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IP 영주님의 품격-134화 (134/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34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34화

134화

* * *

중부와의 경계 지역에서 순찰에 나섰던 귀족이 살해당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죽은 귀족의 이름은 펠트 남작.

남작이기는 하지만 사교도로 인해서 자신의 영지를 강탈당하고 이름뿐인 귀족으로 전락한 인물이었다.

그는 라파엘 백작의 기사단이 사교도와 공멸한 뒤 영지로 돌아왔지만 더는 영주 노릇을 할 수 없었다.

그를 따르던 기사단이 사라졌고 영지민도 사교도가 되었다가 죽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펠트 남작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며 사정했고, 나는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사교도의 발호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중부와의 경계에서 직접 종군하라는 내용이었다.

펠트 남작은 자신의 명예와 영주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카슨 공작이 보낸 자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경계에서 얼마 전 발견되기 시작한 약초.

카슨 공작 휘하의 병력은 그 약초를 채집하기 위해 서부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약초들은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상점에서 산 영약들을 암살자들을 시켜 경계에 묻어두게 지시했다.

일부러 서부 쪽에 크고 귀한 놈들을 심어서 그들이 영역을 넘도록 유도했고, 최근에 해당 부대에 배속된 첩자를 이용했다.

첩자는 일부러 자신들의 흔적을 남긴 채 이동했고, 이 정보는 우연을 가장해 펠트 남작에게 먼저 전달되었다.

공을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펠트 남작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 무리해서 움직였으나 오히려 목숨을 잃었다.

그를 지켜낼 전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내가 유도한 부분이었다.

“다들 소식은 들었겠지?”

현재 내 앞에는 기사단장들을 비롯해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호출을 받고 모인 상태였다.

“경계 지역에서 종군하던 펠트 남작이 카슨 공작이 보낸 병력에 살해당했다.”

상대가 영역을 넘어온 게 확실했기 때문에 절대 사고나 우연으로는 생각될 수 없었다.

“실력 있는 기사가 투입된 모양입니다.”

릴리아나는 보고서를 확인하고 인상을 썼다.

펠트 남작을 비롯해 서부는 자그마치 스무 명이나 죽었는데 상대는 사상자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어지간히 훈련된 병력이라도 이런 일방적인 교환비는 나올 수 없는 법.

상대는 철저하게 준비된 정예로 보였다.

실제로는 이쪽의 전력이 너무 약해서 그렇게 착각하도록 유도된 것뿐이지만.

“교전에서 목적을 달성하고 신속하게 달아나기까지 하다니.”

첩자가 신호를 쏜 덕분에 현장은 바로 발각되었다.

그러나 습격자들이 중부로 달아나는 걸 붙잡지는 못했다.

서부에서 움직임을 보이자 중부에서도 이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 보자면 철저하게 준비된 무력 도발로 보일 뿐이었다.

“라파엘 백작은 이번 일에 대해 카슨 공작 측에 항의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번 일은 우리와 관계가 없었다.

펠트 남작은 로베른 왕국의 귀족이고 죽은 병사들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라파엘 백작과 동맹을 체결해 놓은 상태였다.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갖춰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동맹을 맺었으니 마땅히 도와야 합니다.”

“기껏 사교도로부터 지킨 땅인데 엄한 놈들에게 짓밟히는 걸 보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지요.”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지휘관들은 곧장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라키아의 존재로 인해 카슨 공작가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는 결정타와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카슨 공작가와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는 말인데…….”

“왕국의 재정이 버텨줄지 의문입니다.”

“군비는 동맹군인 라파엘 백작가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다.”

난 자리에 없는 라파엘 백작의 이름을 마음껏 팔았다.

내 군대가 상주했다고 해서 서부의 영지를 내가 다 집어삼킨 건 아니었다.

사교도 색출 이후에는 라파엘 백작에게 영지를 거의 다 전달한 뒤였다.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로베른 왕국 서부의 영지들은 실제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렇다면야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네패스 왕국의 이름으로 처음 맺은 동맹입니다.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재정 문제까지 없다고 하자 싸우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신중하게 판단하려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저 상대를 좀 더 경계하자는 정도였지 반대하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 참전이 결정되었군.”

신하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카슨 공작가와의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 *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카슨 공작은 경계 지역에서 온 보고에 비명을 내질렀다.

아군 병사들이 순찰 도중에 멋대로 서부 영역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마주친 펠트 남작을 비롯한 상대를 모두 죽였다고 한다.

어떤 지시도 내린 적 없던 카슨 공작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대체 병사들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한 거야!”

카슨 공작은 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원통해서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다행히 사건의 원인은 금방 밝혀졌다.

“약초?”

“그렇습니다.”

조사를 다녀왔던 귀족은 보고를 올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참담한 짓이 벌어졌는지 알아보니 그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경계 지역에서 약초를 발견한 어느 부대에서 상관인 귀족에게 이를 바쳤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이를 받은 귀족이 상을 내린 것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상이 문제였다.

전공과는 전혀 무관계한 일인데 멋대로 진급을 시켜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휘하의 병력은 모두 눈이 뒤집힌 채 경계 지역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다 그만 서부 영역까지 넘은 것이고.

“대체 어떤 새끼가 그딴 짓을 한 거야!”

카슨 공작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상을 주려면 제 사비로 내주어야 할 것을 인사권을 멋대로 휘둘러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군법으로 목을 쳐도 할 말이 없을 사안이었다.

“그게…….”

카슨 공작의 분노에 보고를 올리는 귀족은 식은땀을 흘렸다.

“해당 부대 지휘관이 케이드 공자님입니다.”

“뭐라?”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카슨 공작은 말문이 막혔다.

케이드는 그의 조카 중 가장 어린 녀석으로, 어렸을 때부터 온갖 귀여움을 받고 자라났다.

“그리고 그 약초는 공작 부인께 선물하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심지어 약초는 자신의 부인이 받았다는 말에 카슨 공작은 탄식을 흘렸다.

케이드에게 뭐라고 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도 없었다.

서부의 병사 몇 명을 죽인 것도 아니고 영지를 가진 귀족인 남작이 죽었으니까.

라파엘 백작을 비롯해 서부의 영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찌하시겠습니까?”

“하아…….”

카슨 공작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친인척이라고 함부로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조카가 고생하게 둘 수는 없어 한자리 챙겨준 거였는데, 이런 대형 사고가 터지다니.

“이 일은 순찰을 나간 백인대장의 잘못이야.”

결국 카슨 공작은 꼬리 자르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백인대장과 병사들에게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고작 백인대장의 목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다. 보상을 해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전쟁을 막는 게 중요하다.”

카슨 공작은 지출될 재물을 생각하며 암울해졌다.

하지만 전쟁을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재물을 사용하는 쪽이 훨씬 더 나았다.

어차피 재물이야 시간이 지나면 또 모을 수 있으니까.

“쓰읍. 얼마나 보상해야 할까?”

귀족도 그냥 귀족이 아니고 영주였다.

왕국 역사에서도 영주를 죽이고 이를 보상한 일은 절대 흔치 않았다.

적어도 영지를 살 수 있는 단위의 자금이 필요할 듯했다.

어디서 돈을 빼야 할지도 걱정이었다.

카슨 공작은 자신의 호주머니라도 뒤져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그때 휘하의 마법사가 급하게 카슨 공작을 찾았다.

“공작 전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네패스 왕국이 선전 포고를 해왔습니다!”

카슨 공작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정말이지 느닷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꾸준히 네패스 왕국을 경계하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선전 포고라니?

“젠장! 이번 일을 빌미 삼아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건가?”

“절대 안 됩니다! 어떻게든 최대한 사과를 하고 전쟁을 무마하셔야 됩니다!”

귀족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하필 전쟁의 명분을 내어준 게 자신들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대영주들의 협력을 얻기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 나도 안다. 전쟁은 절대 안 될 일이지.”

카슨 공작은 자존심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다소 굴욕적인 사과를 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전쟁을 막는 게 최선이었다.

그런데 아직 마법사의 보고가 끝난 게 아니었다.

“아직 소식이 더 남았습니다.”

“선전 포고 말고 뭐가 더 있나? 중요하지 않은 거라면 대충 넘겨라.”

이미 선전 포고라는 엄청난 충격에 당한 카슨 공작은 설마 이를 능가하는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법사는 카슨 공작의 예상을 뛰어넘은 답을 내놨다.

“라키아 경께서 네패스 국왕 암살 혐의로 처형되었습니다!”

“뭐?”

카슨 공작은 몸을 휘청거렸다.

“지금 누가 죽었다고?”

“라키아 경이 돌아가셨습니다.”

귀족이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그는 서둘러 카슨 공작의 반응을 살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감정을 절제하던 카슨 공작이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감히 누구를 죽여!”

폭발해 버린 카슨 공작의 모습에 귀족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 * *

지휘관의 의견이 모이자 곧장 카슨 공작가에 대한 선전 포고를 날렸다.

펠트 남작을 죽인 그의 행동을 규탄하며 거기에 더해 보복으로 내 목숨을 노린 라키아에 대한 처형을 진행했다.

5티어 영웅을 죽이는 건 매우 아까운 일이었지만, 어차피 회유하기에는 힘든 상대였다.

게다가 펠트 남작의 사건이야 카슨 공작이 최대한 부정하면서 확전을 피하려고 나올 수 있지만, 라키아의 죽음은 무게가 달랐다.

가장 아끼는 기사인 그의 죽음은 카슨 공작으로부터 싸우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없애버렸다.

‘이제는 싸움을 피할 수 없겠지.’

라키아는 그저 실력이 뛰어난 기사가 아니라 카슨 공작가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왕국 최고를 자랑하는 검술 실력을 지녔으니 카슨 공작은 무조건 이에 대한 복수를 해야만 했다.

아니면 최고의 기사를 잃고도 상대가 무서워서 입도 뻥긋하지 못한 머저리가 되어버릴 것이니.

뭐, 그렇게 해서라도 전쟁을 피하려고 할 수는 있지만 상관없었다.

선전 포고는 이미 날렸고 내 군대는 전쟁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전쟁을 앞두고 뜻밖의 방문이 있었다.

내 선전 포고 소식을 들은 라파엘 백작이었다.

가족을 인질로 잡힌 이후로 그는 내 뜻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신세였다.

“이 또한 국왕 전하께서 계획하신 일입니까?”

분명 명분은 카슨 공작이 내주었지만, 라파엘 백작은 이번 일의 배후에 내가 있으리라 확신하는 듯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카슨 공작의 병력이 왜 영역을 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펠트 남작의 호위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명목상으로 서부의 주인인 라파엘 백작은 이번 일을 직접 조사하고 문제점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그랬나? 하지만 그곳은 그대가 관리하는 영역인데 호위에 문제가 생긴 게 왜 나 때문이라는 거지?”

“국왕 전하께서 해당 지역 책임자에게 신병을 붙이라고 조언하셨다 들었습니다.”

펠트 남작에게 신병이 붙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종군하게 된 펠트 남작을 대해야 하는 해당 지역 책임자의 고충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부대마다 정해진 임무가 있는 상황에서 펠트 남작의 종군은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되었다.

어느 부대에 배치할지, 어느 부대의 병력을 붙여야 할지 정하기 곤란해진 것이다.

더구나 종군의 이유가 공을 세우기 위해서였기에 전방에서 빼낼 수도 없었다.

책임자는 이 문제를 놓고 고민했고 난 그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다.

겉으로는 공을 세우라고 보냈지만 어디까지나 보여주기식으로 종군하는 것뿐이며 금방 불러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가볍게 신병들로 대충 붙여두면 된다고 했고 책임자는 이를 그대로 이행했다.

설마 그 잠깐 사이에 이런 문제가 터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게 문제가 되나?”

“보통이라면 안 되겠지만 너무 공교롭지 않습니까?”

“근거로서는 부족하군.”

“제 부대인데 제가 이 이상으로 단서를 얻는 건 불가능하더군요.”

라파엘 백작이 혀를 내둘렀다.

그의 눈에 얼핏 두려움이 스쳤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인가?”

“아닙니다.”

라파엘 백작은 갑자기 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아무리 일국의 군주라고 해도 대영주에게 이런 굴욕적인 행동을 지시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타국의 군주인 이상 더욱.

그러나 라파엘 백작은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였다.

“이미 서부는 국왕 전하의 것이지만 아직 제게도 남은 게 있습니다. 명목상의 소유권과 재산 그리고 병사들에 대한 지휘권이지요.”

“그래서?”

“모두 내어드리겠습니다.”

라파엘 백작의 항복 선언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혹시 이 전쟁의 결과에 따라서 나를 몰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크게 화를 입었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카슨 공작을 몰아내게 되면 그때는 라파엘 백작의 목숨을 보장해 줄 이유가 사라지니까.

그 사실을 눈치채고 이대로 꼭두각시로 있어도 희망이 없다고 여겼는지 라파엘 백작은 먼저 백기를 들었다.

“그게 말로 쉽게 줄 수 있는 건가?”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어차피 로베른 왕가가 사라진 이상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요.”

“그렇다 해도 이곳은 그대의 영지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겠지.”

아무리 국왕이라도 영주의 권한을 침해할 수는 없었다.

내가 갑자기 서부를 넘겨받는 건 그림이 부자연스러웠다.

“다쳤거나 병으로 아프다는 소문을 내면 됩니다. 안사람이나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 전쟁을 앞둔 서부를 맡길 수는 없으니 국왕 전하께 대리 통치를 요청해도 그럴듯하겠지요.”

라파엘 백작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괜찮은 해답을 들고 온 상태였다.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지휘 체계가 제대로 통일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변수라도 남겨둬서 좋을 건 없었다.

“충성의 대가로 원하는 건?”

“가족들과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자식들도 그렇게 생각하겠나?”

백작 부인이야 자식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이상한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본디 물려받았어야 할 모든 걸 빼앗기게 될 라파엘 백작의 자식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었다.

당장은 눈앞에 있는 검이 무서워서 따르더라도 훗날 문제가 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영주 노릇은 못 하게 만들겠습니다.”

“뭐, 그런 각오라면 괜찮겠지.”

지체할 이유가 없었기에 라파엘 백작의 충성 맹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바로 이날, 라파엘 백작은 사고로 크게 다치는 바람에 영주로서의 권리를 나에게 위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