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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11화 (11/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11

우진은 자기 사람 챙긴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그가 전생에 속했던 마지막 파티.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놈들의 리더가 그 말을 즐겨썼기 때문이다.

<난 내 사람은 무조건 챙긴다.>

‘그땐 그게 진심인줄 알았지. 그래서 철썩같이 믿었고.’

그 결과는 자신의 죽음이었다.

그것도 최종적으로 마물이 아니라 인간들의 손에 죽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었어.’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한 번 죽어야 성장할 정도라니, 전생의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브라카의 말은 알면서도 수락해야 한다.’

브라카의 달콤한 제안.

선택지를 준 것 같지만, 실제로 정답은 하나 뿐이다.

‘거절했다간 권력으로 괴롭히거나 더 심하면 광산에 처박고 최악의 경우엔....’

쓱싹.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

왜? 저 폭군을 열받게 만들었으니까.

그렇기에 우진은 속마음을 숨겼다.

겉으론 심복이 되겠다고 결정했다.

“저... 생각해보니 브라카님을 기다리시게 만드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습

니다.”

“음?”

“맡겨만 주시면, 뭐가 됐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우진은 척 고개를 숙였다.

비록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풍기는 기운은 기사 서임을 받는 귀족 같았다.

브라카가 그 모습에 감탄하며 기뻐했다.

“그래? 진짜지? 좋다! 넌 오늘부터 내 사람이다!”

“예. 믿고 따르겠습니다.”

“어디 보자. 일단 너를 그냥 평범한 노예로 둘 순 없지.”

브라카가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피더니 말했다.

“여기 반장이 누구냐?”

그러자 오른 어깨에 완장을 찬 남자가 일어났다.

“저입니다.”

우진이 도착한 날부터 반장이었던 남자였다.

브라카가 그를 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우진이가 반장이다. 그게 니들한테도 좋을 거야. 왜냐면 얘는 내

라인이거든. 니들한테도 뭐 하나라도 더 떨어지는 게 좋잖아.”

브라카가 원래 반장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

“야 괜찮지?”

“하하. 뭐 원래도 반장 노릇은 우진이가 다 했습니다. 저는 그냥 뒷방 늙은이

죠 뭐.”

반장은 술 한 잔이 들어가자 감독관에게 농담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래! 그럼 오늘부터 우진이가 반장이다. 관리인 너도 잘 챙겨줘.”

“예. 저도 우진이 덕분에 요즘 한숨 돌립니다. 일을 참 잘해요.”

“그래그래. 우진이가 우리 에이스다.”

브라카, 관리인, 그리고 다른 인부들까지.

우진을 칭찬하기 바빴고 오늘의 우진의 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진은 그런 말보다 ‘반장’이라는 직책에 더욱 만족했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반장은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관리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노역장의 이곳저곳을 출입할 수 있게 된다.

‘즉, 일종의 제한된 자유가 생긴 셈이지.’

식당은 물론 사무실과 때로는 노역장의 다른 구역까지.

지금보다 활동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다.

물론 우진이 그 코딱지만한 자유에 감동하고 만족하는 건 아니다.

그는 더 큰 걸 꿈꾸고 있었다.

그건 진짜 자유였다.

노역장 바깥의, 진짜 세상.

브라카가 우진의 팔에 직접 완장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건배를 제안했다.

“반장 우진이를 위해 건배!”

“건배!”

인부들은 다들 불만도 없고 즐거워보인다.

오히려 우진이 반장이 된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크으! 술 맛 죽인다!”

원래 반장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보이기도 했다.

반장일이라는 게 좋아보이지만 그건 결국 책임질 일도 생긴다는 거였다.

모르긴 몰라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장도 결국 노예니까.’

즉, 우진도 아직 노예란 얘기다.

그걸 벗어나야 했다.

***

회식 자리가 끝났다.

모두가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배가 터질 지경이 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관님!”

“그래, 내일부터 다시 일 잘 해보자?”

“예!”

인부들은 숙소로 돌아가고 관리인과 브라카, 그리고 반장이 된 우진만이 남았다.

브라카가 흐뭇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관리인이 열쇠 꾸러미를 건넸다.

일종의 인수인계였다.

우진이 설레는 마음을 감추고 열쇠를 받아들었다.

“반장 업무는 대강 알지?”

“예.”

“좋아. 그럼 오늘 점호부터 시작해보자고.”

브라카가 우진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똘똘하고 일도 잘 하니까 아마 금방 적응할 거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독관님.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너 고작 반장일이 끝이 아니야. 잘만 하면 관리인도 시켜줄 거야. 내

가 그만큼 너한테 건 기대가 큰 거다. 알지?”

관리인. 노예 출신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책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때 듣고 있던 현재 관리인이 화들짝 놀랐다.

“헛, 그럼 저는.......”

“새꺄 이런 위험한 곳 말고 안전한 구역으로 보낼 거야. 경계 안 해도 된다.”

“하핫... 경계라니요. 아닙니다. 감독관님.”

“됐다. 우리끼리 한 잔 더 하자.”

그때 기분 좋게 남은 술을 들이킨 브라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그건 우진 손의 반지였다.

“어이고, 반지도 하나 끼고 있네. 황석으로 만든 거야?”

루가딘이 가지고 있던 황석 반지였다.

우진은 순간 뜨끔했다.

하지만 노예들이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루가딘처럼 상납이라도 받았다고 생각하겠지.’

감독관의 눈에 들어 선물을 받기도 하고, 노예들끼리 물물교환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도 한다.

때로는 극히 드문 확률이지만, 조잡하게 직접 만든 물건에 효과가 붙어서 제

작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브라카도 반지를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대신 그 허접한 등급에 혀를 찼다.

“야. 그래도 니가 내 라인인데 이런 거는 폼이 안 살지. 내가 반지 하나 줄게.”

“아닙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냐, 이런 거보다 훨씬 좋은 거 많아. 일단 이거 술 마저 먹고 같이 사무실

들렀다 가자.”

브라카는 기어코 남은 술과 고기를 전부 다 먹었다.

관리인과 우진도 같이 먹는 시늉을 했지만 대부분은 브라카의 거대한 뱃속으

로 사라졌다.

‘진짜 잘 먹네. 돈 욕심, 먹을 거 욕심, 술 욕심까지. 이런 놈이 나한테 이렇

게 잘해준다고?’

욕심쟁이가 관용을 베푸는 이유는 하나다.

‘다시 회수할 확신이 있기 때문에.’

혹은.

‘그 이상을 뽑아낼 자신이 있기 때문에.’

노예한테서? 어떻게?

‘그걸 알아내야겠군.’

마침내 술자리가 끝나고 브라카와 우진이 사무실로 향했다.

— 드르륵

서랍을 열어서 여기저기를 뒤지던 브라카가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고, 여기는 괜찮은 게 없네. 내 방에는 있을 텐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냐, 내가 말을 한 게 있는데. 그래, 이거라도 써라.”

브라카가 자신의 손에서 반지를 빼서 우진에게 건넸다.

“아.... 이러실 필요까지는....”

“받아 손 아프다. 나 쪽팔리게 할 거야? 그래도 감독관인데?”

“아닙니다.”

우진은 서둘러 반지를 받아 챙겼다.

‘이건 정말 수상하군.’

지금까진 의심에 불과했지만, 여기서부턴 확신이다.

브라카는 남의 손가락을 잘라서 반지를 빼앗을 놈이지, 지가 끼고 있던 걸 남

한테 줄 놈이 아니다.

어쩌면 이 과정 자체도 연기일 수 있다.

자기가 끼고있던 반지까지 내준다는 제스처.

‘딱 걸렸어.’

하지만 모른 척 하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아냐아냐, 야 이제 시작이다. 우리 잘 해보자? 응?”

“예!”

더욱 충성스럽게 연기한 우진이 속으로 자괴감을 느꼈다.

‘내가 월드에서 연기 배틀을 다 하네.’

브라카의 달콤한 연기.

우진의 충성스러운 연기.

우습게도 연기는 브라카가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아주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어서 끼워봐. 제법 쓸만할 거야.”

“예. 감사합니다.”

우진이 회색 반지의 정보를 확인했다.

[튼튼한 고양이의 반지]

[매직]

[체력 +3]

[민첩 +3]

[스태미너 재생 +1]

우진이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붙어있는 옵션이 아주 좋았다.

‘와 씨 그래도 매직 아이템이네. 노예한테 이런 걸 준다고?’

그 표정을 본 브라카가 씨익 웃었다.

“어때, 좋지?”

“예! 정말 감사합니다!”

“그건 진짜 선물도 아니고 내 성의표시 정도다. 앞으로 더 좋은 거 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예, 잘 쓰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진이 다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래 좋다! 그럼 내일 다시 얘기하자.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술이 갑자기 올

라오네.”

브라카가 쩌억 하품을 하더니 입을 두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너 내 새끼다 우진아! 잊지 마라. 내가 니 편이야.”

“예, 감사합니다.”

“그래, 난 술이 올라서 여기서 좀 자고 가야겠다.”

사무실 한 켠의 침대에 몸을 눕히는 브라카.

연기인지 아닌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 드르렁......

게다가 바로 코를 골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군. 일단 퇴장이다.’

우진은 조용히 사무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취침 시간이었다.

다들 졸려운 모습으로 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반장님 오셨습니까!”

“어허, 대장님한테 반장님이라니.”

“대장님이기도 하고 반장님이기도 하잖냐.”

“그럼 대반장님!”

우진은 피식 웃고는 점호를 시작했다.

“별 이상들 없지?”

“예!”

“다친 사람은. 오늘 전투에서 다친 사람 없어?”

“없습니다!”

“아픈 사람은.”

“고기가 더 먹고 싶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나와 고쳐줄게.”

“이제 안 아픕니다!”

한바탕 웃음이 번졌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제대로 확인을 하고 숫자까지 세어 점호 준비를 마친 우

진이 통제실로 향했다.

“나 보고하러 통제실 다녀올 테니까 다들 먼저 자.”

“예!”

그러나 통제실에 도착하자 14 하수구의 관리인은 보이지 않았다.

당직을 서던 관리인이 대신 점호를 받았다.

“총원 30명 이상 무.”

“그래 14 하수구 확인했다. 가서 자.”

“그런데 저희 관리인님은 어디 계십니까?”

“술 취해서 숙소 가더라. 왜?”

“그래도 첫 날이라 업무 확인도 받고 열쇠도 검사받아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

다.”

우진이 성실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래? 관리인 숙소 가보던가. 위치는 알지?”

“예.”

당직사관이 흔쾌히 허락해준다.

이게 반장의 특권이다.

‘살짝 멀긴 해도 당직사관이 허락했으니 괜찮겠지.’

사실 열쇠는 핑계였다.

밤 시간대의 노역장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다녀보려는 생각이다.

우진은 제법 먼 거리의 관리인 숙소로 향했다.

명패를 뒤져 관리인의 방을 찾았다.

아직 술취한 관리인이 붉은 얼굴로 나타났다.

“어 점호 잘 받았고, 열쇠도 잘 있네. 야 근데 우진아 첫날부터 미안한데 부

탁 하나만 하자.”

“예.”

“가는 길에 창고랑 식당 문 잠겼나 확인 좀 해줄래? 원래 내가 해야 되는데

진짜 몸이 너무 무겁네. 아까 너무 달렸나봐.”

관리인은 정말 죽겠다는 표정으로 부탁했다.

‘좀 삥 돌아야 하지만.... 나쁠 거 없는 제안이군.’

원래 이런 건 괜히 수락했다간 귀찮아질 수 있다.

한 번 부탁이 매일 부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의 목적에도 부합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래? 야 고맙다! 역시 믿음직해.”

“아닙니다, 편히 쉬십시오.”

돌아가는 길에 우진은 삥 둘러서 관리인이 부탁한 것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돌아가려는 길에 길목에 멈춰서서 생각에 잠겼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조금만 더 가면 감독관 사무실이 나오는데. 브라카

는 아직 거기서 자고 있을까?’

어차피 가다 걸려도 핑계가 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핑계가 아니라 확실한 핑계가.

‘그럼 시도해보는 게 좋겠지.’

우진은 감독관 사무실로 접근했다.

이상하게도 사무실엔 불이 켜져있었다.

‘아까 불을 안 끄고 나오긴 했다만....’

우진은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을 살며시 드는데 심장이 철렁했다.

— 쿵 쿵....

이쪽으로 다가오는 브라카의 모습이 보였다.

‘이크!’

놀랍게도 브라카는 깨어 있었다.

게다가 아주 멀쩡한 얼굴이었다.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브라카가 창문의 커튼을 휙 내리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창문을 가려? 뭘 하려고?’

우진은 브라카의 동선에 맞춰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문 아래 틈으로 시야를 확보했다.

브라카는 서랍에서 통신 수정구를 꺼내 조작하고 있었다.

‘어딘가로 통신을 하는 거 같은데.... 이 밤에 누구랑 대화하려는 거지?’

대화 소리를 듣고 싶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벽에 붙어서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예. 그렇습니다.>

벽 너머 브라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멀쩡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술에 취하긴 커녕 평소보다 훨씬 차분하다.’

<예, 말씀하신 것을 준비했습니다.>

브라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내용을 듣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아주 희귀한 놈입니다. 독각마귀를 혼자 잡은데다 정신력이 굉장히 강해보입

니다. 실험 샘플로 충분할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우진의 입이 벌어졌다.

‘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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