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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54화 (154/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54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54화

154화

결국 레이칸 국왕은 백기를 들었다.

“우리가 마족과 내통해 피의 연회를 일으켰고, 각 왕국의 내전을 유도했다.”

레이칸 국왕이 순순히 실토하자 기사들 사이에서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내전의 배후.

게다가 피의 연회마저 그들의 간섭이 있었다는 것에 대부분 경악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지? 어차피 세상이란 그런 거다. 그대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일개 변방 영주의 신분에서 두 국가를 통일한 국왕이 되기까지. 그러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레이칸 국왕은 자신들과 내가 다른 게 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저 말대로 나도 내전부터 시작해 많은 피를 묻혀왔고 로베른 왕국을 침공할 때는 사교도를 득세시키고 계략을 짜 명분을 만들었다.

피의 연회와 내전의 배후인 그들과 나는 전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마족과 결탁하지는 않았지.”

그러나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나에게는 아직 명분이 남아있었다.

마족을 둘이나 토벌하고 사교도도 소탕하면서 마법사 협회에 힘을 실어준 행보.

설령 속내가 다를 바 없다고 해도 인류의 적인 마족과 내통했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딴 가면으로 자신을 가릴 생각인가?”

하지만 내 이야기에 레이칸 국왕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 핵심을 찔렀다.

“세상에 착한 군주 따위는 없다. 선하고 정의로운 이가 승리하는 이야기는 없지. 그대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뒤에서 얼마나 많은 패악을 저질렀을지 알 수 있다.”

“패악이라니, 말이 심하군. 난 내전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취해왔다. 그걸로 더 많은 사람들을 구했고.”

“그렇게 변명하는 거겠지. 그런다고 손에 묻힌 피가 지워지는 줄 아나? 영웅이라 불린다고 진짜 자신이 영웅이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나?”

레이칸 국왕과 나는 설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서로 이러한 대치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도 나도 정의를 말하기에는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나는 어디까지나 가면에 불과했으니까.

“그런 식이라면 나 역시 영웅이겠지. 나의 조국은 그대의 말처럼 약소국이다. 군주의 자리에 있는 나조차 그리 풍족한 생활을 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타국의 변방 귀족이 나을 정도로. 그래서 내 백성들을 위해 내 무력을 팔아 식량을 마련했다. 여기에 문제가 될 부분이 있나?”

레이칸 국왕의 말은 정론이었다.

국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게 정의다.

그리고 타국의 입장에서는 굳이 약소국을 도와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함께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세상은 결국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승리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위정자로서 올바른 자세이고.

“자꾸 이야기가 주제를 벗어나는군.”

그러나 나는 애초에 레이칸 국왕을 나무랄 생각이 없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이들이 배후에 있다는 확신이었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남들이 부르는 영웅이란 허울에 취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단지 이용하기 좋으니까 그렇게 내버려둔 것이지.”

실제로 영웅이라는 내 명성은 여러 방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황금십자회를 내 밑으로 끌어들일 때도, 로베른 왕국을 점령할 때도.

명성이라는 건 나에게 이득을 주면 주었지 손해를 주는 요소는 아니었으니까.

“솔직한 이야기군. 그럼 이제 길을 비켜라.”

레이칸 국왕이 다시 길을 비키라고 으름장을 놨으나 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들이 일으킨 피의 연회로 내가 가족을 잃은 건 사실이지.”

이어지는 내 차가운 어조에 레이칸 국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 그는 이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위니스로 빙의한 몸 아인 네패스는 피의 연회로 인해서 가족을 모두 잃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사실이 나에게 좋은 명분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딱히 원망하지는 않겠다. 그대와 내가 같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니까. 단지 이번에는 나한테 명분이 있군. 게다가 레이칸 왕국은 이미 빚이 있었지.”

내 신호에 맞춰 기사단이 검을 들었다.

“제국의 추격대가 오기 전에 서둘러 끝내주지.”

명분은 명확했다.

마족과의 내통, 피의 연회로 인한 참극, 이어진 내전, 거기에 우리 내전에 멋대로 군대를 들인 일까지.

레이칸 국왕은 자신이 이 자리에서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술술 불어주었다.

개인적으로도 대의명분으로도 이 자리에서 그를 죽이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제국의 5티어 영웅들을 상대로 레이칸 국왕이 보여준 무력은 터무니없었기 때문에, 만약 그가 왕국으로 무사히 돌아간다면 두 번 다시 이런 절호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국의 추격대가 쫓아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호락호락 당할 거 같으냐!”

레이칸 국왕과 전사들이 행동에 나섰지만 선공의 기회는 우리에게 있었다.

퓨퓨퓻!

대기하고 있던 화살들이 쏘아지고, 연달아 거센 마법이 레이칸 왕국의 전사들을 휩쓸었다.

레이칸 국왕이 이끌고 온 행렬의 숫자는 고작 200여 명.

반면 이쪽은 중무장한 기사만 500명이다.

대전사로 이름을 떨치던 마팔마저 내전에서 죽었으니 저쪽에 유일한 위협은 레이칸 국왕 본인이지만 그는 지금 팔을 다쳤다.

콰아앙!

탈론이 날린 화살에 레이칸 국왕은 필립 후작에게 잃은 것과 다른 글레이브를 휘둘렀으나 충격을 다 받아내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한쪽 팔을 쓰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니까.

본연의 무력이 5티어에서 최상위권에 있다고 해도 팔 하나를 빼고 보면 4티어를 상대하기도 어렵다.

궁사인 탈론이 집중적으로 마크만 해준다면 그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대로 죽을지도 모르고.’

탈론으로서는 레이칸 국왕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었다.

그가 왕국을 위해서 했던 행동이라는 것도 레이칸 왕국에 원한이 있는 드래고니안인 탈론에게는 무의미하니까.

나름대로 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영주인 탈론으로서는 이 자리에서 레이칸 국왕을 절대 살려 보낼 수 없었다.

그가 훗날에라도 자신이나 동족에게 위협이 될지 모르니까.

“대전사 로톤! 길을 뚫어라!”

그때 레이칸 국왕이 전사 한 사람을 불렀다.

대전사라는 호칭으로 보아서, 아무래도 마팔의 죽음 이후로 새로 뽑은 대전사인 모양이다.

“루시우스 경.”

그에 난 루시우스를 불러냈다.

비록 마팔에게는 패배했지만 그 이후로 루시우스는 또 절치부심하며 실력을 키웠다.

“상대는 다르지만 같은 레이칸 왕국의 대전사다.”

“이번에는 꼭 이기겠습니다.”

내 이야기에 루시우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마팔보다 약했다.

내 눈으로 마팔의 영웅 정보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단숨에 루시우스를 몰아붙이고 날뛰었던 활약상을 보면 마팔은 4티어 최상위권이거나 5티어에 막 들어선 영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전사인 로톤이라는 영웅은 4티어에서도 중간 수준이었다.

채챙!

루시우스와 로톤은 치열하게 검을 나눴다.

적어도 마팔을 상대할 때처럼 일방적으로 밀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승기는 루시우스에게 있었다.

아군 기사단의 무력 앞에 레이칸 왕국의 군대가 처절하게 짓밟히고 있었으니까.

“크아아아!”

그때 레이칸 국왕이 글레이브를 크게 휘둘러 탈론의 화살을 떨쳐내며 돌격해 왔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군.’

전황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팔을 다쳤음을 감안하더라도 레이칸 국왕은 무서운 상대였다.

광전사의 상위 호칭으로 추정되는 파괴자란 칭호도 두렵기 짝이 없었다.

카이로스 백작이 보여줬던 투혼을 생각한다면 팔 부상 따위로 그를 막아설 수 있을 리도 없었고.

타악!

그런 레이칸 국왕을 막기 위해서 내 기사 네 명이 움직였다.

멀리서 견제하는 탈론에 이어 정면을 로크와 릴리아나, 모르타르가 틀어막고 암살자인 다니엘이 빈틈을 노렸다.

마치 인간이 아닌 마족을 상대할 때처럼.

“탈론 경.”

거기에 나 역시 탈론의 화살에 마법을 부여해 주며 말릭 때와 같은 전술을 사용했다.

그만큼 레이칸 국왕은 위협적인 상대였다.

아무리 5티어 영웅이라도 개인의 무력으로 전쟁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게 정론이지만, 그것도 언제나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변수가 많으니까.

그것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전략이었다.

“방해하지 마라!”

레이칸 국왕이 글레이브를 휘두르자 그를 막아선 로크가 뒤로 밀려났다.

아무리 티어가 낮다고 해도 로크 역시 대검을 사용하며 둘째가라면 서러울 근력을 자랑하는데 그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릴리아나 또한 레이칸 국왕을 상대로 제힘을 온전히 쓸 수 없었다.

레이칸 국왕은 기교파가 아니라 육체파.

압도적인 근력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스타일로 그에 맞설 근력이 없는 릴리아나로서는 단 일합에 목숨이 날아갈 위험성이 있었다.

그나마 모르타르 정도가 어느 정도 힘으로도 버틸 가능성이 있었으나 레이칸 국왕은 육체 능력도, 무기를 다루는 솜씨도 모르타르보다 상위 호환이었다.

“이런 괴물 같은!”

하지만 내 기사들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이 싸움은 일대일의 결투가 아니니까.

탈론의 견제와 다니엘의 기습이 거듭해서 이어지며 레이칸 국왕이라는 강적을 쉼 없이 몰아붙였다.

콰아아앙!

마법으로 강화된 탈론의 화살이 레이칸 국왕의 얼굴을 스치며 그의 귀를 날려버렸다.

푸욱!

다니엘이 날린 암기는 레이칸 국왕의 옆구리에 꽂혔다.

이외에도 영웅들의 공격이 거듭해서 레이칸 국왕에게 상처를 누적시켰다.

상처를 입고도 전투력을 유지하며 날뛰는 게 광전사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광전사는 가장 사기적인 유형으로서 많은 유저들에게 언급되었겠지.

“그래도 대단하기는 하군.”

나와 탈론의 연합까지 포함해서 5티어 영웅 둘과 4티어 영웅 넷을 상대로 혼자 맞서는 상황이다.

5티어의 한계를 넘어섰던 말릭조차 요새를 이용할 때 빼고는 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는데 레이칸 국왕은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말릭이 육체 능력이 떨어지는 존재였다는 걸 고려해도 절대 레이칸 국왕을 폄하할 수 없었다.

“라이트닝 플레어!”

그렇기에 더욱 나는 공격에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제국의 추격대도 신경 써야 할 상황에서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으니까.

콰콰쾅!

쏘아진 벼락이 레이칸 국왕을 감전시켰다.

그의 몸이 휘청거리자 탈론의 화살이 연달아서 레이칸 국왕의 어깨를 날렸고 기사들의 검격이 뒤이어 그 몸에 꽂혔다.

“쿨럭!”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레이칸 국왕은 핏물을 토해내며 휘청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눈에는 투지가 남아 있었다.

쿠웅!

쓰러질 것 같던 레이칸 국왕이 바닥을 힘껏 내려찍어 균형을 지탱하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거리가 어느 정도 있음에도 마치 바로 앞에서 나를 주시하는 것 같은 섬뜩함이 느껴졌다.

“이게 내 행동의 결과라면 그대 또한 언제고 스러지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알고 있다.”

레이칸 국왕의 말에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지금 나는 부나방과 다를 바 없다는걸.

“기쁘게 죽도록 하지.”

쐐액!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재차 날아든 공격이 레이칸 국왕의 목을 베어냈다.

그리 기쁘지만은 않은 승리였다.

“국왕 전하!”

레이칸 국왕의 죽음에 최후까지 저항하던 전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안간힘을 써서 버티던 레이칸 왕국의 전사들은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달아서 쓰러졌다.

루시우스와 맞서던 대전사 로톤이라는 영웅 또한 곧 루시우스의 검에 심장을 꿰뚫렸다.

“서둘러서 전장을 정리해라.”

전투가 끝났지만 휴식을 취할 틈은 없었다.

난 서둘러 퇴각을 위한 명령을 내렸다.

죽은 아군 기사들의 시신을 빼면 딱히 챙길 것도 없었다.

전리품을 논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고 레이칸 왕국은 애초에 사치품을 별로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 레이칸 왕국의 현실이었다.

* * *

피로 물든 연회장 안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칼날처럼 매서운 기세를 풍기는 기사는 연회장 한쪽에 쓰러져 있는 필립 후작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친구야, 이게 무슨 꼴인가?”

제국의 야망을 위한 대업을 코앞에 둔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본래라면 각국의 군주들을 돌려보내며 전쟁을 앞두고 가볍게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대여야 할 필립 후작은 죽었다.

또한 제국의 정복 전쟁을 이끌어야 할 군주인 빌헬름 또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욕망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지만, 이렇게 이르게 죽을 줄은 몰랐구나.”

겨우 수습해 놓은 빌헬름의 시신을 살핀 기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쩌면 이 전쟁이 제국의 번영이 아니라 몰락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걸 내심 짐작하고는 있었다.

전쟁이라는 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 선전 포고 직후에 이런 결말이 나오리라고는 그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로터스 백작은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로열나이츠의 부단장인 몸으로서 단장인 필립 후작도, 황제인 빌헬름도 지키지 못했다.

현장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 말이다.

“하이록 백작과 그랜트 백작은 어디에 있지?”

“추격대를 편성해 군주들을 쫓고 있습니다.”

“상대는?”

“일단 다섯 명의 군주들이지만 다른 군주들도 살려서 보낼 수는 없습니다. 선전 포고는 이미 이루어졌으니까요.”

로터스 백작의 말에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혈통을 가진 자와 가장 명예로운 기사가 함께 죽임을 당했다.

선전 포고야 이쪽에서 한 거지만 이는 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이 될 것이다.

더구나 그의 친우 또한 죽었으니, 그 원수를 갚아야 했다.

“필립 후작과 황제 폐하를 죽인 게 레이칸 국왕이라지? 그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국경에 연락을 해뒀으니 절대 살아서 이 제국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절대 그리 만만치가 않아.”

필립 후작은 제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였다.

그런 필립 후작을 죽인 레이칸 국왕의 무력은 범상치 않을 터.

기사는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직접 가지.”

그의 말에 로터스 백작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못했다.

제국 최강의 기사.

아니, 그를 넘어 인류 최강의 기사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 바로 눈앞의 상대인 카시안 공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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