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22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22화
122화
【 내전의 끝 】
북부 연합의 주축이 되는 대영주 가문으로는 필스톤 백작가와 로우번 백작가가 있었다.
두 가문은 서로 라이벌 관계로 오래전부터 대립해 왔으나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을 이어왔을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친척들을 혼인시키는 등 끈끈한 인연을 자랑했다.
그러나 로우번 백작가가 마족과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으며 두 가문의 상황도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위세가 큰 필스톤 백작가에 로우번 백작가가 끌려가는 모양새가 나온 것이다.
로우번 백작가는 이를 묵묵히 감내했다.
다른 대영주 가문이라면 이 기회에 목덜미를 물어뜯을 테지만 필스톤 백작가는 적당한 선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줬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로가 필요하다고 여겼기에 이루어진 정치적인 양보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로우번 백작은 이를 부득 갈았다.
필스톤 가문의 장남이었던 로텐이 자신만만하게 군대를 이끌고 출정했다가 패배했다.
여기까지는 안타깝지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병력이 전멸한 것도 아니고, 비록 피해가 크더라도 싸움을 이어 나갈 여력은 있었으니까.
그런데 필스톤 가문이 주도해서 이루어진 동맹인 레이칸 왕국이 그들의 뒤통수를 때렸다.
여기서 로우번 백작은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 배신으로 피해를 본 대부분이 로우번 백작 휘하의 병력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마치 일부러 노린 것처럼 로우번 백작가의 전력을 깎아냈다.
그리고 실제로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마팔은 북부 연합이 의도했든 아니든, 그들 때문에 자신이 패배했다 여겨 로우번 백작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로우번 백작가를 공격하면 두 가문 사이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가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입이 있다면 설명을 해보아라!”
로우번 백작의 외침에 해명을 위해 찾아온 필스톤 백작가의 가신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어째서 레이칸 왕국이 배신했는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유를 안다고 해도 로우번 백작가에 피해가 발생한 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도 아직 배신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지라.”
“하아!”
로우번 백작은 이마를 짚었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 상대를 때려죽이고 필스톤 백작가에 선전 포고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족과의 전쟁에 이어 또 한 번 피해를 본 로우번 백작가는 이미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현재 북부에는 아인이 이끄는 남부 연합군이 쳐들어온 상태였다.
적을 앞두고 아군끼리 싸울 수는 없다.
“필스톤 백작가의 장남이 적에게 사로잡혔다지?”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으나 정보를 모은 끝에 로텐은 생존이 확인된 상태였다.
살았다고 해도 포로가 된 처지이지만, 중요한 건 살아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레이칸 왕국도 남부 연합에게 한 번 당한 모양이고.”
로우번 백작은 주어진 조각들을 맞추어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우선 로텐이 패배하고 사로잡혔다.
몰래 이동하던 레이칸 왕국의 군대는 남부 연합에게 발각되어 패퇴했고, 정황상 사로잡힌 로텐이 고문이나 추궁에 넘어가 아군의 정보를 발설했을 가능성이 유력했다.
그렇다면 레이칸 왕국의 배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도우러 온 입장에서 아군의 배신으로 피해를 봤다면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감정적인 행동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으나, 최소한 이해의 여지는 있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필스톤 백작가의 장남인 로텐 필스톤에게 있다고 봐야 했다.
“그럼 뻔하지 않은가?”
“소영주님은 명예로운 전사이십니다. 절대 적에게 아군의 정보를 발설하지 않으십니다!”
“이 상황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가신이 로텐을 변호하자 로우번 백작은 다시 한번 눈이 뒤집혔다.
그러나 가신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인정해 버리면 필스톤 백작가는 빼도 박도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정황 증거는 있어도 물증은 없는 상태였다.
“지금 상태로는 남부 연합과 다시 싸우는 것조차 벅차다.”
로우번 백작이 한탄하듯 말했다.
남부 연합과 싸움에서 패해 얻은 첫 피해에 더해 레이칸 왕국의 배신으로 입은 두 번째 피해.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고 승산은 전혀 없다고 보였다.
“만약 이곳이 북부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었다면 순식간에 적 기사단이 몰아쳐 영지를 점령했겠지.”
눈이 깔리고 지형이 험한 북부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말을 타고 추격이 가능한 지형이었다면 상대의 기사단이 도망치던 병력을 추격해 모두 죽이고 영지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는 패배가 지연된 것일 뿐, 전황이 압도적으로 나쁜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필스톤 백작가는 이에 대한 방책이 있는가?”
“송구합니다.”
실망스러운 대답에 로우번 백작은 고개를 내저었다.
필스톤 백작이 보낸 가신과는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성질이 날 뿐이었다.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라.”
필스톤 백작가의 가신을 내쫓은 뒤 로우번 백작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하여야 이 최대의 위기로부터 가문을 구해낼 수 있을지를.
그리고 어떤 방법을 떠올린 로우번 백작은 눈을 차갑게 빛냈다.
“필스톤 백작가를 팔아야 하나?”
그 방법은 동맹인 필스톤 백작가를 파는 것이었다.
두 가문은 오랜 세월 끈끈한 인연으로 묶여왔으나, 지금 그들에게 닥친 위기는 그러한 옛정을 생각할 만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필스톤 백작가가 큰 실책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로우번 백작은 이를 명분 삼을 수 있었다.
“누구 있느냐? 가신들을 불러와라.”
* *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탈론은 포위망을 뚫고 달아난 레이칸 왕국의 군대를 계속 추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북부 연합과 합류하려는 줄 알았다.
각개격파로 북부 연합과 레이칸 왕국 모두 한 차례의 패배를 겪었으니 힘을 합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대처였다.
그러나 레이칸 왕국군은 북부 연합과 힘을 합치는 대신 그들을 공격하는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
‘대체 왜 북부 연합을 공격한 거야?’
보고를 올리면서도 탈론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적을 앞두고 내분을 일으키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게 서로의 사이가 틀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함정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과하군.’
레이칸 왕국군은 정말로 북부 연합에 큰 피해를 주고 말았다.
생각지 못한 동맹의 기습에 이미 한 번의 패배로 사기가 꺾였던 북부 연합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믿을 수 없는 놈들이라는 건 알았지만.’
탈론은 레이칸 왕국에 크게 덴 경험이 있기에 레이칸 왕국을 좋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 상대의 행동에 이득이 있느냐였다.
탈론이 아무리 고민해도 레이칸 왕국군의 행동에는 어떠한 이득도 없었다.
동맹을 깨버렸으니 손해만 잔뜩이었지.
우웅!
본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마법사가 탈론에게 다가왔다.
“레이칸 왕국의 병력이 국경을 빠져나가기 전에 공격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럴 테지.”
탈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칸 왕국까지 추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반드시 이곳에서 결판을 내야 했다.
“우리는 놈들을 계속 쫓아서 이동…….”
탈론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전방에서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스윽.
탈론은 조용히 활시위를 당겼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추격대는 의아해하면서도 긴장한 눈으로 탈론이 쏜 화살을 주시했다.
“커억!”
탈론이 화살을 쏜 방향에서 단말마가 나왔다.
“들켰다! 모두 쳐라!”
자신들의 매복이 들킨 걸 알아차린 레이칸 왕국군의 전사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추격이 들켰나?’
탈론은 매복하고 있던 적들을 보며 눈을 흘겼다.
추격을 예상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얌전히 보내줬다고 생각하는 쪽이 이상한 것일 테니.
그래서 추격대 역시 하얀 옷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며 따라왔으나 끝내 들키고 말았다.
‘마팔은 어디 있지?’
탈론은 가장 주의해야 할 상대인 마팔을 찾아 시선을 옮겼다.
“크하하!”
마팔을 찾아내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상대는 대놓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투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레이칸 왕국의 대전사가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놈들의 목을 가져다 바쳐야겠다!”
북부 연합에게 분풀이를 한 마팔이었지만 여전히 걱정거리가 남은 상태였다.
왕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올라있던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불안했다.
그래서 부하들과 상의 끝에 마팔은 최소한 그냥 당한 게 아니란 걸 입증할 증거를 원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추격대의 목을 선택했다.
서둘러 국경을 빠져나가지 않고 추격대와 싸움을 하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었으나, 마팔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아무리 추격대를 붙여놨다고 해도 국경을 넘어올 생각은 없을 터.
국경에 적당히 가까워지면 알아서 추격을 포기하리라 생각했다.
북부 연합이라는 적을 내버려두고 남부 연합이 무리를 할 가능성은 낮았으니까.
“특히 네놈!”
마팔은 탈론을 향해 눈을 번뜩였다.
포위당했을 때 자신을 노렸던 정체 모를 궁사의 화살에는 엄청난 위력이 담겨있었다.
분명 자신에게 필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전사가 분명할 터.
실수를 덮을 수 있는 괜찮은 전공이었다.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 보시지.”
끼리리릭!
탈론은 자신을 주시하는 마팔을 향해 활을 겨눴다.
매복이라고 하지만 탈론이 일찌감치 이를 감지한 덕분에 포위를 당한 상태는 아니었다.
추격대는 대열을 정비한 채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아군의 숫자는 100명. 보통이라면 상대가 안 되어야 하지만…….’
탈론은 자신이 있었다.
레이칸 왕국군의 추격에 나선 이들은 모두 정예였다.
병사는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기사와 마법사만으로 전력을 구성했다.
그래야만 험한 지형에서도 적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의 숫자는 2천이나 되었다.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이만큼 규모의 차이가 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
기사의 특기인 말을 이용하지 못하는 지형의 문제도 있었고.
그러나 이 장소, 이 북부라는 환경은 탈론에게 있어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곳이었다.
“모두 적당히 대열을 유지한 채 후퇴해라. 아군 본대가 가까이에 있다. 합류한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경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탈론은 자신을 향해 염려스러운 얼굴로 묻는 기사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놈들을 사냥하겠다.”
콰아앙!
다음 순간 한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마팔은 그것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고 생각하여 대비했지만, 화살은 기이한 궤도로 뒤틀리며 마팔을 지나쳤다.
“크헉!”
그 대신 마팔의 근처에 있던 전사들이 연달아 꿰뚫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를 본 마팔의 눈썹이 씰룩였다.
매복에 빠져놓고서도 자신을 조롱하려는 상대의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탈론의 화살에 적들이 당황할 때 추격대의 기사들이 마법사들을 데리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저놈들을 모두 죽여라!”
레이칸 왕국군도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탈론은 연거푸 화살을 쏘아내며 쫓아오는 레이칸 왕국군을 요격했으나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화살이 부족하겠군.’
탈론은 적들의 숫자와 남은 화살을 비교했다.
한 번에 두셋을 꿰뚫는다 해도 화살이 먼저 떨어질 게 분명했다.
‘화살을 아끼려면 우두머리부터 노려야겠지만…….’
탈론은 과거 카이로스 백작과 대치했을 때를 떠올렸다.
기습으로 날린 화살조차 최소한의 상처로 흘리는 그의 무력은 경이로웠다.
지금의 자신이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한들, 기습이 아닌 상황에서 마팔을 단번에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쉽게 당해주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빈틈을 유도해 내야 한다.’
마팔이 아닌 주변에 있는 전사들을 노리는 게 그 때문이었다.
탈론은 마팔이 분노하고 이성을 잃은 채 자신을 노리도록 유도했다.
거듭해서 근처에 있던 전사들이 죽어나가자 마팔은 눈이 뒤집혀서 탈론을 쫓았다.
탈론은 아예 추격대에서 이탈해 혼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음에도 마팔은 탈론을 뒤따랐다.
“저놈은 내가 죽인다! 너희는 다른 것들을 맡아라!”
“혼자서는 안 됩니다!”
“그럼 잽싼 놈들만 따라와!”
마팔은 약 50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탈론을 뒤쫓았다.
그가 이끄는 전사 중에서도 정예라고 부를 만한 이들이었다.
파팍!
눈밭을 파헤치는 발소리가 가벼웠다.
탈론은 어느 정도 높이가 쌓인 눈밭 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저놈, 신발을 신고 있지 않잖아?’
탈론의 뒤를 쫓아가던 마팔은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상대의 발이 인간의 발과 달랐다.
마팔은 과거 저러한 발을 가진 종족을 본 일이 있었다.
“드래고니안!”
탈론의 명성은 북부 연합에도 그럭저럭 퍼지고 있었지만, 아직 그 종족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마팔 역시 탈론이 드래고니안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 좋구나!”
마팔의 눈이 번뜩였다.
과거에 레이칸 왕국이 함정을 팠으나 놓쳤던 상대가 드래고니안이었다.
그 목을 가져간다면 분명 자신의 실패를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콰앙!
“크억!”
그러나 마팔의 의욕과 달리 탈론을 쫓는 레이칸 왕국군의 피해는 계속해서 누적되었다.
여러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것에 능숙한 탈론이었지만 나고 자란 북부의 환경보다 좋은 건 없었다.
새하얀 눈밭 위에 핏물이 계속해서 흩뿌려지며 사망자가 늘어나자 마팔도 초조해졌다.
‘재빠른 놈이다. 말도 안 되게 빨라!’
드래고니안의 신체 능력이 보통의 인간을 상회한다고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마팔 정도의 전사라면 오히려 신체 능력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탈론 역시 보통의 드래고니안이 아니었다.
‘정면으로 쫓아서는 잡을 수 없다! 포위하거나 어딘가에 몰아넣어야 하는데…….’
마팔의 얼굴에 낭패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매복에 실패한 시점에서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포위하기에는 병력이 적었으며 몰아넣기에는 지형에 익숙하지 못했다.
이곳은 레이칸 왕국이 아니라 크레시안 왕국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고 자란 탈론이 레이칸 왕국군보다 지형에 익숙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마팔의 얼굴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도드라진 핏줄은 마팔 체내의 피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보여주었다.
‘내 비술을 여기서 쓸 줄이야.’
온몸이 고통스러웠고 핏발 선 눈에서는 실제로 피가 흘러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팔의 움직임은 매우 빨라졌다.
앞에서 유유히 달아나며 쫓아오는 레이칸 왕국군을 농락하던 탈론을 따라잡을 정도로.
단숨에 거리를 좁혀오는 마팔의 모습에 탈론은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슨?’
마팔의 대검이 탈론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