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99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99화
199화
* * *
마족의 출현에 대해 보고받은 네르바는 즉각 실력 있는 기사와 마법사들을 모았다.
아직 반역자들을 토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토벌에 나섰던 실력자들은 모두 그의 곁에 있었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인사는 생략하지. 지금은 지원군을 편성하는 게 급하니까.”
네르바의 말에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지만 지원군의 편성을 놓고 그들은 고민에 빠졌다.
“거리가 있는 만큼 지원군을 많이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인원을 늘리면 마법사들의 부담이 커지니까요.”
과연 얼마나 되는 인원을 보내는 게 좋을 것인가?
마음 같아서는 아예 대군을 파견하고 싶지만, 순간 이동 마법으로 대군을 이동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로스니아 제국의 드넓은 영토에서는 더욱.
“최소한의 인원. 하지만 마족을 확실히 제압할 만한 실력자들이 필요합니다.”
제던 자작의 의견에 네르바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마침 딱 알맞은 상대가 있었다.
‘네패스 국왕이 주고 간 아인츠발트 경이 있으니까. 그라면 적절하겠지.’
아인츠발트에 대해 떠올리던 네르바는 순간 아까의 의심이 다시 돌아왔다.
애초에 마족과 함께 싸우겠다는 협정에 굳이 반역 토벌을 도울 지원군은 불필요했다.
특히 아인츠발트 같은 실력자는 더욱.
그의 조력은 반역자들을 토벌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과잉 전력에 가까웠다.
게다가 왕국 제일의 실력자가 분명한 이를 그저 신뢰의 증표로 넘기는 건 기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족이 이 로스니아 제국을 습격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아인의 기이한 행보도 나름대로 설명이 가능했다.
‘아니, 잠깐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그러나 네르바는 이내 자신의 생각이 전제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아인이든 마법사 협회든, 마족이 언제 어디를 습격할지 알 방법은 없으니까.
만에 하나 무언가 첩보가 있었다면 아인츠발트를 따로 보내주는 것보다는 미리 방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쪽이 더 효율적이고.
어쨌든 분명 아인츠발트의 지원보다는 더 나은 해결책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만약 마족들이 제국을 공격하도록 유도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실을 깨닫자 네르바는 눈을 부릅떴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인이 마족을 제국으로 유인한 것이라면?
‘왜 뜬금없이 마족과 싸우기로 협정을 맺나 했더니, 설마 이 제국을 미끼로 쓴 건가?’
하지만 아직은 확신할 근거가 부족했다.
마족의 습격은 단순한 우연이고 아인츠발트를 남긴 것도 정말 순수한 호의일 수도 있으니까.
이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마족들이 제국을 습격한 목적을 반드시 파악해야 했다.
“일단 아인츠발트 경을 불러오도록. 그리고 제던 자작. 가능하다면 마족 하나를 생포하도록 하게.”
“생포 말씀입니까?”
“그래. 마족들이 어째서 제국을 노렸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네르바는 지원군이 출발하기 전에 마족 하나를 반드시 생포하라고 언질을 주었다.
제던 자작은 심상치 않은 네르바의 표정에 무언가를 느끼고 긍정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생포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인츠발트가 호출된 건 잠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아인츠발트는 순간 이동 마법을 준비하느라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네르바에게 다가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상황은 들었나?”
“다수의 마족이 사교도를 이끌고 나타났다 들었습니다.”
“네패스 왕국과는 마족에 함께 대항하기로 협정을 맺었지. 생각보다 이른 시일이지만 그 협정에 따라서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바네.”
네르바는 협정에 근거하여 타국의 기사인 아인츠발트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려 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이에 아인츠발트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아인이 원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지원군으로 즉시 현장에 파견되어 마족들을 토벌한다. 이의 있는가?”
“없습니다.”
“좋아. 준비하도록.”
수레에 가득 실은 보주가 쏟아지며 순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끝을 맺었다.
아인츠발트를 포함한 제국의 지원군은 즉각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지원군이 마법진이 내뿜는 빛에 휩싸이는 동안 네르바는 아인츠발트를 노려봤다.
‘만약 정말 이 제국을 미끼로 쓴 것이라면 그땐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네패스 국왕.’
* * *
“처참하군.”
동부 국경에 도착한 지원군이 가장 먼저 보게 된 건 처참하게 무너진 성의 잔해였다.
프로반 백작의 상징과도 같은 마법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장소일 텐데 그런 곳마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마족들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게 느껴졌다.
“지원군인가?”
그때 몇몇 마법사들과 함께 프로반 백작이 나타났다.
“프로반 백작 각하!”
행여나 프로반 백작이 잘못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던 이들은 건재한 그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은 엉망이 되었지만 프로반 백작만 무사하다면 그리 큰 피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제던 자작. 그대가 왔군.”
프로반 백작은 빠르게 지원군의 면면을 확인했다.
아무리 순간 이동 마법이 있더라도 지원군을 많이 보내는 게 불가능하단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머릿수가 아니라 실력.
다행히 이 지원군들은 정치에 관심 없는 프로반 백작도 잘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지금으로서는 거의 최선의 인선이군.’
카시안 공작, 필립 후작, 아트라시아 후작 등 이름 있는 기사들이 모두 죽었기에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었다.
거기에 비록 작위를 잃었다지만 안덴스가 있었다.
자신과 더불어 제국에 크게 이름을 떨치는 마법사 중 한 사람으로 아군이라면 분명 든든한 전력이었다.
“그런데 이쪽은 누구지?”
프로반 백작은 유일하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아인츠발트의 정체를 물었다.
“아인츠발트입니다.”
“아, 자네가…….”
아트라시아 후작을 쓰러트렸다는 기사의 이름에 프로반 백작의 안색이 환해졌다.
아트라시아 후작을 꺾은 실력자라면 기사 전력도 아쉬울 게 없었다.
“잘 부탁하지.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겠네.”
프로반 백작은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설명했다.
마족의 마법 한 번에 성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에는 지원군으로 나선 이들도 기가 질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프로반 백작이 마족 하나를 물리쳤다는 것에 그들은 감탄했다.
역시나 제국의 이름 높은 마법사다웠다.
“역시 훌륭하십니다.”
“그렇게 칭찬해 봐야 줄 건 없네. 그리고 명심하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돼.”
프로반 백작은 아스카의 마법을 떠올리고 진저리를 쳤다.
일단 경고를 해두기는 했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게다가 그것을 알아차릴 즈음이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고.
“꼭 명심하겠습니다.”
지원군은 프로반 백작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전장으로 나섰다.
새로 합류한 사교도들과 함께 숫자가 늘어난 마족들이 보였다.
“모두 여섯인가?”
아인츠발트는 빠르게 마족들을 살폈다.
아스카를 제외하고도 마족이 다섯이나 붙어 있었다.
물론 다른 마족이야 큰 위협이 되지 않으나 아스카가 함께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쉽지 않겠군.”
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감수할 만한 싸움이었다.
이 싸움의 향방은 분명 대륙의 운명을 크게 바꿔놓을 테니까.
촤악!
마족이 내지른 일격에 기사의 몸이 처참하게 뜯겨 나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절명해 버린 동료의 모습에 제국의 기사들은 이를 갈았다.
“이 마족 새끼가 감히!”
전투는 치열했다.
마족들 개개인의 전투력은 제국군을 압도하고도 남았지만 제국군에게는 물량이 있었다.
사교도들을 순식간에 밀어버리고 마족들을 포위하자 나름대로 발을 묶는 수준은 되었다.
이는 아스카가 뒤에서 가만히 전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디 있는 거지?’
아스카는 마족들만 보낸 채 앞으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지원군으로 함께 나타난 아인츠발트의 존재를 감지한 데 반해 타르타로스의 계약자는 아직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저 정도 전력을 믿고 아인츠발트가 먼저 나섰을 리 없다. 분명 무언가가 있어.’
아스카는 아인츠발트가 어리석은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대놓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제국으로 끌어들인 이상 나름대로 승리에 대한 자신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전투가 이어져도 타르타로스의 계약자가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스카는 상대가 자신보다 먼저 움직일 생각이 없거나 어쩌면 다른 곳에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드리안 황태자가 뛰어난 지휘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시간을 지체한 것만으로 나름대로 손해를 본 셈이었다.
아스카는 늦게나마 이를 만회하고자 전선을 향해 움직였다.
아스카가 움직이자 아인츠발트 역시 행동에 나섰다.
거리 따위는 구애받지 않는다는 듯 멀리서 쏘아진 검기가 아스카를 덮쳤다.
콰콰쾅!
아스카는 아인츠발트의 공격을 막아낸 채 예리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혹시 자신이 움직이면 반응을 보일까 했으나 이번에도 다른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았다.
“도대체 뭘 노리는 건지 모르겠군.”
함정이 분명한데 그 실체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아스카는 마치 제 발로 늪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 불쾌해.”
다음 순간 아스카의 주위로 핏빛의 마나가 넘실거렸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치열하게 싸우던 이들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족들의 기운도 상식적이지 않았으나 아스카가 내뿜는 힘은 그야말로 격이 달랐다.
“아스카!”
그때 거리를 두고 있던 아인츠발트가 아스카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전투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아인츠발트가 적극적으로 나오자 아스카는 의문을 느꼈다.
‘뭐지?’
소극적인 대응만 하는 아인츠발트의 행동에 무언가 노림수가 있다고 여기던 아스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다급하게 움직이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아인츠발트. 대체 뭘 노리는 거냐!”
아스카가 마법을 펼치자 수백 개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구체는 아스카의 의지에 따라 다가오는 아인츠발트를 향해 몰려들었다.
‘이 마법은 오랜만에 보는군.’
아인츠발트는 검을 역수로 고쳐 쥐었다.
아스카의 상징과도 같은 마법인 피의 세계.
자유의지를 가진 구체들이 공격과 회피를 병행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콰콰콰콰!
구체들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아인츠발트를 노리고 충격파를 퍼부었다.
하나하나가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하고도 남을 위력.
그런 공격이 자그마치 수백에 달했다.
아무리 아인츠발트라도 이 공격을 피해 없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
아스카의 힘이 예전보다 강해졌다면 더욱.
‘그렇다면 마땅히 피해를 감수해야겠지.’
아인츠발트는 세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누구도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극한의 쾌검.
아스카마저 한순간 아인츠발트의 검격을 놓치고 말았다.
콰콰쾅!
아인츠발트를 향해 날아들던 구체는 단 세 번의 검격에 모조리 파괴당했다.
놀라운 무위 앞에 모두가 경악했다.
‘크윽!’
하지만 아인츠발트는 자신의 팔이 내지르는 고통을 애써 외면해야만 했다.
아스카와의 싸움에서 이렇게 손해가 될 짓을 한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크악?”
엉뚱하게도 아인츠발트가 휘두른 검격의 범위에는 마족 하나가 끼어 있었다.
녀석은 즉사하지는 않았으나 단숨에 어깨가 잘려 나갔고 예기치 못한 충격에 빈틈까지 드러냈다.
“지금이다!”
로스니아 제국의 기사와 마법사들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안덴스와 프로반 백작 등 실력 있는 마법사들의 공격이 일제히 쏟아졌다.
마족은 눈앞에 들이닥친 죽음에 인상을 찡그렸다.
어차피 부활하겠지만 아까운 제물 하나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콰콰쾅!
“크아악!”
게다가 죽음을 겪는 고통만큼은 진짜였다.
마족은 부디 자신의 숨이 빨리 끊어지기를 바라며 폭발에 휩싸였다.
* * *
‘역시 부활할 때의 느낌은 구역질이 나는군.’
의식이 회복되는 느낌은 절대 상쾌하지 않았다.
몸이 강제로 바뀌고 조정되는 기이한 감각.
솔직히 두 번 다시 체험하기 싫은 느낌이었다.
물론 죽음을 넘길 수 있다는 확실한 메리트를 두고 고작 기분이 나쁘다고 이를 거절할 마족은 없었지만.
‘이제 남은 제물이 둘밖에 없으니 뒤쪽에서 몸을 사려야…….’
콰득!
그런데 다음 순간 의식을 차린 마족의 심장에 날카로운 칼날이 틀어박혔다.
“끄아악!”
부활 직후에 벌어진 격통에 마족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칼날을 따라 핏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허억! 허억!”
고통에 억지로 눈을 뜬 마족의 앞에 한 무리의 인간들이 서 있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들은 모두 사교도 복장이었다.
“네, 네놈들은 대체 뭐냐?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부활을 위한 의식장에 사교도들이 서 있는 광경.
당연히 마족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사교도들 따위에게 부활의 비밀이나 의식장의 위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마족의 물음에 그의 심장에 칼날을 찍어 넣은 사교도가 입을 열었다.
“뭘 어떻게겠어. 처음에 부활한 놈이 빠져나간 족적을 그대로 되짚어 왔지.”
사교도의 정체는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은 이번에도 부하들과 함께 사교도로 위장해 있었고 덕분에 마족들이 로스니아 제국을 습격할 거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니엘을 통해 이 정보를 알게 된 아인은 곧장 행동에 나섰다.
로스니아 제국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마족들이 나타날 장소에 미리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아인의 목적은 의식장을 제압하고 가이스트와 거래한 베이브라는 마족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바깥에는 경계를 서고 있던 동족이 있을 텐데?”
“그놈 하나가 뭐?”
다니엘은 혼란스러워하는 마족의 모습을 비웃었다.
그 말대로 의식장 밖에는 대기하고 있는 마족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겨우 하나뿐이었다.
다른 적을 상대로는 충분할지 모르나 아인과 측근들을 상대로는 전혀 지장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후 의식장 안으로 들어온 다니엘은 여분의 제물들을 모두 제거하고 의식에 필요한 하나의 제물들만 남겨놓았다.
전장에서 죽은 마족들이 딱 한 번 부활하면 그대로 사로잡히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부활할 육체의 상태는 이미 최악이었다.
“이, 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마족은 곧 칼날이 박힌 심장 이외에도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팔도, 다리도 없다.
의식장을 가득 적시고 있는 핏물의 출처는 다름 아닌 자신의 몸이었다.
“정보를 듣는 데 팔다리는 필요 없지.”
더해서 심장을 찌른 이유는 마법의 사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강인한 육체 덕분에 마족은 설령 심장이 공격받아도 상처가 너무 깊지만 않으면 즉사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심장에 문제가 생긴 마족은 마법을 제대로 쓰는 게 불가능했다.
‘마법사의 마나는 혈관을 타고 이동한다고 했던가.’
아인에게 들었던 설명이었다.
생물의 피는 심장을 거쳐서 이동하기에 심장에 출혈이 생기면 마나의 흐름이 꼬이게 되는 것이다.
“정보라니, 내가 인간 따위에게 입을 열 거 같으냐!”
마족은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그러나 다니엘은 이미 이런 대답을 하는 상대를 너무 많이 만난 상태였다.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다니엘은 느긋하게 칼날을 움직였다.
“5분 정도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