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06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06화
106화
다행히 남부 연합에 대한 의심은 금방 풀렸다.
거듭해서 문의를 하자 게일 남작이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진실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안심과 별개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설마 여자 문제로 이런 일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첩이니 뭐니.’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문제인데 중부를 흡수한 것으로 연합 영주들의 생각이 많아졌던 모양이다.
더구나 레일리마저 흔들렸다고 하니까.
“내 문제인가?”
마냥 탓하기에는 내 처신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가신들을 불러 모아 의논에 들어갔다.
나에게서 작위를 받은 이들은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는 각각 이렇게 반응했다.
“꼴값 떠는구나.”
자크론은 심드렁하게 한마디만 하고 귀찮다며 그냥 떠나 버렸다.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넘어갔다.
“두 분 사이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부 연합이 과민하게 반응한 겁니다.”
로크는 남부 연합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영주님께서 확실하게 의견을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요?”
반대로 릴리아나는 내가 확실하게 첩을 들일 생각이 없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루시우스와 다니엘도 각자 두 사람의 의견에 공감하는 모양새였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올바른 답변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네일은 이렇게 말했다.
“혼인을 서두르시는 게 맞다고 보입니다.”
역시 최선은 혼인인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데 갑자기 라이언이 끼어들었다.
“그냥 하룻밤 끈적하게 보내면 의심도 없어질 텐데…….”
“로크 경.”
“조지겠습니다.”
아무 여자도 아니고 왕녀를 혼인 전에 취하는 미친놈이 어디 있다고.
그런 짓을 했다가는 바이든 자작이 칼을 들고 나를 습격할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구설에 오르게 될 수 있고, 귀족들 사이에서 내가 레일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원치 않게 그녀의 입지를 줄이게 된다.
“그럼 혼인을 서둘러야 할 거 같은데.”
“그런데 서부 침공은 결국 어떻게 된 겁니까?”
네일은 내가 보낸 답이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동의해 줬네.”
“네? 정말이십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냥 보내는 건 아니고…….”
난 지그시 로크를 보았다.
열심히 라이언을 조지고 있던 로크가 갑자기 자신을 향하는 시선에 당황했다.
“왜 갑자기 저를 보십니까?”
“병사들은 아니라도 기사단은 보내는 게 맞다 싶어서.”
수천의 군대를 갑자기 보내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지만 수백의 기사단 정도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당장 상점에서 필요한 것만 사도 한동안 군량이나 장비는 문제가 없을 테니까.
“얼마나 보낼 생각이십니까? 중부는 완전히 안전한 땅이 아닌 만큼 호위도 남기셔야 할 텐데.”
“많이 보내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정예를 추려서 보내는 게 낫겠지.”
현재 내 휘하의 기사단은 어느새 500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말릭과의 전쟁에서 수십의 사상자를 내고도 인원이 거듭 늘어났다.
재물을 마구 푼 덕분이다.
물론 평균적인 수준은 다시 내려갔지만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몇 달만 지나더라도 크레시안 왕국을 주름잡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강군이 될 것이다.
병사들의 숫자는 더 많이 늘었다.
일거리가 없는 마을 청년이나 용병, 탈영병 등이 한꺼번에 모였으니까.
그 때문에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도 있지만, 전장에서 단련된 베테랑들 선에서 거의 정리되었다.
만일 그 선에서 해결이 안 될 정도면 기사로 올라올 인재였고, 그 경우에는 라이언이나 로크에게 얻어맞고 얌전해졌다.
“100명이면 충분하겠지.”
“선별은 어떻게 할까요?”
“크게 고민할 필요 있나?”
지난 시합과 훈련의 성과로 기사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름대로 순위가 모두 파악된 상태였다.
난 거기서 꼭 필요한 몇 명을 뺀 상위 100명을 그대로 짚어냈다.
“릴리아나 경은 얼마 전에 다녀왔으니까 쉬고, 남은 기사들을 이끌 사람으로 루시우스 경을 남기지. 로크 경은 내 체면을 생각해서 직접 가줘야겠어.”
“쉽게 정할 수 있어서 좋군요.”
네일은 자신의 노력이 헛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만족해했다.
이 목록을 작성한다고 네일을 비롯한 여러 행정 관료가 고생했기 때문이다.
“마법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법사는…….”
마법사도 기사들처럼 실력에 따른 순위가 나눠진 상태지만 무조건 상위권을 짚을 수는 없었다.
나에게서 배우며 한참 성장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력보다는 성장이 미진한 이들을 골라냈다.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지휘권은 기사단장인 로크 경에게 일임하지. 레일리를 곁에서 보필하면서 필요하다면 스스로 판단하게.”
마이어드 후작조차 다른 영주에게 직접적으로 지휘를 할 수 없을 만큼 군대의 지휘권은 영주의 고유 권한이었다.
왕녀인 레일리라고 해서 이 사실은 딱히 다르지 않다.
게다가 그녀는 군사적 식견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마이어드 후작이 한때 그녀를 띄워주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정치적인 부분이라면 모를까 군사적인 부분에서 그녀는 온실 속 화초에 불과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내가 직접 참전하지 않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점령 이후 영토를 어떻게 나누느냐였다.
연합의 수장인 내가 없는 상황에서 로크가 제 몫을 온전히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 또한 레일리의 도움을 받아야겠지.”
딱히 서부의 영지가 탐나는 건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내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행동할지가 궁금했다.
과연 남부 연합의 영주들이 그녀를 제대로 따를지도.
말하자면 이번 서부 침공은 레일리와 남부 연합의 영주들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내 기사단에 대한 시험도 될 테고.’
지금까지 나는 모든 전투에서 기사들과 함께했다.
그렇지만 이번 싸움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몸이 하나밖에 없는데 모든 전장에 내가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이 크레시안 왕국을 벗어나게 되면 그런 일은 더욱 빈번해질 터.
나를 대신하여 군대를 이끌 유능한 지휘관의 존재가 필요했다.
* * *
서부의 영주 란타나 남작은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영지와 작위를 가진 귀족에게 비루하다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으나 실제로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첫 번째 스트레스는 마족과의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친왕실파였던 그는 적극적으로 왕실에 군사와 물자를 지원하며 전쟁에서 공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기껏 지원했던 병력과 물자를 모두 잃고 피의 연회로 왕족까지 죽으며 가문이 휘청거렸다.
그래도 여기까지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내전이었다.
다행히 서부의 내전은 대영주들의 미온적인 행동과 서로에 대한 감정이 겹쳐 중소 영주들은 나름 평화롭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것일 뿐 물가가 오르고 치안이 악화하며 여러 문제를 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제.
빠르게 자신들의 지역을 정리한 남부 연합의 존재였다.
하필 남부와 가까운 땅에 위치한 란타나 남작은 언제 남부 연합의 군대가 침공해 올지 몰라 가슴을 졸이게 되었다.
다행히 첫 목표는 동부가 되었고 두 번째는 자신들인가 했으나 갑자기 군대가 중부로 방향을 돌렸다가 해산되었다.
하지만 결국 남부 연합의 야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미뤄진 것뿐이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 다시 남부 연합에서 군사를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에 란타나 남작은 올 게 왔다는 걸 깨달았다.
“남부의 군대가 경계로 접근해 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찌감치 남부 연합의 행보를 눈여겨봤기에 란타나 남작은 빠르게 남부 연합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문제는 이를 알아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게 그의 현실이란 점이다.
중소 영주들의 동맹?
란타나 남작은 남부 연합의 거대한 규모 앞에 오합지졸 무리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같은 지역 영주들의 군사력을 어찌 모르겠는가?
동부의 대영주들조차 남부에게 가볍게 지르밟혔으니 자신의 미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란타나 남작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그는 마을 하나를 선택해 개조하여 그곳을 전초 기지로 삼았다.
그리고 인근의 영주들에게 동맹을 신청해 남부 연합이 침공하면 함께 싸우기를 결의했다.
문제는 그 영주들의 지원군이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더러운 놈들!”
사실 이웃 영주들의 배신이야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저번에 남부 연합의 군대가 잠깐 서부 근처로 진격해 왔을 때도 그들은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며 제대로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도 참가자가 더 적었다.
저번의 불참을 보고 동맹을 무의미하다 여기고 나오지 않은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귀족이 되어서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다니? 내 기필코 복수하고 말 테다!”
란타나 남작의 외침에도 주변의 기사들은 도무지 그에 호응해 줄 수 없었다.
아군에게 버려지고 자신들만으로 남부 연합의 수천 군대와 맞서야 한다는 것에 이미 다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병사들의 탈영 시도는 무척 빈번했고, 심지어 기사 중에도 탈영을 시도하다 붙잡힌 이들이 수두룩했다.
이미 패배가 확정된 듯한 분위기이니 누구도 의욕을 낼 수 없었다.
“적들이 보입니다!”
망루에서 정찰하던 병사의 보고에 나빴던 분위기가 더 처참하게 변했다.
떨그렁!
싸움이 시작되지도 않았건만 적이 왔다는 소식에 어떤 병사가 놀라서 창을 떨어뜨렸다.
움찔!
또 어느 기사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는 머쓱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점차 다가오는 공포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란타나 남작은 들으시오!”
남부 연합의 군대에서 한 기사가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피를 흘리고 싶지 않다면 당장 항복하시오! 그러면 식솔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관행에 따라서 항복을 권유할 뿐인 행동이었다.
기사는 란타나 남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란타나 남작으로서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항복하겠다!”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겠다는 그 외침에 항복을 권유했던 기사가 오히려 당황했다.
자신의 영지와 가문을 이대로 포기하겠다니?
아무리 목숨을 보장한다지만 사실상 몰락 귀족이 되는 길이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를 선택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귀족으로서의 명예도 그렇고.
하지만 란타나 남작에게는 승산이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 배짱이 없었다.
그에게는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그럼 무장을 해제하고…….”
란타나 남작이 허겁지겁 명검을 내버렸다.
항복이란 말을 들은 기사들과 병사들도 서둘러 무기를 버려댔다.
그렇게 무기가 버려지는 소리로 귀가 먹먹해질 지경에 이르자 기사는 말문이 막혔다.
‘이거 왜 이렇게 쉽지?’
너무 쉽게 항복하니까 도리어 함정이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문을 여시오.”
끼이익!
개조된 마을의 정문이 그냥 활짝 열렸다.
“남작은 앞으로 나오시고…….”
“항복하겠소!”
“기사들도…….”
“항복이오.”
거듭되는 항복 선언에 기사는 어이가 없었다.
설령 영주가 겁쟁이라도 이를 만류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누구 하나 정도는 나서서 반대해야 하지 않나?’
영주가 몰락하면 휘하에 있는 이들의 처우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기사들은 서임이 무의미해지고 가신들도 백수로 전락하는 것이다.
특권을 누리고 살던 이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디 네패스 백작 각하를 뵙게 해주시오!”
그때 항복한 이들 중 한 사람이 아인을 만나게 해달라며 요청해 왔다.
“백작 각하를 왜?”
“내 검을 그분께 바치고 싶소!”
“하?”
얼굴 한 번 본 적 없을 이에게 검을 바치겠다는 말에 기사는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나도 그렇소! 백작 각하께 보내주시오!”
“어차피 포로가 되어도 몸값을 지불도 못하오! 그냥 밑에서 종군하게 해주시오!”
기사는 뒤늦게 이들이 왜 이렇게 쉽게 항복을 선택한 건지를 알 수 있었다.
아인이 중부에 풀었던 막대한 재물과 대우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렇게 기사들의 마음이 딴 데로 가 있으니 영주인 란타나 남작도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항복하지 않으면 자신의 기사들에게 목이 달아날 처지였으니까.
“이걸 좋아해야 하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영지 하나를 함락했지만 어째 기사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 * *
“내전이란 게 이런 게 아니지 않나?”
바이든 자작은 백기를 흔들고 있는 서부 영주의 진영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남부 연합의 서부 침공 일주일째.
남부와 가까운 지역의 영지들이 백기를 흔들며 항복해 왔다.
그래도 저항하는 영지가 없던 건 아니지만 해당 영지는 영주와 일가족이 기사들의 배신으로 붙잡히며 결국 무혈입성이 이루어졌다.
“분명히 서로 동맹 아니었나?”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정보를 모았던 게일 남작도 이 상황에 당황했다.
분명 서부의 중소 영주들은 서로 동맹을 맺은 채 힘을 합쳐서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남부 연합의 군대가 들이닥치자 항복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아무래도 네패스 백작 각하의 명성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아인의 마법에 관한 소문이야 자자했지만, 문제는 이번 서부 영주들의 항복에 영향을 미친 건 마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막대한 재물!
기사고 마법사고 병사고 관료고 가리지 않고 아인이 내준 재물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런 현상을 일으켰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싸워야 했을 이들이 생각을 고쳐먹은 것이다.
어차피 지켜봐야 작은 영지인데 차라리 항복하고 밑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나?
특히 충성스러워야 할 기사들 사이에 이런 생각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자 영주들도 그들의 충성이 흔들리는 걸 깨닫고 기겁해서 항복했다.
외부의 강대한 적보다 내부의 배신이 훨씬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게 말이 되는가?”
바이든 자작은 고개를 내저었다.
“뭐, 마법사들도 그렇고요.”
마냥 기사들만 항복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법사들도 무리하게 충성했다가 잘못되기보다는 항복을 종용했다.
괜히 남부 연합의 군사를 죽였다가 아인의 분노를 사는 걸 우려한 것이다.
이는 아인의 세력에 대한 두려움뿐만이 아니라 마족을 무찌른 영웅으로서의 명성도 크게 작용했다.
젊은 마법사들은 아인을 우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내부의 분란도 마법사들을 흔들었다.
원로들조차 내분으로 의견이 분분한데 그 아래의 마법사들이 굳건히 버틸 순 없던 것이다.
특히 젊은 마법사들 사이에 수십 년 걸려 원로가 되는 것보다는 아인의 밑에서 호의호식하는 쪽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빠르게 퍼졌다.
“솔직히 영주에게 기사와 마법사를 빼면 뭐가 남습니까?”
남는 건 이제 병사들뿐인데 기사만으로 전쟁하지 않듯이 병사만으로는 전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이걸 우리 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누가 보더라도 아인의 명성에 업혀가는 상황이었다.
남부 연합 영주들의 얼굴에 근심이 서렸다.
그리고 레일리 왕녀의 얼굴은 흙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