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72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72화
172화
“이, 이럴 수가!”
프레시아 공작은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 한 번의 전략을 위해서 카시안 공작이 얼마나 철저하게 자신을 속였는지.
소수의 기사들이 넘어왔다고 방심할 수 없게 이 자리에는 제국 최고의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동맹들을 상대로 기사들을 나눈 게 아니었단 말인가?”
아트라시아 후작 외에도 그랜트 백작이나 하이록 백작 등 제국의 이름 있는 기사들이 즐비했다.
당연히 각국으로 흩어졌을 거라고 생각한 기사들이 사실은 사트리안 왕국으로 집결했다는 것.
전선을 4개나 만들어놓고서 이렇게 힘을 집중시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문을 지켜야 한다! 모든 기사들을 투입해라!”
프레시아 공작은 기겁해서 소리쳤다.
이대로 요새의 문이 열리면 끝장이었다.
수만의 군대를 두고 몇 겹의 내벽을 둘러놨다지만 가장 넓은 공간은 외벽이었다.
안쪽으로 후퇴하게 되면 챙길 수 있는 병력의 숫자도, 보관한 장비나 군량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기의 저하도 문제였다.
가장 크고 튼튼한 외벽이 전투 개시와 함께 뚫리게 된다면 로스니아 제국에 대한 두려움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어디 올 테면 와봐라.”
그랜트 백작은 자신의 기형검을 휘둘러 달려드는 기사들을 베어버렸다.
제국에서도 이름 높은 기사들이 집결하였기에 부족한 머릿수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외벽의 문이 개방되며 로스니아 제국의 기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외벽을 내준 프레시아 공작은 눈물을 머금고 내벽으로 후퇴를 지시했다.
그러나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챙길 수 있는 병력이나 물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이데아는 곧 다른 문제도 깨달았다.
약소국에서 보내주는 지원군이 온다고 해도 이렇게 고립되어 버리면 제국에 함께 맞서는 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이름 있는 제국의 기사들이 하나로 뭉쳐 있다면 각개 격파의 위험성도 매우 컸다.
설마 단신으로 몸만 온 것도 아닐 것이고, 20만이라는 압도적인 숫자에는 그들의 정예 기사단도 바글거릴 테니까.
“전쟁을 준비하면서 전략은 준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카시안 공작은 당황하고 있는 프레시아 공작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제국의 야망은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이었다.
당연히 각국을 상대할 전략도 이전부터 완성된 상태였다.
그중 하나가 제국의 우수한 기사단을 한데 모아서 하나씩 확실하게 무너트리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압도적으로 병력과 자원이 많아서 전선을 여러 개 만들고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로스니아 제국만이 쓸 수 있는 전략이었다.
“다음 계획을 준비하라.”
그리고 프레시아 공작에게는 불행하게도 로스니아 제국이 준비한 전략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겹겹이 쳐진 내벽들을 돌파할 방법들이 이미 모두 마련된 상태였다.
“이제는 나의 차례로군.”
안덴스 후작을 중심으로 마법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뛰어난 마법사인 안덴스 후작은 그가 이끄는 분파의 마법사들과 함께 오직 이 순간을 위한 마법을 개발한 상태였다.
“표적을 남겨라.”
안덴스 후작의 지시에 마법사들이 마나를 퍼트렸다.
그들이 퍼트린 마나는 굳건한 내벽에 깊이 침투하였다.
프레시아 공작의 마법사들은 처음 보는 마법에 당황했다.
“무슨 마법을 준비하는 거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막아야 한다!”
벽에 마나를 퍼트린 게 무언가를 사전 준비라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프레시아 공작의 마법사들은 내벽을 지킬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흥.”
그러나 안덴스 후작은 그 광경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어떤 마법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방해하기 위해서 마나 실드를 펼치다니.
“이미 늦었어.”
안덴스 후작은 자신의 비전 마법을 발현했다.
요새의 내벽으로 퍼트린 마나가 그의 마법에 반응하며 기이한 빛을 내뿜었다.
콰콰쾅!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은 제국 마법사뿐만 아니라 프레시아 공작가의 마법사들이 펼쳐놓은 마법까지 매개로 삼아 엄청난 위력을 만들어냈다.
마나 자체를 매개로 삼아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내벽의 일부가 여기에 휩쓸려 무너지며 그 위에 있던 병력까지 휩쓸어버렸다.
“훌륭하오.”
카시안 공작은 안덴스 후작의 활약에 미소 지었다.
외벽에 이어서 첫 번째 내벽까지 순식간에 무너지자 프레시아 공작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번에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그나마 외벽은 언제고 내주게 될 거라는 계산이라도 있었지만 내벽은 그렇지 않았다.
보다 많은 물자에 더는 안으로 수만의 군대를 들이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저곳만큼은 기필코 사수해야 한다!”
프레시아 공작은 후퇴가 아니라 전투를 명했다.
여기서 내벽마저 함락당하면 그때는 정말로 끝장이었다.
“목숨을 바쳐서 지켜라!”
프레시아 공작의 명령에 따라서 내벽을 지키기 위해 기사들이 몰려들었다.
제국 기사들도 드러난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맹렬히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혼전이 벌어진 가운데 안덴스 후작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벽의 한쪽을 뚫기는 했으나 수만의 적이 바글거리는 상황에서 고작 하나의 구멍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러면 구멍을 늘리면 될 뿐이다.
“마법사를 막아야 한다!”
안덴스 후작의 움직임을 알아차린 프레시아 공작의 마법사들이 대응에 나섰다.
저런 구멍이 계속 만들어진다면 내벽이 함락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어떻게든 안덴스 후작이 더는 내벽을 뚫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다.
콰콰쾅!
빛이 번쩍이며 수십 개의 마법이 안덴스 후작을 노리고 쏘아졌다.
그러나 안덴스 후작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었다.
안덴스 후작의 곁에는 그를 지켜줄 마법사들이 한가득했다.
“자, 다음이다.”
적당히 자리를 옮긴 안덴스 후작은 한 번 더 비전 마법을 발동했다.
다시 한번 내벽의 한쪽에 폭발이 일어나며 틈을 만들어냈다.
그 틈을 향해 제국의 기사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 * *
사트리안 왕국이 로스니아 제국에 짓밟히고 있을 때, 다른 반제국 동맹의 군주들도 이변을 알아차렸다.
로스니아 제국에서 몰려든 10만의 군세.
처음에는 그 만만치 않은 숫자에 바짝 긴장했지만 의외로 상대의 공세는 싱거운 수준이었다.
그저 간을 보려는 것처럼 산발적인 전투가 이어질 뿐, 제국의 핵심 전력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상하다.”
크라이더 국왕은 로스니아 제국이 맹공을 퍼부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빌헬름의 죽음이나 제국의 내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그들에게 명분이 있다고 해도 전쟁을 오래 끌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반제국 동맹을 상대로 승기를 점하지 못한다면 황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쟁을 승인한 대영주들의 입지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크라이더 국왕은 그를 위한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빌헬름이 죽고 제국으로 돌아간 황족 중 한 사람을 포섭하여 전쟁에 반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로스니아 제국은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는 일 없이 무모하게 전쟁을 감행했다.
“대체 무엇을 노리는 거지?”
이것만으로도 크라이더 국왕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세상에 우두머리도 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라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카시안 공작은 이를 해냈다.
확실한 명분과 황제가 가지고 있는 권리를 귀족들끼리 나누어 새 황제를 뽑거나 섭정을 두지 않고 전쟁을 시작했다.
물론 이는 카시안 공작으로서도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만약 이 전쟁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경우 제국 최강이라는 명성을 가지고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처박힐 수 있었다.
그러나 제국은 이미 승리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상태였다.
누가 이끄느냐가 문제였을 뿐,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승리는 당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었다.
그만큼 로스니아 제국과 다른 국가들의 전력 차이는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름 있는 기사가 없는 것이냐? 설마…….”
크라이더 국왕은 카시안 공작의 노림수를 곧 알아차렸다.
이 자리에 이름 있는 기사들이 없다면 그들이 어디에 갔겠는가?
구태여 여러 개의 전선을 만들고도 지지부진한 공격을 이어오는 이유는 각개 격파를 위한 당연한 포석이었다.
“이런 제기랄!”
뒤늦게 로스니아 제국의 전략을 알아차린 크라이더 국왕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는 전혀 대처가 불가능한 문제였다.
이미 반제국 동맹의 국가 중 한 곳을 상대로 로스니아 제국은 핵심 전력을 집결시켰을 테니.
어느 나라라도 제국의 핵심 전력을 고작 혼자서 막아내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구원군을 보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지금은 방어를 굳히고 있기 때문에 로스니아 제국이 보낸 10만의 병력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여기서 회전을 벌여서 그들을 토벌하거나 뚫고 가려고 한다면 도리어 낭패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건 우리로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반제국 동맹이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면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건 약소국들의 지원군이 유일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곧 아인과 네패스 왕국이 약소국들을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원군이 올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네패스 국왕, 대체 무슨 생각으로?”
크라이더 국왕은 이 뜻밖의 소식에 당황했다.
제국에서 봤던 아인은 심계가 깊었다.
절대로 로스니아 제국의 독주를 방치할 만큼 어리석은 군주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약소국들을 침공하다니?
2개의 왕국 영토를 차지하고 제국의 기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정도로 아인은 제국을 제외한 나라 중에서는 분명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소탐대실이었다.
반제국 동맹이 무너지게 된다면 로스니아 제국에 맞설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설마 로스니아 제국과 무슨 거래를 한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제국 놈들이 그걸 들어줄 리가 없는데.’
로스니아 제국과 어떤 거래를 했다고 할지라도 결국 나중에는 로스니아 제국이라는 거대한 세력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로스니아 제국을 믿을 만한 근거도 딱히 없었다.
“국왕 전하,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크라이더 국왕이 회의를 소집하자 그를 따르는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크라이더 국왕으로부터 로스니아 제국의 노림수를 전해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뭔가 선뜻 행동을 취하기도 어려운 시점.
군주인 크라이더 국왕의 결단이 필요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크라이더 국왕은 처참한 심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회전을 벌인다.”
방어로 버티는 건 로스니아 제국이 각개 격파를 할 시간을 벌어주는 일일 뿐.
설령 큰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로스니아 제국의 군대를 뚫고 지원군을 보내야 했다.
“으음.”
크라이더 국왕의 명령에 귀족들은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로스니아 제국의 침공은 예전부터 대비해 왔던 일이니 방어 준비는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회전은 다르다.
상대의 힘을 정면으로 맞서서 깨부숴야 하는 상황.
보통은 이기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로스니아 제국의 정예가 이곳에 없다고 할지라도 10만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절대 가벼운 게 아니었다.
“병력을 몰래 빼는 방법은 안 되겠습니까?”
“제국의 전력이 집결한 곳에 적들의 눈을 피해서 보내는 정도의 군대로 대응이 되리라 생각하나?”
지원군은 절대 어설픈 수준이어서는 안 되었다.
확실하게 로스니아 제국이 신경 쓸 정도가 아니라면 보내지 않는 것만 못했다.
그러나 그만한 규모의 군대를 보내기 위해서는 이곳에 있는 제국군을 반드시 뚫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군요.”
귀족들은 마지못해 회전을 받아들였다.
아슬아슬한 승리도 아니고, 반드시 압도적으로 제국의 군세를 물리쳐야만 하는 말도 안 되는 조건.
그러나 이를 해내지 않으면 크라이더 왕국의 운명은 끝나고 만다.
“그리고 네패스 왕국으로 통신을 넣어라.”
크라이더 국왕은 동맹이 아니라 아인을 향해서 연락을 넣을 것을 지시했다.
도대체 아인이 무엇을 믿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만약 아인 나름대로 살 만한 길을 모색한 것이라면 그도 이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 * *
본래 약소국들을 상대로 한 전쟁은 쉽게 결정을 내릴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특히 그들을 점령하려는 이유가 레이칸 왕국처럼 배후를 우려해서가 아니라 전력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함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나 아인츠발트의 존재는 기본적인 계산 자체를 비틀었다.
쿵!
아인츠발트에게 질질 끌려온 거구의 남자가 나의 앞에 무릎 꿇려졌다.
우리 왕국과 인접한 약소국의 군주.
그는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기사였으나 아인츠발트는 적진 한복판을 단독으로 돌파해서 그를 붙잡아왔다.
“네패스 국왕…….”
그 사실에 그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전략이니 뭐니 할 것도 없이 아인츠발트의 상식을 초월하는 무위에 당했으니.
나도 그의 심정에는 동감했다.
5티어 영웅조차 병사 1천의 전력이나 될까 말까 하다.
그러나 8티어 영웅인 아인츠발트는 그렇게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앞을 가로막는 게 병사고 기사고 마법사고 가리지 않았다.
3~4티어의 고티어 영웅들이 아인츠발트를 막겠답시고 목숨을 걸었지만 일검을 버텨내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그나마 그들이 모두 모여서 싸웠다면 발이나마 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을 아인츠발트 혼자한테 온전히 맡긴 건 아니었다.
내 군세와 영웅들은 상대의 병력을 분산시키는 것에 주력했고, 그렇게 빈틈이 만들어지면 그때 아인츠발트가 투입되었다.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작업은 여러 전투에서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고 인접한 약소국 두 개를 무너트렸다.
“항복하겠는가?”
“이미 다 끝내놓고 항복할지를 묻는 건가?”
마냥 날치기로 상대 군주만 잡아온 건 아니었다.
이미 그의 군대는 사기를 잃은 채 지리멸렬했고 충성스러운 수하들은 잡히거나 죽었다.
기적적으로 이 자리에서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더는 전쟁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대는 대체 무슨 생각이지? 로스니아 제국이 군대를 움직인 이 시점에서 우리를 점령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제국과 거래라도 한 건가? 그들의 약조를 믿나?”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확실히 로스니아 제국과 맞설 세력들이 꺾여 나가는 상황에서 내 행동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었다.
반제국 동맹이 무너지게 되면 그다음 차례가 내가 되리란 건 명확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난 그들과 약조한 게 없다.”
명분을 줘서 전쟁을 할 수 있게 해줬지만 그건 그저 거래일 뿐이다.
나는 로스니아 제국으로부터 안전을 약속받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로스니아 제국은 스스로 무너질 테니까.”
“그게 무슨?”
로스니아 제국은 무너질 거다.
물론 메인 빌런이자 가장 강대한 세력 중 하나인 로스니아 제국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나도 그들을 무너트리기 위해서 몇 번이나 재도전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빌헬름이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다.
빌헬름은 무능하지만 녀석의 존재는 제국 기사들을 묶어주는 훌륭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현재 제국을 이끌고 있는 건 빌헬름이 아니라 카시안 공작이다.
나름대로 수완을 발휘해 제국의 귀족들을 묶었으나 이 과정에서 카시안 공작은 한 가지를 계산하지 못했다.
“제국 최강의 기사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쌓아온 업보를 잊은 거지.”
그 실력은 분명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처럼 영웅 정보를 볼 수 없는 이들이 그가 최강이라는 걸 알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저 마족과의 전쟁에서 맹활약을 하는 것?
그거야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카시안 공작이 제국 최강이 될 수 있던 건 제국의 다른 기사들을 꺾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잊히지 않을 원한을 만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