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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66화 (166/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66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66화

166화

‘도대체 정체가 뭐지?’

아스카는 위니스를 노려봤으나 상대는 전혀 대답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이대로 상대를 순순히 보내줄 것이냐, 아니면 이 자리에서 결착을 볼 것인가.

‘아인츠발트를 놓칠 순 없다.’

감수해야 할 부담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인츠발트라는 위험을 방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대화는 끝이다.”

아스카는 싸우기로 결정을 내렸다.

“자, 잠깐 기다리십시오!”

그때 베이브가 아스카를 만류했다.

‘타르타로스의 존재와 싸우는 건 무리다.’

베이브는 가이스트가 가진 힘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로서는 이해조차 불가능한 영역에 걸쳐 있는 초월적인 존재였다.

게다가 타르타로스는 그런 가이스트마저 넘어서는 최대의 세력.

가이스트의 사자가 목이 베어져 배달되어 왔던 일을 베이브는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당신들은 이 세계의 일에 끼어드는 겁니까?”

베이브는 침착하게 물음을 던졌다.

가이스트가 타르타로스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두 세력 간의 문제.

아르카디아라고 불리는 대륙의 원주민인 그들과는 관련이 없었다.

“이건 우리의 일입니다.”

베이브의 말에 위니스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확실히 마족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억울할 구석이 있기는 했다.

지금껏 그들에게 가장 방해가 되어온 아인의 존재는 본래라면 이 세계에 있지 말아야 할 지구의 인간.

더구나 타르타로스와 가이스트라는 두 범차원 세력의 존재는 이 세계에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위니스는 그런 약자들의 사정 따위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소리는 적어도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하는 거라고.”

타르타로스는 이 세계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편입시킨 게 아니었다.

기껏해야 수준 낮은 마법이나 다루는 원시적인 기술과 하찮은 문명이니까.

그건 마치 인류가 동물에게 허가를 구하지 않고 국경을 만들고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과 같았다.

“도로를 만들 때 동물에게 허락을 구하지는 않지. 미물의 허락 따위를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위니스의 대답에 베이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미 몰락해 버린 마족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최소한 미물 따위의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

그들은 지성이 있었고 문명을 이뤘으며, 비록 난폭하지만 대화도 통했다.

게다가 인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기 전까지는 아르카디아 대륙의 패권을 가지고 있던 종족이었다.

“우리는 미물이 아닙니다.”

“아니, 미물이야.”

그러나 위니스는 그런 베이브의 항변을 단번에 부정했다.

“이건 마법의 수준이나 문명의 기술을 논하는 게 아니거든. 지성체로서의 사고력을 보는 것도 아니야. 전 차원에 걸쳐 통용되는 진리는 오직 하나뿐이니까.”

위니스는 엄숙하게 선언했다.

“군주. 오직 군주만이 전 차원에 걸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리다.”

“그게 무슨?”

“뭐, 아직 진정한 군주를 맞이한 적 없는 너희들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위니스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마족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지금껏 타르타로스가 관측한 모든 차원에 통용되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말해 주었음에도 이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범차원 세력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자 신현우에게 요구한 조건이 대륙 통일인 이유.

그 최소한의 자격을 가지기 위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가이스트 같은 놈들이 왜 이딴 미개한 행성을 원하는지. 우리 타르타로스가 이곳을 우리의 영향권에 넣었으면서도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지.”

위니스의 말에 베이브는 말문이 막혔다.

그건 일찍이 베이브로서도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이뤄 하나의 세계를 넘어 여러 차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차원 세력들.

그러한 세력 중 하나인 가이스트가 어째서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했는지.

처음에는 범차원 세력들 간의 견제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가이스트가 타르타로스와 충돌한 것을 보면 과하다는 의문이 들었다.

“범차원 세력에서 행성의 수준을 판별하는 기준은 그 땅을 다스리는 군주가 있는지의 여부기 때문이다.”

위니스는 나긋한 목소리로 진실을 알려주었다.

“왜냐하면 지성체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군주가 탄생하는 순간 자격이 부여되니까.”

“자격?”

“그래. 너는 거기에 거의 근접했었지.”

위니스의 시선이 아스카에게로 옮겨졌다.

아스카는 과거 대륙의 절반 이상을 지배했던 이력이 있었다.

세월의 무게와 영웅들의 반격에 무너지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아스카는 자격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자격을 준다는 거지?”

아스카는 의문 섞인 시선을 보냈다.

대륙의 광활한 영토 대부분을 손에 넣어봤지만 그런 자격에 대해서는 단서조차 잡아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거머쥐는 거지. 굳이 따지면 아래에 복속하는 지성체들의 의식이 모여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까?”

위니스는 말을 하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다.

범차원 세력들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을 굳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아를 가진 존재가 누군가를 존경하고 그를 따르는 것.

이러한 현상이 특정한 존재에게 집중되면 그 존재는 생명체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

이른바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네가 그토록 원하던 진정한 불사도 그때는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신을 이루는 건 나약한 육신 따위가 아니라 그를 믿는 자들의 염원이니까.”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에 아스카마저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대륙을 정복하여 세계를 복속시키는 것으로 신의 영역에 이를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뭐, 여러 차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세력이 되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적어도 해당 세계 안에서는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지.”

“그런 게 진정 가능하단 말인가?”

아스카는 위니스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그만큼 상식을 벗어나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위니스는 그런 아스카를 측은하게 여겼다.

“상식에 붙잡혀 있는 게 미개한 존재들의 특징이지.”

기존에 알아왔던 진리가 부정되고 군주라는 존재가 새로운 진리이자 법칙이 되는 것.

그게 범차원 세력과 그렇지 못한 존재들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해당 차원의 존재들이 가진 격은 크게 달라진다.

범차원 세력을 상대할 최소한의 기준점이 군주의 존재 여부인 이유였다.

“그런 터무니없는.”

베이브는 위니스의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신들을 놀리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식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군주가 탄생한 역사가 없기에 그것을 마냥 부정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가이스트가 왜 저 녀석을 부활시켰는지는 이제 알겠지?”

위니스가 아스카를 보며 묻자 베이브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스트가 원하는 건 이곳의 지배권 같은 게 아니었다.

자신들과 협상을 할 만한 군주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거기에 가장 근접했던 인물이 바로 아스카였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당신들이 직접 해도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베이브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 세계에서 대륙을 통일할 군주가 탄생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외부 세력인 가이스트나 타르타로스가 직접 나서는 쪽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그런 군주를 만들어내는 건 일도 아닐 테니까.

하지만 위니스는 그런 베이브의 의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범차원 세력들은 이미 믿는 군주들이 각자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건 불가능하다.”

모든 범차원 세력들은 각자의 군주 아래에 통합된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들은 능력이 충분해도 다른 세계의 군주 자리에는 오를 수 없었다.

지금 모시고 있는 군주를 떠나서 새로운 군주가 되는 건 반역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렇기에 군주의 탄생은 군주가 존재하지 않는 행성, 군주를 믿지 않는 이들만이 가능하지.”

“그러면 내가 군주가 될 수도 있겠군.”

아스카는 위니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지금껏 자신이 그토록 애타게 원했던 진정한 불사의 영역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위니스의 정체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그녀 정도의 강자가 허튼소리를 하지는 않을 터.

베이브가 뭔가 좀 더 알고 있는 거 같으니 나중에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좋다. 아인츠발트는 포기하지.”

그리고 아스카는 위니스가 아무 관계도 없는 그들의 의문을 굳이 풀어준 이유를 눈치챘다.

이건 거래였다.

자신이 그토록 소망하던 불사에 관한 단서를 주는 것으로 이 자리에서 아인츠발트를 놓쳐주는 것.

아스카는 위니스의 의도를 분명히 이해했다.

“현명한 선택이야.”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야겠다. 그 녀석을 데려가서 뭘 어쩌려는 거지?”

그러나 의문점이 한 가지는 남아있었다.

그녀가 굳이 아인츠발트를 보호해서 데려가려고 하는 이유.

그에 위니스는 씩 웃었다.

“너의 적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나의 적?”

아스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막 부활한 아스카에게 적이라고 부를 만한 상대는 자신을 가로막는 아인츠발트가 유일했다.

“가이스트가 너를 군주로 선택했듯이 우리 타르타로스에서도 군주로 선택한 인간이 있지.”

“뭣?”

위니스의 말에 베이브는 화들짝 놀랐다.

아스카만 부활시킨다면 이 대륙에 그를 막을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 생각이 어그러진다.

타르타로스 같은 집단이 능력도 없는 이를 고르지는 않았을 테니까.

“우리 영향권 내에서 가이스트가 날뛰는 걸 가만히 봐줄 거라고 여긴 건 아니겠지?”

위니스의 압박에 베이브는 신음을 흘렸다.

상대는 자신들의 사정 따위를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어쨌든 가이스트를 끌어들인 건 자신들이니 타르타로스에서 이렇게 나와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쪽도 대륙을 정복하는 게 목표라서 말이야. 그러니까 이 싸움은 가이스트가 선택한 너와 우리 타르타로스가 선택한 인간의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지.”

“흠.”

아스카는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존재도 방금 알게 된 가이스트나 위니스가 말한 타르타로스란 집단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자신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것.

이번 일은 진정한 불사를 손에 넣을 기회였고, 게다가 한 번 군주가 탄생하면 나중에 그 자리를 빼앗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듯했다.

위니스가 설명해 준 군주는 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으니까.

그런 존재와 대적할 바에야 그 전에 선수를 치는 게 나았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말이군.”

“이해가 빨라서 좋군. 원래는 저 녀석을 그 상대로 쓸 생각이었지만…….”

위니스는 힐끔 베이브를 보았다.

본래대로라면 그녀가 마지막 시련으로 내정한 상대는 베이브였다.

하지만 가이스트의 개입으로 아스카가 부활한 지금의 상황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이 시련을 넘는다면 신현우는 위니스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군주로 성장해 줄 테니까.

물론 당장은 무리였다.

현재 신현우가 키워둔 세력으로는 절대 아스카에게 맞설 수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균형추로 필요한 인물이 아인츠발트였다.

아인츠발트의 무력이나 그가 가진 아스카에 대한 지식은 분명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작업인 것이다.

그게 위니스가 이 자리에 나타나 아인츠발트를 구한 이유였다.

“좋아. 기대하고 있도록 하지.”

아스카는 호승심으로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 * *

위니스가 나를 찾아왔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역시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침실로 가는데 바로 앞 복도에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위니스.”

“바쁜가 보네.”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반드시 전달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있거든. 마족들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지?”

위니스는 이미 내 신경이 마족들에게 집중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위니스도 절대군주의 랭커였으니까.

이 세계에 대해서는 나보다도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나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건 게임에서 경험한 로스니아 제국이 아니란 걸.

게임에서 나오지 않아 전력이 미지수이며 거기에 가이스트가 개입한 마족이야말로 진정한 위협이었다.

“그것 말고도 물어본 건 산더미야.”

하지만 그것 말고도 알고 싶은 건 많았다.

당장 빅터의 일 같은 것.

말릭과 싸웠을 때 빅터는 상처 하나 없이 발견되었지만 둘의 격차를 생각하면 이는 불가능했다.

빅터가 기적적으로 말릭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는 했으나 부활이 가능했던 말릭과 달리 빅터는 죽었어야 정상이니까.

그때 빅터가 무사히 살아 있을 수 있던 원인으로는 위니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내 용건이 우선이야.”

제멋대로인 말이었지만 반발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위니스에게서 봤던 16티어라는 숫자는 머리에 강하게 박혀있었다.

지금껏 상대한 가장 강력한 적이었던 말릭은 물론이고 이 세계의 최강자일 아인츠발트조차 위니스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했다.

“그런데 손님 대접을 여기서 하려는 거야? 저번에는 잘 대접해 줬잖아.”

“그때는 적어도 이렇게 야심한 시각은 아니었으니까.”

위니스가 대접을 요구했지만 난감했다.

영주였을 때와 달리 지금의 나는 운신이 그렇게 자유롭지만은 않았다.

일과는 정해져 있었고, 지금 난 간신히 모든 일을 마치고 침실로 향하는 중이었으니까.

갑자기 방문한 손님을 맞이할 처지가 아니었다.

“대접은커녕 빈방도 없다고. 연락이라도 하고 오든가.”

내 핀잔에 위니스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아, 그러셔?”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위니스와 나는 갑을 관계에 가까웠다.

위니스는 원래 내 몸을 가지고 있었고 내게 준 힘도 그녀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록 위니스가 나를 통해 이루려는 목적이 있는 이상 내가 절대적인 약자는 아니었지만, 그 격차는 매우 컸다.

쿵쿵!

위니스는 갑자기 침실의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왜 문을 두드리나 싶었으나, 이내 지금쯤 침실에 레일리가 먼저 와 있을 거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당황하는 나를 향해 위니스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야심한 밤에 낯선 여자를 침실로 들이는 남편이라니. 아내의 반응이 볼만하겠어?”

악마가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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