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2화 (2/155)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다 2

월드.

이 세계는 결코 인정 넘치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알 수 있다.

새로운 영혼이 태어나는 지역, 즉 스폰 장소에 노역장이 건설되어 있기 때문

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건 이런 걸 말한다.

— 깡...! 깡...!

우진은 눈을 떴다.

주위는 광산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황색의 바위들이 잔뜩 놓인 지하 동굴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나는 가스 때문에 기침을 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곡괭이를 휘둘렀다.

‘내가 기억하는 개같은 풍경 그대로군.’

그때 야비하게 생긴 남자가 스폰 장소에 쓰러진 우진의 멱살을 쥐고 들어올렸다.

그가 우진의 안색을 살피더니 말했다.

“어이쿠! 이번 신입은 존나 가볍네. 얼굴은 또 왜 이렇게 하얘? 너 어디 아프

냐?”

“컥.......”

우진은 옷에 목이 졸린 상태에서도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광산에서 아픈 건 자랑이 아니다.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더 끔찍한 곳으로 팔려가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자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체념의 공간에서 설명은 다 들었지? 어린애처럼 굴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 울고불고 할 시간에 빨리 적응하는 게 좋을 거야. 아, 혹시라도 반항

같은 거 하면 그냥 죽여버릴 거야.”

우진은 다시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잔뜩 쫄아있는 표정의 우진에게 남자가 빈정거렸다.

“그래, 넌 분명 특별해서 월드에 탄생한 거지만, 그건 여기있는 사람 다 마찬

가지거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그가 낄낄거리며 멱살을 풀었다.

우진의 발치에 곡괭이 하나가 던져졌다.

“소중히 간직해라. 그거도 다 재산이니까 잃어버리면 일당에서 깐다.”

우진은 벌떡 일어나 곡괭이를 움켜쥐었다.

“알겠습니다.”

“좋아. 몸뚱이는 부실한데 머리는 제법 돌아가네. 그럼 넌 저쪽으로 가서 일

해라. 오늘 할당량은 이 수레에 가득 찰 때까지야. 어서!”

남자가 준 수레를 끌고 허겁지겁 빈 바위로 달려갔다.

그리고 빠르게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 깡...! 깡...!

다행히 언데드의 깡마른 몸으로도 일반적인 근력을 낼 수 있었다.

우진은 틈을 봐서 곡괭이의 거친 표면에 어른거리는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몹시 창백한 것을 제외하면 인간과 크게 이질적이진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네. 튀어봐야 좋을 거 없는 곳이니까.’

곡괭이를 찍어내리는 손은 분명 너무 하얗고 너무 말랐다.

‘그래도 언데드는 언데드야. 시체같은 몸에 맥박도 뛰지 않고 있어. 게다가

후각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부활.

모든 것을 버려 다시 살아나는 최후의 스킬.

이건 만능이 아니다.

가장 무력한 상태로 목숨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킬이라 종족의 최

하위급 존재가 된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였다.

‘그래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고 지성도 온전하다. 외관상으로도 사람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다행이야.’

언데드 계열 최상급이었던 흡혈귀 왕이 시전한 것이라 언데드 중에서도 나름

격이 있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썩은내를 풍기는 괴물같은 모습이 되었으면 금방 관리인한테 들켜서 특별 취

급을 받았을 거다.

그건 바로 채찍질, 최악의 경우엔 즉결 심판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아무런 힘이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우진은 씁쓸하게 곡괭이질을 이어갔다.

언데드라 그런지 지치는 느낌도 없고,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았다.

후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이곳에서만큼은 강력한 장점이었다.

“콜록... 콜록...... 제발 물을 한 모금만.......”

옆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독한 가스에 신음하던 남자가 관리인에게 사정하다가 결국 기절했다.

관리인이 사정없이 채찍을 후려갈겼다.

“정신력으로 이겨내란 말이야! 나도 멀쩡하잖아? 약한 건 자랑이 아니다!”

우진은 끓어오르는 욕설을 참았다.

관리인이 버틸 수 있는 건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역을 하지 않고 어슬렁거리기만하니 숨이 차지도 않을 거다.

그때 저 멀리에서 또다른 관리인이 소리를 질렀다.

“이건 이제 못 쓰겠군. 치워라!”

채찍질을 당하다가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가는 사람이 보였다.

미동도 하지 않고 흙바닥을 끌려간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우진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주 기절했고, 그때마다 채찍을 엄청나게 맞았다.

그래도 그는 버텼다.

‘절대 여기서 죽을 수 없어.’

다행히 전생보다 버티기가 수월하다.

과거의 기억대로라면 곡괭이질 몇 번에 기침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려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유독가스가 언데드의 몸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미 죽은 몸은 막 굴려도 된다는 건가. 고맙군 고마워.’

우진은 분노의 곡괭이질로 자신의 상태를 자축했다.

깡깡깡깡깡!

그때 뒤에서 관리인의 칭찬이 들려왔다.

“그래, 신입이 휘청거리지도 않고 잘 하는군. 노예 체질인가본데? 아주 맘에

들어. 낄낄낄.”

비아냥거렸지만 분명 칭찬이었다.

그때 우진의 귀에 반가운 알림이 들려왔다.

[월드가 당신의 탁월한 적응력을 인정합니다!]

[스탯 강화 포인트가 1 개 주어집니다.]

‘탁월한 적응력?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여분의 포인트는 소중하다.

눈물나게 고맙다.

이거 하나를 정상적으로 벌어들이려면 레벨을 1개 올려야 한다.

‘일단 계속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자.’

전생에서는 월드가 주는 특별 보상을 한 개도 받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광산에서부터 성장 속도가 다르다.

그는 기계처럼 계속 팔을 움직였다.

2시간 넘게 곡괭이질을 했는데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이 느껴졌다.

그때 멀리서부터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광산을 가로질러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인물은 바로 이 노역 시설의 감독관인 ‘브라카’였다.

“감독관님 오셨습니까!”

“오늘도 풍채가 대단하십니다...!”

관리인들이 아양을 떨며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우진은 다시 끓어오르는 욕설을 참았다.

저 덩치 감독관과는 전생에 많은 악연이 있었다.

‘대단하긴 개뿔. 근데 다시 봐도 진짜 엄청 크네.’

감독 브라카의 덩치는 정말 유별나게 거대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하프트롤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크흠... 오늘 별 일 없나. 노예들은 일 잘 하고 있고?”

“예! 저희가 아주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흠... 그래야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너희들도 다시 노예가 된다. 그걸

명심해라.”

“예!”

우진은 그 열받는 대화를 무시하고 열심히 곡괭이질을 했다.

놈의 말대로 할당량이나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때 브라카가 뜻밖의 얘기를 했다.

“쓸만한 놈은 없나? 아무래도 하수구 쪽에 사람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우진의 귀가 번쩍 뜨였다.

‘하수구라면... 마물이 나오는 공간인데.......?’

보통 사람이라면 가기 싫어하는 하수도.

마물이 나온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진에겐 너무나 가고 싶은 곳이었다.

‘마물은 경험치를 주고, 그러면 레벨업을 할 수 있으니까.’

광산에 있어봐야 성장 한계가 명확하다. 찔끔찔끔 월드가 주는 강화 포인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수도는 다르다.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시스템과 상태창, 그리고 레벨업이 자연스러운 이 세계에서 기회를 얻는 것이다.

하수도로 갈 수 있으면 이 밑바닥에서 희망이 생긴다. 당장이라도 자원하고

싶었지만 신입 주제에 감독관 앞에서 나댔다간 큰일이 나는 꼴이라 꾹 참았다.

그때 우진의 담당 관리인이 처음으로 예쁜 짓을 했다.

“아, 저기 저 놈이 신입인데 일을 좀 하더군요. 적응력이 아주 무서울 정돕니

다.”

“흠, 그래?”

“예. 아무래도 원래 노예였나봅니다. 낄낄. 뭐, 하루 정도는 더 지켜봐야겠지

만 노예 체질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요.”

열받는 얘기와 고마운 얘기가 섞여있었지만 우진은 모른 척하고 계속 열심히

곡괭이질을 했다.

그리고 황색 광석을 수레에 착착 실었다.

마치 노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때 브라카가 그를 불렀다.

“거기 너. 신입. 이리와봐라.”

“예!”

그는 후다닥 브라카 앞에 가서 섰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더럽게 험상궂은 면상이었다.

“너 이름이 뭐지.”

“우진입니다.”

“앞으로 노역을 성실히 하면 승진을 시키도록 하겠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하

도록.”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진의 군기잡힌 모습에 브라카가 껄껄 웃었다.

“내가 감독관 노릇만 1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깍듯이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놈은 처음보는군.”

“아닙니다!”

우진은 이등병 시절을 떠올리며 중대장에게 포상휴가를 받은 것처럼 진심을

다해 감사한 마음을 품었다.

그 모습에 만족한 브라카가 말했다.

“그래, 하수구는 그나마 여기보단 나을 거다. 따분한 곡괭이질보다는 검을 쥐

는게 재밌잖나. 운이 좋으면 쥐새끼들과 싸우다 죽을 수도 있겠지. 이런 곳에

서 가스에 중독되어 죽는 것보단 명예로운 최후 아닌가. 클클클....”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우진은 끝까지 은혜를 입은 것처럼 외쳤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좋다. 업무로 복귀하도록.”

“예!”

우진은 다시 힘차게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시찰을 마쳤는지 브라카는 다시 떠나갔다.

저 덩치 큰 감독관은 생각보다 꽤 바쁘다. 광산 뿐 아니라 다른 구역까지 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관리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위직이다.

[감독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탯 강화 포인트가 1 개 주어집니다.]

다시 월드의 특별 보상이 떨어졌다.

우진은 손아귀에 힘을 주며 곡괭이를 계속 내리쳤다.

굴욕감? 브라카에 대한 분노?

그런 건 지금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할당량을 채우고 버티는 것만이 그의 목표였다.

‘희망을 놓지 말자. 희망을 놓으면 사람은 무너진다.’

언데드가 되었어도 우진은 사람이었다.

최소한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

밤이 되었다.

지하의 갇힌 공간이라 밤인지 알수도 없었지만, 관리인들이 저녁을 먹이고 숙

소로 밀어넣은 걸로 봐선 밤이 된 게 분명했다.

‘음, 개밥은 오랜만에 먹어도 개같은 맛이군.’

우진은 저녁식사를 떠올렸다.

개밥그릇 같은 곳에 이상한 죽 같은 것을 한 사발 씩 먹이고 그게 식사란다.

식탁도 없어서 아무데나 앉아서 그릇에 얼굴을 박고 먹었다.

그나마 밥먹는 공간은 유독가스가 없어서 사람들이 좀 쉴 수 있었다.

노예들을 배려해준 건 아니고 죄다 죽어버리면 일할 사람이 없으니 조금이라

도 숨통을 열어주는 것이다.

숙소 역시 그냥 딱딱한 바닥의 감옥 같은 곳이다.

사람들은 거기서 신음하면서 자거나 기절한 것처럼 누워있었다.

저 중에는 이미 죽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침까지 버티지 못해 죽을 사람도

많을 거다.

하지만 우진은 쌩쌩했다.

언데드의 몸이라는 게 이렇게 유용한지 몰랐다.

‘일단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잠도 안 자도 될 것 같아.’

물론 정신적인 측면을 위해 수면을 취할 필요는 있었다.

몸이 안 힘들어도 뇌를 쉬게 할 필요가 있으니까.

하지만 일단은 상태창을 점검하기로 했다.

광산에서 허공을 보고 있을 수는 없기에 미뤄둔 일이었다.

월드에서 상태창은 특별한 게 아니다.

모든 존재에겐 기본적으로 상태창이 존재한다.

자신 뿐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체념의 공간’에서 잠깐 설명을 듣고 바로 적용하기엔 이곳은 아수라장

과 같았다.

광산에서 몇 번의 추가 설명이 있었지만 유독가스와 닥달하는 관리인 틈바구

니에서 설명을 바로바로 캐치해서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혼란 속에서 더 큰 혼란이 밀려오는 꼴이니까.

‘흠... 사람들에게 상태창 쓰는 법을 알려줄까?’

상태창을 쓸 줄 알면 약간이라도 희망이 생길 것이다.

전생의 우진이라면 분명 사람들에게 상태창 쓰는 법을 알려줬을 거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일단 쓸데없이 나서서 이목을 끌지 말고 내 할 거나 하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들 깨닫게 된다.

괜히 나설 필요 없다.

‘상태창.’

속으로 중얼거리자 즉시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상태창]

[우진]

[LV : 1]

[종족 : 언데드]

[체력 : 3]

[근력 : 3]

[민첩 : 2]

[지력 : 1]

[기술 : 1]

[마나 : 1]

[스탯 강화 포인트 : 2]

[고유 스킬 : 계승]

[계승 목록 : 없음]

‘일단 종족은 여전히 언데드고...... 고유 스킬도 바뀌었고...... 어라? 저건

또 뭐야?’

우진의 눈에 또 하나의 특이사항이 포착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