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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70화 (170/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70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70화

170화

로스니아 제국이 전쟁을 개시할 거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그들에게 효과적인 명분을 넘겨준 게 나였으니까.

이미 로스니아 제국은 대륙을 상대로 한 정복 전쟁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으니, 그들이 언제 움직일지를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맞춰서 약소국들을 공격했다.

‘물론 나름대로 이쪽도 명분은 있었지.’

다짜고짜 약소국들을 공격한 건 아니었다.

젊은 영웅으로서 나름대로의 명분은 내세웠다.

반제국 동맹과의 결탁.

마족과 손을 잡은 이들인 반제국 동맹과 손을 잡기로 한 약소국은 한둘이 아니었다.

아무리 명분에서 밀리더라도 결국 로스니아 제국이라는 거인을 두고 단합하는 것 외에는 살길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를 비롯해 몇 가지 조작한 명분을 근거로 삼아서 전쟁을 일으켰다.

내부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었다.

로스니아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힘을 합치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실제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명분을 준 건 나지만 본래대로라면 로스니아 제국을 먼저 무너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위니스 덕분에 아인츠발트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으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전쟁 말씀입니까?”

고결한 영웅이었던 아인츠발트는 아스카라는 위협을 앞두고 인류끼리 전쟁을 한다는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현시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그도 반대하기 어려웠다.

마족들은 이미 인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아스카를 살린 일부 잔당만 남은 상태.

사실상 멸종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아스카의 존재를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고 한들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군주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류의 국가들을 빠르게 복속시키고 힘을 키워서 아스카에 대비하는 게 낫다는 내 말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내가 마법사 협회를 움직이는 명분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아인츠발트는 나 이외의 다른 협력자를 구할 수 없다.’

레이칸 왕국에 잠들어있던 전설을 확인한 인물은 나였고, 고대 마법사의 후손도 나, 현시대에서 가장 체계적인 마법사 집단인 마법사 협회를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나였다.

세력으로서는 로스니아 제국이 최강일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아스카에 대한 대항마는 나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스카를 살려낸 마족들의 배후에 가이스트라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타르타로스라는 배후 세력이 있다.

그 집단은 아스카나 아인츠발트로서도 어쩌지 못할 영역에 있는 상황.

아인츠발트로서는 미지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나름대로 실력도 증명해 주었고.

“이건 인정해야겠군요.”

위니스에게서 받은 6티어 승급권으로 기존의 경지를 돌파한 내 마법의 위력을 본 아인츠발트의 평가였다.

티어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커지는 그 특성상 5티어와 6티어의 격차는 엄청났다.

아직 말릭의 영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인츠발트는 내 수준이 고대 영웅과 비교해서 전혀 아래가 아니란 걸 인정했다.

거기에 마법사 협회라는 집단.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들을 살핀 아인츠발트는 마법사 협회가 쌓아온 지식이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것에 수긍했다.

아무렴 말릭이 움직인 파르티아 요새를 꼼짝도 못 하게 얼린 것이 마법사 협회의 저력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반드시 약속해 주십시오. 반드시 아스카를 토벌하겠다고.”

“어차피 나도 마족한테 찍힌 몸이니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 외에도 내가 내세울 명분은 얼마든지 있었다.

마족에게 가족을 잃은 아인 네패스의 처지.

그리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마족 중 둘이나 토벌해 버린 돌이킬 수 없는 원한 관계.

아인츠발트는 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내가 아스카와 싸울 능력과 동기를 모두 가졌다는 걸 인정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쟁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인츠발트는 그리 내켜하지는 않았으나 나에게 협력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바라는 건 단순한 살육이 아니라 속전속결로 약소국들을 점령하는 것.

인류의 전력이 깎이는 걸 줄이기 위해서 아인츠발트는 선봉에 나서주었다.

“국왕 전하,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갑자기 나타난 아인츠발트의 모습에 내 영웅들은 하나 같이 어리둥절해하는 반응이었다.

요정족이라는 종족도 그렇지만 아인츠발트의 무력은 인외의 영역이었으니까.

로스니아 제국과 기사 대련을 펼쳐서 3:0의 완승을 가져온 내 기사들도 아인츠발트의 무력에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 새로운 기사가 될 사람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군요.”

탈론은 아인츠발트가 전장에서 보여주는 검격을 보며 경악했다.

내 영웅 중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아인츠발트 사이에 있는 압도적인 격차.

아인츠발트는 상대의 전열을 검 한 자루로 무너트리고 단숨에 수뇌부까지 휩쓸었다.

특별히 장비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루안에게 아인츠발트가 사용할 장비를 부탁하기는 했으나, 아무리 루안이라도 네임드 장비를 넘는 수준의 물건은 쉽게 만들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임시변통으로 다른 네임드 장비를 쥐여 주었는데, 아인츠발트는 손에 익지도 않은 무기로 잘도 약소국의 군대를 휩쓸었다.

기본적으로 전략이라는 게 우선되는 절대군주에서 개인의 무력으로 전략을 깨버리는 위력이었다.

‘현질을 한 기분이군.’

위니스가 내게 준 VVIP시스템은 일일 퀘스트를 통해서 보주를 입수할 수 있었지만, 과금을 할 수는 없는 반쪽짜리였다.

거기에 비하자면 8티어 영웅인 아인츠발트야말로 흑우들이 가질 수 있는 사기 아이템과 같다.

뭐, 어느 쪽이라도 위니스가 나에게 준 시점에서 그리 다를 건 없었지만.

그런데 의문의 실력자인 아인츠발트의 등장은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일으켰다.

“검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릴리아나.

누구보다 배우는 재능이 뛰어난 영웅.

그러나 릴리아나는 이미 왕국 내에서 검을 맞댈 만한 상대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5티어.

내가 승급권을 쓰지도 않았으나 탈론이나 라키아, 그랜트 등 5티어 영역의 강자들과 겨루며 계속해서 실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금 정체기를 겪고 있는 릴리아나에게 아인츠발트는 새로운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인츠발트는 처음에 릴리아나의 요청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릴리아나와 한 번 겨루고서는 반응이 달라졌다.

릴리아나의 재능은 무려 아인츠발트에게도 인정받을 수준이었으니까.

“아쉽군.”

한 번의 대련이 끝난 뒤 아인츠발트는 릴리아나를 아쉽다고 표현했다.

“좀 더 어렸을 때 가르칠 수 있었다면 지금쯤 이미 경지에 이르렀을 텐데.”

그것은 지금보다 빨리 릴라아나를 만나서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 정도로 아인츠발트는 릴리아나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아인츠발트가 그렇게 말할 정도로 릴리아나의 재능은 금세 진가를 드러냈다.

약소국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틈틈이 봐주었을 뿐인데 릴리아나는 또 한 번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이는 릴리아나가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인츠발트가 릴리아나의 습득력을 최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치는 재능이 뛰어난 것도 한몫했다.

검신이라는 칭호가 폼이 아니라는 듯이 아인츠발트는 릴리아나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키워냈다.

종국에는 릴리아나를 가르치는 것에 빠져 전투를 하는 동안 릴리아나를 대동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처음에 문제라고 이야기했듯, 이게 절대 긍정적인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었다.

릴리아나가 내내 아인츠발트와 붙어있자 빅터의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에 릴리아나와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건 빅터였으니까.

두 사람의 사이는 누가 뭐라고 말하진 않았어도 이미 동료 수준은 넘어선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릴리아나가 빅터에게 눈길을 주지 않게 되었으니.

물론 성실한 빅터가 가만히 있었을 리는 없다.

빅터 또한 릴리아나와 함께 아인츠발트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나 아인츠발트의 가르침을 쉽게 따라가는 건 릴리아나의 재능이 걸출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빅터는 대련보다는 실전파였다.

극한의 상황에 몰리고, 그것을 넘어섰을 때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지만 훈련이나 대련으로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인츠발트도 금세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대는 검술보다는 차라리 격투가 더 어울린다.”

하루 종일 빅터를 굴려보던 아인츠발트는 빅터에게 검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방 일체의 검술과 방패술을 자랑하던 빅터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물론 빅터는 격투 역시 나름대로 소양을 갖고 있었지만 아인츠발트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젊으니까 좀 더 성장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검술로 그대가 오를 수 있는 한계는 이곳의 근위기사단장 정도겠지.”

아인츠발트는 빅터의 재능을 로크 정도로 선을 그었다.

물론 로크의 성장은 승급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 승급권을 쓰지 않은 빅터를 로크에 비교한 건 나름 후한 평가였다.

하지만 그뿐이기도 했다.

지금의 릴리아나도 5티어에 오른 이후로 로크와는 상당한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이는 빅터가 릴리아나의 영역에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격투는 다릅니까?”

“육체적인 능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계에 몰린다고 인간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번에 아인츠발트의 시선은 모르타르를 향했다.

검술이 아니라 격투 능력을 보자면 모르타르야말로 최고 실력자였다.

실제로 라이언이 더는 빅터를 가르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빅터는 모르타르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하지만 그대는 승부사의 기질이 있어. 체계적이고 깔끔한 싸움 방법보다는 거친 방법이 더 잘 맞아.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서 승리를 가져올 재능이 있단 말이지.”

아인츠발트는 빅터가 말릭을 쓰러트린 일이나 제국의 기사 페일을 꺾은 일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빅터의 재능을 정확히 알아봤고, 빅터는 이를 부인하지 못했다.

두 싸움 모두 빅터는 검을 갖고 시작했지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던 마지막 수단은 격투였기 때문이다.

“그럼 검을 쓰다가 격투로 바꾸면 되지 않습니까?”

“그건 맞다. 다만 격투의 비중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어. 지금까지는 격투가 비장의 패였다면, 이제부터는 격투에 집중하는 게 나을 거야.”

아인츠발트의 말에 빅터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평생 기사로 살아오고 검술과 방패술 등 기사로서 필요한 것들을 익혀온 빅터였다.

게다가 3티어라면 지역에서 알아줄 정도로 사선을 헤쳐온 역전의 용사였고.

그런데 이제 와 검술이 아니라 격투에 집중하라는 건, 아무리 빅터가 젊다고 해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영웅들도 빅터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알고 있었다.

빅터는 늘 한결같이 정진해 왔으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날 빅터는 처음으로 검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주먹으로 아인츠발트에게 맞섰다.

물론 그것만으로 아인츠발트에게 한 방 먹이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인츠발트는 격투에 있어서도 빅터보다 뛰어났으니까.

빅터는 순식간에 얻어터졌다.

그러나 거기에 좌절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이길 수 없는 상대라도 물러서지 않고 끝없이 덤빌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빅터가 가진 최대의 무기였으니까.

“흠.”

하지만 과연 그게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시간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했다.

위니스의 평가도 그렇고, 아인츠발트도 당장으로서는 아스카에게 이길 수 없다고 했으니.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스카에게도 공평하게 흐르고 있었다.

마법사 협회에게 아스카의 부활을 알리고 그들이 사교도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마법사 협회가 뭔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스카의 보주를 마법사 협회에 전달하고 어딘가에 써먹을 곳이 없을까 알아보고는 있었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전에 아스카가 세력을 키우게 된다면 이쪽이 위험해지게 될 것이다.

‘정복도, 성장도 서둘러야 한다.’

그나마 전투형 영웅들이야 아인츠발트에게 맡겨두면 어떻게든 진보를 이룰 것이다.

문제는 나였다.

6티어가 되었고, 한 단계 높은 경지에 들어섰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플레턴이 남겨준 비전 마법들을 익히고는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 협회도.’

다행히 나에게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마법사 협회의 원로 자리.

내 나이에 그 자리에 오르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나 업적은 충분했다.

가이트를 비롯해 협회 내부에서 나를 지지하는 세력도 충분히 있었고.

그들의 열성적인 지원과 플레턴의 지명 덕분에 결국 나는 마법사 협회의 원로 지위에 올랐다.

원로가 가진 특권은 협회에 기록되어 있는 비전 마법들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는 것.

마법사로서 내 식견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그걸 볼 여유가 없다는 건 서글프지만.

‘결국에는 시간 싸움이다.’

약소국들의 점령과 영웅들의 성장.

거기에 나의 성장까지.

이 모든 건 아스카가 세력을 일구기 전에 서둘러야 할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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