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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01화 (101/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01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01화

101화

【 체질 개선 】

“어떻게 된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침상에서 깨어난 빅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말릭이라는 마족이 쏘아낸 마법 한 방.

그 한 방에 아인이 제공해 준 장비들이 무력화되며 실질적으로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그래도 용케 즉사를 면했고 말릭이 방심을 해준 덕분에 한 번 마족을 죽이는 데 성공했으나 그뿐이었다.

빅터는 자신이 죽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아서 라이언의 얼굴을 보는 상황이 의아했다.

“너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당혹스럽기는 라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이언은 빅터가 죽었으리라 예상했다.

말릭이라는 마족이 가진 힘은 그 정도로 상식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빠져나가서 지원군을 부를 수 있도록 빅터는 처음부터 자신의 검을 내던져서 빈틈을 만들었다.

그저 한순간의 틈을 만들기 위해 무기를 스스로 버렸으니 생존 가능성은 더욱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빅터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더구나 말릭이 새로 부활하고 있었으니 이는 빅터가 말릭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소리다.

기가 막혔다.

서로의 전력 차이는 압도적이라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텐데 승리는 빅터가 거뒀다.

그러면서 정작 빅터는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그저 의식을 잃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이유 없이 의식을 잃은 건 아닌지 며칠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이상하단 말이야.’

라이언은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속 편한 성격이 되지 못했다.

빅터가 정말 기적적으로 말릭을 한 번 죽일 수 있었다고 하자.

그러나 빅터가 무사할 수는 없다.

지형상 빅터에게 이점이 있었고 또 좋은 장비를 갖추었다고 해도 그러한 결과는 나올 수 없다.

장비 따위로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의 역량 차이가 명확했으니까.

그런데 아예 상처 하나 없다?

‘강력한 불 속성 마법의 흔적이 있었다. 마족은 분명 빅터를 공격했어.’

빅터는 몸은 물론 장비까지 멀쩡했다.

그을린 흔적 하나 없는 건 빅터에게 공격이 아예 닿지 않았거나 혹은 무언가가 그를 멀쩡하게 만들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당연히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후자였다.

“마족을 한 번 죽이고 나도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공격을 당했나?”

“불에 당했지. 방패로 얼굴을 가린 덕분에 버텼고, 마족이 그래도 마나 실드를 안 쓰고 주먹질을 해준 덕분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어.”

빅터는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떠올릴 수 있었다.

“마족이랑 개싸움을 했다고?”

빅터의 이야기에 라이언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런 방식으로 그 강대했던 마족을 한 번 죽이는데 성공하다니.

빅터가 하는 말이 아니라면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마족이 엄청나게 방심했네.”

“그런 거지.”

라이언의 판단에 빅터는 곧장 긍정했다.

어디까지나 마족이 방심했기 때문이다.

제 몸을 지킬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빅터가 형편없이 약한 상대라 판단했기에 마나 실드를 쓰지 않았다.

그 마족의 재빠른 마법 발동 솜씨라면 분명 쓰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썼을 텐데.

그리고 빅터의 검으로는 말릭의 마나 실드를 절대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네가 이겼어. 그 말도 안 되게 강한 마족 새끼를 네가 혼자 한 번 잡았다고.”

지형상의 유리함?

상대의 방심?

이유야 어쨌든 중요한 건 결과였다.

빅터는 단신으로 그 끔찍한 힘을 가진 마족을 한 번이나마 죽이는 데 성공했다.

라이언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아인과 그에 준하는 여러 기사가 마법사 협회의 도움을 받고서도 딱 두 번 죽였을 뿐인 상대.

그러한 상대를 빅터는 단신으로 처치했다.

게다가 빅터의 승리는 말릭을 영구적인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녀석이 밀실을 없애는 걸 막아서 단서를 수집하였고 죽이는 데 성공했기에 부활하느라 시간이 걸려 도망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앞선 두 번의 죽음보다도 더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낸 게 세 번째 죽음이었다.

“게다가 넌 이렇게 살아있잖아.”

결정적으로 말릭은 죽고 빅터는 살았다.

어떤 부정의 여지도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마족을 죽인 다음에 누군가가 나타났어.”

기억을 더듬어가던 빅터는 위니스의 존재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누구?”

“기억이 잘…….”

그러나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당장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신체는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가 있었다는 기억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냥 있었던 거 같아.”

“흠.”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았다. 영주님께는 내가 그렇게 보고하지. 넌 계속 쉬어라.”

“상태는 괜찮은 거 같은데.”

“그래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일단 쉬라며 조언한 뒤 라이언은 아인을 찾았다.

* * *

빅터가 깨어났다는 라이언의 보고.

거기에 빅터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해도 누군가가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역시 누군가가 있었나.”

막 밀실에 도착했을 때 나는 빅터를 향해서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빅터의 상태는 어디 긁힌 잔상처조차 없이 멀쩡했기에 마법이 제 기능을 못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의식을 바로 차리지 못했던 게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짚이는 부분은 있었다.

‘본인이 죽었다고 느낄 정도면 정신이 받은 충격이 클 테니까.’

정신이 이미 자신이 죽었다고 인식해 버렸다.

모종의 수단으로 육체를 온전히 되돌렸더라도 정신이 받은 충격까지 회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 짐작대로 상대가 위니스나 타르타로스의 세력이라면 정신까지 간섭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굳이 그러한 힘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결국 시간이 늦어졌을 뿐, 빅터는 멀쩡히 깨어났으니까.

“짐작 가는 상대라도 있으십니까?”

“확신할 정도는 아니야.”

왜 개입을 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제대로 개입할 거라면 아예 손수 말릭을 해치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게 끝난 뒤에 나타나 빅터를 되살리기만 하고 사라졌다.

‘빚을 져버렸군.’

이것이 나에게 빚을 지우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면 확실히 성공했다.

처음 빅터가 위험하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는 당황했으니까.

이번 싸움에 여러 기사가 희생되었지만 빅터만큼 마음이 가는 기사는 없었다.

처음부터 나와 함께했기에 빅터가 죽었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 멈출 생각은 없지만…….’

괜한 찝찝함에 머리를 흔들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빅터의 생환에 대한 의문도 대략이나마 풀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앞으로의 일에 집중할 때다.

‘결과적으로 말릭과의 싸움은 큰 이득이 됐다.’

희생은 다소 있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얻은 게 많다.

당장 가이스트에 접촉한 마족들이 어느 정도로 위험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이 신성수가 자리한 땅 아래에서 나오는 마나를 이용한다는 것도 알았다.

게다가 대륙 각지에서 발호하는 사교도와 연관성이 있으리라고도 추측할 수 있었다.

귀중한 정보를 자그마치 셋이나 얻은 셈.

더구나 이번 싸움으로 얻게 된 명성과 명분까지 계산해야 했다.

‘황금십자회가 나에게 무릎 꿇었다.’

나를 따르기 시작한 황금십자회의 멤버들은 말릭과의 싸움에서 나와 기사들의 활약을 보고 사실상 완전히 고개를 숙였다.

말릭과 싸우는 엄청난 전력을 상대로 감히 맞설 전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있으니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꾸민 일이기는 하지만 타이온 백작의 원수까지 갚아버렸으니까.

덕분에 중부는 전쟁 한 번 하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의 지역을 먹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문제라면 아직까지 나를 따르지 않는 타이온 백작의 가신들인데…….

‘어차피 그들은 소수지.’

크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니까 그들의 정리는 연합의 다른 영주들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예상한 일이기에 이미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었다.

‘친왕실파도 끝장났고.’

친왕실파 잔당마저 이번 싸움에서 쓸려나갔다.

그들을 이끌던 메디치 후작은 알고 보니 마족이었고 마족과 손잡았다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 친왕실파는 와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제 친왕실파를 수습 가능한 유일한 존재는 요크 공작이라는 사람뿐이었는데…….

‘설마 그렇게 죽었을 줄이야.’

요크 공작은 죽었다.

말릭이 요새를 움직이는 동안 그곳에 숨어있던 그는 그만 창밖으로 떨어져 추락사했다.

전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시신을 발견했기에 알게 된 것이지 만약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실종 처리되었을 거다.

이로써 친왕실파 잔당은 전멸.

중부의 세력도 대부분 나에게 넘어왔다.

“남은 건 서부와 북부 연합. 그리고 마법사 협회로군.”

이번 싸움에서 협회의 전력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협회를 탐내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플레턴도 내 의지를 반대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족을 토벌하면서 내 위상은 비견할 데 없이 높아졌다.

충분히 협회의 장악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만 나가 봐도 좋아.”

“저…….”

내 축객령에도 라이언의 발걸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말을 늘이면서도 표정에는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몰라도 그 망설임이 라이언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말이 남아있나?”

“빅터에게 힘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라이언의 요청에 잠깐 행동이 멈췄다.

루퍼스와의 싸움 이후로 로크와 릴리아나가 내가 주는 힘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적이 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실은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거기에 대해서 함구하기로 했다.

나도 딱히 이를 밝힐 생각은 없었고.

그래서 이번에 다니엘이나 루시우스에게 승급권을 사용할 때 별 의미도 없는 약을 대단한 것처럼 포장해서 먹였다.

“누구에게 들었지?”

의심스러운 용의자는 로크였다.

그렇지만 로크는 용병 출신이라도 누구보다 기사답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이였다.

나와 했던 약속을 어기고 쉽게 발설했을 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크 정도가 아니라면 마땅히 의심스러운 사람은 없었다.

릴리아나는 남부에 있었고 비밀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은 없으니까.

“정말 방법이 있으십니까?”

“알고 물은 거 아닌가?”

“아닙니다. 그냥 짐작했을 뿐입니다.”

“짐작이라고?”

라이언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로크 단장의 실력이 말도 안 되게 성장하는 걸 계속 봤는데. 다른 기사들이라면 젊어서 그렇다고 이해라도 하겠습니다만…….”

라이언은 말을 잇지 않았으나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로크는 라이언의 선배다.

용병으로서도, 기사로서도 그렇고 나이에서도 연장자였다.

그런데 라이언조차 자신의 성장을 기대하지 않는 나이인데 로크가 끊임없이 성장한다?

그러한 재능이 있었다면 이미 옛날 옛적에 로크는 이름을 크게 떨쳤을 것이다.

그러니 라이언은 로크가 무언가 모종의 수단을 통해서 성장했다는 걸 짐작했으리라.

그리고 그 원인으로 나를 의심하는 거야 당연했다.

실력 좋은 기사들을 그 실력에 걸맞은 위치에 쏙쏙 꽂아 넣고 있으니까.

라이언은 이런 내 모습을 처음부터 줄곧 지켜봐 왔으며, 그 첫 번째 케이스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우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늦게나마 성장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이번에 마족과의 싸움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했다.

로크는 처음 내 밑에 들어왔을 때 이미 성장 한계에 도달해서 남아있는 잠재력을 기대하기 힘든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가 승급권을 사용해서 3티어에 올랐고 이번에 위니스에게 받은 보주로 4티어에도 도달했다.

“영주님께서 뭔가를 하셨겠지요. 그게 아니더라도 분명 뭔가 알고 계실 겁니다. 갑자기 그렇게 성장하는데 이를 궁금해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그래서 경도 그렇게 되고 싶나?”

“제가 아닙니다.”

은근한 어조로 묻자 라이언은 고개를 내저었다.

“빅터 녀석에게 그 힘을 주십시오.”

자신이 아니라 빅터에게 힘을 달라.

그 말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빅터지?”

라이언이 자신에게 힘을 달라고 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에게 향상심이 없지는 않다.

더구나 라이언은 자신의 욕망에 상당히 솔직한 타입이었다.

힘을 얻을 기회가 있고 별다른 리스크가 없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라이언은 자신이 아니라 빅터에게 힘을 달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라이언이 각 잡고 물어보니까 나도 사뭇 긴장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이유를 말하려고 그 파격적인 라이언이 이렇게 내 눈치를 살피나 싶어서.

“얼마든지 해보게.”

“못 봐주겠습니다.”

“응?”

“그놈, 젊은 녀석이 자꾸 명예니 꿈이니 떠들고 하는 거 솔직히 못 봐주겠습니다.”

그러나 라이언의 대답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정말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혀를 내두를 만큼.

“물론 그런 게 젊음이라는 건 아는데, 그런 것 때문에 늘 죽을상하고 다니고, 제 목숨을 아끼지 않는 거. 솔직히 보는 입장에서 되게 안쓰럽단 말입니다.”

잠시 머리가 띵하니 아파왔다.

보는 입장에서 안쓰럽다라.

“그러니 불쌍하니 도와줘라?”

“충성심이야 영주님도 잘 아실 겁니다. 딱히 뭐 바라는 것도 없다는 걸.”

“그건 알지.”

“그런데도 지금까지 영주님께서 녀석을 곁에 두지 않으신 건 아마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서일 겁니다.”

난 눈을 가늘게 뜬 채 라이언을 보았다.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이것도 특유의 좋은 감일까?

“그래서 저도 모르는 척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영주님께서 꽤 쉽게 힘을 주실 수 있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또한 정확했다.

위니스 덕분에 보주에 여유가 생겼으니까.

그렇지만 받은 보주를 전부 쓸 수는 없었다.

특정한 상황에 필요한 상품을 사야 할 수도 있고 랜덤 상자에 들어있는 6티어 승급권도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는 확률 때문에 섣불리 쓰는 게 꺼려졌다.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닌데.”

하지만 내가 라이언에게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다.

왜 라이언이 자신이 아니라 굳이 빅터에게 힘을 달라고 하는지.

어째서 자신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기사단을 위해 헌신해 온 여러 이들 중에서도 라이언은 꽤 눈에 띄는 활약을 해왔다.

비록 실력이 조금 뒤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이 많고 출신이 낮은 이들이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써줬다.

라이언에게 준남작 작위를 준 것도 오차드 때의 일 하나만 놓고 보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라이언이 해왔던 모든 헌신들을 종합해서였다.

그렇기에 라이언은 나에게 요구를 해도 어느 정도 용인해 줄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라이언은 자신을 배제한 채 빅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왜 경은 힘을 달라고 안 하지?”

“저도 탐은 나지만 영주님은 공짜가 없으시지 않습니까? 그런 힘을 받았다가 무슨 고생을 할지 모르니 무서워서 못 합니다. 마족들이랑 싸우고 싶지도 않고.”

정말이지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는 라이언의 대답이었다.

“그럼 빅터 경은?”

“녀석은 저 스스로 원하지 않습니까? 고생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저랑은 입장이 다르지요.”

난 라이언에 대한 평가를 높였다.

정말이지 눈치 빠르고 감이 좋다.

이 힘을 받게 되면 앞으로 고생길이 열린다는 것까지 꿰뚫고 있었다니.

내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했다.

“빅터 경보다 그대가 더 쓸모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 조만간 은퇴할 겁니다.”

라이언은 이미 준남작 작위도 받았다며 미련 없이 말했다.

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라이언이야말로 최고의 인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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