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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45화 (145/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45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45화

145화

아무리 경험 많은 마법사라도 상대 마법사가 근접 전투를 위한 무장을 드는 광경을 본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법사가 직접 몸으로 싸워야 할 상황이라면 이미 승패는 기울었을 테니까.

게다가 기껏 그런 발악을 해본다고 한들 마법사가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5티어 마법형 영웅인 내 육체 능력은 2티어 전투형 영웅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라 말할 수 있지만, 정작 기술이나 경험은 전무하니까.

맨몸으로 싸우라고 한다면 1티어 기사에게조차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마법사란 정체성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콰콰콰콰!

마나 가속을 통해 마나 블래스트의 출력을 최대로 하고 마나 실드의 내구성과 윈드 불릿의 회전력을 결속해 단검에 부여했다.

거기에 단검에 미리 세공해 둔 보주에서도 마나를 끌어왔다.

이는 말릭과의 싸움에서 탈론에게 마법을 부여한 것의 응용이자 보주를 통해 마법을 강화하는 것의 응용이며, 동시에 삼중 마법의 응용이었다.

내 비전 마법을 주시하던 플레턴은 곧 당연히 가질 만한 의문을 꺼냈다.

“여러 응용을 한꺼번에 한다는 게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 무기에 강한 마법을 부여할 바에야 직접 공격하는 게 훨씬 나을 텐데?”

마법사로서 가질 당연한 의문.

굳이 마법으로 하는 공격을 제치고 무기에 마법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가?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단순히 생각하자면 플레턴의 말이 맞다.

그러나 실제 경험은 다른 답을 주었다.

말릭과 싸울 당시 탈론의 화살에 마법을 부여했을 때 말릭의 마나 실드가 매우 쉽게 뚫렸던 것이다.

당시 말릭은 명백하게 규격 외의 영역에 있던 강자.

아무리 나나 탈론이 5티어라고 해도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직접 실험을 해봤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아니더군요. 이쪽의 효율이 훨씬 더 낫습니다.”

우선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는 무기가 있고, 보주를 통해 외부의 마나를 공급하기에 내가 느끼는 피로도가 적다.

덕분에 단발성으로 마법 한 번을 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애초에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하는 마법이 비효율적인 게 당연하기도 하고.

대규모 전쟁에서는 한 번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일지 모르나 마법사 입장에서는 그만한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게다가 그런 마법은 나와 대등하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의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반대로, 가능한 좁은 범위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굳이 무기에 덧씌우는 이 불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콰창!

마나를 덧씌운 단검을 휘두르자 플레턴의 마나 실드는 일격에 깨져버렸다.

3티어 전투형 영웅이 전력을 다해도 쉽지 않을 일을 마법형 영웅인 내가 해낸 것이다.

“마나 실드를 한 번에!”

그 위력에는 플레턴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넓은 범위가 아니라 압축된 공격을 하면 출력의 격차는 단번에 뒤집힙니다. 윈드 불릿도 회전과 더불어 가장 좁은 범위를 공격하는 마법이기에 마나 실드의 천적인 것이죠.”

장담할 수 있었다.

플레턴과 내 티어가 반대였더라도 이 공격은 통했을 것이라고.

“물론 검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로 기사와 검을 겨누는 건 위험합니다. 그렇지만 방심하고 있는 상대를 한 방 먹여줄 수는 있죠.”

이어서 플레턴에게 마나 쇼크를 사용했다.

마나 실드가 멀쩡했다면 통하지 않았겠으나 자신을 보호해 줄 실드를 잃은 플레턴은 이에 저항하지 못했다.

“하물며 마법사 제압에 어울리는 마법을 가진 저에게는 시너지가 더욱 좋을 수밖에 없고요.”

플레턴의 비전은 애초에 마법사를 상대로 치명적인 마법.

유일한 저항 수단인 마나 실드를 깨부술 수 있다면 진정으로 마법사의 천적이 될 수 있다.

또한 전투형 영웅을 상대로 근접전에서도 어느 정도 대항 수단이 된다.

이 마법을 모르는 상황에서 마법사가 기습을 감행한다면 기사는 일단 이를 막아내려고 할 것이니.

그러나 이 마법은 기사의 장비 통째로 그 몸을 갈라버릴 위력이 있었다.

멋모르고 막는다면 거기서 끝이다.

“허.”

직접 제압당한 플레턴은 나를 보며 혀를 찼다.

“기가 막힌 걸 만들어냈구나. 이딴 게 무슨…….”

물론 이 마법에도 단점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장점보다 단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대 문제는 사용 조건이 몹시 까다롭다는 것.

보주를 사용해야 하고, 무기를 휴대해야 하며, 삼중 마법을 써야 하고, 근접전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 이미 어지간한 마법사는 질색해 버릴 수준.

그렇기에 이 비전 마법은 나만의 비장의 패로서 가치가 있었다.

“순전히 너만 쓸 수 있는 마법 아니더냐?”

“비전이라는 이름에 제일 걸맞지 않습니까?”

씩 웃어주자 플레턴의 표정이 처참해졌다.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사람들을 위한 마법을 원하셨지요. 그런데 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군요.”

“무슨 의미냐?”

“제가 베풀어주는 게 얼마인데 마법까지 거기에 맞춰야 합니까?”

내전을 평정하고 왕국에 평화를 찾아줬다.

사교도를 몰아내고 마족도 토벌했다.

과도한 세금을 물리거나 수탈하지 않고 사재까지 박박 털어서 치안을 찾고 군사력을 강화했다.

여기서 마법까지 사람들을 위해서 쓰라고?

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 국왕이 된 게 아니다.

다른 군주라면 내가 해줬던 것의 반도 해주지 않을 것이다.

“제가 살아 있는 게 곧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무슨 뻔뻔한…….”

“압니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테지요.”

내 속내가 어떻든지 내가 해온 일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앞으로 얼마나 큰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쉽게 나를 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제는 내 몫을 챙길 때다.

그게 그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니까.

“정말 너다운 마법이다.”

비록 탐탁지 않아 하는 반응이었으나 플레턴은 내가 개발한 비전 마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마법이 무엇보다 나다운 마법이며, 그리고 비전 마법의 정의에도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쓰지 못하는 마법에 무슨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에이든 같은 천재라면 쓸 수 있겠지요. 후대의 영웅을 위해 남기는 걸로 하겠습니다.”

플레턴의 표정이 와락 찡그려졌다.

그러나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조건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원로급이 되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뭐, 그때쯤이면 이미 육체가 시들해진 노년일 테니 효과를 보기 힘들겠지만.

결국 젊은 나이에 원로 수준의 마법사가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마저 최후의 수단으로서나 가치 있는 것이고 통상적으로 쓸 만한 마법은 아니다.

“혓바닥 하나는 정말…….”

“처음부터 아셨지 않습니까?”

“그래, 그랬지.”

플레턴은 나를 제자로 둔 것을 후회하는 눈초리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일국의 군주로 성장해 버린 나를 이제 와서 내치는 건 불가능한데.

“마법의 이름은 무엇이냐?”

“간단하게 마나 웨폰이라고 지었습니다.”

영웅 정보에 나온 스킬 이름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었다.

“웨폰이라……. 방어적으로도 쓸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마법사가 방패나 갑옷을 입을 정도라면 갈 데까지 간 거 아닙니까?”

그나마 무기 하나 휴대하는 것도 보통 마법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런데 방어적으로 이 마법을 활용하려면 거기에 방어구까지 입어야 한다.

그쯤이면 이미 마법사라고 부를 수도 없다.

마법과 무술, 모두 정점에 오르고 나이도 젊다면 그래도 되겠지만 그런 사람은 없을 테니.

그나마 유사한 건 태생적으로 마법이 보장되고 육체 능력도 뛰어난 마족 정도인데, 당연히 이걸 그들에게 전수할 생각은 없다.

“흠. 일단 비전 마법으로 등록해 두겠다.”

“일단이요?”

“뚝딱 한 개 해온 걸 보면 다른 것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은근한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에서 플레턴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에 난 고개를 내저었다.

국정으로 바쁜 몸인데 마법 연구에 계속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잠깐 사이에 만든 마법은 아니었고.

“그럴 일 없습니다.”

“괘씸한 놈. 스승의 마지막 부탁을…….”

“스승님이 한 분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이 정도 했으면 플레턴에게 차릴 예의는 다 차렸다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일국의 군주가 꼬박꼬박 스승님 대접해 주는 것만으로도 플레턴의 위신은 충분히 세워줬고.

플레턴도 더는 나에게 마법을 요구할 명분을 찾을 수 없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잠시 그런 플레턴을 보다 조심스럽게 일을 열었다.

“몸은 어떠십니까?”

“이제 와서 신경 써주는 척이냐?”

“그냥 건강하신가 해서요. 연세도 있으시니까.”

고등한 마법사이기에 일반인보다는 오래 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있지만 그뿐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과 인간의 수명을 벗어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

플레턴에게도 결국 한계가 올 것이다.

“딱히 신경 써줄 필요 없다. 이 나이 먹고 사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혹시 마법사로서 실력이 향상된다면 더 오래 살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승급권을 염두에 두고 꺼낸 말이었다.

플레턴의 현재 등급은 4티어.

승급권을 사용한다면 5티어로 올라갈 수 있고, 어쩌면 수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모른다.

그 차이가 크지는 않겠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을 더 산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차이는 있을 것이다.

물론 5티어 승급권이 요구하는 보주를 생각하면 만만치 않으나…….

‘승급권은 이미 한 개 있으니까.’

자크론이 거부하기는 했지만, 혹시나 마음을 바꿀까 싶어서 남겨둔 승급권이 하나 있었다.

자크론이 아니더라도 4티어 영웅 중 누군가에게 필요할지도 모르고.

“마치 내 실력을 네가 높일 수 있다는 듯이 말하는구나?”

“가능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 봐야 잠깐 수명을 늘리는 정도겠지. 이 나이에 구차하게 굴기는 싫다.”

“거절입니까?”

“네 말이 정말 가능하다고 해도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겠느냐? 하물며 네가 공짜로 무언가를 해준다?”

플레턴의 물음에 할 말이 없었다.

만약 플레턴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나도 나름대로 대가를 요구할 생각이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5티어 승급권을 날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먼저 너를 위해서 써라. 너에게 필요가 없다면 네 주변 사람 중에 가장 젊고 재능 있는 사람에게 써라. 그게 맞다.”

“남들이 매정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나라를 정으로 운영하는 놈도 있더냐? 그게 네 왕도냐?”

자크론도 그렇지만 플레턴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없이 완고한 모습을 보였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수명에 집착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편하게 마무리를 하는 길을 더 원하는 듯했다.

“네가 어떤 야망을 품고 있든, 스스로 책임을 말했다면 거기에 맞게 살아라. 예외는 절대 두지 마라.”

그 단호한 어조에 더는 권유할 수 없었다.

그 대신 플레턴의 앞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제자의 절을 받으시지요.”

나보다 강한 마법사도 아니고, 나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나보다 권력이 큰 사람도 아닌.

그런 사람에게 대할 수 있는 내 최대한의 예의였다.

“뭔 시답잖은 짓이냐?”

“자주 찾아뵙지는 못할 거 같거든요.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마이어드 후작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막연하지만 이후로는 플레턴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지금 나 죽으라고 떠미는 것이냐?”

“설마요.”

이번에는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 * *

협회에서의 용무를 마치고 왕궁으로 돌아왔을 때 네일이 정문까지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나?”

네일은 왕궁 내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네일이 이렇게 나와 있다는 건, 반드시 알려야 할 중요한 소식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국왕 전하, 로스니아 제국의 사절단이 찾아왔습니다.”

역시나.

달갑지 않은 손님이 나를 찾아온 상태였다.

“정확히 누구지?”

피의 황제가 직접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급한 반응이었을 테고, 네일도 나를 기다리지 않고 협회에 직접 찾아왔을 것이다.

“그건…….”

“제가 직접 인사 올리지요.”

네일이 입을 열기 전, 한쪽에서 사람들을 제치고 나타나는 무리가 있었다.

그야말로 사치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화려한 복장을 한 귀족들.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지금 내가 외출복 차림이라고 해도 국왕인 나보다 그들이 더 돈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한 무리의 선두에 초면이면서도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네패스 국왕 전하.”

건장한 체격에 당당한 언행.

일국의 군주를 상대로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도 여유가 넘치는 게, 과연 내가 아는 로스니아 제국다웠다.

“제 이름은 하이록. 로스니아 제국 남부를 수호하는 변경백입니다.”

지체하지 않고 영웅 정보를 확인했다.

[영웅 정보]

이름 : 하이록

국적 : 로스니아 제국

소속 : 로스니아 제국

유형 : 전투형

등급 : 4티어

칭호 : 위대한 기사

스킬 : 검술(4), 기마(4), 방패술(4), 격투(4), 지휘(4), 단검술(3), 궁술(2)

내가 알던 것과 동일한 정보.

거기에 사절단으로 먼저 등장하는 것.

딱 게임에서 로스니아 제국이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와 같은 광경이다.

그렇다면 아마 나를 찾아온 이유 역시 같을 것이다.

“저는 제국의 태양이신 빌헬름 황제 폐하께서 전하시는 초청장을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내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하이록은 언제고 게임에서 받은 적 있던 초청장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피의 황제 빌헬름이 각국의 군주들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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