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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82화 (182/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82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82화

182화

* * *

사교도로 잠입해 있던 다니엘로부터 긴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로바크라고 하는 마족이 근처의 영지를 습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상당히 좋은 기회였다.

“마족 하나를 처리할 수 있겠군.”

다니엘의 원래 임무는 아스카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만약 마족을 생포할 수 있다면 놈에게서 아스카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마족들이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지.’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낮게 잡아도 6티어의 전투력을 가진 마족을 생포한다는 건 절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아인츠발트를 통해 알게 된 약점을 알아볼 기회였다.

‘부활은 가까운 곳에 제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마족도 쉽게 죽으려고 하지는 않겠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굴욕을 감수해서라도 일단 죽음을 넘기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의외로 쉽게 생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인츠발트를 제외하면 마족을 제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라도 미리 처치할 수 있다면 해두는 게 이득이었다.

이로 인해서 경계심을 사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아인츠발트가 위니스에 의해 빼돌려진 시점에서 이미 경계는 받을 만큼 받고 있을 거다.

선공을 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출전이군요.”

곁에서 함께 소식을 들은 로크가 투기를 내뿜었다.

아인츠발트와 훈련을 적극적으로 한 건 아인츠발트가 인정한 재능을 가진 릴리아나와 독심을 품은 빅터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영웅들이 놀고 있던 건 아니다.

아스카와 마족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뒤 영웅들은 조금이라도 힘을 키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인츠발트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아인츠발트는 그런 영웅들의 의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뭐, 그렇다고 괄목한 만한 성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4티어에서는 이제 거의 완성형이지.’

[영웅 정보]

이름 : 로크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네패스 왕가

유형 : 전투형

등급 : 4티어

칭호 : 위대한 기사

스킬 : 지휘(4). 기마(4), 검술(4), 격투(3), 난전(3), 방패술(3), 궁술(1)

기사로서 핵심이라고 할 만한 스킬들은 모두 숙련도가 등급에 걸맞은 수준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카이로스 백작과도 나름대로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다.

승산이 높지는 않겠지만 쉽게 당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핵심은 로크가 아니니까.’

근위기사단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로크의 실력은 다른 측근에 비해 떨어지는 상태였다.

한때 라이언이 그러했던 것처럼 로크가 최강일 때도 있었지만 다 과거의 이야기다.

루시우스, 모르타르, 탈론, 다니엘, 릴리아나.

논외라고 할 수 있는 아인츠발트를 제외해도 로크보다 아래라고 할 만한 영웅은 없다.

굳이 꼽자면 빅터가 있지만…….

‘빅터도 이제 호락호락하지 않고.’

아인츠발트의 가르침 덕분인지 빅터는 3티어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완성되었다.

결정적인 벽을 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휘하의 다른 3티어 영웅들이 빅터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걸 보면 4티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 혹시 모르니까 가능한 전력을 동원해야겠지. 하지만 우리의 정체는 숨길 거다.”

모든 일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마족들의 지원이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곳에 아스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직 아스카를 상대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 상태지만 가능하면 전력을 투입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도 도망 정도는 가능하도록.

“부디 다른 변수는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탈론의 중얼거림에 살짝 쓴맛이 감돌았다.

어쩐지 안 좋은 복선을 깔아버린 기분이다.

* * *

“이쪽입니다.”

다니엘은 신도들과 함께 영지를 향해서 이동했다.

그 무리에는 사전에 사제장에게 들은 것처럼 로바크가 끼어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잠잠하군.’

다니엘은 로바크를 안내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지에는 이미 아인과 다른 이들이 대기하고 있겠지만 그곳까지 가는 것 역시 만만찮은 일이었다.

로바크가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랐으니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금 로바크는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신도들의 안내를 군말 없이 따르고 있었으니.

“크크크. 간만에 피 좀 보겠군.”

어쩌면 피가 너무 고파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다니엘은 로바크가 혹시 알아차릴까 내색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경멸을 숨기지 못했다.

마족으로서 인간에 대한 원한을 보이는 거라면 이해하겠지만 로바크는 아무리 봐도 그런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진 게 아니었다.

그냥 살육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암살자라도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데.’

종종 쾌락을 위해서 살인을 하는 부류의 암살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부류는 같은 암살자들에게도 공감받지 못했다.

단체 행동에 적합하지도 않고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그런 놈이 나타나면 조직에서는 위험한 임무를 내리거나 다른 암살자를 시켜서 제거하는 게 보통이었다.

다니엘도 그런 일에 투입된 경험이 있었다.

‘어찌 보면 예전과 비슷하군.’

다만 그때는 정신 나간 인간이 상대였다면, 이번에는 마족이란 것이 달랐다.

“저곳이 목표인 영지입니다.”

다니엘은 어둠에 휩싸인 영지를 가리켰다.

늦은 시간이기에 영지는 적막이 감돌았다.

인기척이라고는 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 몇 명이 전부.

그마저 절반은 졸고 있었다.

아무래도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들에게만 일을 떠맡긴 듯했다.

“저희는 저 영지 외곽에 있는 고아원을 노릴 계획입니다.”

아무나 잡아 온다고 해서 신도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사제장은 나름대로 목표를 엄선했고, 그렇게 골라진 대상이 바로 고아들이었다.

“아이들로 뭘 하겠다고?”

“통제하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잘 가르치면 금방 따를 겁니다.”

로바크가 의문을 표하자 다니엘은 손쉽게 대답했다.

암살자들 역시 고아들을 데려다가 훈련시키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 이유를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신의 사자께서는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을 제거해 주셨으면 하는데…….”

쐐액!

다음 순간 다니엘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방금까지 자신이 서 있었던 장소로 로바크의 손이 훑고 지나갔다.

“인간 따위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다니엘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분명 죽일 생각으로 날린 공격이었다.

반응하지 못했으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피해?”

로바크도 다니엘이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에 놀란 눈치였다.

아예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분명 죽일 생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진심으로 한 공격은 아니었으니까.

실력 있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성적인 이해와 감성적인 이해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얌전히 죽어라.”

로바크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가 실력이 좋고 아군이라고 해봐야 결국 인간이다.

자신이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마땅히 죽어야 하는 존재.

로바크의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근처에 있던 신도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보통 맹렬한 추종자일수록 그 능력은 볼품없는 경우가 많았다.

가진 게 없으므로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제장이 인정한 실력자인 그들은 나름대로 대가를 받고 일하는 비즈니스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맹렬한 추종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상대가 신의 사자라도 순순히 목숨을 내주지는 않는 것이다.

“그만두시지요. 자꾸 이러시면 저희도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라고?”

어느 신도의 말에 로바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다른 정신 나간 신도들과 달리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아스카나 마족에 대해 그리 진심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고작 인간 따위가 나를 어쩌겠다고?”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인류가 마족에게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은연중에 마족이 인류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이 모두 박혀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의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테지만, 이 자리에는 마족과의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전무했다.

그러니 오직 결과로만 판단하는 수밖에.

“저희는 다른 미천한 신도들과 다릅니다.”

“하…….”

로바크는 그 말에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역시나 자신과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소리를 듣고도 참을 수는 없지.”

로바크는 그대로 손을 뻗어 가까이에 있던 신도를 산 채로 찢어발겼다.

“끄아악!”

순식간에 벌어진 참상에 신도들이 당황하며 무기를 빼 들었다.

그러나 로바크의 움직임은 그보다 신속했다.

이 자리에 있던 이들도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었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대부분이 죽음을 맞이했다.

“으음?”

그렇게 몇 명의 신도들을 처리한 뒤 로바크는 어떤 위화감을 느낀 채 남은 이들을 살폈다.

스르릉.

로바크의 공격에 경악하고 두려움을 느꼈던 이들과 달리 더없이 침착하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오는 일부 신도들.

그 순간 로바크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들은 다른 어중이떠중이와는 다른 제대로 된 실력자라는 걸.

그리고 그 선두에 있는 게 다니엘이었다.

“너 뭐냐?”

다니엘을 중심으로 모인 신도들은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용하는 무기 역시 그랬다.

공교롭게도 살아남은 이들 모두 흔히 구하기 힘든 독특한 무기로 무장한 상태였다.

그나마 검이나 창 같은 평범한 무기를 가진 이들도 그것을 내버리고 다른 무기를 꺼냈다.

“너희 뭐냐고?”

다니엘은 로바크에게 대답하는 대신에 남은 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들은 평범한 신도가 아니라 다니엘과 같이 아인의 명령을 받아 사교도에 잠입한 암살자들이었다.

평상시에는 서로 알은체도 하지 않으며 지냈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상대는 마족.

뭉치지 않으면 학살당할 뿐이었다.

“너희들, 가짜 신도구나!”

로바크는 다니엘과 암살자들이 고도로 훈련된 존재라는 걸 알아차렸다.

어지간한 기사라도 겁먹을 상황에서 침착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과 표정.

고작해야 탈영병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정체를 밝혀라!”

로바크가 다니엘을 향해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번쩍!

갑자기 눈부신 빛이 터지며 로바크의 시야를 가렸다.

“큭!”

어두운 밤에 갑자기 빛이 터지자 로바크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로바크는 급하게 자신의 주위에 마나 실드를 펼쳤다.

상대가 어떤 방법을 준비해도 자신의 마나 실드를 뚫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움찔!

그러나 다음 순간 로바크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선가 갑자기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흐름.

마법사의 존재 정도는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자신이 지금껏 몰랐다는 건 상대가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매복! 함정이다!’

콰콰쾅!

아니나 다를까, 마나 실드를 펼친 로바크를 향해 막대한 화력이 쏟아졌다.

시뻘건 불길이 탐욕스럽게 날름거리며 로바크를 둘러쌌다.

‘큭! 그래도 마나 실드를 뚫지는 못했어.’

로바크는 안도했다.

상대의 화력이 상당했지만 자신의 마나 실드를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상대의 실력은 자신보다 아래의 마법사.

그리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었다.

“마나 웨폰.”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넘실거리는 화염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그 마나는 로바크의 바로 곁에 있었다.

“뭐?”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로바크는 다급하게 눈을 떴다.

계속 시선을 가리고 있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화염을 날린 마법사와 다른 마법사가 화염을 뚫으며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미친!”

마나 실드도 걸치지 않고 달려오는 광경에 로바크는 기겁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신기하게도 주변을 뒤덮은 화염은 상대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로바크는 그것이 상대가 두른 옷 때문이라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불이 통하지 않는 옷인가?’

시야를 빼앗은 뒤 강한 화염 마법으로 존재를 감추고 그것을 뚫고 들어오는 상대.

마법사인데도 왜 근접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무언가 위험하다는 건 숱한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어림없다!”

로바크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마나 실드의 출력을 높였다.

설령 상대가 마나 실드를 뚫을 위력이 있더라도 자신의 속도에 대항할 수 없고, 속도를 잡더라도 마나 실드를 뚫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콰아앙!

그러나 로바크의 행동은 모두 실패했다.

눈앞에서 기습을 가해오는 아인에게 정신이 팔렸으나 진짜는 갑자기 날아든 화살이었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탈론은 로바크가 아인에게 주의를 기울인 틈을 타 정확하게 화살을 쏘아 로바크의 마나 실드를 뚫어버렸다.

“커억!”

로바크는 자신의 살갗을 찢어낸 통증에 몸을 휘청였다.

다행히 급소를 맞은 건 아니었지만 화살은 로바크의 목에 상처를 만들었다.

‘제길! 조금만 더 옆으로 날아왔으면 즉사할 뻔했어!’

그러나 로바크는 미처 알지 못했다.

탈론의 화살이 빗나간 게 아니라 일부러 빗나가게 쏜 것이란 걸.

“마나 쇼크!”

마나 실드를 잃은 로바크를 향해 아인은 비전 마법을 사용했다.

영웅 정보를 통해서 확인한 로바크는 과거 말릭과 동일한 수준의 강적.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는 절대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습 상황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아도 이건 안 되지.’

마법형 영웅과 전투형 영웅의 특징을 함께 가진 마족이지만 본질은 마법사였다.

애초에 마족은 마법에 대한 재능을 타고난 종족을 이르는 말로, 월등한 신체 능력은 부가적인 것에 불과했으니까.

“끄으윽!”

그래도 보통 마법사와 결과가 다른 부분은 있었다.

로바크는 마나 쇼크에 당하고도 완전히 제압되지 않은 채 끙끙거리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지금껏 마나 쇼크에 당한 마법사들이 손쉽게 무력화되던 걸 떠올리면 놀라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마법 자체가 막혀버린 마족은 그저 고티어의 전투형 영웅 수준에 불과했다.

빠악!

로바크의 방어를 뚫고 근접한 로크가 대검을 휘둘러 로바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로바크는 무지막지한 충격에 의식을 잃고 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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