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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82화 (82/250)

VVIP 영주님의 품격 82화

VVIP 영주님의 품격 82화

82화

라이언은 처음 호명되었던 자크론보다도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내 악동 같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 피어올랐다.

“말은 아니라고 하시더니 사실은 저를 염두에 두고 계셨던 겁니까?”

“고민을 좀 하기는 했지.”

차라리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기사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눈부신 성장세와 노력을 보였던 빅터를 고려할 수도 있었고, 힘 있는 집안 출신의 기사를 고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거듭 고민한 끝에 나는 라이언을 선택했다.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해주는 충성은 기쁘다. 하지만 날 신뢰하지 못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건 충성이 아니야.”

물러나라는 내 명령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이행하려고 했던 건 라이언뿐이었다.

물론 다른 기사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때로는 명령에 충실한 충성이 목숨을 내버린 충성보다 나을 때도 있었다.

“그대에게 준남작의 작위를 내리는 건 기사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다.”

“뭐, 그런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라이언은 기쁘게 작위를 받아들였다.

다음으로는 기사 작위였다.

여기에는 탈론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예정자가 있었다.

병영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영웅 정보가 나오는 이들을 찾은 덕이었다.

이외에도 동부에서 얻은 포로 중에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도 포함되었다.

덕분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내 차례가 모두 끝난 다음에는 다른 영주들의 순서가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사를 들이거나 다른 이들로부터 충성을 맹세 받으며 행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덕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지루해질 때쯤 레일리 왕녀가 나의 곁에 앉았다.

“왕녀 저하.”

“무사히 돌아오셔서 기뻐요.”

“왕녀 저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형식적인 인사말이 오간 뒤 레일리 왕녀가 어떤 말을 꺼낼지 집중했다.

게일 남작을 영입하려고 했던 건과 마이어드 후작의 건강에 대한 건.

여기서 전자는 내가 사과해야만 할 일이었다.

“마이어드 후작의 건강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위독해요.”

레일리 왕녀는 둘 중 마이어드 후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게일 남작이 따로 내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냥 넘어갈 생각인 걸까?

어느 쪽이든 일단 이 주제에 맞춰주기로 했다.

이쪽의 문제가 더 중요하기도 하니까.

“훨씬 말입니까?”

레일리 왕녀가 굳이 강조하는 걸 보면 정말 심각한 상황인 듯했다.

“덕분에 후작가를 수습하는 문제가 상당히 골치 아파질지도 몰라요. 그래서 백작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원하신다면 군사들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마이어드 후작의 허가 아래에 군사들을 들여서 후작가를 점령할 수는 있다.

물론 적이 아니라 아군을 무력으로 짓밟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어드 후작가의 문제로 발목을 붙잡히는 것 역시 문제였다.

필요하다면 강경한 수단이라도 써야 했다.

“아니요. 군사들은 됐어요. 다만 네패스 백작만이라도 와주었으면 해요.”

“가신들을 설득시킬 생각입니까?”

마이어드 후작의 건강이 좋지 않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레일리 왕녀의 존재를 드러내서라도 그녀를 후계자로 밀어야 한다.

마이어드 후작이 숨을 거둔다면 가신들을 설득하는 일조차 어려울지 모르니까.

“물론 설득을 해야겠죠. 하지만 모두는 아니에요.”

“모두는 아니다?”

어쩐지 의미심장한 이야기였다.

“마이어드 후작은 오랜 시간 후계자를 들이지 않았죠. 그래서 그런지 가신 중에 주제를 모르고 엉뚱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있더군요.”

“엉뚱한 마음이라면?”

설마 반역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가신이 한둘도 아니고 대놓고 반역을 꿈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마이어드 후작이 후계자를 남기지 못하고 죽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할 혼란을 노려오던 하이에나 같은 자겠지.

“힘으로 눌러서 이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정리하고 싶네요.”

“그렇군요.”

불손한 마음을 품었던 이를 끝까지 안고 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누구도 그런 자를 반기지는 않을 테니까.

뭐, 레일리 왕녀를 배신하려고 했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이상하겠지만.

“흠.”

대화가 잠시 끊어지고 레일리 왕녀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시선을 보내왔다.

“백작.”

“네.”

“오늘은 귀엽지 않네요.”

“네?”

“내 탓이겠죠. 기껏 몇 달 만에 만나고서 꺼내는 대화가 후작가를 얻기 위해 가신들을 만나 달라는 거니.”

레일리 왕녀는 돌연 나에게 팔짱을 끼며 매달려 왔다.

“밤에는 다른 대화를 나눠보도록 해요.”

“무, 무슨 대화 말씀입니까?”

예전에도 레일리 왕녀가 팔짱을 껴온 적이 있지만, 그때와는 팔에 닿는 느낌이 명백하게 달랐다.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강한 압박이 느껴졌다.

“성인다운 대화를 해보죠.”

어쩐지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렇다고 왕녀를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레일리 왕녀가 나를 직접 풀어줄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럼 이따 밤에 다시 봐요.”

그러자고 하면 괜히 내가 기대하는 것 같아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반응으로 충분한 대답이 되었던 모양인지 레일리 왕녀는 즐겁게 떠났다.

* * *

다행히 밤에 찾아온 레일리 왕녀와는 별 탈 없이 적당한 담소만 나누었다.

일부러 나를 놀려먹으려고 했던 건지 성인다운 대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나도 딱히 기대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명색이 왕녀니까.

정식으로 혼인을 맺지도 않은 채 사고를 쳤다가는 무슨 책을 잡힐지 모른다.

사실 야밤에 찾아오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바이든 자작과 시선을 마주치며 노려보는 선에서 정리되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마이어드 후작가였다.

후방이 안전하지 않으면 중부 침공은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일.

마이어드 후작의 건강이 나쁘다고 했던 만큼 서둘러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이어드 후작가로 갈 기사가 필요한데…….”

“제가 가겠습니다!”

기사들을 불러 모은 뒤 상황을 전달하기 무섭게 귀족이 된 로크가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안 될 말이었다.

기사단장인 로크는 남은 군대를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

의욕이 넘쳐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분위기에 휩쓸려서 해야 할 일을 헷갈려선 안 됐다.

“그럼 기사단 전체를 이끌고 가면 되지 않습니까?”

“혹시 라이언을 닮아가는 건 아니겠지?”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로크에게 라이언이 빙의해 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라이언의 이름을 꺼내기 무섭게 로크가 부정하는 거로 봐서 아직 의식을 완전히 뺏긴 건 아니었다.

“적대하는 사이도 아니고 다른 대영주의 권위를 존중하기 위해서 호위는 최소한으로 한다.”

사이 나쁜 대영주라면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 기사단을 통째로 끌고 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어드 후작은 적이 아니었다.

괜히 중무장한 기사단을 통째로 데리고 갔다가는 싸움을 거는 거로 보일 것이다.

물론 남부 연합의 맹주다운 위엄을 보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그 준비를 다 하려고 했다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럼 마법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명만 데리고 가지.”

마법사가 필요한 일이라면 내가 다 할 수 있겠지만 혹시나 해서 마법사 하나를 골랐다.

아낌없이 부려먹을 수 있는 티아라였다.

이번에 준남작이나마 작위도 내려줬으니까 열심히 써먹을 것이다.

이유는 또 있었다.

레일리 왕녀에게 붙여줄 만한 실력 있는 여성 마법사가 티아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레일리 왕녀의 호위가 더 필요하니까.’

이번에 가신들에게 레일리 왕녀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만큼 어떤 돌발 사태가 일어날지 몰랐다.

나야 어차피 기사들을 곁에 두면 되지만 레일리 왕녀는 카이로스 백작가와의 싸움에서 왕실 기사들을 다수 잃어 호위가 약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릴리아나와 티아라는 모두 그녀에게 붙여줄 것이다.

“그럼 이 인원들만 빠르게 출발하는 것으로 하지. 모두 채비하도록.”

준비가 끝난 뒤 레일리 왕녀와 합류하여 이동을 시작했다.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인원을 줄인 만큼 50명도 안 되는 조촐한 행렬이었다.

하지만 모든 인원이 영웅 정보와 장비 정보가 튀어나오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네패스 백작. 백작은 마이어드 후작가의 가신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고 있나요?”

이동 중에 레일리 왕녀가 나를 향해 물었다.

쉬운 질문이었다.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8명의 중소 영주들과 그들을 따르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죠.”

한때 마이어드 후작의 뒤통수를 노렸던 몸이다.

어지간한 정보는 일찌감치 파악해 둔 상태였다.

마이어드 후작가에서 가신이라고 부를 만한 이들은 모두 여덟 명.

그들 모두가 크든 작든 자신만의 영지를 가진 영주였고, 자작이나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가신의 수준만 해도 남부 최대의 세력을 자랑하는 마이어드 후작가의 위용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위세가 지금도 여전한 것은 아니었다.

마이어드 후작가는 카이로스 백작가와의 전쟁에서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이 과정에는 가신들의 죽음도 함께였으니.

“그들 중 2명은 제 몫을 못 하는 이들이죠. 급하게 채워 넣은 상태니까요.”

주된 피해는 무력을 담당하는 기사단에서 나왔다.

남부 최고라 평가되던 마이어드 후작가의 기사단장을 시작으로 부단장이 연달아 목이 떨어졌다.

지금은 형제나 친척들이 자리를 채웠고 그들도 나름 촉망받는 인재지만 아무래도 당장 이전 세대만큼의 수완을 기대할 순 없었다.

‘게다가 솔직히 마이어드 후작가의 기사단은 수준이 낮아.’

마이어드 후작가의 기사단은 카이로스 백작가와의 싸움에서 연전연패하며 과연 남부 제일이 맞는지에 대해 깊은 의혹을 남겼다.

더구나 기사단의 기둥뿌리가 거의 뽑혀 나간지라 복구에도 많은 시일이 필요했다.

마이어드 후작이 동부 침공에 나서지 않은 것도 내보낼 전력이 없어서였다.

‘그나마 내세울 건 머릿수와 영주들에게 끼치는 영향력뿐인데.’

머릿수는 여전하지만 그뿐이다.

남부 연합의 맹주가 된 내 영향력은 결코 마이어드 후작보다 아래가 아니었다.

‘나머지는 6명. 그중에서 게일 남작과 바이든 자작은 제외일 거고…….’

남은 6명의 가신 중 두 사람이 게일 남작과 바이든 자작이다.

여기서 게일 남작은 마이어드 후작이 공인한 유능한 인재로 남부 연합에서도 참모에 해당하며 그는 레일리 왕녀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

바이든 자작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문제를 일으키는 가신은 나머지 넷 중에 있을 것이다.

“4명 중에 누가 문제입니까?”

“사실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전부라는 말에는 조금 당황했다.

설마 나머지 가신을 모두 갈아치우려고 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제일 문제는 하버 자작과 콜린 남작이에요.”

다행히 레일리 왕녀는 거기서 절반인 두 사람만을 지목해 줬다.

“하버 자작은 마이어드 후작가의 행정관이에요. 후작가의 자금 운용에 깊이 관여하고 있죠.”

“딴 생각하기 좋은 위치군요.”

“실제로도 그래요. 어지간한 부분이라면 못 본 척해 줄 수 있지만…….”

레일리 왕녀의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거로 봐서 어지간한 수준이 아닌 모양이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마이어드 후작가의 재산을 수십 년 동안 관리해 왔을 텐데 사람이라면 욕심이 나는 게 당연하다.

처음에는 작은 액수여서 들키지 않았겠지만 건드리다 보면 중독이 되고 대범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마이어드 후작가는 후계자의 공백이 이미 잘 알려진 곳.

하이에나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그는 이미 너무 익숙해졌어요.”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나쁜 짓도 오래 하다 보면 불안함조차 느끼지 않게 된다.

감정은 무뎌지고 나중에는 그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마이어드 후작이 몰라서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눈감아 준다는 걸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선만 넘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습관이 되었을 거다.

그런데 갑자기 레일리 왕녀가 나타난다면?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을 과연 그만둘 수 있을까?

“콜린 남작은 누구입니까?”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매우 무능하죠.”

하버 자작과 달리 콜린 남작은 그리 중요한 위치에 있는 가신은 아니었다.

그리고 1티어 영웅밖에 안 되는 레일리 왕녀의 입에서 매우 무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자리에 올라 있을 자격도 없단 의미다.

“그런 자가 어떻게 가신으로 남아 있는 겁니까?”

“콜린 남작의 가문은 몇 세대를 이어오며 마이어드 후작가를 따랐으니까요.”

“그런 것치고 맡는 업무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무능한 이를 요직에 앉힐 수는 없으니까요. 이미 콜린 남작의 아버지 대부터 영지 내부 일에는 관여하지 못하고 있어요.”

마이어드 후작가 내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자였다.

그러나 어쨌든 가신 중 하나라는 건 변함없고 레일리 왕녀는 그게 싫은 모양이다.

“어떤 식으로 내쫓으실 겁니까?”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하고 싶어요. 하지만 자신들이 내쳐질 걸 알고서 담담하게 받아들이진 않겠죠.”

당연히 그럴 거다.

레일리 왕녀는 정당한 후계자도 아니다.

아무리 마이어드 후작이 원하고 친척이라고 하지만 굴러온 돌을 누가 반길까.

왕녀라는 걸 외부에 드러낼 수도 없는데.

“그러니 네패스 백작의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새로운 남부 연합의 맹주.

악명 높은 학살자 자크론을 이기고 마족마저 토벌한 마법사.

이런 내 이름값을 내세워서 레일리 왕녀를 지지한다면 가신들도 반발하는 건 어려웠다.

설령 반발해 봐야 찍어 누르는 게 가능했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체해서 좋을 건 없었다.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이동을 서둘렀다.

* * *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을 들일 순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움직임은 마이어드 후작의 영토에 들어서기 무섭게 제지되었다.

숫자가 많지는 않아도 무장한 이들이 들어오니까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남부 연합의 맹주 신분이었고 레일리 왕녀도 바이든 자작의 조카라는 가짜 신분이 있다.

후작 본인의 지시가 아니고서야 감히 막아서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지금 그대가 누구의 앞을 막고 있는 건지 알고 있나?”

일행을 이끄는 루시우스가 곧장 눈을 부라렸다.

당연히 통과해야 할 상황에서 그걸 막았으니 이는 엄청난 무례였다.

“이곳은 마이어드 후작가의 영토입니다. 그 누구라도 허가가 없다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럼 어서 위에 고하지 않고 뭘 하는 거냐?”

단순히 상대가 우리가 가는 길을 막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마이어드 후작가의 기사는 미적거리며 보고를 올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었다.

“누가 감히 마이어드 후작가의 영토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그때 척 보아도 범상치 않은 신분이란 걸 증명하듯 화려한 옷차림을 한 귀족이 나타났다.

“콜린 남작이에요.”

레일리 왕녀가 바로 상대를 알아봤다.

콜린 남작은 성큼성큼 걸어와 기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어찌 소란을 일으키는가?”

“그것이…….”

기사가 상황을 설명할 때만 해도 우리는 금방 허가가 내려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콜린 남작은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자였다.

“이 땅의 주인은 마이어드 후작 각하시다. 당연히 그분이 정한 질서를 존중해야 마땅하지. 허가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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