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248화
VVIP 영주님의 품격 248화
248화
혼인을 제안하는 것으로 나는 아무런 피를 흘리지 않은 채 약소국들을 손에 넣을 방법을 마련했다.
딱히 피를 흘리는 게 무서웠던 건 아니다.
약소국들을 짓밟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내가 구태여 이종족과 혼인하는 방법까지 쓰려고 한 건 연합군을 완전히 와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마르시아 제국을 주축으로 편성된 동부 연합군이지만 그들의 사이는 험악한 편이었다.
어디까지나 네패스 제국이라는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했을 뿐.
그 전까지는 서로 싸워왔던 입장이니 감정이 좋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약소국들을 상대로 나름대로 좋은 조건을 내걸며 싸움을 피해버렸다.
그들로서는 굳이 불편한 상대와 손을 잡고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할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특히 웨어캣의 국가인 도리안 왕국에 혼인을 신청한 건 큰 사건이었다.
인간의 국가가 아닌 곳에도 싸움을 피할 길이 열린 셈이니.
하지만 파격적인 게 결코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건 아니었다.
“군사들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루시우스의 보고였다.
나를 굳게 믿고 따라왔던 군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설마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나?”
혹시 내가 이상한 성벽이 있다는 소문이라도 퍼질까 봐 조금 우려되기는 했다.
인간과 가장 외모가 닮은 요정족조차 막상 혼인하겠다고 하면 논란이 될 텐데.
인간의 황제가 인간과 결혼하지 않으면 말이 되겠냐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물론 레일리는 굳건하게 황후 자리를 유지하는 중이며 지난 4년 동안 후사까지 봤다.
그러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감히 대놓고 폐하를 입에 담지는 못하겠지만 뒤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당혹스러운 심정입니다. 루븐 왕국은 그렇다 쳐도 도리안 왕국은…….”
나를 바라보는 루시우스의 눈빛에 의구심이 엿보였다.
그마저 내가 변태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불경하군.”
“송구합니다. 분명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건 동의하지만 인간도 아닌 종족과 혼인하려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껏 나를 따라왔던 루시우스도 이렇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잠깐의 파문일 뿐이다.
“대륙을 통일한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나? 분명 난 인간이지만 대륙을 정복하면 대륙의 모든 게 내 발아래에 놓이지. 이종족이라고 예외는 아니야. 후계를 보는 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노새로 대표되는 다른 종족과의 혼혈은 후계를 낳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종족과 인간은 그런 문제 없이 잘도 3세, 4세를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동부에서도 가장 낮은 취급을 받는 웨어울프족이나 그와 비슷한 종족까지는 이뤄질 수 없겠지만.
“설마 대륙의 모든 종족과 혼인하신단 말씀입니까?”
“푸흡!”
그런데 내 말을 오해했는지 루시우스가 헛소리를 꺼냈다.
그에 옆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탈론은 그것을 그대로 뿜어버렸다.
아인츠발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릴리아나와 티아라, 그랜트도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군.”
“나라를 가진 종족을 상대로는 혼인이 가능하단 말씀 아니십니까?”
“이종족 국가가 몇이나 된다고?”
“총 네 곳입니다. 도리안 왕국을 빼도 세 곳이나 되지요.”
“알려진 이종족의 종류는 서른이 넘어. 멸종한 종족까지 따지면 쉰도 넘을 거고.”
하나로 뭉뚱그려서 표현되는 마족도 따지고 보면 이종족의 한 부류였다.
마법 능력을 타고난 이종족이었을 뿐.
“어쨌든 다른 곳도 가능하단 말씀이신데…….”
루시우스가 심상치 않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과연 내가 미쳤는지 제정신인지를 가늠해 보려는 것처럼.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분명 본국에 돌아가면 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겠지.”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고 이런 일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귀족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혼인만 할 뿐 후사를 보지 않을 거라는 건 은밀히 전달할 예정이었다.
물론 부인으로 이종족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반발을 완전히 누를 수는 없겠지만.
‘뭐,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이건 단지 귀족들에게 당근만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채찍을 준비했다.
서부의 모든 국가들에 남겨진 기록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인간과 이종족이 엮인 사례를 찾은 것이다.
물론 체면을 생각하는 귀족이 대놓고 이종족을 반려로 삼은 경우는 없으나 정말 성벽이 이상했던 이들이 애인으로 이종족을 들인 사례는 제법 있었다.
그중에는 현대에 남은 귀족과 먼 친척뻘인 자들이 있고.
그쪽 친척도 이종족과 놀았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내 건국 신화에 필요한 일이라는 변명도 준비했다.
대륙을 통일한 황제로서 인간뿐 아니라 모든 종족의 지배자라는 걸 보이기 위해선 인간이 아닌 종족과도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다.
이종족과의 혼인은 이를 위한 좋은 소재였다.
당장 지구에도 단군왕검 설화가 있지 않은가?
그곳에선 짐승과도 혼인하는데 이종족이면 양호한 편이다.
“폐하의 선택이 당황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때 잠자코 있던 아인츠발트가 입을 열었다.
가능하면 적은 피를 보기를 바라는 그의 성향상 나에 대한 지지를 표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종족의 차별을 없애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겠지요.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다고 해도 분명 의미는 있을 겁니다.”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인츠발트의 말에 탈론도 긍정을 표했다.
이종족에 해당하는 둘의 입장에서 황제인 내가 이종족을 부인으로 들인다는 건 확실히 좋은 쪽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이종족을 인정하는데 어느 귀족이 종족 차별을 할 수 있겠는가?
자칫 황제에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는 행동인데.
“아니, 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종족 차별을 막으려고 싸워왔습니까?”
그러나 루시우스는 이런 둘의 반응에 황당해했다.
확실히 네패스 제국은 대륙 정복을 원하는 내 욕망을 위해서 움직여 왔다.
탈론을 도운 일도 결국에는 나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지 절대 종족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겸사겸사 하면 좋은 일 아니겠나?”
“나쁜 일이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너무 큽니다. 자칫 역풍이 들이닥칠 수도…….”
“누가 감히?”
루시우스가 다시 우려를 표하는 순간 갑자기 강렬한 존재감이 주변을 덮었다.
아인츠발트였다.
“폐하께 불경을 표하는 자는 내가 직접 그 목을 칠 것이다.”
제국 최강의 검이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딱히 노린 건 아닌데 아인츠발트의 충성심이 상당히 깊어진 모양이었다.
“나 또한 폐하의 수족으로서 이번 일에 반대하는 이들을 가만두지 않을 걸 맹세하지.”
탈론도 그런 아인츠발트에게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나는 시선을 돌려 다른 측근들의 의견을 물었다.
“반대의 명분이 폐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종족에 대한 차별에 있다면 이는 옳은 일이 아니겠지요. 더구나 폐하께서 말씀하셨듯 대륙을 다스릴 분이 굳이 차등을 두실 필요는 없으실 겁니다.”
“인간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황후마마의 자리가 흔들릴 여지가 있습니까?”
“없지.”
“그럼 괜찮습니다.”
릴리아나는 레일리와 나름대로 친분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티아라 후작은?”
티아라는 상당히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폐하께서 하겠다면 이종족이 아니라 마족과 혼인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지 않을까요?”
정론이었다.
내가 하겠다는데.
사실 반발이 아무리 심해도 내가 밀어붙이면 결국에는 통과될 것이다.
레일리의 동의는 이미 받았고.
이데아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자신과는 그리 상관없는 일이라고 대답했었다.
“후후후.”
이제 마지막 순서인 그랜트를 보는데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무슨 의미지? 백작.”
“폐하. 사실 지금까지 저는 폐하께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폐하의 내심이 짐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륙 통일이라는 대업을 추구한다지만 그것 이외에 다른 부분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셨으니까요. 목적을 위해 그렇게 올곧을 수 있다는 게 저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랜트의 목소리에서 어쩐지 익숙하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폐하께서도 남자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렴 종족의 차이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대륙을 통일할 황제시라면 전 대륙의 미녀를 쟁취하는 게 마땅한…….”
“자네 혹시 라이언 경이랑 어울리나?”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라이언이었다.
비록 이 자리에는 없지만 그랜트에게서 라이언의 향기가 진득하게 풍겼다.
백작이라는 고위 귀족 출신이 용병 출신과 닮았단 말이다.
“어찌 아셨습니까? 라이언 경과 마음이 맞아서 어울리고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나오지 않아도 돼.”
“폐하?”
“아예 푹 쉬게. 영원히 쉬면 더 좋고.”
“아니, 왜 그러시는…….”
“후우. 로크가 있었어야 했는데.”
라이언에게 그랬듯이 로크에게 조지라고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로크는 현재 본국에 있다.
통탄할 노릇이었다.
* * *
연합군의 붕괴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루븐 왕국, 도리안 왕국과의 협상이 빠르게 끝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제안을 하려고 관련된 실무진과 세세한 내역이 담긴 문서를 준비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대우를 모두 파격적인 수준으로 해두었기에 지체될 이유도 없었고.
“이게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
루시우스는 이런 쾌속한 진행에 혀를 내둘렀다.
양쪽 모두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담겼으니 본래는 몇 주에서 몇 달은 질질 끌어가며 협상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쪽에서 어지간한 건 죄다 수용해 버리니 아예 부딪칠 일이 없었다.
그냥 내용에 동의하느냐, 더 필요한 거 있느냐, 없으면 서명해라로 끝난 것이다.
사실상 오고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즉시 체결된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연합군은?”
“동요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동부의 패권을 가진 마르시아 제국은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처지이지만 다른 국가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마르시아 제국을 편들든 내 편을 들든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우리 네패스 제국의 편을 드는 쪽이 유리했다.
혼인 동맹을 통해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었고 이종족 국가라면 자기 종족의 처우를 크게 일신할 기회였으니.
“마르시아 제국이야 싸움을 피할 수 없겠지만 다른 국가들은 굳이 마르시아 제국을 위해 싸울 이유가 없지요.”
순망치한이라고 마르시아 제국이 무너진 뒤를 우려하는 시선은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짜로 네패스 제국의 행보를 막을 세력이 존재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그렇다고 마르시아 제국과 같은 길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싸워왔던 입장에서 같이 망할지도 모르는 길을 선택할 의리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협력한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죄수의 딜레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양쪽이 서로 협력하는 선택을 하고서도 망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
죄수의 딜레마조차 결국에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귀결된다는 걸 고려하면 이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이렇게 동요하는 게 좋기는 하나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하고 끝낼 순 없었다.
그 동요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난 마르시아 제국과 사이가 나빴던 모든 국가들에 혼인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동부 전체와 겨루는 것에 비하면 마르시아 제국하고만 싸우는 일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더는 우리를 막을 힘이 남지 않을 것이고.
“부디 부작용이 크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염려가 가득한 루시우스의 말을 뒤로한 채 내 친필 서한은 각국으로 향했다.
* * *
“미친놈 아니오?”
네패스 제국의 행동을 지켜보던 바질 후작은 어이가 없었다.
대륙을 통일하겠다며 전쟁을 일으킨 시점에서 이미 미친놈이란 건 알았지만 이건 그마저 벗어났다.
이종족과 인간의 혼인이라니?
제정신이 박혔다면 절대 못 할 짓이다.
“이종족을 상대로 욕정이라도 품었단 말인가?”
“그냥 욕정도 아니오. 황비의 지위? 언제부터 황비란 자리가 그토록 가벼웠소?”
특히 같은 제국인 마르시아 제국 출신의 귀족들은 아인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들의 국가에서 태어나 인간 중심의 삶을 살아왔던 그들은 후궁도 아닌 황비의 자리에 이종족을 앉히겠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만 볼 게 아닙니다.”
바트란 백작은 그저 격분하는 귀족들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진땀을 뺐다.
“네패스 황제가 노리는 건 연합군의 분열입니다.”
그의 본국에서도 이미 연락이 왔다.
네패스 제국의 황제가 서신을 보냈으니 이에 대한 논의가 끝날 때까지 네패스 제국과 맞부딪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각국은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인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처음에는 국경을 뚫고 힘을 선보였다. 자신들의 강함을 과시했지. 하지만 그다음으로는 유화책을 내보였다.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서 쓴 거야.’
아인의 행동을 분석하는 일은 쉬웠다.
지극히도 정석적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었으니.
문제는 정석인데도 파격적이란 것이다.
인간의 황제가 이종족을 부인으로 받아들이겠다니?
인간 부인이야 몇이나 되어도 이상할 게 없으나 이종족을 부인으로 삼은 전례는 로스니아 제국이고 마르시아 제국이고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후궁으로 들인 일조차도.
‘미친 성벽 같은 게 아니다. 제대로 허를 찔렀어. 연합군을 분열하기에 이보다 좋은 수는 없으니.’
동부의 종족 차별은 마르시아 제국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었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인간의 국가와 이종족 국가 사이에 불화가 있으면 팔이 안으로 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의 국가는 좋아라 하며 다시 차별을 거듭했고 이종족들은 마르시아 제국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만일 이와 반대로 마르시아 제국이 적극적으로 이종족 편을 들었다면 동부에 지금처럼 차별이 만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이유가 없지.’
마르시아 제국이 굳이 이종족을 감싸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너무 차별이 심해져도 문제가 되겠지만 마르시아 제국은 이를 이종족 내에서도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해결해 버렸다.
이종족끼리도 서로 분열하게 만들어 단합하는 걸 막은 것이다.
그것만으로 마르시아 제국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부동한 자리에 올랐다.
서부에서 나타난 네패스 제국이라는 괴물만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그랬을 것이다.
“그건 나도 아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다른 방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바질 후작도 바보가 아니기에 아인이 노린 바가 뭔지는 알았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이종족 차별을 안 하겠다고 발표한다?
지금까지 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불경하게도 우리 황실에도 이종족 부인을 들이라고 상신할 수도 없고.”
그나마 현실적인 해결책은 이제부터라도 마르시아 제국이 이종족을 우대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우대에도 정도껏이란 게 있었다.
아인은 황제의 혼인이라고 하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수단을 꺼냈다.
그보다 더 강한 건 황비를 넘어 황후로 올리는 것뿐인데 이는 알고도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이미 황후마마가 계신데 어쩌란 말인가?’
젊은 네패스 황제와 달리 마르시아 제국의 황제는 중년이었다.
당연히 이미 황후의 자리엔 임자가 있었고 황태자도 존재했다.
그런데 기존 황후와 황태자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이종족에게 준다?
그걸 말하는 순간 바질 후작의 목이 먼저 날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마르시아 제국은 아인의 파격적인 행동에 대항할 방법이 아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