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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52화 (152/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52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52화

152화

【 반제국 동맹 】

‘저 군주들은 대체 정체가 뭐지?’

크라이더 국왕과 동행한 군주 중에는 프레시아 공작도 속해 있었다.

두 사람은 게임에서 별다른 접점을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크라이더 국왕이 유저에게 하는 말 중에 사트리안 왕국은 프레시아 공작이 차지할 줄 알았다는 대사가 전부였다.

당연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그들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런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위를 잘 모른다고?’

크라이더 국왕은 그들이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해 온 것처럼 말했으나 과연 그게 전부일까?

마족과의 전쟁부터 시작해 내전까지 침묵하다가 지금 시기에 다시 뭉쳤다고?

그럴 리 없었다.

혼란스러운 시대일수록 그런 집단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니까.

분명 내전 내내 서로 알게 모르게 연락이 오가고 협력해 왔을 것이다.

‘잠깐만, 이거 설마?’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사실 한 가지.

제국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이라면 당연히 타국의 군주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저들이 군주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전의 결과로 인한 것으로, 내전이 있기 전부터 군주이던 인물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들은 서로 동맹을 맺을 수 있던 걸까?

기존의 군주들을 제치고 아랫사람들이 비밀스럽게 모임을 만들었다면 반역으로 의심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데.

왕가의 허락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레일리조차 저러한 집단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가정할 수 있는 경우는 딱 하나뿐이다.

‘피의 연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피의 연회에 있었다.

어떻게 마족들은 각국에서 열리는 연회를 모두 정확히 노리고 습격해 왕실의 인물들을 죽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 나는 대영주 중 마족과 내통한 이들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적 있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도저히 그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들의 존재는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수 있었다.

내전으로 각국의 군주 자리에 오른 저들이 바로 마족과 내통하고 기존의 왕가를 몰락시킨 피의 연회의 배후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영웅 정보에는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지?’

레이칸 국왕도 그렇고,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군주들을 상대로는 다 한 번씩 영웅 정보를 사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소속에서 각자의 나라를 제외한 집단에 속한 인물은 찾을 수 없었다.

‘내 추측이 틀렸거나, 혹은…….’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차원에서의 동맹일 뿐 하나의 세력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남부 연합을 구성할 때도 소속이 남부 연합으로 나오지는 않았으니까.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때 로크와 탈론이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원래는 우리가 주축이 되어서 빌헬름을 처치할 계획이었으나 그 자리는 저들에게 뺏긴 상태였다.

“일단 상황을 봐야겠지.”

빌헬름을 죽일 계획이라면 따로 준비한 병력이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빌헬름을 제대로 제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했다.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서 대륙의 정세가 급변하게 될 테니까.

* * *

“젠장! 이게 대체?”

빌헬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혼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신의 선전 포고에 군주들이 당황하리라고 여겼다.

그리고 꽁지 빠지도록 각국으로 돌아가 전쟁에 대비할 거라는 게 빌헬름과 제국의 예측이었다.

물론 눈이 뒤집혀서 날뛰는 군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있었으나, 그 위험성을 그리 높게 여기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에서 황제를 죽이려는 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선전 포고가 있자마자 레이칸 국왕을 선두로 해 여러 국가의 군주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미리 약조라도 되어 있던 것처럼.

“바깥에 있는 기사들을 불러들여라!”

그러나 빌헬름은 아직 자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제국의 영토.

연회장에 들이지는 않았으나 바깥에는 엄청난 숫자의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콰아앙!

그때 바깥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어왔다.

무언가가 폭발하는 요란한 소리에 이어서 비명과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까지.

연회장 내부만큼이나 바깥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쩌어엉!

그런 와중에 거친 마찰음과 함께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인 그랜트와 로터스가 뒤로 밀려났다.

제국이 자랑하는 기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협공했음에도 레이칸 국왕 하나를 감당해 내지 못한 것이다.

그 처참한 광경에 빌헬름은 머리가 멍해졌다.

아르센이 일으킨 반란에 맞서 두 기사가 얼마나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는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봤었다.

그렇기에 이 둘이 고작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소용없다. 이미 신호를 보냈으니까. 바깥의 기사들도 한동안은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넋이 나간 얼굴로 자신을 보는 빌헬름에게 레이칸 국왕은 냉소를 보냈다.

분명 그랜트나 로터스 모두 마팔과 대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가진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는 마팔 수준이라는 이야기지 무력으로 왕위를 쟁취한 자신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야? 이게 어떻게 마련한 기회인데!”

빌헬름은 절규했다.

이날을 위해서 평생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국의 오랜 숙원인 대륙 통일.

그것을 위해서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제거해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그런 빌헬름의 외침을 본 레이칸 국왕은 조소를 흘렸다.

“정말 무능하기 짝이 없군.”

“뭐라고?”

“애초에 동생의 반란이 너무 오래 이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레이칸 국왕의 물음에 빌헬름은 눈을 부릅떴다.

지금 그 말이 마치 아르센의 반란과 레이칸 국왕이 엮여있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었다.

“반란이 가급적 길게 이어지도록 우리가 뒤에서 손을 썼다는 말이지.”

실제로 아르센의 반란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같은 핏줄을 타고난 형제였기에 빌헬름은 아르센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르센은 예상 밖으로 빌헬름을 고전케 만들었다.

이상할 정도로 자원이 많다거나 정체 모를 병력들이 그를 도왔기 때문이다.

“무슨! 어떻게 네놈들 따위가 제국을 조종할 수 있단 말이냐?”

하지만 빌헬름은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제국에 내전이 일어난 것에는 배후가 있었으며, 자신은 끝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소리였으니까.

레이칸 국왕의 말대로 자신이 무능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

“선대 황제였다면 일찌감치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텐데. 하긴, 제 성질을 못 이겨 동물이고 사람이고 깔보고 죽이기만 해온 녀석이 그 정도로 머리를 굴릴 능력이 있을 리 없나?”

빌헬름이 현실을 부정하자 레이칸 국왕의 비웃음이 심해졌다.

다른 군주들이 제국의 내전에 관여한 세월은 절대 짧지 않다.

그런데 설마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과연 빌헬름이 황제로서 어울리는 재목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자신들은 제국을 뒤흔들 기회를 잡은 셈이지만.

“닥쳐라!”

자존심이 상한 빌헬름은 격분해서 레이칸 국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폐하!”

그를 본 귀족과 기사들이 경악하며 소리쳤으나 빌헬름을 막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레이칸 국왕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빌헬름을 가소롭게 바라보았다.

“정말 마지막까지 멍청하구나.”

상황이 많이 유리하기는 하지만 현재 빌헬름의 곁에는 이름 있는 기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빌헬름을 지키고자 한다면 제아무리 레이칸 국왕이라도 빌헬름을 제시간 안에 처치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빌헬름은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기사들의 보호에서 벗어났다.

그 멍청함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촤악!

레이칸 국왕은 거침없이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그 순간 핏물이 비산하며 제 자리를 잃은 목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

제국의 기사들은 참혹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들의 황제인 빌헬름의 목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제국의 야망을 이룰 기회를 간절히 기다리던 그들의 마음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네 이놈!”

빌헬름의 죽음을 목격한 필립 후작은 레이칸 국왕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흥분한 필립 후작의 공격은 레이칸 국왕에게 제대로 닿지 못했다.

목적을 달성한 레이칸 국왕은 여유롭게 필립 후작의 공격을 받아쳤다.

“황실을 수호하는 로얄나이츠가 눈앞에서 황제의 죽음을 막지 못하다니, 참 서글픈 일 아닌가?”

“으아아아!”

이어지는 레이칸 국왕의 조롱에 필립 후작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이는 큰 실수였다.

이미 앞선 전투로 어느 정도 체력을 소모한 레이칸 국왕은 만전의 필립 후작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

냉정하게 상대했다면 레이칸 국왕이 몸을 피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흥분한 필립 후작은 그만 자신의 빈틈을 노출하고 말았다.

푸욱!

“커억!”

그리고 레이칸 국왕은 굳이 주어진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글레이브는 필립 후작의 흉부를 뚫고 몸을 관통시켰다.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섣부른 행동이군.”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손쉽게 필립 후작에게 치명상을 입힌 레이칸 국왕은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찼다.

양쪽 다 만전으로 싸웠다면 훨씬 즐거운 싸움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크아아!”

그런데 그때 필립 후작이 자신의 몸을 꿰뚫은 글레이브의 창대를 잡아챘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창대를 잘라냈다.

촤악!

갑작스럽게 무기를 잃어버린 레이칸 국왕이 처음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보였다.

설마 몸을 꿰뚫린 상태로 이런 투혼을 발휘할 거라고는 레이칸 국왕조차 예측할 수 없었다.

휘릭!

마치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는 것처럼 필립 후작은 최후의 의지를 불태워 레이칸 국왕을 향해 검을 날렸다.

핏!

“크윽!”

레이칸 국왕은 재빨리 몸을 피하려고 했으나 당황하는 바람에 팔을 길게 베이고 말았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팔을 쓸 수 없을 정도의 상처였다.

빌헬름을 죽인 것과 별개로 제국을 빠져나가야 할 상황에서 이는 무척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레이칸 국왕의 위기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타악!

필립 후작이 만든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랜트와 로터스가 다시 레이칸 국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아라!”

레이칸 왕국의 전사들은 급하게 몸을 내던지며 레이칸 국왕을 보호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레이칸 국왕은 가까스로 몸을 빼낼 수 있었으나 분노한 제국 기사들의 칼질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여기까지로군. 나는 물러나겠다.”

더는 전투를 속행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레이칸 국왕은 군주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에 군주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는 이 자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빌헬름의 죽음을 알아차린 제국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서둘러야만 했다.

“황제는 죽었다! 어서 퇴각하라!”

“놓치지 마라!”

제국의 역사에 남겨질 치욕을 겪은 그랜트는 자신을 가로막는 전사들을 억지로 돌파했다.

분노한 그의 기형검은 레이칸 왕국의 전사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하지만 앞을 막은 전사들을 뚫었을 때, 이미 레이칸 국왕은 몸을 감춘 상태였다.

“절대 놈들이 제국을 빠져나가게 둬서는 안 된다! 쫓아가서 모두 죽여라!”

“이 자리에 온 군주들도 모두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황제를 잃은 제국의 기사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남아 있던 군주들을 향해 무자비한 칼날을 휘둘렀다.

제국 역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남을 두 번째 피의 연회였다.

* * *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다니엘은 혼란에 빠진 주위를 살폈다.

본래대로라면 아인의 계획에 따라서 자신들이 해야 했을 일들을 타국의 기사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반면에 아인으로부터 예정된 명령은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

이럴 때는 자신들 스스로 판단해야만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다니엘은 루시우스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같은 단장급 직책이지만 외부의 기사들을 이끄는 건 루시우스였다.

“전하부터 모셔야 한다.”

루시우스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예정이 틀어진 이상 그들이 우선시해야 할 건 아인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게 좋겠군.”

이견을 제시하는 기사는 없었고 일행은 곧장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발걸음은 얼마 가지 못해 멈춰야 했다.

“침입자를 막아라!”

“침입자라고? 우리는 전하를 모시는 근위기사단이다! 이런 소란에 우리를 막는 저의가 무엇이냐?”

“아직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일단 타국의 기사들은 바깥에서 대기하도록!”

“그딴 말을 들을 거 같은가?”

연회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제국의 기사들이 모여들어 타국의 기사들과 대치하는 중이었다.

아직 적과 아군이 완전히 구분되지 않은 혼란 속에 제국의 기사들은 일단 들어오는 모든 상대를 막아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군주들을 지켜야 하는 기사들은 자신의 앞을 막은 제국 기사들을 상대로 흉흉한 분위기를 풍겼다.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뚫고 들어갈 낌새였다.

콰앙!

그때 연회장 한쪽에서 굉음과 함께 화살 한 발이 쏘아졌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화살이 벽을 꿰뚫고 날아가는 모습을 본 루시우스는 눈을 빛냈다.

저런 위력의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상대는 지금껏 탈론밖에 본 적 없었고, 더구나 화살에 달린 신호기에서 나는 소음 역시 무척이나 익숙했다.

“국왕 전하의 신호다!”

사전에 약속된 여러 신호 중 하나임을 확인한 루시우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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