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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61화 (61/250)

VVIP 영주님의 품격 61화

VVIP 영주님의 품격 61화

61화

【 남부 연합의 결성 】

회유한 협회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테인 준남작이 빼돌린 재산을 찾아내고 얼마 후.

연합군의 모든 영주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럼 이제 시작해 봅시다.”

편의상 남부 연합군으로 부르고 있지만 사실 정식으로 결성한 동맹은 아니었다.

그저 마이어드 후작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영주들이 행동을 같이했던 것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랐다.

서로가 신뢰를 확고히 하고 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동맹의 탄생을 알려야 했다.

지금 이 자리는 그런 동맹의 창설과 이후 방침을 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먼저 저는 진행을 맡게 된 게일 남작입니다.”

게일 남작은 좌익을 맡았던 영주 중 한 사람이며, 바이든 자작과 마찬가지로 마이어드 후작을 가문 대대로 따라온 이였다.

그는 나를 제외한 남부 영주 중 가장 젊은 나이임에도 그 유능함을 인정받고 있었다.

다만 젊다고 해도 역시 아인의 몸과는 차이가 상당해서 30대는 넘었지만.

“우선 논의해야 할 사안은 정식으로 발족하게 될 우리 연합의 정식 명칭과 구성원들의 직책 그리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명칭부터 제안을 받겠습니다.”

“뭐, 이름이 크게 복잡할 필요는 없겠지요. 남부 연합이면 좋지 않겠습니까?”

“딱히 이견은 없습니다.”

연합이라고 해서 거창한 이름을 내세우려는 귀족은 없었다.

큰 조직일수록 이름은 오히려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편의상 부르던 명칭인 남부 연합이 정식으로 굳어졌다.

“다음으로 연합의 맹주를 정할까 합니다. 이 일은 모든 영주분들의 의견을 구하겠습니다.”

게일 남작뿐 아니라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마이어드 후작이나 레일리 왕녀 역시 예외가 없었다.

대놓고 나를 밀어달라고는 안 했으나 레일리 왕녀가 나를 지목했고 마이어드 후작이 그를 묵인함으로써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를 공표해도 되겠습니까?”

아무리 남부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지만 자작에 불과한 내가 마이어드 후작을 대신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어떻게든 최대한 숨겨야 하는 레일리 왕녀의 존재를 드러나게 만들 위험을 내포했다.

내가 맹주로서 지목된 건 레일리 왕녀의 뜻이 큰 영향을 끼쳤으니까.

“연합의 맹주는 마이어드 후작 각하께서 맡아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아직 버겁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이어드 후작을 지목했다.

실질적인 맹주가 나일지라도 대외적으로는 마이어드 후작이어야 했으니까.

“난 늙었네. 그리 오래 맡지는 못할 거야.”

“잠깐으로 충분합니다. 그 안에 성과를 내겠습니다.”

내가 말한 성과란 다른 지역에 대한 점령을 말했다.

그에 영주들은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맹주는 마이어드 후작님으로, 부재 시에는 네패스 자작님을 맹주로 하겠습니다.”

맹주와 부맹주가 정해지고 각 영주들에게 하나씩 자리가 만들어졌다.

다만 레일리 왕녀는 예외였다.

그녀의 경우에는 공식적인 직함을 남기지 못했다.

“참모는 저 게일 남작이 하는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순서로 연합의 향후 방침을 정하겠습니다.”

“우선은 남부의 안정화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한 영주가 의견을 냈고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남부의 안정화가 우선인 건 너무 당연했으니까.

문제는 그 방법이었다.

“현재 남부에는 우리 연합에 속하지 않는 영지가 6곳 있습니다.”

게일 남작의 시선이 레일리 왕녀에게로 향했다.

이 여섯 명의 영주들은 특정한 파벌에 속하지 않았거나 이제는 유명무실해진 친왕실파였던 이력이 있었다.

이전이라면 무시했을 친왕실파였다는 이력은 레일리 왕녀의 존재로 인해 연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이 일에 관해서는 왕녀 저하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영주들은 뒤탈이 없도록 아예 선택권을 레일리 왕녀에게로 넘겼다.

“우선 저를 생각해 준 마음에 감사드려요.”

사전에 논의된 부분이 있었기에 레일리 왕녀는 이를 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항복을 한다면 받아들이고 저항한다면 굴복시키면 그만입니다.”

레일리 왕녀는 회유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때 친왕실파였던 이들의 회유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연합 영주들의 마음을 사는 쪽이 더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들이 아직도 왕실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을 보이면 레일리 왕녀가 직접 항복을 권하는 것으로 계획이 정해졌다.

“그럼 영주들을 제압할 군대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게일 남작을 비롯해 다른 영주들이 원하는 건 한 가지였다.

연합의 지원을 받아서 그 영지들을 점령하는 것.

카이로스 백작가와의 싸움에서 큰 피해를 본 이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문제는 제가 나서겠습니다.”

이에 나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정하겠다고 일러주었다.

점령한 영지 자체는 근처 영주에게로 돌아가겠지만, 딱히 손해는 아니었다.

해당 영주로부터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는 게 관례이기도 하고, 어지간하면 전투 없이 항복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껏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남부의 대영주인 마이어드 후작과 카이로스 백작의 대립 때문이니까.

그 승자가 가려진 지금에 와서 감히 연합군에게 맞서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안정화는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을 보도록 하지요. 우리가 다른 지역을 침공할지 말지입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이견은 없었다.

레일리 왕녀의 존재는 시한폭탄.

그녀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 왕국에 있는 모든 대영주 세력들을 제거해야 했다.

“그렇다면 후보지는 세 곳입니다. 동부, 중부, 서부.”

게일 남작이 후보지를 언급했다.

우리는 우선 각 지역의 내전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 동부는 왕국에서 가장 먼저 내전이 시작된 곳이었다.

“동부의 대영주는 셋입니다. 그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이웃 영지들을 침략했지요.”

대영주들 세력에 편입되지 못한 영주들은 빠르게 밀려났고 이후 동부의 대영주들은 서로 팽팽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동부로 간다면 서로 창을 겨누던 그들이 동맹을 맺을지도 모릅니다.”

“서로 원한이 생겼을 텐데 쉽게 힘을 합치겠습니까?”

“그건 모를 일이지요. 우리에게 위협을 느낀다면 서로 손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부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은 영주들은 각자 생각에 잠겼다.

잠시 고민할 시간을 준 뒤 게일 남작은 다른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으로 중부. 친왕실파 귀족들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친왕실파에 속하던 귀족들이 가장 많이 있는 장소가 중부였다.

왕과 가까이 있던 그들은 피의 연회 이후로 세력을 크게 잃은 채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중부에서 유일한 대영주에 의해 피바람이 불었다.

“친왕실파 귀족들의 연합과 중부의 대영주 타이온 백작가. 이 두 세력이 싸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곳이 좋지 않은가?”

한 영주가 손을 들었다.

왕국을 평정하려면 남부뿐 아니라 다른 영주들도 연합에 받아들여야 했고 중부의 친왕실파 귀족들은 딱 좋은 상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들이 따르는 게 레일리 왕녀 저하가 아니라 네패스 자작님이라는 겁니다.”

상대가 한두 명의 귀족이라면 쉽게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부의 친왕실파 귀족들은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만일 그들을 통째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연합군 내에서 새 파벌이 생기는 걸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레일리 왕녀는 따를지 몰라도 나를 따를 일은 없었다.

‘레일리 왕녀가 나에게 권리를 넘긴 것의 부작용이지.’

아무리 왕실을 지지한다지만 그들이 나를 호의적으로 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레일리 왕녀는 사실상 나에게 고개를 숙였으니까.

내가 레일리 왕녀와 혼인을 하게 되는 것을 절대 반기지 않을 것이다.

“하긴 중부의 귀족들이 많이 꼬장꼬장한 편입니다.”

“기가 막히는군. 오히려 친왕실파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니.”

영주들은 저마다 소감을 한마디씩 내뱉었다.

당연히 친왕실파에 대한 험담이었다.

그러나 레일리 왕녀는 별다른 반발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이 상황은 상당히 어이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충신을 자처할지 모르나 실상 레일리 왕녀를 제 입맛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제일 큰 집단이었다.

“마지막으로 서부인데.”

마지막 서부의 순서가 오자 게일 남작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상당히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부는 상황이 좀 이상합니다.”

서부 역시 내전의 불길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진행 상황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서부의 내전을 시작한 건 평소 사이가 나쁘던 두 대영주입니다.”

대영주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뜻을 같이하는 건 아니었다.

당장 마이어드 후작가와 카이로스 백작가 역시 사이가 나빴으니까.

서부 역시 같았다.

두 대영주들은 사이가 아주 나빴고 내전을 틈타서 서로를 먼저 노렸다.

문제는 그 성과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양쪽 다 여전히 팽팽한 데다 서부의 다른 영주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싸움이 드물었습니다.”

서부는 내전치고는 아주 평화로웠다.

어디까지나 내전치고 그랬다는 것이지 대영주들이 격돌한 이상 다소의 혼란과 치안의 악화는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주는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지 않았고 대영주들의 싸움만 주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럴 만도 하지.”

서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마이어드 후작은 이 기묘한 상황에 어느 정도 납득한 반응을 보였다.

“서부의 대영주들은 둘 다 역사가 짧네. 서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영주치고는 작은 편이지. 가문의 규모도 그렇고.”

모든 내전의 주축은 대영주 가문이었다.

동부에서도, 중부에서도, 이 남부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그러나 서부의 대영주 가문은 세력이나 영향력에 문제가 있어 내전의 불길을 제대로 피워내지 못했다.

서로를 먼저 노린 것도 문제였고.

그래서 서부는 내전보다는 대영주들의 영지전에 가까운 양상을 보였다.

“이 셋 중 한 곳을 고른다면 어디가 좋겠습니까?”

게일 남작의 물음에 먼저 마이어드 후작이 표결을 했다.

“동부가 좋겠지.”

뒤를 이어 내가 말했다.

“당연히 동부입니다.”

그에 게일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동부군요.”

이 부분은 논의된 내용이 아니기에 레일리 왕녀는 잠시 고민한 뒤에야 이유를 알았는지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바이든 자작이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영주들의 표정은 처참했다.

난 베르타 준남작과 내가 이야기를 나눌 때 기사들이 짓던 표정을 떠올렸다.

딱 저런 얼굴이었다.

이를 눈치챈 게일 남작이 다른 영주들을 대상으로 설명에 나섰다.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시간입니다. 대영주들이 왕녀 저하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면 서로 규합할지 모르니까요.”

“그게 동부인 것과 관련이 있나?”

“만약 왕녀 저하의 존재가 알려졌을 때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어디겠습니까?”

“아하!”

“그렇군.”

그제야 영주들도 왜 동부가 선택된 것인지를 깨달았다.

동부는 대영주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 뿐 다른 세력은 남지 않았다.

다른 지역을 공격할 때 그들이 레일리 왕녀에 대해 알고 동맹을 맺어 우리를 노린다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기에 부담될 적을 가장 먼저 노리는 게 최악의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이 될 수 있었다.

서부의 대영주들은 규모가 작고 서로 감정의 골도 있어 힘을 쓰기 어려웠고, 중부는 어쨌든 친왕실파 귀족들의 본거지였기에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아 보인 것이다.

“그럼 동부를 목표로 정하고 이후 사안을 논의하겠습니다. 일단 각 영지의…….”

이후로도 회의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해가 뜨기 무섭게 시작한 회의는 해가 떨어질 무렵에야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럼 각자 서둘러 주십시오.”

그러나 회의가 끝나고서도 쉴 시간은 없었다.

모든 방침이 정해지자 영주들은 곧장 각자의 영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우리의 편이 아니기에 방침이 정해진 대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부를 확실히 점령하기 위해 연합에 속하지 않은 영지들을 상대해야 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다만 혼자는 아니었다.

근처 영주가 합류하기도 할 테지만 처음부터 함께할 동행이 있었다.

“기꺼이.”

레일리 왕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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