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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68화 (68/250)

VVIP 영주님의 품격 68화

VVIP 영주님의 품격 68화

68화

* * *

남부 안정화와 함께 대대적인 기사 충원이 시작되면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호재를 맞이했다.

3티어에 해당하는 기사가 둘씩이나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루시우스였다.

[영웅 정보]

이름 : 루시우스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네패스 자작가

유형 : 전투형

등급 : 3티어

칭호 : 뛰어난 기사

스킬 : 지휘(3), 기마(3), 검술(3), 방패술(3), 단검술(2), 격투(2), 궁술(2)

루시우스는 훌륭한 기사였다.

딱히 흠잡을 곳 없이 모든 방면에서 능했고 현 최고 실력자인 로크에 비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결국 로크와 동급일 뿐.

내가 루시우스를 높이 사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루시우스는 젊었다.

아직 20대에 불과한 나이로 얼마든지 성장의 여지가 있었다.

릴리아나 같은 천재는 아니지만 릴리아나가 검술 하나에 특화된 것과 달리 루시우스는 훌륭한 밸런스를 가진 기사에 걸맞은 인재였다.

‘다니엘.’

다음으로 눈여겨볼 건 다니엘이었다.

[영웅 정보]

이름 : 다니엘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네패스 자작가

유형 : 전투형

등급 : 3티어

칭호 : 뛰어난 암살자

스킬 : 기습(3), 은신(3), 위장(3), 검술(2), 단검술(2), 격투(1), 맹독(1)

다니엘은 기사가 아니었다.

카이로스 백작 휘하의 알렉스처럼 암살자 출신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다니엘을 보고는 나를 죽이러 온 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나 소속이 비어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따로 불러내 확인했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다니엘은 당황했으나 곧 진실을 실토했다.

그가 속한 암살자 조직은 중부에 본거지가 있었는데 친왕실파 귀족들의 의뢰를 받아 중부의 대영주 타이온 백작을 암살하려 했다.

하지만 암살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암살자 대부분이 죽었다고 한다.

이에 다니엘은 미래가 없는 조직에서 나와 남부로 내려와 먹고살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암살자인 그가 배운 기술이라고는 사람 죽이는 것뿐이니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었고 다니엘은 내 군대에 들어오려 했다.

나로선 환영할 일이었다.

3티어 전투형 영웅이 제 발로 굴러들어 오는 셈이니.

더구나 암살자는 나에게는 없던 새로운 유형의 영웅이었다.

다니엘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다니엘은 본래 병사로 복무할 예정이었지만 내 눈에 들어 바로 기사가 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다니엘이 암살자라는 건 남들에게 말할 수 없었기에 용병 출신으로 위장했다.

다행히 이전부터 용병 출신들도 중용한 나였고 이번에 용병 출신 기사도 몇 명 새로 들였기에 다니엘 하나를 숨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럼 다음 장소로 움직이지.”

은신처 하나를 제거한 기사들이 귀환하자 우리는 곧바로 다음 은신처로 향했다.

난 탐지 마법과 더불어 영웅 정보와 장비 정보를 총동원해 숲에 은신해 있는 적들을 찾아냈다.

이 작업은 달이 모습을 감추고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이어졌다.

낮이 되었을 때 더 이상 탐지 마법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숲에 있던 적들을 모두 제거한 것이다.

일이 마무리되자 후방에 있던 자크론과 마법사 한 명이 다가왔다.

내 눈길은 마법사를 향했다.

밤을 새운 탓인지 몹시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을.

[영웅 정보]

이름 : 티아라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마법사 협회

유형 : 마법형

등급 : 3티어

칭호 : 뛰어난 마법사

스킬 : 마나 블래스트(3), 윈드 불릿(3), 마나 파장(2), 아이스 체인(2), 파이어 스피어(2), 마나 실드(2), 블리자드(1), 이중 마법(1)

3티어 마법사 티아라.

그녀는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협회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마법사로 일컬어졌다.

얼마나 실력이 좋으면 자크론까지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까.

하지만 내 등장으로 그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많이 줄어들었다.

영주 귀족인 내가 플레턴의 제자가 되어 남부에서 급격하게 세력을 키우고는 자크론마저 꺾었으니까.

이에 티아라는 나에 대한 호승심을 느끼고 직접 나를 찾아왔다.

목적은 결투.

과연 내가 소문만큼 대단한 실력을 갖췄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만…….

‘내가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나는 마법사 이전에 영주였다.

작위는 자작에 불과하지만, 남부에서는 대영주와 마찬가지의 권력과 영향력이 있었다.

당연히 원로의 제자라는 것 말고는 마땅한 명함도 없는 그녀의 뜻에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눈앞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인재를 그냥 보내줄 수도 없는 일.

결투를 받아주는 것을 대가로 티아라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내가 이긴다면 내 밑에서 종군할 것.

이에 티아라는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받아들이며 대신 내가 진다면 패배 사실을 공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투의 결과야 그녀가 내 밑에 있는 것으로 설명될 것이다.

이제는 온전한 상태의 자크론에게도 이길 자신이 있는데 그녀가 내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덕분에 협회가 한 번 뒤집혔다.

그녀의 스승인 원로가 항의해 온 것이다.

그러나 내기의 내용을 담은 서류까지 만들어둔 상태였기에 협회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 그 서류는 내 이름이 아니라 남부 연합의 이름으로 보내졌다.

불복한다면 남부 연합과 척을 지게 되는 것이니 협회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속이 바뀌지 않은 건 유감이군.’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영웅 정보에 나오는 소속은 그저 형식적인 분류가 아니었다.

임시로 다른 세력에 의탁하더라도 바뀌지 않고 자신이 진심으로 따르는 세력을 나타냈다.

비록 내 밑에서 종군을 하게 되기는 했으나 그녀의 마음이 여전히 협회에 있다는 증거였다.

‘뭐, 그래 봐야 1년은 꼼짝도 못 하지만.’

결투 한 번을 대가로 그녀를 영원히 묶어둘 수는 없었기에 그녀가 종군을 약속한 기간은 1년이었다.

협회에서 물러난 것도 1년 뒤에는 그녀가 돌아오리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눈이 뒤집힌 원로가 들이닥쳤을 것이다.

티아라가 익힌 마법 블리자드는 그 원로의 비전 마법이었고, 이는 그녀가 단순한 제자가 아니라 정식 후계자란 소리였으니까.

“이제 끝났으니까 쉬러 가도 되나요?”

자크론과 티아라가 동행한 것은 혹시 이 숲에 있을지 모를 적 마법사를 붙잡기 위해서였다.

버텐의 매는 사냥꾼 출신의 용병 집단이지만 동부의 대영주가 통신을 위해 마법사를 배치해 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숲에는 마법사가 없었다.

아무래도 숲 출구에 있는 성채에 마법사가 있고 버텐의 매에서 남부의 군대를 확인하면 성채에 인편을, 그곳에서는 마법으로 통신을 보내려고 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마법사들은 헛걸음을 한 셈이 되었다.

“아니.”

하지만 그녀에게는 안타깝게도 휴식은 허용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 전투하러 가야지.”

“네?”

내 말에 티아라가 당황하며 나를 보았다.

“쯧. 당연한 일이다. 이놈들이 아무 연락이 없으면 죽었다는 걸 알게 될 테지. 당연히 남부 연합은 그 전에 결판을 내야 한다.”

자크론이 그런 티아라를 타이르며 후방을 가리켰다.

햇살 아래로 무장한 군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가 밤을 새워서 고생하는 동안 남부 연합의 군대가 야간 행군을 통해 숲에 들어선 것이다.

“그, 그럼?”

“바로 성채를 총공격할 거다.”

자크론의 말에 티아라가 입을 딱 벌렸다.

“밤을 새워서 싸워놓고 또 싸운다고요?”

확실히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영웅이라고 해서 체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니까.

불과 하룻밤을 넘긴 것일 뿐이지만 그동안 놀고 있던 것도 아니고 모든 신경을 기울여 적들을 죽이고 다녔다.

당연히 피로는 엄청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체력은? 마나는? 이렇게 무식한 전략이 통할 리가…….”

티아라는 정론을 꺼냈다.

자고로 연속으로 싸워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군대는 없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동부 성채에 있는 병력의 수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군대는 대영주들끼리 싸우느라 출정했을 테니까.

그곳에 있는 방어 병력은 최소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성채도 부술 수 있는 마법사 전력이 있었다.

“오늘 잠은 성채에서 잔다.”

기사들은 아무도 티아라와 같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적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 고생을 한 건데 여기서 적에게 시간을 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맙소사.”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티아라만이 이 현실에 절망했다.

* * *

숲에 있던 감시자들이 방심하고 있었던 것처럼 후방에 있는 성채의 군대는 우리를 전혀 경계하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기묘한 상황이 일어났다.

분명 공성전임에도 상대가 전혀 방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기습에 성공한 것이다.

“마나 블래스트, 윈드 불릿, 파이어 스톰, 마나 가속.”

놓칠 수 없는 기회였기에 위력을 강화한 삼중 마법을 날려서 성벽을 허물었다.

거대한 성채에 구멍이 뻥 뚫린 무시무시한 상황이었지만 인명 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일부러 조절한 게 아니라 성벽 위에 배치된 병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움직여!”

성벽이 무너지고 나서야 궁수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궁수들은 차마 활을 당기지 못했다.

어느새 수백의 기사들이 일제히 돌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작 화살 몇 발로는 무장한 기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퇴, 퇴각하라!”

순식간에 성채가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지휘관이 서둘러서 퇴각을 명령했다.

당연히 성채를 버리고 달아나라는 명령이었다.

상당히 빠르게 내려진 결단이었으나 소용없었다.

말 타고 쫓아오는 기사들의 추격을 두 발로 뛰어서 따돌릴 수는 없으니까.

‘음?’

그때 어디선가 마법의 낌새가 느껴졌다.

어딘가에 있던 마법사가 마나 파장을 통해 아군에게 성채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걸 막기 위해 나는 기사들과 함께 성채 안까지 돌격해 온 상태였다.

“마나 쇼크.”

가만히 있는 마법사를 감지할 수는 없지만 그 마법사가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정확하게 마법사가 있는 위치를 파악해서 곧장 마나 쇼크를 사용했다.

“컥!”

아군에게 신호를 보내던 마법사가 일격에 제압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마, 마나가 움직이지 않아?”

마나 쇼크에 당한 경험이 없는 마법사는 자신의 마나를 쓰지 못하는 것에 당황했다.

난 그런 마법사에게 다가가 호신용으로 갖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딱히 휘둘러본 적도 없는 검이지만 마법사는 목에 드리워진 검에 기겁했다.

“히익! 사, 살려주십시오!”

주변에 다른 기사들까지 동행하고 있었기에 마법사는 저항할 여지조차 남지 않은 상태였다.

“안심해라. 나도 협회의 마법사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대신 나에게 협조를 좀 해줘야겠지?”

난 겁을 먹은 마법사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게일 남작을 통해서 동부의 정보를 어느 정도 입수하기는 했지만, 추가적인 정보를 더 얻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은 고급 인력으로서 적 지휘관과 더불어 좋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나한테는 오히려 적 지휘관보다 나았다.

지휘관은 입을 다물거나 거짓 정보를 내뱉을 수 있었지만, 마법사는 달랐다.

협회의 이름으로 적당히 어르고 달랠 수 있었으니까.

“자네 누구의 제자인가?”

“네?”

“스승이 누구지? 어느 분에게 사사하였나?”

한순간 마법사가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그러나 곧 내 속셈을 눈치챈 것인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네패스 자작님이십니까?”

“그래. 원로이신 플레턴 님의 제자이자 남부 지부장을 맡고 계신 가이트 님의 사제이지.”

나는 플레턴과 가이트의 이름을 팔아먹었다.

그에 뒤로 다가왔던 티아라가 입을 벌렸다.

“저래도 되는 거예요?”

“전쟁 도중에 안 될 게 뭐 있느냐?”

티아라의 물음에 자크론은 귀를 후비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협회에서 제명당한 자크론 입장에서야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으니까.

애초에 이 방법 자체가 자크론에게 배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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