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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41화 (41/250)

VVIP 영주님의 품격 41화

VVIP 영주님의 품격 41화

41화

* * *

“영주님.”

여느 때와 같이 병력을 점검하고 있는데 일단의 기사들이 나를 찾아왔다.

로크와 릴리아나였다.

“무슨 일이지?”

어렴풋이 용건은 짐작되었지만 혹시나 해서 물었다.

“꼭 여쭙고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으십니까?”

“그러지. 장소도 옮길 건가?”

“영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난 집무실로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차분히 두 사람의 얼굴을 살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3티어 영웅이라는 것.

정확히는 내가 3티어로 만들었다.

“물어보게.”

“영주님께서 저에게 약을 주신 적이 있으셨습니다. 마법사 협회에서 받았다고.”

“그랬지.”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고 다음 날 저는 강해졌습니다. 그때는 그 약을 믿었지요.”

로크의 시선이 릴리아나에게로 돌아갔다.

로크에게는 약이라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릴리아나는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리 천재라도 빅터를 겨우 이기던 수준이 갑자기 3티어까지 올라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성장이었다.

“저번 싸움에서 왜 하필 릴리아나 경을 지목하셨습니까? 마치 릴리아나 경이라면 카이로스 백작가의 기사들과도 싸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던 것처럼.”

로크는 릴리아나를 직접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니 릴리아나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2티어도 라이언처럼 상성이 좋은 경우에야 싸우지 3티어 기사에게는 아예 통하지 않을 실력이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밀리지 않고 맞섰다.

“정확히는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이 말을 듣고 싶었겠지?”

“그렇습니다.”

내 말에 로크와 릴리아나는 몸을 움찔 떨었다.

짐작은 했겠지만 정말 내가 그런 짓을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마법이라고 말하면 믿을 건가?”

“일시적인 것도 아니고 영구적인 변화입니다. 더구나 신체 능력만 올라간 게 아니지요.”

역시 마법이란 말로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그 외에도 이상한 부분은 더 있습니다.”

“몬스터들에 대한 것이겠지.”

루안에게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아직도 레이드는 계속되고 있었다.

기사들이 충분했고 내 실력도 늘어나서 슬슬 주간 레이드도 할 만했다.

“설명해 줄 수 있으십니까?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한 건지?”

“그게 중요한가?”

로크의 물음에 나는 되물었다.

내게 어떤 힘이 있어서 이런 일들이 가능했든, 그들은 이미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였다.

절대군주에는 보통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배척받는 흑마법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마법은 그저 마법일 뿐.

“난 경에게 많은 걸 주었지.”

용병 출신임에도 실력만 보고 기사단장의 자리를 주었다.

네패스 남작가 출신의 기사들과 차별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중임했고 전공을 쌓을 때마다 잘 챙겨서 만족할 만큼 보상을 지급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언과 빅터가 얘기했던 것도 단장인 로크라면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내가 대영주가 될 때 로크에게는 귀족의 자리도 주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굳이 캘 필요가 있나?”

다음으로 릴리아나를 보았다.

아직 릴리아나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받은 게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실력만 보고 중용한 것은 그녀에게도 큰 기회였다.

게다가 로크를 시켜서 재능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었다.

3티어도 되었으니 곧 다른 기사들보다 높은 지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주님을 캐려는 게 아닙니다. 정말 영주님께서 의도하신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혹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게 다인가?”

“어떤 마법인지, 마법이 맞는지도 모르나 그만한 힘이 대가가 없을 리 없습니다.”

로크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지 못한 소리를 꺼냈다.

힘에 대가가 없을 리 없다라.

확실히 대가 없는 힘은 아니었다.

내가 매일같이 일일 퀘스트를 해서 라이언으로부터 질색받는 이유는 보주를 모으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정도 대가일 뿐이다.

이상한 놈으로 취급받는 시선만 견뎌내면 될 일.

다른 대가는 없었다.

‘정말 대가가 없나?’

아니, 대가는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묻힌 피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것이고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더 올라가는 게 목적이었다.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궁금하니까.

절대군주란 이름에 도달할 수 있을지.

“자주 쓰지는 못하지. 특히 릴리아나 경은 두 단계를 뛰어넘었으니. 하지만 다른 대가는 없다. 시간만 있으면 돼.”

“그게 다입니까?”

“매일 헛소리 좀 하는 것도 대가라면 대가지. 알면 그러려니 받아주게.”

“그랬군요.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로크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매일 안부를 묻거나 격려하는 건 이상했나 보다.

하긴 일일이 적당한 때를 맞추기 귀찮아서 엉뚱한 순간에도 말을 꺼냈으니.

“대가가 좀 이상하지만, 영주님의 몸에 이상이 없다면 상관없습니다. 전 영주님을 존경합니다. 게다가 저에게 힘을 주셨으니 영광입니다.”

“뭘. 그대는 내 기사단장이잖아.”

내 말에 릴리아나가 입을 달싹였다.

로크는 단장이니까 그렇다 쳐도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

“릴리아나 경은 효율의 문제였지. 그 상황에서 가장 나은 게 릴리아나 경이었어.”

2티어 기사들이 몇 명 더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것도 아니고, 있더라도 갑자기 3티어에 오른다고 그들이 잘 활약할지는 의문이었다.

재능이 부족한 이를 높여봐야 한계가 있을 테니까.

실제로 내가 그걸 느끼는 중이었다.

티어는 5티어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5티어 마법사답지 않다.

아직도 4티어 마법사인 플레턴에게서 승리할 자신이 없으니까.

갑작스럽게 등급이 올라간다고 해서 그 수준에 맞춰 강해지는 게 아니란 소리였다.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릴리아나는 천재다.

그녀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했고 실제로 그랬다.

“맞습니다.”

로크가 내 말을 곱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재능은 진짜니까.

그건 나보다도 로크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럼 나가보게.”

“실례가 많았습니다.”

로크와 릴리아나가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섰다.

분명 더 물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래도 날 걱정해 준 건 썩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 * *

난 복수를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켰다.

목표는 당연히 나를 노렸던 영주들.

카이로스 백작의 기사들과 힘을 합쳤던 그들은 이미 만반의 대비를 갖춘 상태였다.

“부족하지.”

그러나 그들과 나 사이에는 마법사의 수준 차이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협회를 통해서 해당 영주의 마법사들에게 경고를 보내놓은 상태였다.

저번 습격으로 입은 피해가 커서 같은 협회의 마법사라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경고.

이건 진심이었다.

일단 말을 내뱉은 이상 무를 수는 없는 노릇.

마법사들에게 알아서 몸을 사리거나 도망치라고 종용한 것이다.

마법사의 마나 파장은 같은 마법사만 느낄 수 있기에 내 경고는 상대 마법사들에게만 돌아갔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겁먹지 않고 맞설지도 모른다.

자신을 신뢰하는 영주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러나 분명 도망을 생각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 망설임과 혼란만으로도 충분했다.

- 내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경고한 겁니다.”

소식이 전달되고 조금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플레턴이 나를 찾았다.

마법사들을 죽이겠다는 말에 놀란 듯했다.

물론 중간에 여러 마법사를 거쳐서 이루어진 대화였다.

아마 이 대화를 전하는 통신 거점의 마법사들은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도 마법사인데 마법사를 죽이네 마네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 뭐, 알았다. 경고라도 해줬으면 됐지. 전달해 줄 소식이 하나 있다. 카이로스 백작가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도중, 의외의 이야기가 나왔다.

카이로스 백작이 나 때문에 마법사들을 의심해서 그 가족을 인질로 잡았다는 소리였다.

듣고 있던 입장에서는 기가 막혔다.

내가 플레턴의 제자가 되고 소문이 퍼진 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그 이유로 마법사가 나를 적대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

적들을 쓰러트린 다음에 회유하면 쉽게 넘어왔지만 적어도 싸워야 할 때는 끝까지 싸웠으니까.

‘미친놈 아니야?’

난 혹시나 해서 베르타를 찾아갔다.

“베르타 경. 카이로스 백작에 대해서 좀 묻고 싶은데.”

“그 망나니 말씀이십니까?”

베르타는 카이로스 백작을 망나니라고 불렀다.

어지간히 악명이 높았던 모양이다.

백작씩이나 되는 대영주에게 망나니라니.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쉽게 부를 말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나쁜 놈인가?”

“아시잖습니까? 남부에서 카이로스 백작이 나쁜 놈이란 건 다 압니다.”

베르타는 카이로스 백작의 악행에 대해서 줄줄이 이야기해 줬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백작이 되면서 제 동생들을 모조리 죽였다는 거였다.

동생들이 다소 심기를 건드리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형제이고 백작까지 되었으니 후계 문제도 걱정 없는데 굳이 죽였다고.

그 소리를 듣고 전대 백작과 백작 부인이 카이로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나섰지만 제 아비에게까지 주먹질을 했다고 한다.

집안 내부에서도 그러니 바깥에서 저지른 악행들은 말해 봐야 입만 아팠다.

“때려죽인 사람만 쉰 명은 될 겁니다.”

“맨손으로?”

“예. 어렸을 때는 장래가 촉망받던 기사였지요. 마족과의 전쟁에서도 제법 활약한 것으로 압니다.”

그 활약 덕분에 백작은 되었으나 그게 다였다.

가신들은 무서워서 백작에게 반대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허수아비가 되었다고 한다.

아니면 간신이거나.

“하지만 그와 별개로 카이로스 백작가의 기사들은 강합니다. 영주님께서도 싸워보셔서 아시겠지만.”

카이로스 백작은 마족들과 싸우면서 제 영지의 기사들뿐 아니라 실력 있는 다른 영지의 기사들도 막대한 돈을 써서 끌어들였다고 한다.

어쩐지 실력 있는 기사가 너무 많다 싶었다.

마이어드 후작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한테 그 정도나 보냈으니.

“마이어드 후작을 상대하겠다는 객기도 거기서 나왔겠지요. 물론 이제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루퍼스는 그 실력만큼 명성을 가진 기사였다.

얼굴은 잘 안 알려졌지만, 카이로스 백작의 삼기사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밑으로 10여 명의 상급 기사가 있었고.

‘상급 기사란 게 몽땅 3티어는 아니겠지?’

삼기사도 걱정되었다.

설마 루퍼스 수준의 기사가 둘이나 더 있단 말인가?

그 정도면 고작 대영주 한 명이 가질 전력이 아니다.

적어도 남부 전역을 통일해야 했다.

“삼기사가 누구지?”

“루퍼스, 알렉스, 카이로스 백작 본인입니다.”

하나가 백작 본인이라는 건 그렇다 치고 둘 다 못 들어본 이름이다.

절대군주의 메인 스토리에 나온 건 루퍼스뿐이니까.

그래도 다행이었다.

나를 노린 게 익히 알고 있던 루퍼스라서.

만약 다른 둘 중 하나가 나타났다면 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그 망나니를 보게 되겠군.”

“아닐지도 모릅니다.”

“음?”

“마이어드 후작이 마침내 공세를 개시했습니다. 결판을 낼 모양입니다.”

“마이어드 후작이?”

시기가 너무 빨랐다.

마이어드 후작은 이유 없이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었다.

나와 레일리 왕녀가 서둘러 세력을 키워서 지원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레일리 왕녀도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벌써 움직이다니?

“왜 이제 와서?”

“카이로스 백작이 먼저 마이어드 후작을 건드린 모양입니다.”

아직 루퍼스나 다른 기사들을 죽인 소식은 마이어드 후작에게 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마이어드 후작에게는 행운이었다.

4티어 하나에 3티어 셋이 나에게 죽었고, 저티어 영웅들도 많이 당했으니까.

꽤 빈틈이 생겼을 것이다.

카이로스 백작의 입장에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었다.

* * *

“정말 루퍼스 경이 죽었다고?”

“그런 듯합니다. 소식을 확인하러 갔던 이들의 보고입니다.”

테인 준남작의 보고에 카이로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단한 마법사라고는 들었지만 설마 루퍼스까지 죽일 줄이야.

예상외였다.

적어도 이 남부에서 삼기사에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으니까.

“마법사라고 해서 우습게 봤는데 기대 이상이군.”

카이로스는 씩 웃고는 손을 털었다.

그의 앞에 피투성이의 기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마이어드 후작이 보낸 기사들이었다.

“늙은이도 마찬가지야. 발끈하면 물 수 있을 정도는 되었군.”

카이로스가 서 있는 장소는 전장 한복판이었다.

마이어드 후작이 공세에 나섰고 그는 마이어드 후작의 기사들과 맞서 싸웠다.

거의 하루 종일 이어지는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둔 건 카이로스였다.

“덕분에 몸이 좀 풀렸어.”

카이로스는 어느새 물러간 마이어드 후작가의 군대를 보았다.

이기기는 이겼지만 피해는 자신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패스 남작은 이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내버려 두면 인근 영주들을 모두 쓰러트릴 겁니다.”

“루퍼스 경이 죽었는데 알렉스 경이라고 다르겠어? 그렇다고 내가 이곳을 비울 수도 없지.”

“그럼…….”

“늙은이를 먼저 친다.”

카이로스는 엄지를 세워 목을 그었다.

“아무래도 젊은 것보다야 늙은이가 먼저 죽는 게 사리에 맞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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