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26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26화
126화
* * *
“국왕 전하. 마법사 협회에서 온 공문입니다.”
왕국의 안정화로 하루하루 바쁜 나날이 이어지던 도중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 도착했다.
최근에 준동하기 시작한 어느 사교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국내는 아니고 동부 국경 너머에 있는 로베른 왕국에서 나타난 집단인데, 나로서는 줄곧 기다렸던 반가운 소식이었다.
“드디어인가.”
반년 동안 잠자코 침묵을 유지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왕국의 사정이 정말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정복 전쟁을 선언했다면 기껏 얻은 민심을 모두 잃은 채 힘든 싸움을 해야 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타국의 전력이 알아서 깎여나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교도들은 기존 기득권인 영주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때로는 사교도와 결탁하는 영주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 꺼림칙하고 기분 나쁜 조직을 질색했다.
게다가 사교도가 사람들을 모으는 방식 중 하나가 영주들을 욕하는 것이었다.
기득권에 대한 불만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고, 내전으로 혼란스러울 때 그 불만은 최고치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교도는 시작부터 영주들과 척을 져야 했고, 두 집단은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있었다.
“각 영지에 전달해라. 긴급 상황이다.”
마법사 협회의 도움을 받은 통신망을 통해 왕국 전역의 대영주들에게 소집령이 전달되었다.
원래 국왕이라는 자리가 말 한마디로 사람을 부리는 자리지만 대영주까지 그러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대영주들에게 강한 목줄을 채운 상태였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기존의 대영주들이 모조리 죽거나 몰락하면서 새로 선별되는 대영주는 영향력이나 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는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대신에 확실한 충성 맹세를 받았고, 그들을 견제할 수단을 모두 손에 쥔 상태였다.
무엇보다 나의 권한과 군사력이 절정이라 어느 대영주라도 내 소집을 거부할 수 없었다.
덕분에 각 지역에 있던 대영주들을 왕궁으로 모으는 데 불과 며칠 걸리지 않았다.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자 먼저 모여 있던 대영주들이 일제히 인사를 올렸다.
“반년 만이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남부의 대영주인 바이든 백작이었다.
남부 연합에서 레일리 다음으로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그는 내 왕국에서 백작의 신분을 가진 대영주가 되었다.
여전히 레일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자로 남부 영주들의 구심점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북부의 대영주는 마찬가지로 백작의 작위를 받은 탈론이었다.
드래고니안으로서 대영주가 된 건 전 대륙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었으나 누구도 탈론을 헐뜯을 수 없었다.
탈론이 단순히 작위만 받은 게 아니라 왕국 제일의 명사수를 뜻하는 신궁이라는 칭호까지 함께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탈론이 활을 다루는 것에 있어 최강의 기사라는 의미였기에, 그 무력이 두려워서라도 모두 탈론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따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서부의 대영주는 본인이 아니라 그 대리인으로 게일 자작이 참가했다.
왜냐하면 서부의 대영주가 레일리였기 때문이다.
레일리가 왕비가 된 후 마이어드 후작가는 크레시안 후작가가 되었고, 난 정치적인 이유로 후작가를 서부로 옮겼다.
남부 영주들은 이를 서운해하면서도 반겼다.
마이어드 후작가가 다스렸던 땅을 모두 나눠 먹었기 때문이다.
“제자에게 먼저 허리를 숙여야 한다니…….”
동부의 대영주는 자크론이었다.
작위는 후작으로, 내 휘하에 있는 왕실 마법사단의 단장을 겸임하고 있었기에 자크론은 자신의 영지를 제대로 구경도 못 한 상태였다.
그곳은 현재 북부 연합에서 항복해 왔던 로우번 자작이 다스리는 중이었다.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부의 대영주는 근위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로크였다.
이곳에 없는 가신들의 영지도 동부나 중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고, 이는 내가 원했던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꽉 틀어잡은 셈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군.’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이 더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없는 네일의 경우 재상이자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었고, 그 외에도 고위 귀족의 자리에 앉은 이가 몇 명 있었다.
하지만 내전 이전과 비교해 보면 귀족의 숫자는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당장 중부를 빼면 각 지역의 대영주는 한 명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대영주의 힘이 커진 셈이지만 내가 이를 우려할 필요는 없었다.
동부의 경우에는 자크론의 사후에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고, 서부의 경우도 나와 레일리가 갈라서지 않는 한 나의 힘이었다.
북부는 왕국의 중간 지역이 모두 내 아래에 있는 이상 아쉬운 게 많아서 엄한 생각을 하기 힘들었고, 그나마 걸리는 게 남부지만 내 기반이었기에 민심이 매우 좋았다.
‘견제 수단도 마련됐고.’
마법사 협회는 귀족들을 견제하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그들의 동향을 쉽게 살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무력을 투입하는 것도 쉬웠다.
대규모로 순간 이동을 사용해서 즉시 각 지역을 타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부 협회 지부장인 가이트가 내 사람이었기에 남부로서는 엄한 생각을 품기 어려웠다.
“모두 오랜만에 봐서 반갑지만 아쉽게도 회포나 풀자고 부른 건 아니네.”
내 이야기에 대영주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대영주들은 알고 있다.
내가 겉으로는 안정화에 집중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정복 전쟁의 준비를 열심히 해오고 있었다는걸.
대영주들의 협조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일이었기에 이들에게는 일찌감치 사실을 이야기한 상태였다.
“말씀하실 때가 온 겁니까?”
“그래.”
사교도는 이전부터 활동했지만 그 세력이 영주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급격한 성장을 거치며 결국 기득권이었던 영주들과 충동을 일으켰다.
내전에 이은 추가적인 혼란에 이웃 왕국들은 피해를 입었고, 이는 내가 기다리던 정복 전쟁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였다.
“상대는 어디입니까?”
“로베른 왕국이다.”
내 이야기에 모두의 시선이 자크론을 향했다.
로베른 왕국이 동부의 국경 너머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동부의 대영주인 자크론은 심드렁했다.
“내가 선봉이라도 설까?”
“국왕 전하를 대하는데 예의를 좀 갖추시지요.”
로크가 식은땀을 흘리며 자크론의 행동을 지적했다.
하지만 자크론은 라이언과 더불어 내가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상대였다.
어쩔 수 없는 게 대외적인 신분 말고 사적으로 내 스승이었기에 생기는 문제였다.
비슷한 이유로 협회의 플레턴 역시 나를 대할 때는 말을 편하게 했다.
그래도 딱히 문제 될 게 없는 건, 대외적인 시선이 있을 때는 두 사람 다 존칭을 써주기 때문이다.
단, 이 자리에 있는 대영주들은 모두 옛날부터 함께 있던 상대인지라 예외였다.
하필이면 작위도 자크론 혼자 후작이었고.
게일 자작은 대리인으로 온 것이기에 본인이 직접 있는 것보다는 못한 상황이다.
“어차피 다시 가져갈 작위를 갖고 생색은.”
자크론이 후작인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대외적으로 내 스승이라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
괜히 자크론의 행동으로 대영주들이 불만을 품을 때 작위로 누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자크론에게 후작 작위가 내려진 진짜 이유는, 방금 스스로 말했듯이 어차피 거두어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잠깐 빌려주는 건데, 이왕이면 백작보다는 후작이 더 생색을 내기 좋지 않겠는가.
“원하신다면 가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됐다. 뭐, 마지막 가기 전에 재산이나 좀 물려주면 되지. 애초에 평민이 갑자기 후작? 미친 게 아니고서야…….”
자크론은 과분한 짓거리는 도리어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내 제안을 거부했다.
나도 그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딱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보이지 않는 자크론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정으로 가족들에게 선물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기껏해야 재물의 선에서 그쳐야 한다.
후작의 작위는 보통의 평민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때문에 실제로 탈론은 대영주 중에서 가장 고생하는 상황이었다.
로크는 근위기사단장이기에 왕궁에 있느라 대리인이 일을 대신했으니.
‘의외로 고집을 부렸지.’
처음에만 해도 탈론은 자신이 없다고 했고, 실제로 대리인을 반겼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영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주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아둬야 한다며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종족이 다른 만큼 조금이라도 흠잡히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제대로 일해야 동족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반길 일이었지만.’
탈론은 대영주가 되고 나서 자신의 동족인 드래고니안들을 모두 불러냈다.
외지에 숨어서 살던 그들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마을을 떠났던 탈론이 북부의 대영주가 되어 돌아온 것에 크게 놀랐다.
하지만 진짜 놀란 건 내 쪽이었다.
‘그 정도로 영웅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드래고니안이라는 종족이 특별한 건지, 마을에 어떤 비법이 있는지. 탈론이 데려온 동족에는 쓸모 있는 영웅이 상당히 많았다.
아니, 거의 종족 전체가 영웅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대부분은 저티어였으나 한 마을에 영웅들이 그렇게 많은 시점에서 이미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게다가 탈론이 자랑스럽게 소개해 줬던 드래고니안 전사들의 실력은 그 이상이었다.
고티어가 아닌 영웅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처음 봤을 때의 탈론처럼 4티어인 영웅까지 있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전쟁이냐?”
“그 전에 명분을 먼저 만들어야겠지요.”
다짜고짜 이웃 국가들을 점령하고 싶어서 침략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주변 국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올 것이다.
내가 왕국의 내전을 종식시킨 영웅이라고 해도 전쟁광으로 낙인찍히면 지지를 받기는 어려웠으니까.
“어떻게?”
“이미 준비는 모두 시켜놨습니다. 기다리면 명분은 알아서 올 테니 길만 열어주시면 됩니다.”
내 이야기에 자크론의 눈썹이 씰룩였다.
“준비를 모두 해놨다고? 명분을 만들 준비를?”
“뭐, 딱히 어려울 건 없습니다.”
내가 한 준비는 정말 간단한 거였다.
다니엘이 이끄는 암살단과 로베른 왕국에 있는 협회 지부를 이용했을 뿐이니까.
* * *
“크윽! 이런 치욕이 다 있나!”
로베른 왕국의 대영주 라파엘 백작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휘하 영주들이 사교도에 대해 경고를 했을 때만 해도 라파엘 백작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왕국에 이를 통해 득세하고자 하는 승냥이는 나타나는 법이었으니까.
그것이 한낱 도적이든 사교도든 별로 다를 건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사교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세력을 불렸고,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해 진압에 나섰던 영주들의 군대를 패퇴시켰다.
“마법사! 대체 놈들이 무슨 수를 쓴 거지?”
“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추측하자면, 과거 유명했던 아스카교의 주술로 보입니다.”
“아스카교?”
라파엘 백작은 마법사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냥 낯설지 않은 이름인 게, 분명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죽음의 신 아스카를 따르는 종교입니다. 아주 옛날에 크게 흥했으나 지금의 교단이 성전으로 몰락시키고 성국을 세웠지요. 그때 완전히 씨가 말랐다고 알려졌습니다만…….”
성전이라는 말에 라파엘 백작은 그제야 상대의 정체를 깨달았다.
오래전 역사를 공부할 때 확실히 아스카교라는 사교도 집단에 대해서 배운 일이 있었다.
“그놈들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것이로군.”
그렇다면 대응을 고민해야 했다.
상대가 과거에 이미 이단으로 낙인찍힌 아스카교인 이상 성국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이미 성국은 몰락했는데.’
현재 대륙의 주류 신앙은 빛과 태양의 신을 섬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성세는 예전만 못했다.
한때 성전을 일으키고 자신들만의 종교 국가까지 세우는 위업을 떨쳤으나 갖은 병폐와 비리로 그 국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재에 와서 종교는 귀족들의 눈치를 살피며 동냥하는 처지와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그게 단순히 신뢰를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무능했다.
이상한 주술을 발휘하는 이교도들과 달리 빛과 태양의 신은 아무런 종교적 이적도 발휘하지 못했다.
애초에 사교도가 쓰는 힘 자체가 마법의 변형일 뿐이기에 신이 마법을 내려주지 않은 게 이상한 건 아니나 받아들이는 입장은 달랐다.
한낱 인간 마법사도 이렇듯 특별한 힘을 다루는데 신을 믿는 자들이 아무런 힘도 없다?
그건 그냥 신이 없거나 무능하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어느 곳의 종교에서는 마법의 신이 존재하고 마법사가 그 신의 사도라고까지 말할까.
허상뿐인 신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마법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사교도의 힘은 위험합니다. 단독으로 맞서시려고 했다가는 분명 낭패를 보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내 영지의 일에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건…….”
라파엘 백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사의 말은 합당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영주가 자신의 영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것만 해도 체면이 크게 상할 텐데, 그는 대영주였다.
로베른 왕국의 서부 절반이 그의 발아래에 있었다.
“최근 협회에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사교도와 마족의 내통이 확인되었습니다.”
“뭣이!”
마족이라는 말에 라파엘 백작의 눈이 부릅떠졌다.
직접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마족과의 전쟁에서 고생했기에 그는 마족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고 있었다.
더구나 살아남은 마족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아무리 그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몰락했던 사교도가 갑자기 힘을 키운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으음, 일리가 있군.”
라파엘 백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사교도만으로 버거운데 마족까지 엮여있다면 영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체면을 생각하실 때가 아닙니다. 사교도의 발호를 막지 못한다면 로베른 왕국의 운명이 위태롭습니다.”
“맞는 말이야. 그럼 다른 영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텐데…….”
라파엘 백작은 같은 서부의 대영주를 떠올리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상대에게 심각한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 아비는 무능해도 귀족으로서의 체면은 있었는데, 그 아들은 망나니도 이런 망나니가 없었지.’
그나마 내전에서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인 가신을 제 손으로 쫓아내고 간신들만 곁에 잔뜩 들이는 개망나니.
라파엘 백작은 조만간 녀석을 해치우고 서부를 집어삼킬 계획을 꾸미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자존심은 둘째 치고 상대가 과연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다.
자고로 무능한 아군은 유능한 적군보다 무서운 법이었으니.
“마땅한 상대가 없군.”
“국경 너머는 어떻습니까?”
“국경 너머? 설마 크레시안 왕국을 말하는 건가?”
“지금은 네패스 왕국입니다.”
마법사의 말에 라파엘 백작은 고민에 빠졌다.
타국을 끌어들이는 건 본래라면 고려조차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영지를 절박했고, 주변에 믿을 만한 아군도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저는 마법사 협회를 말하는 겁니다.”
“아, 협회!”
마법사의 이야기에 그제야 라파엘 백작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법사 협회는 마족을 경계하며 그들을 토벌하겠다고 공인한 단체였다.
타국의 군주라면 모를까, 협회의 마법사 정도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듯했다.
“좋은 생각이군! 마족과 관련되었다면 협회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
고민이 해결된 라파엘 백작은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마법사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