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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5화 (5/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5

마석(魔石).

마물에게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아이템이다.

우진이 쥐의 사체에서 얻은 것은 바로 ‘마석’이었다.

여러가지 용도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지금 우진이 하려는 행동이

었다.

‘아이템의 업그레이드.’

마석으론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비록 최하급 마석이지만 ‘녹슨 검’은 최하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폐품이니

충분히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우진은 화장실에서 이번 생 첫 번째 업그레이드를 감행했다.

‘마석을 녹슨 검에 적용한다.’

검은 색 돌인 마석이 사라지고 녹슨 검에 빛이 들어왔다.

[강화된 녹슨 검]

[여전히 폐품에 가깝다. 하급 근력 보정이 적용된다.]

검의 외형은 방금 전과 똑같고 설명도 비슷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근력 보정’이었다.

자신의 근력이 7이니 이 정도면 노말 아이템 정도 파워는 나올 것이다.

‘보정이 있어야 진짜 장비 아이템의 진가가 나오지.’

우진이 강화된 검을 보며 씩 웃었다.

마석은 사라졌지만 아깝지 않다.

최하급 마석은 나중에는 수천 개를 얻을 수 있다.

‘무(無)등급 아이템을 강화하는 건 미친 짓이지만, 그만큼 변수를 만들 수 있

지.’

검의 외형이 바뀐 것도 아니니 알아볼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쥐의 사체에서 마석을 얻어서 녹슨 검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진은 검을 인벤토리에 넣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가자, 브라카님이 기다리신다.”

관리인의 인도로 감독관 사무실에 도착했다.

브라카는 벽에 걸린 노역장의 지도를 보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선 우진이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관님!”

“음. 그래, 자발적으로 제 14 하수구에 지원한 용감한 노예가 왔군.”

거대한 덩치를 가진 브라카가 돌아섰다.

그 시선만으로도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우진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결례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브라카가 뜻밖의 질문을 했다.

“지금 근력이 몇이지?”

우진은 어딘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감독관이 뭔가를 눈치챈 건 아닌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설마 검에 대한 걸 알아차린 건가?’

그러나 방법은 없다.

그는 솔직히 대답했다.

“지금 근력은 7 포인트입니다.”

“그래. 7이라. 크크크.......”

다행히 브라카는 뭘 눈치챈 거 같진 않았다.

그저 어딘가 귀엽다는 듯이 웃을 뿐.

실제로 귀엽긴 할 것이다.

브라카의 레벨이라면 근력7 노예는 두 손가락으로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일

테니까.

‘아무래도 그냥 물어본 거 같군.’

브라카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좋은 선택을 했군. 근력은 아주 든든한 스탯이지. 특히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말이야.”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건방떨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고작해야 한 자리 스탯으로 까불면

곤란해.”

“명심하겠습니다!”

“어쩐지 적응을 잘한다 싶더니 상태창 쓰는 법에 아주 빨리 익숙해졌군. 그래

서 경험치를 더 올리고 싶은 거지? 성장하려고.”

브라카의 말에 우진은 뜨끔한 기분을 느꼈다.

‘아주 속을 다 읽히고 있네.’

감독관 생활이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자신처럼 의욕있는 노예가 처음은 아니었을 거다. 그렇다고 회귀한 노예는 없

었겠지만.

어차피 다 아는 것 같아서 우진은 솔직하게 답했다.

“예, 레벨을 올리는 게 즐겁고, 스탯을 더 올려서 좋은 일꾼이 되고 싶습니다.”

감독관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래, 뭐 의욕 넘치는 놈들이 가끔 있긴 했지. 근데 말야 14 하수도는 인기

가 많은 구역이라 경쟁자들이 있거든.”

“아......”

“정 거기 가고 싶으면, 거기 인부 중에 하나랑 너랑 교체하는 식으로 해야겠다.”

“교체라면.......”

“뭘 순진한 척 해? 적자생존. 살아남는 놈만 원하는 걸 얻는다.”

‘이런 미친.’

우진은 그제야 어제 브라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제 14 하수도가 처참한 곳이라는 건, 그냥 독각귀 뿐 아니라 노동자들끼리도

경쟁이 있는 곳이란 뜻이었다.

“가자. 간만에 재밌는 구경을 하겠군. 끌끌......”

브라카가 거대한 덩치로 사무실을 나섰다.

우진은 속절없이 그 뒤를 따랐다.

*

광차를 타고 이동하며 본 노역장은 좀 다른 풍경이었다.

‘노역장이 이렇게 넓었구나.’

노예 입장에선 광석을 실을 때만 보던 광차가 이동수단이 된다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풍경에 정신이 팔릴 때가 아니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것도 마물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살아남는 놈만 원하는 걸 얻는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어차피 노예가 하루에도 몇십 명이나 죽어나가는 곳에서, 목숨을 건 싸움을

시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광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관리인들 인사를 받으며 브라카가 깊숙한 곳의 하

수도로 향했다.

외관만으로도 음침한 기운이 풍기는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제 14 하수도’였다.

“브라카님 오셨습니까.”

“음 그래.”

“안녕하십니까 감독관님!”

제 14 하수도에도 이미 소식이 전해졌는지 그곳의 관리인과 인부들이 몽땅 나

와서 브라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대가 따로 없군.’

브라카는 거드름을 피우며 시찰하듯 하수도 근처를 살폈다.

그리고 사열한 노동자들에게 물었다.

“일은 할만한가?”

“예 그렇습니다!”

절도 있는 대답 소리에 브라카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여기가 확실히 경험치를 많이 주지?”

“예 그렇습니다!”

“보니까 제 14 하수도는 매번 할당량을 다 채우고도 추가 성과가 있단 말이

지. 경험치 때문인가? 아주 마음에 들어.”

“다 감독관님 덕분입니다!”

기분 나쁘게 웃던 브라카가 갑자기 노동자들을 바라보았다.

“근데 말야. 그럼 이렇게 좋은 자리를 니들이 독차지하는 건 좀 불공평하잖아?”

“아... 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교체다.”

브라카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관리인들은 익숙한지 올 게 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다들 잘 들어라. 여기 이 친구가 제 14 하수도에서 일하길 원한다. 너희가

독차지하고 있는 이 좋은 일자리를 말이야.”

브라카가 아주 친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우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러니까 니들 중에 자신 있는 놈은 나와서 이 친구한테 세상 물정 좀 가르

쳐줘라. 단, 지면 정말로 교체당한다.”

노동자들이 우진을 보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간을 보는 것이다.

그때 브라카가 약간의 동기부여를 주었다.

“대신 이기면 오늘 저녁 식사로 내가 먹는 것과 같은 걸 주지. 아니, 오늘 뿐

아니라 다음 주 내내 나랑 같은 메뉴를 먹게 될 것이다. 쪼잔하게 고기 한 점

이런 거 아니야. 정말 나랑 같은 테이블 그대로 받게 될 거다.”

그제야 노동자들이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먹을 게 부족한 이곳에선 음식이 최고의 유혹이다.

감독관이 먹는 건 지구 기준으로도 맛있어 보이는 풍성한 고기 메뉴 식단이니까.

그때 누군가가 나섰다.

“저... 제가 한 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키와 덩치가 크고 눈빛이 사나워보이는 남자였다.

브라카가 두툼한 손뼉으로 박수를 치며 남자를 칭찬했다.

“그래! 이런 진취적인 마인드가 노예 생활을 끝낼 열쇠지.”

우진은 남자를 살폈다.

브라카 옆에 서니 그냥 어중간한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지만, 보통 사람 기준

으론 엄청난 거구였다.

‘대략 190cm는 가뿐히 넘겠군.’

하지만 괜찮다.

이곳 월드에서 전투는 키나 체중으로 하는 게 아니다.

물론 큰 사람이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자신은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럼 판을 깔아라! 시원한 술도 좀 가져오고.”

브라카가 신이 난 듯 말하자 관리인들이 탁 트인 곳으로 자리를 만들었다.

말 그대로 싸움구경을 하기 위한 원형 대형 가운데에 우진과 거구의 남자가

바주보고 섰다.

“둘 다 준비 됐나?”

브라카는 의자와 간이 테이블까지 놓고 아주 제대로 구경을 할 모양이었다.

우진은 녹슨 검을 꺼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준비 됐습니다.”

상대는 우진의 무기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둘러선 인부들과 관리인들 사이에서도 낄낄거리는 속닥임이 들려왔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상대도 자기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외양만 보면 우진의 검을 비웃기에 충분한 무기였다.

하지만 우진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봤자 무등급이지. 내 검엔 강화가 되어있다.’

우진의 검은 외견 상으론 허접해보인다.

하지만 근력보정의 위력은 상대의 검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이다.

템빨이 다 해결해 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검 때문에 밀릴 일은 없다.

“그럼 규칙을 설명하겠다. 한쪽이 전투불능이 될 때까지 싸우는 거다. 당연히

꼭 안 죽여도 돼. 난 피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하지만 죽이면 가산점

이 있을 거다.”

브라카가 놀리듯이 말했다.

우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데드룰이군.’

살인에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일단은 상황을 봐야했다.

상대의 의중도 모르고, 죽인다고 능사가 아니니까.

“그럼 시작해!”

브라카의 호쾌한 외침과 함께 결투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덩치에 비해 신중한 타입인지 검을 꽉 움켜쥐고 우진을 따라 빙빙 돌

았다.

“레벨 몇이냐?”

남자의 질문에 우진은 솔직하게 답했다.

“4.”

실실 비웃는 걸 보니 최소한 2배는 되는 모양이었다.

“적당하네. 나도 비슷하니까 안심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우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상대가 봐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그리고 자신을 엄청나게 깔보고 있다는 걸.

‘하긴 나 같아도 그러겠다.’

지금 레벨 뿐 아니라 우진의 겉모습 자체가 '약자' 그 자체일 것이다.

밥도 못 얻어먹은 사람처럼 깡마른 모습.

그냥 말라깽이 정도가 아니다.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마른 사람 정도 느낌일 거다.

실제로 자신도 이 몸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재채기를 하다가 허리가 부러질까

봐 걱정을 했다.

물론 언데드 몸이 생각보다 질기다는 걸 알고 그런 걱정은 사라졌지만.

게다가 구릿빛 피부에 튼튼해 보이는 상대와 달리 자기는 무슨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다.

‘아마 입김이라도 훅 불면 죽어버릴 거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그건 잘못 판단한 거다.

레벨이나 스탯이 아니라, 우진이라는 사람을 잘못 알아본 거다.

‘난 생각보다 잘 싸우거든.’

과거의 그가 분명 최강자로 분류되는 전력은 아니었지만, 그건 최상위권과 비

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름대로 전선에서 칼밥 먹고 살았다.

스킬이 구리니 몸을 날려가며 싸웠고.

즉, 전투의 짬밥이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하다는 거다.

‘이런 밑바닥 허접들 칼다루는 거야 눈에 훤히 보인단 말이지.’

애초에 월드에서 구르고 깨지고 단맛쓴맛 다 본 몸이다.

전투가 무서울 리도 없었고, 상대가 무서울 리도 없었다.

“간다.”

우진은 녹슨 검을 움켜쥐었다.

상대가 다시 비웃는 게 보였지만 상관 없었다.

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내실이 중요한 법이다.

‘그래도 너무 빨리 이기면 이상하니까 일단은.......’

우진은 시험 삼아 검을 휘두르며 상대의 견적을 내봤다.

— 챙!

막는 것도 어정쩡하고 검을 제대로 쓰는 법도 모른다.

전형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

우진이 검을 회수하자 남자가 봐준 것도 모르고 조롱했다.

“오, 검을 휘두를 주는 아네?”

거기에 동감하는지 주변에서도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데릭! 너무 놀려먹지 말고 살살해!”

“애 무서워서 오줌 싸겠다!”

우진은 조롱을 무시하고 계속 가벼운 공방을 이어갔다.

근력은 밀리지만 검 덕분에 힘싸움에 지지는 않았다.

“흠, 잘 막네? 슬슬 제대로 해볼까?”

상대가 초조함을 드러냈지만 우진은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일부러 헛점을 한 번 보였다.

“크아압!”

남자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우진의 배를 찌르려 했지만 그는 가벼운 스텝으로

그걸 피했다.

‘죽일 생각으로 찌른 검이다. 나도 이제 봐줄 필요 없겠군.’

상대가 살초를 날린 이상 쓸데없이 자비심 품을 필요가 사라졌다.

우진은 슬슬 싸움을 끝내기로 했다.

“이 새끼가 피해?”

흥분한 남자는 신중한 모습을 버리고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순간 우진이 검을 고쳐쥐더니 남자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무릎 꿇듯 자세를 낮춘 그의 위로 남자의 검이 스쳐지나갔다.

— 푹!

다시 일어선 우진이 이번엔 비틀거리는 남자의 등을 찍어내렸다.

방금 허벅지의 상처가 경상이라면 이번엔 평생 후유증이 남을 심각한 상처였다.

“컥......!”

하지만 이어지는 공격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편히 쉬어라.”

쓰러진 남자의 머리채를 들어올린 우진이 망설임 없이 그 목을 그었다.

— 촤악!

얼굴에 피가 튀었지만 우진은 눈을 감지 않았다.

브라카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털썩

목이 너덜거리는 남자의 시체가 꿀럭꿀럭 피를 뿜어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사람들이 기겁하며 발치로 흐르는 피를 피해 뒤로 물러섰다.

장난스럽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들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었다.

“바... 방금 뭐였지?”

“데릭이... 데릭이 죽었어.......”

우진은 승자답게 일어서서 주위를 살폈다.

생각보다 고요했다.

인부들은 데릭이라는 남자가 죽은 것보다 우진의 실력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 짝... 짝... 짝...

“브라보!”

그때 브라카의 즐거운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죽었는데 박수라니 정말 지독한 놈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그게 브라카의 본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감독관이 이제야 자신을 진짜 ‘사람’으로 인정해줄 거란 걸 알았다.

브라카는 저렇게 보여도 투지있는 놈들을 좋아하니까.

“교체다. 시체는 잘 치우고, 이 친구는 앞으로 동료로 잘 챙겨줘라.”

우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브라카가 씩 웃었다.

“좋은 구경했네 신입아. 너 깡다구있다. 보기 좋았어.”

그는 다시 광차를 타고 떠나갔다.

우진에게 손을 흔들며 끝까지 싱글거리며 즐거운 구경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싸늘한 인부들의 시선과, 귀찮은 일을 만들었다는 듯한 관리인

들의 표정은 다소 껄끄러웠다.

우진이 각오를 다졌다.

‘이제부터가 진짜 고생 시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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