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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202화 (202/250)

VVIP 영주님의 품격 202화

VVIP 영주님의 품격 202화

202화

* * *

아인츠발트를 데리고 순간 이동 마법으로 퇴각한 우리를 반겨준 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수백의 기사와 마법사들이었다.

왕국 전역을 뒤지고 마법사 협회에 도움을 요청해서 모은 최소 2티어 이상의 정예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었지.

‘다니엘에게 정보를 얻으면 마족들의 아지트를 공격한다.’

이번에 다니엘이 알아내야 할 정보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스카의 불사를 깨는 방법.

하지만 이 정보를 얻어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가이스트가 따로 알려준 게 아니라면 아스카가 굳이 자신의 목숨이 걸린 정보를 발설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만약 가이스트가 이 정보를 알려줬더라도 베이브 혼자만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쉽게도 이번 전투에 참가한 마족 중에 베이브로 추정되는 마족은 존재하지 않았고.

‘대신 두 번째 정보는 확실히 얻어야 할 텐데.’

두 번째 정보는 베이브가 아스카에게 걸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줄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까?

마족들을 고문하느라 따로 행동해야 했던 다니엘이 은밀한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정말 고생 많았네. 정보는 얻었나?”

“아스카를 죽일 단서는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목줄에 대한 정보는 얻었습니다.”

다행히 다니엘은 두 번째 정보를 제대로 물어 왔다.

“경의 공로가 참으로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이 모든 건 국왕 전하께서 계획하신 일인걸요.”

나와 다니엘은 서로에게 금칠을 해주었다.

비록 가장 원했던 정보라고 할 수 있는 아스카의 불사를 깰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전장에 베이브까지 있어서 한 번에 처리가 가능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는 걸 보면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놈이야.’

이번 로스니아 제국의 침공에 마족들이 사활을 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베이브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본거지에 가만히 숨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베이브의 행동은 그 자체로 단서가 되었다.

우선 마족 사이에서 베이브의 가치가 전선에 쉽게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

이런 추측은 다니엘이 얻은 정보와도 일치했다.

베이브는 단순한 가이스트의 계약자가 아니라 정말로 아스카의 목줄을 쥐고 있었으니까.

‘이런 수단일 줄은 몰랐지만.’

다니엘은 이어서 목줄에 대해 설명했다.

베이브는 아스카를 되살리기 전에 대륙 곳곳에서 마나가 솟아나는 곳들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마나를 얻은 뒤에는 각 장소에 특수한 마법을 두 개 걸었다.

하나는 해당 장소에서 솟아나는 마나를 베이브에게 종속시키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발현시키면 이후 그곳에서 생겨나는 모든 마나는 베이브의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대륙의 마나를 지배한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대륙에서 마나가 솟아나는 장소는 훨씬 많기에 일부 지역을 확보한 것만으로는 대륙의 마나 전부를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한 존재를 장악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설마 아스카가 가진 마나를 자신에게 종속된 마나로 바꿔치기할 줄이야.’

아스카의 부활 과정에서 베이브는 아스카의 몸에 새로운 보주를 만들었다.

이 보주는 마나들을 인위적으로 모아 아스카에게 전성기 이상의 힘을 부여했고.

그런데 그 인위적으로 모으는 마나란 건 모두 베이브에게 종속된 것이었다.

‘만약 아스카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마나의 제어권을 빼앗는 게 가능하겠군.’

바로 목숨을 빼앗는 흉악함은 없었으나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아스카라면 아인츠발트는 고사하고 베이브 정도 되는 마족이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전력이 떨어질 테니.

‘마치 마나 쇼크처럼.’

베이브의 목줄에 대해 알게 되고 느낀 감상은 플레턴이 나에게 가르친 마나 쇼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마나 쇼크는 종속이 아니라 강한 충격으로 마나를 헤집어버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마나를 직접 노린다는 부분은 일치했다.

‘아스카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지만 안다고 해도 이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베이브가 걸어놓은 목줄은 아주 견고했다.

아스카가 가지고 있는 마나 자체가 구속구가 되어 스스로를 조르는 것이었으니.

‘그 종속을 빼앗거나 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아스카를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방법이 가능할지는 따로 알아봐야겠지만 이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훌륭한 소득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우리의 차례였다.

“그럼 출발하지.”

다니엘은 이 정보 외에도 마족들의 아지트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우리는 그곳을 습격할 계획이다.

‘정신을 차릴 틈을 주면 안 되지.’

마족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제국이 미끼였다는 걸 금세 깨달을 것이다.

어쩌면 타르타로스의 계약자가 아드리안 황태자로 위장하고 있는 네르바가 아니라 나라는 사실마저 알아차릴지도 모르고.

그러니 마족들이 네패스 왕국을 노리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야 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갑작스러운 피해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지금이 적기였다.

이를 노리고 정예 기사와 마법사들을 모두 이끌고 나온 것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승기를 붙잡는다.”

잘만 한다면 마족들이 내 왕국에 발을 들이는 일 없이 모든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 * *

“처참하군.”

베이브는 기가 막힌 얼굴로 귀환한 마족들을 맞이했다.

로스니아 제국 침공에 나섰던 마족 중에 생환한 이는 고작 둘.

바로 돌아오지 않고 남아서 보복을 가한 아스카를 제외한 숫자였다.

그리고 이번 침공에 나서지 않은 마족은 베이브 자신을 포함해서 셋.

아스카를 제외할 경우 남은 마족은 불과 다섯이 전부였다.

이 대륙 어딘가에 인류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마족이 더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전력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 관심 밖이었다.

“완전히 당했다는 말이지?”

“으응. 그만 이렇게 됐군.”

마족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모든 상황을 전달했다.

이미 보주가 빛을 잃는 걸 보며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던 베이브였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도 더 기가 막혔다.

자신들이 부활할 장소를 먼저 노리고 그곳에 자리를 잡아 부활하는 족족 해치웠다니.

부활할 때의 무방비 상태를 고려하면 참 손쉬운 사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비록 하나뿐이었지만 의식장을 지킬 마족이 없는 게 아니었다.

일국의 전력과 맞먹는 힘을 생각하면 절대 단시간에 처치할 수준이 아닌데 아인츠발트도 없이 그런 일을 해내다니?

‘아드리안 황태자의 곁에 그러한 실력자가 있나? 하지만 그런 정보는 없는데.’

베이브는 로스니아 제국의 이름 있는 강자들의 정보를 훤히 꿰고 있었다.

거듭된 전쟁과 내전으로 인해 현재 로스니아 제국의 실력자들은 그 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게다가 그 대부분은 전선에서 마족들과 싸우던 상태였다.

남은 이들 중 동족을 해치고 의식장을 장악할 수 있는 상대는 없었다.

‘그렇다면 설마 다른 계약자가 있는 건가?’

베이브는 곧 아드리안 황태자가 타르타로스의 계약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의심할 수 있는 상대는 많지 않았다.

정체를 전혀 모르는 상대라면 애초에 의심하는 게 불가능하니 가장 유력한 건 아인이었다.

‘그래. 네패스 국왕이라면 가능성이 있지.’

아드리안 황태자의 곁에 아인츠발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장 의심스러웠던 상대.

오차드를 이긴 건 어쩌다 그럴 수 있다지만, 말릭이나 마법사 협회 원로들을 모두 꺾은 건 절대 운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잠깐만. 만약 그렇다면…….’

아인을 의심하던 베이브는 네패스 왕국과 로스니아 제국 사이의 협정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아인츠발트의 정보가 퍼지기 시작한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제길! 내가 이런 정보를 놓치다니?’

아인은 반역자들에 대한 토벌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드리안 황태자와 접촉했다.

이는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인츠발트가 명성을 얻게 된 건 그 반역자 중 하나인 아트라시아 후작을 죽인 덕분이었고.

즉 아인츠발트가 제국 소속이 아닐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아니, 가능성 정도가 아니라 이쯤 되면 틀림없었다.

‘아인 네패스다. 그놈이 타르타로스의 계약자였어!’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도대체 아인이 어떻게 이번 침공을 알고 미리 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대체 정보가 어디서 샌 거지?”

이번 로스니아 제국 침공은 철저하게 계획된 기습이었다.

그런데 기습 상황에서 오히려 매복하고 있던 적들에게 당해버렸으니 어딘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건 분명했다.

“아마 사교도 쪽이 아닐까?”

베이브의 의문에 한 마족이 조심스럽게 사교도를 언급했다.

사실 그 마족은 사교도를 모으던 이로, 이미 사제장의 죽음을 통해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확인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이제 와서 말할 수는 없었다.

이번 결과가 자신 때문에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 아스카든 다른 마족이든 절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도 굳이 사교도를 언급한 것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교도라. 역시 그렇겠지.”

베이브는 그런 마족의 발언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마족들이야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굳이 정보를 발설할 상대조차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번 침공에 대한 정보는 사제장을 통해 사교도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첩자에게 넘어갔다고 보는 게 맞았다.

“첩자는 아마 사제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었겠지. 그렇다면 사제장 놈들을 살펴봐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번 전투에서 다 죽어서…….”

“미치겠군.”

로스니아 제국이 입은 피해만큼이나 마족들이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화살받이로 내세워진 사교도들은 프로반 백작의 화력에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그럼 지금 남은 사교도는?”

“모두 세력이 작아서 부르지도 않은 놈들뿐이야.”

“일단 그놈들에게라도 정보를 전해. 이후 명령을 받으면 아무리 가까운 측근이라도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첩자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새로운 신도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교도 세력을 키우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의 마족들과 아스카만으로는 대륙을 정복하는 일이 불가능했으니.

“그리고 아인 네패스를 주시해라. 아드리안 황태자가 아니라 그놈이 타르타로스의 계약자일…….”

지시를 내리던 베이브는 무언가를 목격하고 말을 멈췄다.

마족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베이브를 보다가 떨리는 그의 눈빛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들 역시 베이브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스르릉.

예리하게 다듬어진 칼날이 서슬 퍼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절대 우연으로 들어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장한 기사들의 모습.

더구나 풍기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떻게 인간들이 이곳을?”

“정보가 새었다! 죽은 녀석들을 고문해서 정보를 빼 간 거야!”

마족들이 인간 기사들을 보고 화들짝 놀랄 때, 베이브는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쳤다.

자신들의 아지트 정보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놈들! 그 짧은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빼냈구나!’

설마 잠깐의 고문 따위에 자신들의 정보가 빠져나갔으리라고는 베이브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죽은 놈들도 제정신이 아니야. 설마 겨우 잠깐을 못 견디고 정보를 불어버리다니!’

베이브는 기가 막혔다.

고문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그 시간이 긴 편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수십 분이었을 거고 그 정도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버텼으리라 여겼다.

아니면 가짜 정보를 내뱉어서 상대를 속였거나.

어차피 고문이 끝난 다음에는 자신들도 죽게 되리라는 걸 알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베이브의 추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마족들은 고문을 잘 견디지 못했다.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지며 정신적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사지를 잘리고 마나까지 잃자 차라리 고통이라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활하는 과정도 문제였다.

하나씩 따로 부활하다 보니 다니엘은 이를 이용해 다른 마족에게 이미 정보를 듣고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투로 마족을 속였다.

발설하는 정보가 앞선 마족의 것과 다르다면 고문의 강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한 마족은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상대가 정보를 알고 있는데 괜한 고통만 받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생각할 틈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성을 발휘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고문의 결과, 어느 마족으로부터 진실이 나오고야 말았다.

“그래 봤자 인간이잖아!”

마족 하나가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다.

아인츠발트 같은 괴물이라면 모를까 그저 인간의 군대라면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다고 여겼다.

콰아앙!

그러나 먼저 나섰던 마족은 날아든 화살에 순식간에 머리를 꿰뚫리며 어처구니없이 죽어버렸다.

마나 실드를 펼쳤음에도 무용지물이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단 한 발의 화살로 동족이 죽는 광경을 본 마족들은 말문이 막혔다.

분명 화살인데 위력은 화살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인류와의 전쟁에서도 이런 위협적인 화살을 날리는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먼저 기사들을 보내서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고 마법이 실린 화살로 한 방에 죽였다.’

베이브는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한 채 방금 상황을 분석했다.

뒤에서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기는 했으나 기사들까지 같이 죽일 게 아니면 강력한 공격은 날리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상대는 아인츠발트가 없더라도 자신들을 죽일 능력이 충분했다.

‘이런 힘을 가진 존재가 흔할 리 없지.’

베이브는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아인 네패스!”

타르타로스의 계약자로 가장 유력한 상대.

그가 자신들의 급소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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