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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76화 (176/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76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76화

176화

【 마법사 협회장 】

약소국들을 점령하는 일이 마무리되자 로스니아 제국과 반제국 동맹의 전쟁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크라이더 왕국에서 벌어진 전투는 크라이더 국왕의 승리.

비록 상당한 피해를 입기는 했으나 크라이더 국왕은 제국의 병력을 격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사트리안 왕국은 아슬아슬하게 버텨냈다.

“이렇게 될 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네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내가 로스니아 제국이 사트리안 왕국에게 발목이 붙잡힐 거라는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크라이더 왕국이야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로스니아 제국이 핵심 전력을 사트리안 왕국에 집중시켰으니. 그러나 사트리안 왕국이 버티는 건…….”

“요새의 구조를 알고 있었으니까.”

난 사트리안 왕국이 세운 요새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

게임에서 그 요새를 활용해 직접 제국의 습격을 받아치는 스테이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요새를 세운 게 프레시아 공작가였으니 그들이라고 유저들처럼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덕분에 로스니아 제국이 발이 묶였습니다.”

네일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로스니아 제국과 반제국 동맹이 서로 뒤엉켜서 싸우는 사이에 약소국들을 순조롭게 손에 넣었으니까.

이 과정에서 새롭게 합류한 영웅 아인츠발트의 활약상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전쟁에서는 왜 아인츠발트 경의 이름을 숨기신 겁니까?”

하지만 아인츠발트란 이름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아스카의 부활 소식을 전해 듣고 아인츠발트를 추격할 거라는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인츠발트는 아스카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인츠발트의 무력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었다.

아스카라는 마족 역시 나와 똑같이 생각할 터.

그런 와중에 의문의 실력자가 등장하게 된다면 아스카는 당연히 그 정체를 의심할 것이고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인츠발트를 써먹지 않을 수도 없기에 나는 그의 머리를 염색시키고 외모를 바꾸는 등 몇 가지 조치를 취해서 신분을 숨겼다.

“필요한 조치였으니까.”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짧은 말이었지만 네일은 굳이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숨기는 게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고, 알면 알수록 고생길만 열린다는 걸 네일은 이미 경험으로 체득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스카의 존재를 계속 은폐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 복귀하면 대영주들을 소집하도록.”

“대영주들을 말입니까?”

“그래.”

이제는 우리의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정도는 모두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네패스 왕국의 모든 대영주들이 한자리에 집결했다.

힐리스 백작이나 콘라드 후작처럼 내 가신이 아닌 이들도 모였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직접 전선에 나서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 자리가 단순히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인 줄 알고 있었다.

“그래. 고맙네.”

그러나 내 무덤덤한 반응에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아차렸는지 안색이 변했다.

뭐, 이외에도 축하하는 자리치고는 술상이 너무 조촐하기는 했다.

게다가 내 측근이라고 할 만한 탈론이나 로크 등 다른 대영주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도 않았고.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이 자리에 그대들을 부른 건 단순히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네.”

내가 신호를 보내자 아인츠발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저 사람이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첫 대면일 텐데도 콘라드 후작은 바로 아인츠발트를 알아봤다.

전쟁에서 갑자기 나타나 활약한 그의 존재에 대해 이미 조사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름이 배런, 맞습니까?”

“아니네.”

그러나 내 부정에 콘라드 후작의 표정은 굳어졌다.

상대의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건 무례였다.

하물며 알은체를 하다가 그랬으니 콘라드 후작으로서는 상당히 민망할 것이다.

“그건 가명이야.”

그래서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콘라드 후작이 이름을 착각한 게 아니라 그가 가진 정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가명이라니요?”

“그의 이름은 아인츠발트. 요정족 검사다.”

“아인츠발트입니다.”

아인츠발트는 대영주들을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낯선 이름에 콘라드 후작과 힐리스 백작은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구태여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활동하는 건 수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정족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참작할 여지는 있었다.

인간들의 왕국에서 이종족이 자신의 정보를 숨기는 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름까지 숨기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실제로 드래고니안인 탈론도 자신의 이름을 숨긴 적은 없었고.

“어째서 가명을 쓰신 겁니까?”

“그게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절대 농담이나 장난이 아니야.”

나는 어째서 아인츠발트가 자신의 이름을 숨겼고 어떠한 과정으로 나에게 왔는지를 대략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족들의 잔당인 크로노스와 부활한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까지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 측근들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족이 있을 줄이야.”

그러나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서 의외로 의심하는 기색은 없었다.

특히 측근들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긴 세월 동안 봉인당했다가 깨어난 고대의 마족이나 고대의 영웅 같은 건 충분히 의심스러울 만했는데도.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는군.”

그런 반응이 이상해서 물어보자 로크가 볼을 긁적였다.

“지금껏 보아온 게 있으니까요.”

비밀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측근들도 내가 전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친하더라도 모든 걸 밝힐 필요는 없으나 나의 경우에는 유독 비밀이 많은 편이었다.

게다가 그러면서도 은근히 비밀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숨기려고 하지 않는 편이었다.

과거에 카이로스 백작의 부하였던 루퍼스에 의해서 위험에 처했을 때 3티어 승급권을 사용한 게 시작이었다.

한 번 무언가 있다는 비밀을 드러내자 나는 이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드러내며 이용해 왔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납득시키기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인지 이제 내 측근들은 내가 무언가를 말하면 일단 믿고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게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에도 통할 줄은 나도 몰랐지만.

“오히려 전하께서 고대 마법사의 후예라는 부분은 너무 평범해서 놀랐습니다.”

“그게 평범하다고?”

“네. 전 사실 전하께서 고대 영웅 본인이었다고 해도 납득했을 겁니다.”

로크의 말에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지금까지 내 행보가 어지간히 의심스러웠을 테니까.

“그런데 고대 영웅은 다른 사람이었군요.”

로크는 아인츠발트를 보며 눈을 빛냈다.

엄청난 실력자인 아인츠발트의 등장은 릴리아나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다른 기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러나 근위기사단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로크로서는 나름대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미 로크보다는 루시우스의 실력이 더 뛰어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었으니까.

‘실제로도 그렇고.’

로크는 분명 열심히 해왔다.

하지만 나이의 영향인지 성장 면에서 다른 젊은 기사들에게 밀린 상태였다.

그나마 탈론은 활을 다루고 모르타르는 무투파, 릴리아나는 순수한 검사지 기사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좀 있었다.

하지만 루시우스는 아니다.

루시우스의 실력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제 로크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 되었다.

그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로크에게는 이제 성장 가능성이 없는 반면 루시우스는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기에 그 격차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심지어 자신을 아득히 능가하는 실력자의 등장.

로크는 어쩌면 자신이 언제 은퇴하게 될지를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잠깐 샜군. 어쨌든 나의 목표는 부활한 고대 마족 아스카와 살아남은 잔당을 소탕하는 것이다. 인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

“하지만 그건 저희만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탈론은 아인츠발트를 힐끔 보며 말했다.

다른 측근들도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인츠발트의 실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와 싸웠다는 아스카의 평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측근 모두가 덤벼도 아인츠발트를 이기지 못하는데 그보다 더 강한 아스카를 상대로 승산을 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 문제라면 적어도 로스니아 제국을 아군으로 끌어들여야 할 터인데…….”

탈론은 스스로 의견을 말하고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륙 정복의 야망을 드러내고 전쟁을 개시한 로스니아 제국과 손을 잡는 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를 위한다는 대의로 잠시나마 손을 잡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결국에는 서로 창칼을 맞댈 적이었다.

그런 믿을 수 없는 상대와 동맹을 맺는 건 강대한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도 위험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는 이런 탈론의 의견을 부정하지 않았다.

적어도 로스니아 제국에 있는 5티어 영웅들 정도는 되어야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단 건 알지 않나?”

로스니아 제국은 절대 아군이 될 수 없는 세력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제국민으로서의 야망은 그들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였으니까.

“그럼 어떻게 놈들과 싸울 생각입니까?”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지. 첫 번째는 루안이 만드는 최고 품질의 장비들.”

지금보다 전력을 향상시킬 수단은 셋이었다.

하나는 루안이 보다 뛰어난 장비들을 만들어내는 것.

나에게 만들어준 갑옷이나 탈론의 활과 같이 네임드 장비를 넘는 수준이라면 마족과의 싸움에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실히 예사로운 장비들은 아니지요.”

루안의 장비에 맛이 들린 측근들은 내 이야기에 수긍했다.

네임드 장비조차 넘어서는 루안의 수제품은 이제 내 왕국의 실력 있는 기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수준이었다.

“두 번째는 마법사 협회다.”

마법사 협회 자체가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며 그들의 연구 초점도 마족의 상대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마법사 협회를 제대로 끌어들이려면 단순한 대의명분으로는 부족했다.

“난 마법사 협회장의 자리를 노릴 예정이다.”

“마법사 협회장? 그게 가능합니까?”

루안과 달리 마법사 협회장이라는 이야기에는 당황하는 반응이 나왔다.

국왕인 내가 마법사 협회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은 아니었으니까.

“원로의 자리는 이미 확보했다.”

마법사 협회장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최소한 가장 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원로 정도는 되어야 무언가 시도라도 가능했다.

원로의 권리를 통해 정식으로 협회장 선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든과 같이 활약을 통해 인정을 받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었지만 당장 협회의 장악을 위해서는 이쪽이 나았다.

물론 아무리 내 명성이 대단하더라도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젊은 나이와 국왕이라는 신분으로 원로의 자리를 차지한 것만 해도 협회의 역사에 없던 상황이니까.

여기서 심지어 협회의 영웅이라 불리던 에이든조차 끝내 정식으로 임명되지 못한 협회장 자리를 요구한다면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믿는 구석은 있었다.

‘실력.’

기존 협회의 최고 실력자였던 플레턴조차 4티어가 한계였다.

5티어 전투형 영웅들은 몇 명씩 등장하는 상황에서 끝내 5티어 마법형 영웅은 나오지 않는 이유.

이는 내가 게임에서 느꼈던 마법형 영웅의 한계와 같은 이유였다.

마법사는 기사보다 드물고, 어느 정도 혈통을 타고날 수 있는 전투형 영웅들과 달리 혈통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연을 중심으로 한 파벌이 주축이 되는데, 혈연도 아닌 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내주는 결정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지체되는 시간이 있었다.

게다가 마법사는 효율만 추구하며 배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스승이 익힌 비전 마법이라면 전수받는 게 당연하다는 풍조가 있으니까.

비전 마법이라는 게 절대 단기간에 배울 수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는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물론 협회로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생판 남을 그저 같은 마법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지식을 전부 털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원로들만이 비전 마법에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였고.

‘하지만 난 6티어 마법사가 되었다.’

5티어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에이든과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서야 임시였던 그와 비슷한 위치에 불과하다.

에이든과 비슷하다는 건 마법사가 보일 수 있는 최대의 극찬에 가까웠지만 후발 주자인 나로서는 에이든을 능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위니스로부터 6티어 승급권을 얻게 되면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문제가 해소되었다.

5티어조차 넘어서는 6티어 마법사의 영역.

이거라면 마법사 협회에 충격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6티어가 되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있어.’

6티어 마법사의 감각은 5티어였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티어가 올라갈수록 격차가 커지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5티어란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와 같은 것이었다.

8티어라는 말도 안 되는 영역에 올라 있는 아인츠발트를 제외하면 인간으로서 5티어를 넘어선 영웅은 없었다.

고대의 영웅들도 모두 그랬다.

누군가가 더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5티어를 넘는 존재의 탄생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이거다.”

나는 아스카의 보주를 꺼냈다.

협회에서 열심히 조사를 해봤으나 돌아오는 성과는 영 시원찮았다.

그러나 장비 정보에 아스카의 보주가 나온다는 말은, 이것에는 분명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소리였다.

“아스카의 보주. 그걸로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아인츠발트는 내가 꺼낸 아스카의 보주를 보며 의아해했다.

아무리 대단한 영웅이라도 검사인 그로서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고대 영웅들이 아스카의 보주를 별도로 빼낸 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아스카에게 돌려주지 않으려는 목적이었으니까.

“장비를 만들 거야.”

루안의 독특한 재능이라면 아마 이것도 어떻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스카는 자신의 보주로 만든 장비에 당하는 셈이 된다.

어떤 기분일지 나름대로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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