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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41화 (141/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41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41화

141화

“이거야…….”

위니스의 거침없는 발언에 로둔은 한 방 먹었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는 듯 보였지만 사실 위니스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 건 어느 정도 도발을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가이스트의 108전사장이라고 하면 아무리 말석이라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자.

타르타로스 소속이라도 마땅한 명성이 없다면 두려워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멋진 분이시군요. 유쾌하게 한 방 먹었습니다. 답례로 당신에게는 기회를 드리지요.”

“기회?”

“혹시 이곳에 오기 전 당신의 동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셨습니까?”

까마귀 가면 너머 로둔의 입가가 잔혹하게 비틀어졌다.

마족들과 접촉하기 이전에 이미 로둔은 타르타로스의 직원 한 명과 충돌한 상태였다.

잠깐의 전투가 벌어졌고 로둔은 어렵지 않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

“봤지. 그러니까 여기 온 거 아니겠어? 너 잡으려고.”

“좋은 오브제였지 않습니까?”

로둔은 상쾌하게 미소 지었다.

그와 맞섰던 타르타로스의 직원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그 시신은 우스꽝스러운 몰골의 조형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께 그런 험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원한다면 오브제가 아니라 원형 그대로 박제시켜서 장식하도록 하지요.”

“하! 지금 그걸 기회라고 지껄인 거야?”

위니스는 기가 막혔다.

가이스트 놈들치고 제정신인 놈이 없다는 건 상식이지만 박제로 만들겠다는 걸 기회로 표현하다니.

눈앞의 놈도 어지간히 미쳤다 싶었다.

“물론입니다. 제 박제가 된다면 당신을 전시해서 그 아름다움을 가이스트 전역에 널리 알리도록 하지요.”

“그것참 눈물나게 고마운 이야기네. 하지만 어쩌지?”

위니스는 로둔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허공에서 붉은 창이 만들어져 로둔을 향해 쏘아졌다.

소리의 속도마저 넘나드는 붉은 궤적은 순식간에 로둔의 몸을 꿰뚫었다.

“애초에 네가 나한테 이길 가능성 따위는 없는데 말이야.”

“저주가 담긴 마창이로군요.”

로둔은 자신의 몸을 꿰뚫고 바닥에 꽂아버린 붉은 창을 잡으며 감탄했다.

애초에 평범한 무기는 통하지 않는 게 가이스트나 타르타로스의 존재지만 이 창에 담긴 저주는 실로 요사스럽고 강력했다.

상처의 재생을 막고 마법이나 아이템을 통한 회복을 불가능하게 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저주의 위력이 강해지도록 하는 창.

스쳐서 생채기 하나만 나더라도 실력자를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저에게는 소용없습니다.”

로둔은 자신을 꿰뚫은 붉은 창을 잡고 그대로 뽑아냈다.

강력한 저주가 깃든 마창이었으나 로둔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를 본 위니스는 짧게 혀를 찼다.

“너, 살아있는 몸이 아니잖아?”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위니스의 창에 깃든 저주는 상대가 살아있을 때만 발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로둔의 몸은 생명이 깃들어있는 몸이 아니었다.

“정신체인가. 껍데기만 상대하게 생겼군.”

위니스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로둔은 다시 창이 소환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이어지는 일은 로둔의 예상을 넘어선 상태였다.

푸확!

“어?”

로둔의 자신의 몸이 통째로 관통당했다는 걸 깨닫고 당황했다.

보이지도 않는 방향에서 날아온 붉은 창.

아니, 날아온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허공에서 나타난 창이 그의 몸을 꿰뚫은 상태였다.

“설마 공간 이동?”

퍼퍼퍼퍽!

위니스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고, 이번에는 수십 개의 창이 생겨나 로둔의 몸을 고슴도치처럼 만들었다.

수많은 창에 찔려 처참한 모양새가 된 로둔은 헛웃음을 내지었다.

날아오는 방향은커녕 어떠한 전조도 없이 공간을 넘어서 나타나는 마창이라니.

회피도, 방어도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위력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런다고 딱히 피해가 오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어디까지나 정신체일 뿐이니까요.”

“알아. 아니까 닥치고 있어.”

위니스의 말과 함께 로둔의 몸에 꽂힌 창들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로둔은 갑자기 고통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끄윽! 이건?”

“정신체라고 해도 그 몸을 조종하려면 접촉이 필요하겠지. 몸에 꽂아둔 마창으로 그 흔적을 찾아서 저주를 넘긴 거야.”

“허. 차원 너머에 있는 정신체에 피해를 준다고?”

로둔은 창에 깃든 저주에 감탄했다.

설마 정신체에 대한 대비까지 되어있을 줄이야.

도무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대라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는 제가 불리한 것 같군요. 이 몸으로는 전력도 발휘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도망치려고?”

“부끄럽지만 머저리는 아니라서요. 그리고 당신 정도의 실력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면 딱히 손해도 아니지요. 다음에 또 봅시다, 위니스……. 커헉!”

위니스의 이름을 입에 담던 로둔의 육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전신의 근육이 뒤엉키고 쥐어짜이는 고통에 로둔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갑작스러운 고통은 육체뿐 아니라 그의 정신에도 작용하고 있었다.

“이미 말했잖아? 적으로 내 이름을 들은 놈치고 살아남은 놈이 없다고.”

“대체 뭘?”

“저주라고. 내 이름을 아는 적에게 내려지는 저주지.”

“고작 이름을 안다고 저주를 받는다고? 그것도 차원 너머에 있는 정신체에?”

로둔은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저주라는 것은 매개체와 대가를 기준으로 위력이 정해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이러한 고통을 받는 저주라니?

이름같이 실체가 없는 게 매개체로 작동해 이런 위력을 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타르타로스를 너무 우습게 봤어.”

위니스는 엄지를 바닥으로 향했다.

로둔에게 저주가 내리고 10초.

위니스의 저주는 정확히 10초를 기점으로 그 위력이 두 배씩 증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커헉!”

까마귀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로둔의 껍데기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대체 왜 너와 같은 존재가 이런 변방에 있는 작은 행성에…….”

껍데기가 완전히 사망하기 직전, 로둔은 위니스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아무리 타르타로스 소속이라지만 위니스와 같은 존재가 흔할 리 없었다.

일반적이라면 그 이름이 익히 알려졌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뛰어난 실력.

그런데 위니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명인 상태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변두리 행성에 처박혀 있었다.

“다 사연이 있는 법이지.”

위니스는 로둔의 껍데기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정신에도 강력한 저주가 걸리기는 했으나 가이스트에는 이를 해주할 만한 실력자가 다소 존재했다.

고통은 받을지언정 로둔은 얼마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부하 직원이 흘린 피의 값으로는 영 성에 차지 않는 결과였다.

“쪽팔리게 정신체한테나 당하고.”

위니스는 묵념하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눈앞에 있는 건물을 응시했다.

저 너머에 있는 마족들과 그들이 가이스트에게 전달받은 조각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베이브는 휘하 마족들에게 조각상에 대해 설명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논하고 있었다.

“흠.”

이 자리에서 위니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저 자리에 있는 마족을 모조리 몰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 마족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죽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위니스는 마족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타 행성의 존재들을 직접 공격하는 행동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마족들에게는 어울리는 역할이 따로 있었다.

“성장의 제물로는 딱 좋겠군.”

위니스는 품에서 6티어 승급권을 꺼냈다.

본래라면 이미 아인이 사용했어야 할 물건이지만 위니스는 이를 숨기고 대신 보주를 내준 적이 있었다.

압도적인 성장 폭을 갖게 되는 6티어 이상의 영역을 공짜로 올려줬다가는 아인이 제 특기보다 힘에 취해서 행동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인의 성장이 지체되거나 엉뚱한 길로 빠지는 건 위니스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병아리가 어서 봉황이 되어줘야 할 텐데.”

말을 하고서도 위니스는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아인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나 아인이 목표로 한 상대는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절대군주였다.

하나의 행성을 점령하고 종족을 다스리는 건 군주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

하지만 이후의 무대는 그런 존재들이 무수하게 널려 있을 것이다.

“절대군주시여. 부디 영원토록 군림하소서.”

위니스는 다가올 미래를 그리며 희열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군주를 불렀다.

* * *

로베른 왕국의 점령으로부터 다시 또 몇 달이 지났다.

로베른 왕국의 이름을 지우고 네패스 왕국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평생 로베른 왕국의 사람으로 살아온 이들은 그 이름이 좋든 싫든지 간에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반발을 일으킬 수 있기에 시간에 맡겨야 하는 문제였다.

‘그래도 로베른 왕국보다 네패스 왕국이 좋다는 인식은 심어줬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군사력이다.

그러나 승리하고 난 뒤 그 땅을 점령하고 통합하는 데 필요한 건 경제력과 명분이었다.

로베른 왕국이 어떤 식으로 나라를 운영해 왔던 그 마지막은 내전과 전쟁으로 얼룩졌다.

나는 그 얼룩을 닦아내며 네패스 왕국에 대해 호의적인 인식이 심어지도록 처음부터 준비해 온 상태였다.

‘보주가 다 날아갔군.’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위니스에게 받은 보주는 한계가 있었고, 이번 일로 그 보주가 모두 증발하고 말았다.

그 많았던 보주들이 사라지고 텅텅 비어버린 광경을 보자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악당이 아닌 영웅으로 행세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재물이 필요했다.

‘돈 나올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전이 끝나고 강제로 세금을 낮췄기에 그걸 다시 올리는 방법이 있었다.

카슨 공작에게서 얻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전자는 반발이 있을 수 있고 후자는 따로 사용처가 예정된 상태였다.

고작 내 보주 좀 벌자고 재물을 퍼부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보주로 한 일도 재물을 구하는 것이었으니까.

“네패스 국왕 전하. 네일 자작이 알현을 청하였습니다.”

“들여보내라.”

그때 네일이 나를 찾아왔다.

점령한 로베른 왕국의 영토를 네패스 왕국에 통합하기 위해 누구보다 바쁠 네일의 방문은 다소 의외였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문제는 맞지만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문제입니다.”

“외부?”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로스니아 제국과 마족입니다.”

하나도 아닌 두 가지의 문제.

그것도 양쪽 다 중대한 사안이었다.

“로스니아 제국은 넘어가지.”

그러나 난 로스니아 제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게임을 통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피의 황제를 말하는 거라면.”

게임에서 가장 또라이 같은 성격의 등장인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유저들은 모두 빌헬름을 꼽았다.

외모나 능력 모두 출중하기 이를 데 없지만 빌헬름은 마족이 등장하기 이전의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가 다스리는 로스니아 제국은 메인 빌런의 국가답게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었다.

그나마 초기 스토리에서는 유저의 세력이 크지 않기에 충돌하는 일이 잘 없으나 어느 정도 세력이 커지면 본격적으로 로스니아 제국의 공격이 시작된다.

‘로스니아 제국에 5티어 영웅이 몇 명이더라?’

메인 스토리에 깊이 엮인 만큼 로스니아 제국에는 많은 강자들이 있었다.

아마 지금 내 전력으로 부딪쳐 봐야 무참하게 깨지고 말 것이다.

당장 기억나는 5티어 영웅의 숫자만 두 손으로 세기에도 부족할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런 로스니아 제국도 5티어 영웅 하나만 보유한 유저들에게 박살 나기 일쑤였다.

결국 게임의 한계란 이유로 전략을 잘 짜면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처음부터 성공하는 게 아니라 몇 번의 패배를 거듭하면서 얻게 되는 공략이지만 나는 이미 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로스니아 제국보다 관심이 가는 건 마족에 대한 것이었다.

게임에서는 등장조차 하지 않았던 그들이 지금 이야기가 나온 건 분명한 이변이었으니까.

“피의 황제라……. 잘 어울리는 별명이군요.”

네일의 말을 들어보면 피의 황제라는 별명이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듯했다.

하긴, 빌헬름에게 그런 별명이 붙은 건 제국이 정복 전쟁에 나선 이후였다.

아직은 제국 내에서나 불리거나, 아니면 아예 쓰지 않는 별명일 것이다.

“그럼 마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트리안 왕국에 대해서 아십니까?”

“어디?”

“사트리안 왕국입니다. 위치는…….”

그런데 네일의 입에서 마족과 관련된 장소로 엉뚱한 곳이 튀어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가의 등장이었다.

“아니, 위치는 안다. 마족들이 거기서 뭘 하고 있다는 거지?”

“일단은 목격 정보입니다. 사트리안 왕국 남부에서 복수의 마족들이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마족들이 목격되었다라.

확실히 신경 쓰일 만했다.

위니스에게 가이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로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트리안 왕국이라는 말에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마족들이 강하다고 해도.

가이스트가 개입했다고 해도.

말릭과의 싸움에서 대략적으로 추정한 마족들의 전력으로는 그곳에 가서 좋을 게 없었다.

“미친 건가?”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사트리안 왕국은 절대군주의 유저들이 누구보다 잘 아는 장소였다.

메인 스토리에서 유저들이 처음 터를 잡고 시작하는 땅이 사트리안 왕국이었으니까.

대부분은 여느 왕국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곳이지만 한 영웅의 존재로 인해서 유저들은 사트리안 왕국을 이렇게 불렀다.

인류 최악의 마굴이라고.

‘설마 그를 건드리는 건 아니겠지?’

게임으로 절대군주를 접할 때는 그냥 운영자들이 장난으로 넣어놓은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니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절대군주의 배경이 되는 모든 건 실제 존재하는 세계를 모방한 것.

그렇다면 그 역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계의 최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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