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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64화 (164/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64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64화

164화

【 재림 】

생각해 보면 내가 영웅들을 확인하지 않은 세력이 둘 있었다.

로베른 왕국 출신인 대영주 콘라드 후작과 힐리스 백작.

나는 그들이 어떤 영웅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로베른 왕국을 침공할 때 거기까지는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아니야. 모두 뛰어난 인재들인 거 같군.”

3티어 아니면 4티어.

게다가 나이도 젊은 편이다.

네일과 대등한 수준의 인재들이 한둘도 아니고 여럿이나 콘라드 후작의 밑에 있었다니.

이러니까 내 밑에는 쓸 만한 영웅이 안 보였던 것이다.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사람들을 물려주겠나?”

“지금 말씀입니까?”

콘라드 후작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부탁하지.”

하지만 국왕인 내가 원한다는데.

마땅히 거부할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콘라드 후작은 어쩔 수 없이 젊은이들을 물렸다.

“어떤 일입니까?”

대신 콘라드 후작은 내가 이렇게 무게를 잡고 의논할 일이 있다는 것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영지나 이 왕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려하는 듯했다.

“사람이 없네.”

“네?”

하지만 내가 콘라드 후작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었다.

아니, 물론 사람이 없는 게 문제이기는 하다.

네일을 갈아 넣는 것도 정도가 있지.

사람은 철이 아니기에 두드리면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 부러진다.

효율 있게 업무를 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인력을 확보해야 했다.

“사람이 없다고.”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에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

“여기.”

난 책상 한 켠에 가득 쌓인 서류들을 보여주었고, 콘라드 후작은 그제야 내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가 고되신 모양이군요.”

“방금 온 이들 모두 꽤 유능한 거 같던데.”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 사람들인지라.”

콘라드 후작은 바로 선을 그었다.

자신의 사람들이니까 넘보지 말라.

하지만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나도 어지간하면 이런 말은 안 하겠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네.”

내 노골적인 언사에 콘라드 후작은 위협을 느꼈는지 표정이 찡그려졌다.

“사람이야 어디든 찾아보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국왕 전하의 명성이나 재물이 저보다 월등할 텐데 왜 이러시는 겁니까?”

“당장 업무에 투입할 정도로 유능한 인재는 쉽게 구할 수 없지.”

아래에서부터 교육시켜 쓸모 있는 수준이 되려면 반드시 시간이 필요했다.

승급권을 쓰기 위해서도 일단 1티어는 되어야 어디에 써먹을 거 아닌가?

“나도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야. 이번에 얻고 싶은 게 있어서 온 것 아닌가?”

제국에서 얻어온 것들의 목록을 가리키자 콘라드 후작도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만큼 꽤 탐나는 것들이었으니.

하지만 흔들림은 잠시였다.

“사람보다 귀한 건 없습니다.”

콘라드 후작은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차라리 재물을 탐하는 영주였다면 냉큼 팔아치우려고 했을 텐데.

“뭐든지 요구해 보게.”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협상가로군. 얼마든지 높여 부르게.”

“정말 생각이 없습니다.”

완강한 거부에 내 인상도 굳어졌다.

한둘도 아니고, 고작해야 콘라드 후작령 정도의 규모에는 너무 과한 인력이었다.

모두를 달라고 하는 건 나도 염치가 없지만 몇 명 정도는 받아내야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럼 저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걸로 하지. 그것까지 반대하지는 않겠지?”

“너무하십니다.”

콘라드 후작은 나를 노려봤지만 이것까지 반대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고집보다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콘라드 후작은 올바른 사람이었다.

나로서는 왕국의 인재들을 싹쓸이한 것 때문에 아니꼬웠지만.

내가 지금껏 해왔던 고생이 저들 중 몇 명만 있었어도 훨씬 편했을 것이다.

“대접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해줄 거야. 그대에게도 따로 보상을 하도록 하지.”

“그렇다 해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들은 제가 직접 키워낸 것과 다름없으니.”

“키웠다고?”

“그렇습니다. 내전에서 몰락한 가문 출신도 있고 내전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이들을 모아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가르쳤지요. 그 충성심이 재물에 흔들리지는 않을 겁니다.”

콘라드 후작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내가 협박하거나 비정상적인 대가를 제시한다면 모를까, 적당한 수준으로는 절대 회유할 수 없을 거라는 듯.

그러나 지금 콘라드 후작의 말에 든 생각은 공감이 아니라 의문이었다.

“콘라드 후작, 이야기를 바꾸지.”

“네?”

“도대체 어떻게 가르쳤나?”

정말 콘라드 후작이 가르치고 키워낸 이들이 모두 고티어 영웅의 수준에 이르렀다면.

그럼 대단한 건 저들의 자질이 아니라 이를 키워낸 콘라드 후작의 자질이었다.

크레시안 왕가의 교육을 받은 레일리조차 1티어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콘라드 후작은 정말 제대로 가르쳤다고 말할 수 있었다.

* * *

“사람의 재능이란 모를 일이군.”

콘라드 후작은 천재였다.

가르치는 천재.

본인이 아닌 타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위한 커리큘럼을 별도로 만들 수 있다니.

이런 뛰어난 능력을 여지껏 몰랐다는 게 너무 억울했다.

콘라드 후작의 재능을 알았다면 어떻게든 써먹었을 텐데.

‘영웅 정보에도 안 나오고 따로 소식도 없었지만.’

콘라드 후작의 명성은 대부분 신실함과 올바름으로 표현된다.

능력이 나쁘지는 않으나 내전에서 살아남은 건 대영주라는 가문의 능력이 더 크다고 평가되었고.

그리고 이게 틀린 것도 아니었다.

가르치는 재능이라니, 그런 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거 귀족들도 한 번씩 다 뒤져봐야 하나?”

전투형 영웅들의 체질 개선을 시도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그때는 오직 군사력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교육이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하는 게 효율이 좋기에 단시일에 성과를 보기 어려웠으니.

게다가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하지만 콘라드 후작을 보고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러면 해야지.

다행히 로스니아 제국에서 뜯어낸 재물은 레이칸 왕국 부족들을 이주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게다가 이 일에는 콘라드 후작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의 영지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 기관을 짓기로 한 것이니까.

“으어어. 또 일거리가…….”

네일은 이 소식을 듣고 질색했다.

하지만 내가 전국적인 지원 사업을 추가하는 조건으로 콘라드 후작 휘하의 사람들을 끌어들였다는 이야기에 금방 반색했다.

“사람이 늘었단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영지에 있는 이들도 더 보내준다고 하더군.”

이 자리에 온 건 3티어 이상의 고티어였지만 1, 2티어의 저티어 영웅도 수두룩하게 있을 것이다.

실제로 콘라드 후작은 인력이 딱히 부족하지 않다는 듯 말했고.

그만큼 인재를 독점하고 있었단 소리였지만.

“다행이군요. 그렇게 실력이 좋습니까?”

네일은 내가 콘라드 후작 아래에 있던 이들을 탐내서 데려왔다는 것에 호기심을 보였다.

“당장 경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인원만 6명이야.”

“허.”

네일이 혀를 내둘렀다.

“그거 정말 좋군요.”

“경계되지는 않나?”

굴러들어 온 돌들에 의해서 박힌 돌이 내쳐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네일은 내 말을 가소로워했다.

“그럴 리가요. 이 일이 인원 좀 늘었다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상식이 있다면 누군가를 밀어내기보다 협력해서 편하게 일할 생각을 하겠지요.”

네일의 믿음은 내 성격에 기인했다.

내가 계속해서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부지런한 군주는 아랫사람들에게 있어 폭군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다.

“게다가 내친다면 오히려 좋지요. 그렇다고 이미 하사해 주신 영지나 작위를 뺏어가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네일은 자유의 몸이 되면 남은 여생을 즐기며 살겠다고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 괘씸한 이야기였다.

국왕인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가신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일하지는 못할망정 안락한 여생을 보내려고 하다니.

내가 절대 그 꼴은 못 봐주지.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하게.”

네일이 안락하게 여생을 보낼 때가 온다면 그건 내 눈에 흙이 들어간 이후다.

그 전에는 절대 안 된다.

“참. 오늘 점심에는 레일리 왕비마마께서 함께 식사를 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내 축객령에 떠나려던 네일이 레일리의 소식을 전해왔다.

일도 바쁜데 집안까지 챙겨야 하다니.

혼인을 괜히 한 게 아닐까?

뭐, 혼인을 하지 않았으면 내 왕비 자리를 놓고 난리를 피울 귀족들이 수두룩하니 그것도 편하지는 않았겠지만.

“하아.”

그러고 보니 레일리에게는 외척을 위해서 첩을 들이는 문제를 상의할 필요가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식기는 미리 세팅하지 말라고 전해야겠다.

포크나 나이프에 찍히고 싶지는 않으니까.

* * *

마족들은 회랑에 모인 채 중앙에 놓인 마법진을 살폈다.

사트리안 왕국에서 아스카의 미라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있기는 했으나 다행히 그들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후의 과정은 쉬웠다.

9개의 장소에서 나오는 마나를 모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둔 상태였고 조금 부족했던 건 가이스트에서 보충해 줬으니까.

“드디어인가.”

베이브는 마침내 지난 세월의 고생이 보답받을 순간이 왔다는 것에 가슴이 떨렸다.

인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지금까지.

그들은 오직 이날을 꿈꾸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단 말이야. 저게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상태라니.”

어느 마족이 미라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디를 봐도 죽은 지 오래된 비쩍 마른 미라의 모습이다.

그러나 저 미라는 살아 있을뿐더러 죽일 수도 없었다.

아득한 세월 속에서도 끝내 저렇게 형상을 남기고 있었으니.

“뭐 어때? 우리는 우리 목적만 달성하면 그만인 것을.”

베이브는 아스카의 끈질김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그저 인류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

“하긴. 의식의 준비는 끝났어.”

마법진을 점검하던 마족이 신호를 보내자 베이브는 가이스트에게 전수받은 마법을 발동시켰다.

감히 그 한계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규모의 마나가 요동치며 미라에게로 모여들었다.

“꿀꺽!”

그 엄청난 광경에 마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이 마나의 흐름은 지극히도 비정상적이었다.

인위적으로 마나를 오랜 시간 모아왔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저걸 하나의 생명체가 감당할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아스카의 미라를 준비한 것이지만.

“저런 걸 받아들일 수 있다니.”

그들이 준비한 마나는 계속해서 아스카를 향해 모여들었다.

아무리 마족이라도 몸이 견뎌내지 못할 수준이나 아스카는 이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대단하군. 대체 어떻게 고대에 저런 괴물이 있었던 거지?”

이윽고 미라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말라비틀어져 있던 육체에 생기가 돌며 가공할 위력의 존재감이 일대를 뒤덮었다.

마족들은 그 막대한 존재감 앞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런 존재가 먼 과거에라도 이 땅에 존재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엄청난 압박감이다.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어.’

파수꾼의 존재도 그렇지만, 역시 그러한 파수꾼이 배치될 수밖에 없었던 아스카란 마족은 엄청난 존재가 틀림없었다.

후웅!

그때 아스카를 향해 움직이던 마나가 갑자기 멈췄다.

베이브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나 염려했으나 다행히 이는 아스카가 자의적으로 마나 흡수를 멈춘 것이었다.

앙상한 미라의 모습이 아니라 살아생전의 모습을 드러낸 아스카는 그 시선을 베이브를 향해 옮겼다.

“큭.”

아스카가 가장 먼저 흘린 말은 조소였다.

그는 그대로 웃어 젖히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다시 살아났구나.”

죽음에 이어서 영웅들의 봉인마저 뚫고 다시 자신이 강림했음에 아스카는 유쾌하게 웃었다.

자신을 막기 위한 그들의 희생은 아스카가 생각해도 끈질겼으나 결국 승자는 자신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아스카님.”

베이브는 그런 아스카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마족들 역시 베이브를 따랐다.

이전까지 아스카란 그들조차 제대로 몰랐던 옛 조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인류에게 복수하기 위한 그들의 무기이자 핵심 전력으로서 마땅히 존중해야 했다.

“너희가 나를 살렸구나.”

“그렇습니다.”

아스카는 베이브의 앞으로 다가갔다.

미라일 때와 달리 부활한 아스카의 덩치는 상당히 거대했다.

덕분에 베이브는 목이 아플 정도로 아스카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당연하지만 이유가 있겠지?”

“저희는 복수를 원합니다.”

“복수라…….”

아스카는 마족들을 쭉 훑었다.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마족들의 수준도 상당히 훌륭했다.

어지간한 복수라면 자신들끼리 해결하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상대는 누구지?”

“이 대륙 전체입니다.”

“대륙 전체?”

“지금 이 땅에 남아 있는 마족은 저희가 전부입니다.”

그 말에 아스카조차 조금 놀란 모습을 보였다.

“너희가 마족의 전부라고?”

마족은 오랜 세월 대륙에서 번영해 온 종족이었다.

아스카의 시대에도 그랬고 이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그들은 대륙의 패권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망했어도 불과 눈앞에 보이는 몇몇이 전부란 걸 아스카는 쉬이 믿을 수 없었다.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몰락한 거지? 이 땅에 위협이 될 만한 종족이 있긴 한가?”

“우리의 원수는 인간입니다.”

“인간?”

아스카는 더욱 아리송한 얼굴이 되었다.

아스카가 기억하는 인간은 약했다.

이상하게 강한 인간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약한 인간이 훨씬 많았다.

그를 봉인시킨 것도 여러 종족의 영웅들이었고, 인간은 거기에 끼어있을 뿐 활약은 미미한 편이었다.

“어이가 없군. 고작 인간 따위에 마족이 너희만 남았다고?”

아스카는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인간과 지금 시대의 인간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자세한 건 내 눈으로 확인하면 되겠지.”

아스카는 마족들을 지나쳐 앞으로 나갔다.

“아스카 님? 어디를 가십니까?”

“손님이 왔다.”

“예?”

손님이라는 말에 마족은 당황했다.

지금 막 오랜 봉인에서 깨어나 부활한 아스카에게 느닷없이 손님이라니?

그러나 아스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들의 뒤편에 구릿빛 피부에 탈색된 것 같은 하얀 백발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저놈은 뭐지? 어디서 나타난 거야?”

“내 봉인을 지키던 파수꾼이다.”

“예?”

마족들은 자신들이 맞붙었던 검은 물 덩어리가 상대라는 말에 당황했다.

당연하게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외모였으니.

“아인츠발트. 너도 오랜만에 보니까 정말 반갑구나.”

아스카는 어리둥절해하는 마족들을 뒤로하고 아인츠발트에게 신경을 기울였다.

그의 숨통을 끊어내던 무자비한 검격은 오랜 세월 속에서도 잊히지 않았다.

그나마 부활을 방해하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그것을 위해 여러 조치를 해두기는 했으나 성공한 것은 운이 따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아스카.”

아인츠발트는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세상이 둘로 쪼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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