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50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50화
150화
레이칸 국왕의 시선은 오래지 않아 나를 찾아냈다.
내 외모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는 거침없이 다가왔고, 그 누구도 레이칸 국왕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부터 풍기는 분위기까지, 그에게선 설령 전쟁에 잔뼈가 굵은 자라도 물러서고 싶을 매서운 분위기가 풍겼다.
[영웅 정보]
이름 : 크리슈나 레이칸
국적 : 레이칸 왕국
소속 : 레이칸 왕국
유형 : 전투형
등급 : 5티어
칭호 : 불세출의 파괴자
스킬 : 검술(5), 격투(5), 혈전(5), 위압(5), 난전(5), 단검술(5), 궁술(5), 지휘(3)
‘파괴자?’
영웅 정보를 통해 확인한 레이칸 국왕에게서는 게임에서도 본 적이 없는 칭호를 찾을 수 있었다.
스킬로 혈전과 위압을 가진 것을 보면 광전사의 상위 칭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카이로스 백작보다도 더한 전투 지속력을 가진 괴물 딱지라는 소리였다.
당장 덩치나 액면가만 봐도 카이로스 백작을 애송이로 보이게 하기에는 충분한 거 같았지만.
“그대가 네패스 국왕이군.”
레이칸 국왕이 내 앞에 멈춰 서자 그의 그림자만으로 내 모습이 완전히 가려졌다.
과연 같은 사람이 맞는가 싶은 키 차이는 흡사 거인을 마주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나에게 볼일이라도?”
그러나 이 같은 심정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일국의 군주가 되어서 겉모습에 무서워하는 것처럼 모양 빠지는 일도 없으니까.
대신 레이칸 국왕과 대치하며 만약 그가 공격해 오면 어떻게 반격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마법사 전투의 기본은 마나 실드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눈앞의 상대는 내가 펼치는 마나 실드 정도는 단숨에 깨부술 능력이 있었다.
그나마 저항할 여지라도 있는 건 새로 개발한 비전 마법인 마나 웨폰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쓴다고 해도 승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실패한다면 죽음은 확정적일 것이고.
“그저 궁금했다. 내 전사들을 죽인 상대가 누구인지를.”
레이칸 국왕의 시선이 내 몸을 훑었다.
그저 시선일 뿐인데 마치 맹수의 눈앞에 맨몸으로 던져진 기분이다.
“하지만 그리 단련된 육체는 아니군. 마팔을 죽일 힘이 있어 보이지는 않고…….”
마법사인 내 육체가 좋을 리 만무했다.
그나마 마나의 영향인지 저티어의 전투형 영웅과 겨룰 수준은 되지만 집중해서 단련한 몸은 아니었다.
레이칸 국왕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나에 대한 흥미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게 보였다.
“그럼 마팔을 죽인 건 뒤에 있는 자들인가?”
대신 레이칸 국왕의 시선은 내가 아닌 뒤를 향했다.
이 자리는 각국의 군주들과 그 식솔이 모인 자리지만 호위가 없는 건 아니었다.
동맹국도 아닌 로스니아 제국의 기사들에게 목숨을 맡길 수는 없는 일.
회장의 끝에는 군주들이 각국에서 데려온 호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레이칸 국왕의 입장에 반응해 나선 이들이 있었으니, 탈론과 로크였다.
“흐음.”
레이칸 국왕은 나를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을 훑었다.
두 사람은 아직 무기를 꺼내지는 않았으나 당장이라도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과연.”
그런 두 사람의 실력을 가늠했는지 레이칸 국왕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뛰어난 전사들이군. 어느 쪽이 마팔을 죽였지? 같이 공격했나?”
레이칸 국왕의 물음에 탈론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드래고니안인가.”
탈론은 외모를 숨기고 있지 않았다.
대영주라는 위치에 있는 이상 더는 자신을 숨기거나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국의 군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는 건 수상쩍어 보이기에 딱 좋았다.
“그 실력 좀 보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레이칸 국왕.”
레이칸 국왕이 탈론을 향해 호승심을 드러내자 나는 재빨리 나서 선을 그었다.
지금 이 자리는 빌헬름에 의해서 초청을 받아 온 것이지 레이칸 국왕에게 어울려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비록 레이칸 왕국이 척박한 땅과 적은 인구의 소국이라지만 그는 명색이 일국의 군주.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내 기사는 그대의 호승심을 채워줄 놀이 상대가 아니니까.”
명확한 거절의 뜻을 밝히자 레이칸 국왕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는 나를 노려보다가 살벌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되겠군?”
순간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생각 이전에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해 뒤로 물러났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로크와 탈론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곧장 행동에 나섰다.
쾅!
한순간이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물러나기가 무섭게 레이칸 국왕의 주먹이 내가 서 있던 바닥을 깨부쉈다.
‘이런 미친! 진짜로 공격한다고?’
물러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곤죽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나는 즉시 마나 실드와 마나 웨폰을 사용하고, 로크는 대검을 휘둘렀으며, 탈론은 시위에 화살을 걸고 레이칸 국왕을 압박했다.
그런데 정작 이 모든 일을 유도한 레이칸 국왕의 움직임은 소극적이었다.
“반응이 좋군. 아주 맹탕은 아니야.”
그는 로크의 대검을 맨손으로 잡아채고는 느긋한 눈으로 우리의 대응을 살폈다.
이 짧은 한 수의 교환만으로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수준인지를 알 수 있었다.
티어 내에서도 어느 정도 벽이 있듯이 레이칸 국왕은 5티어 내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자신보다 등급이 낮다고는 하지만, 바로 아래 등급인 로크가 내지른 공격을 손으로 막아내다니.
루안이 만든 로크의 대검은 네임드 장비였지만, 그런 사실이 무색하게도 붙들린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5티어에서도 최상급. 거의 6티어다.’
스킬의 숙련도가 하나같이 높은 것을 통해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해당 티어에 올라도 보통 스킬의 숙련도는 핵심 스킬 정도만이 티어와 동급으로 따라가니까.
그러나 레이칸 국왕은 대부분의 스킬이 티어와 같은 5단계에 올라 있었다.
“전쟁터에서 마주치지 못한 게 아쉽군.”
레이칸 국왕은 미소를 띤 채 로크를 떨쳐냈다.
그리고 대검을 받아낸 자신의 손을 확인했다.
대검에 짓눌린 상처와 함께 옅은 핏물이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팔이 졌을 만도 해. 이런 실력자들이 있는 줄 모르고 군대를 보냈던 건 내 실수였군.”
“지금 먼저 침범해 놓고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타국의 내전에 멋대로 끼어들어 놓고서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건가 싶었다.
“아니. 나는 전사지만 동시에 왕이다. 국가의 안위를 돌보지 않을 수는 없지.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레이칸 국왕은 그 정도까지 막나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렇게 위협해 놓고 할 소리인가?”
죽을 뻔했던 나로서는 기가 찼지만.
“장난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지.”
“이게 장난이라고?”
“장난이 아니면? 더 해도 괜찮겠나?”
레이칸 국왕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싸우자는 태도였다.
로스니아 제국에서 타국의 군주와 싸울 수는 없었고, 게다가 나는 빌헬름을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내가 먼저 물러나야 했다.
“관두지.”
“현명한 결정이야.”
레이칸 국왕은 우리를 한 번씩 쓱 훑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멀어져 갔다.
짧지만 절대 잊기 힘들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전사의 호승심은 지녔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식한 상대는 아니군.’
레이칸 국왕은 강인한 전사지만 최소한의 생각은 하고 움직이는 인물 같았다.
적어도 내가 당장 그를 어찌하지 못하리라는 걸 계산해 둔 게 분명했다.
“괜찮은가?”
나와 레이칸 국왕이 서로 물러나자 잠깐 뒤로 피했던 크라이더 국왕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의 곁에도 어느새 호위들이 다가왔고, 주변을 살펴보니 각국의 군주들 바로 옆으로 호위들이 바짝 붙은 상태였다.
레이칸 국왕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이다.
“소란을 일으켰군요.”
“뭐, 이만한 숫자의 군주들이 모였는데 화기애애할 수만은 없는 법이지. 서로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설마 로스니아 제국의 땅에서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지만.”
크라이더 국왕의 말대로였다.
아직 빌헬름이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곧 모습을 드러낼 텐데, 아무리 각국의 군주들이라도 소란을 피울 생각은 하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레이칸 국왕이 어지간히 담이 큰 것이지.
하긴, 레이칸 왕국의 영토는 척박하고 추운 땅인 대신에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는 천혜의 요새였다.
설령 로스니아 제국의 군대라도 그 혹한의 땅에는 발을 들이밀 엄두를 내기도 힘들 것이다.
“모두 주목해 주십시오!”
그때 문 앞에 서 있던 시종이 목소리를 높였다.
굳이 군주들에게 주목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여타의 군주들보다 훨씬 특별한 사람이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로스니아 제국인 이상, 그 상대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국의 위대하신 태양! 로스니아 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타이밍이 참…….”
레이칸 국왕 때문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틈도 없었다.
게임에서 봤던 빌헬름이 어느 누구보다도 화려한 복장을 한 채로 입장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제국의 새로운 주인이로군.”
크라이더 국왕을 비롯해 군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빌헬름에게로 향했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
제국민들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지만 빌헬름은 황제로서 그 누구보다도 오만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런 태도가 당연한 입장이었다.
게다가 또라이인 빌헬름은 남들의 시선을 받는 걸 즐기는 편이니까.
“탈론 경, 로크 경.”
난 서둘러 탈론과 로크를 호출했다.
레이칸 국왕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으나 이곳에 온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됐다.
예상대로 빌헬름의 곁에 있는 호위는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5티어 영웅 둘을 비롯한 소규모 기사단.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던 그랜트를 포함하더라도 5티어가 겨우 셋밖에 되지 않는다.
제국에 있는 5티어 영웅의 숫자가 10명이 넘는 걸 고려하자면 이만큼 좋은 기회는 절대 다시 없을 것이다.
“준비하도록.”
* * *
‘뭐지? 분위기가 뭔가 이상한데?’
빌헬름은 긴장감이 흐르는 주변의 분위기에 의문을 느꼈다.
자신이 등장했을 때 각국의 군주들이 보일 만한 반응을 몇 가지 정도 생각했으나 이런 반응은 없었다.
‘왜 이렇게 경직되어 있지?’
두려워하는 반응을 예상 못 한 건 아니다.
그러나 빌헬름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는 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황제인 그가 등장했음에도 군주들의 시선은 빌헬름에게 온전히 집중되지 못한 채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있었으니.
더구나 벽 쪽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호위들이 각자의 군주 옆에 바짝 다가선 상태로 서로를 경계했다.
흡사 칼부림이라도 일어났던 것처럼.
“무슨 일 있었나?”
“아, 그게…….”
빌헬름의 물음에 하이록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레이칸 국왕과 네패스 국왕의 충돌.
다행히 피를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로 인해서 이미 연회의 분위기는 완전히 망가진 이후였다.
그에 빌헬름은 혀를 찼다.
“남의 나라에서 소란이라니.”
이 자리는 자신이 전 국가들을 상대로 선전 포고를 해야 할 자리였다.
로스니아 제국 역사에 내내 이름을 남길 순간일 것이며, 훗날 대륙 통일을 이뤘을 때 신화의 첫 장이 될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군주들의 다툼으로 그러한 순간이 망가진 것에 빌헬름은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럼 분위기를 좀 풀어줘야 되겠군.”
하지만 빌헬름은 당황하지 않았다.
타국의 군주들이 마냥 평화롭게 있으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럴 때를 대비해 분위기를 풀어줄 만한 유흥거리를 마련해 둔 상태였다.
“하이록 백작. 바깥에 내가 가져온 것들이 있다. 그걸 지금 들여보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하이록에게 지시를 내린 빌헬름은 연회장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로스니아 제국 황제라는 자리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빌헬름에 주목하는 시선들이 늘어났다.
“각 나라의 군주들이여, 이 자리에 직접 찾아와 주어 대단히 고맙소.”
빌헬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모든 국가는 아니지만 대부분 군주가 직접 몸을 움직여서 이 자리에 와주었다.
대리인이라고 해도 군주의 혈족이나 최측근으로 각 나라에서 손꼽는 신분이었고.
그렇기에 이 자리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나는 로스니아 제국의 황제로서 오늘 이 자리에서 각국의 군주들께 중요한 소식을 전달하고자 하오.”
빌헬름의 말이 이어질수록 군주들의 흥미와 호기심이 짙어졌다.
과연 로스니아 제국의 황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일까?
혹시 자신에게 이득이 될 만한 일은 아닐까?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군주들의 시선에 빌헬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러나 딱딱한 이야기로 연회의 분위기를 벌써 망칠 수는 없는 일. 제국의 황제로서 그래서는 안 되겠지.”
따악!
빌헬름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가 준비해 온 특별한 선물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우선은 즐깁시다.”
빌헬름의 선물을 본 군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끝을 모르고 밀려들어 오는 화려한 보석과 귀하다고 소문난 영약들.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를 아름다운 미인들.
거기에 온갖 산해진미와 훌륭한 악단, 본 적 없는 신기한 볼거리들도 가득했다.
“과연 제국이로군!”
군주들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마족과의 전쟁과 연이은 내전으로 왕국들의 재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거기에 문화와 예술도 몰락해 일국의 군주라고 해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로스니아 제국은 마치 그러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이건 그 유명한 황금주로군. 제국에서도 몇 병 생산되지 않는다는 귀한 술이야.”
“세상에! 이게 이만한 크기로 자라나나? 족히 수백 년은 되었겠군.”
아낌없이 베풀어지는 제국의 보물들에 군주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아무리 체통을 지키려고 해봐도 이 자리에 있는 것들은 일국의 군주라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뿐이었다.
그러한 것들을 그냥 뿌려대고 있으니 누리지 않는 게 바보였다.
“모두 부디 사양하지 말고 즐겨주기를 바라오.”
빌헬름은 군주들의 반응을 만족스럽게 즐겼다.
고작 시선을 끌기 위해 막대한 재물을 쓴 셈이지만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빌헬름에게 있어서 재물은 그리 값어치가 없었고,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것이 제국의 재력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게딘 왕국의…….”
“제국의 주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이런 빌헬름의 태도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어떻게든 눈에 들려고 하는 군주들도 있었다.
주로 약소국의 군주들이었는데, 빌헬름은 이를 귀찮아하지 않고 기분 좋게 받아주었다.
어차피 선전 포고를 맞이하게 될 운명은 모두 같을 테지만, 그 전까지는 최대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군주들이 받게 되는 충격이 더 클 것이니까.
“참. 내가 오기 전에 이 자리에서 소란을 일으킨 군주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풀려갈 무렵, 빌헬름은 조금 전의 사건을 언급했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선전 포고를 앞두고 감히 자신의 나라에서 날뛴 군주들의 기선을 제압할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리 나와보시오. 이야기를 하고 싶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