는 노예 정도로 생각하고 있겠지.’
자신이 마물들의 스킬을 가지고 있을 건 절대 알 수 없다.
그 정보의 공백을 비수처럼 이용해먹어야 한다.
‘상태창.’
우진은 우선 상태창을 불러 스탯을 분배했다.
독각마귀를 잡고 3레벨업을 했다.
포인트도 3개가 있다.
‘체력과 민첩에 하나씩. 그리고 근력에도 하나.’
3개의 포인트를 고르게 분배했다.
일단 근력은 최대한 높은 편이 높다.
우진의 전략은 ‘한방싸움’이 될 확률이 크니까.
체력과 민첩에 투자한 이유는 하나다.
‘이제 근력 뿐 아니라 체력과 민첩도 10 포인트가 넘었다.’
인간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구간 10 포인트.
핵심 스탯 3인방이 전부 그 지점을 돌파했다.
이걸로 최소한의 준비는 된 거다.
최악의 경우 브라카와 정면 승부를 해도 최소한의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봐야 한 방에 안 뒤지고 해볼만 한 정도겠지만.’
싸움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장비빨, 레벨빨, 스탯빨을 다 이겨먹긴 힘들다.
우위를 점하려면 더 준비가 필요하다.
‘기습각을 찾아야 해.’
한 방.
한 방만 제대로 먹일 수 있으면 된다.
우진은 밤이 다 가도록 고민했다.
주말까지는 고작 하루가 남았으니까.
다시 말해, 자신의 목숨을 구할 시간이 단 하루 남은 것이었다.
이 귀중한 시간동안 그가 해야할 일은 두 가지였다.
‘최대한 사냥해서 레벨을 1이라도 더 올린다. 그리고 놈을 죽일 방법을 찾는다.’
그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우진의 고민과 상관 없이 날은 밝았다.
다행히 언데드의 육신은 잠을 자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었다.
‘정신은 좀 피로하지만. 육체는 멀쩡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 업무 시작!”
“안전 안전 안전!”
입장하는 인부들을 보며 관리인이 외쳤다.
“오늘은 특수구역 너머다! 독각귀 발생이 더 많으니까 주의해!”
선두에 선 우진이 빠르게 걸어나갔다.
평소처럼 통로를 청소하는데, 우진은 마음이 급했다.
‘이대로면 레벨업이 힘들어. 스탯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돼.’
급한 마음은 행동으로 드러났다.
독각귀에게 공격적으로 덤벼드는 우진을 보며 패거리들은 당황했다.
“어어... 대장! 너무 빠른데요?”
“미안하다. 이쪽 갈림길은 내가 혼자 처리하고 올게. 다들 안전 유의하면서
작업해라.”
“아, 알겠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우진의 기세에 패거리마저 놀랐다.
하지만 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통로 하나를 독점할 수 있었다.
그는 폭풍처럼 하수도를 휩쓸었다.
독각귀들은 여전히 위험한 마물이었지만 그 역시 처음보다 훨씬 강해졌다.
브라카와의 일전을 생각하면 이런 독각귀 따위에 애를 먹고 있을 순 없었다.
‘죽어라! 죽어서 내 힘이 되어라!’
필사적으로 1마리의 독각귀라도 더 잡기 위해 노력했다.
점심밥까지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온전히 사냥에 투자했다.
그 결과.
[레벨업!]
하나의 레벨을 더 올릴 수 있었다.
주저없이 근력에 1을 더 투자했다.
‘근력이 1이라도 더 높아야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제 근력은 12, 레벨은 14.
게다가 월드의 특별 보상 포인트와 매직 아이템까지.
노예 수준에선 최상급의 스펙을 갖춘 셈이었다.
“대장님!”
다시 갈림길로 돌아오자 패거리들이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가 빠져서 혹시라도 문제있나 했지만 다행히 다들 무사했다.
“새로운 구역인데 별 일 없었고?”
“보스전을 거쳐서 그런지 이 정도는 이제 쉽습니다!”
“방심하지 마라. 한 번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우진이 엄격한 표정을 풀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내심 마음이 놓였다.
자기가 떠나가도 14 하수구는 잘 돌아갈 것을 예감했기에.
‘모두 작별이구나. 다들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남길 바란다.’
이 중 몇 명이나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정말 독해져야 했다.
마음을 다잡고 살아남을 길만 생각해야 한다.
방금 패거리에게 한 말은 우진 스스로에게도 적용됐다.
<방심하지 마라.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브라카는 겉과 속 모두 철저하게 계산적인 놈이기에.
방심은 허용되지 않는다.
저녁이 되었다.
브라카가 우진을 따로 불러냈다.
우진은 긴장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간밤에 들었던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귀중한 실험체가 되겠군....>
‘브라카. 난 네 뜻대로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커다란 덩치로 다가와서 친한 척을 했다.
“어 우진이 왔어? 야 너 살이 좀 붙은 거 같다?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하하... 그렇습니까? 감독관님 덕분입니다.”
우진은 기분을 맞춰줬지만 황당했다.
‘살이 붙긴. 나 언데드다.’
실제로 우진은 여전히 삐쩍 마른 상태였다.
핏기 없는 피부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카의 거대한 덩치와 비교하면 거의 나뭇가지에 가까운 몸상태.
그러나 그게 오히려 놈을 방심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노예와 감독관이라는 차이를 벗어나,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도 절대 질 리가
없다는 자신감.
‘그래, 일말의 의심도 하지 말아라. 그래야 기습이 빛을 발하는 법이니.’
브라카가 직접 의자를 내주더니 그 위에 쿠션까지 깔아주었다.
“여기 앉아 우진아.”
“아... 감사합니다.”
우진은 황송한 듯 앉았다.
“반장일은 할 만하고? 관리인이 잘 해주지?”
브라카가 괜히 이것저것을 물었다.
놈의 속내를 알고나니 저 가증스러운 연기가 더욱 잘 보였다.
하지만 우진은 전혀 티내지 않고 사근사근 대답했다.
“예.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 14 하수구 좋은 자리야 열심히 해봐.”
그때 드디어 놈이 본론을 꺼냈다.
“내일이면 드디어 주말이네?”
“예.”
“오전 중엔 편하게 쉬어. 그러다 저녁에 보자. 너랑 어디 갈 데가 있거든.”
“예. 그런데 어디로....”
브라카가 씨익 웃었다.
“너 노역장 밖으로 나가본 적 없지? 나가서 술 사줄게.”
“헛... 설마 지상에 말씀입니까?”
“그래 임마. 나도 겨우겨우 사정해서 얻어낸 외출이야. 나 혼자 나가는 거면
몰라도 노예 대동하려면 좀 절차가 귀찮거든.”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술을 잘 못해서....”
일단 한 번 튕겨본다.
놈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서.
브라카가 음흉한 눈빛으로 익살맞게 농담을 했다.
“내가 술만 사주겠냐 짜샤. 아주 즐거운 밤이 될 거다. 여기서는 상상도 못하
는 게 밖엔 많거든.”
우진은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
‘연기가 섬뜩할 정도로 능숙하군.’
저 놈이 마법사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까?
아니, 더 잘 알 것이다.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우진이 가서 무슨 일을 겪게 될 지.
‘그런 곳에 팔아넘기면서도 이렇게 친한 척을 할 수 있다니. 어떤 의미론 대
단하군.’
“그럼 내일 이걸 입고 와라.”
브라카가 외출복을 주었다.
회색의 상하의였다.
우진의 마른 체격에도 맞는 옷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내일 오후에 내 사무실로 와. 기대해도 좋을 거다.”
브라카가 끝까지 윙크를 하며 애교를 부린다.
우진도 싹싹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늦지 않게 오겠습니다.”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문을 닫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자기에게 분명한 악심을 품고 있는 상대.
권력도 지위도 심지어 힘까지 더 쎄다.
하지만 그래도 이겨야 한다.
‘저런 새끼한테 당하면 월드의 정점은 꿈도 못 꾼다.’
우진은 각오를 다졌다.
이미 브라카의 취약점은 파악했다.
패거리 중 하나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감독관이 진짜 강한 사람이 올 자리는 아니죠. 바깥 세계는 전투력만 있으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우진의 의견과 일치했다.
브라카는 탁월한 싸움꾼은 아니다.
레벨이 더 높고 장비만 갖춰져 있을 뿐.
‘오히려 싸움 경험은 내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립한다. 한 방의 기습.
우진은 눈을 감고 계획을 그려봤다.
스킬과 스킬의 연계. 가능할 것이다.
‘브라카. 사람을 돈으로 봤지? 나도 널 그저 마물로 생각하고 대하겠다.’
말하는 마물. 탐욕의 브라카.
그 사냥의 날이 밝았다.
***
오전 중.
우진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에게는 일종의 작별인사였다.
물론 사람들은 그걸 몰랐지만 말이다.
“네이림. 싸울 때 눈 감는 버릇 꼭 고치고.”
“무서워서 그래요 형. 아니... 대장.”
“나도 무서워. 하지만 부릅뜨고 맞서야 해.”
가장 어린 녀석에게는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줬다.
“서휘 아저씨. 입맛 없다고 식사 거르지 마시고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대장님.”
“반장일 힘드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예전 반장에게는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과 한 명씩 대화를 나누고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대장, 왜 그래요? 꼭 어디 멀리 가는 사람처럼.”
“아니다. 어제 나 없어도 전투 할 만 했지?”
“예? 그렇긴 한데... 그래도 대장 있는게 훨씬 든든하죠.”
“아냐, 세상에 믿을 거 자기 자신 밖에 없어. 명심해.”
“대장....”
‘다들 3년 꼭 버텨라. 그리고 바깥 세상으로 나와라.’
‘그리고 아무도 뒤통수 맞지 말아라.’
이런저런 말들을 다 삼키고 그냥 돌아섰다.
“다들 저녁먹고 먼저들 자. 난 언제 올지 모르겠다.”
“예 대장! 아니 반장님!”
목소리가 씩씩하니 마음이 놓인다.
‘살아서 보자.’
우진은 피식 웃고는 출발했다.
***
감독관 사무실.
심호흡을 한 우진이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브라카가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어이고 우리 우진이! 약속은 아주 칼같네.”
우진이 꾸벅 인사를 하자 브라카가 미리 준비한 컵을 내밀었다.
의문을 표하자 설명한다.
“술약이야. 이거 마시면 숙취도 없고 좋다. 일단 한 잔 쭉 하고 출발하자.”
컵을 받아든 우진은 직감했다.
‘약을 탔다.’
하지만 괜찮다.
언데드의 몸엔 통하지 않을 테니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약은 아무리 써봐야 무용지물일 확률이 크다.
그래도 일단 한번 튕겼다.
브라카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저... 제가 살던 차원에도 술약이 있었는데요. 몸이 약해서 그런 걸 먹으면
꼭 탈이 나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신경써주셨는데.”
순간 브라카의 얼굴이 굳었다.
“너 병은 없다며.”
그는 분명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챙겨줄 의도였으면 저런 반응은 안 나온다.
우진은 밝게 말했다.
“대신 제가 약은 안 먹어도 오늘 끝까지 대작하면서 따라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브라카가 관심을 보였다.
“끝까지?”
“예. 술은 잘 못하지만 정신력으로 맞춰보겠습니다.”
“어... 그래? 너 술을 잘 못하는구나?”
“예 원래는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데 오늘은 자신 있습니다.”
그제야 브라카가 씩 웃었다.
“그래? 그럼 됐다. 가자!”
그렇게 두 사람이 노역장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향했다.
지금껏 절대 갈 일이 없었던 장소.
경비를 몇 명이나 지나쳐야 도착할 수 있는 곳.
증기 엘리베이터였다.
이내 묵직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브라카와 우진이 탑승했다.
— 쿠구궁....
무거운 철제 장치가 위로 올라간다.
암벽 사이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드디어 노역장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좋아, 계획 1단계 시작이다.’
지금부터 단 하나의 실수도 하면 안 된다.
죽을테니까.
‘아니, 죽는 건 너가 될 거다 브라카.’
우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