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38화
VVIP 영주님의 품격 38화
38화
【 중간 보스 공략 】
당연하지만 싸움은 막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미리 자리를 잡고 진형을 갖출 수 있으면 구조물을 놓을 수도 있다.
함정이나 매복 등도 마찬가지.
또 지리를 잘 알고 있어서 원하는 장소에서 싸움을 강요할 수도 있다.
이 목책으로 된 요새가 그렇다.
상대는 아래에서 위로 와야 하는 지형이고 자연히 그만큼 체력이 빠진다.
정 공격해 올 거라면 행군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좀 쉬다가 공격해 오든가.
아무리 느린 속도로 이동해 온다고 해도 장시간 이동은 체력을 크게 깎는다.
사람이든 말이든 예외 없이.
푸히힝!
그러나 상대 기사들은 망설임이 없었다.
이쯤 되니 정말 바보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면에서 싸우자고?’
처처척!
궁수 부대가 목책 위에서 활을 겨눴다.
상대 기사들은 금세 그들의 사거리까지 들어왔다.
나는 신호를 내렸고 수백 발의 화살이 기사들을 향해 쏘아졌다.
파파팍!
비가 쏟아지듯 떨어지는 화살이 벌판을 뒤덮었다.
사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사들이 거리를 좁히는 동안 두 번의 사격이 더 이어졌다.
화륵!
당연히 끝이 아니다.
오웰 남작가 때는 내가 먼저 나서서 마법으로 공격했지만 지금 상대는 마법사가 안 보였다.
후방에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이쪽 마법사들이 기사들을 요격할 수 있었다.
콰쾅!
화살에 이어서 마법사들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정면에서 달려오던 기사의 반절 정도가 낙마해서 쓰러졌다.
죽었거나 죽지 않았어도 전투에 나서기 힘든 정도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흐아압!”
그래도 괜히 기사가 아니라고 화살 비와 화염을 뚫고 도달한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 본 적 없는 거구의 기사는 자신의 덩치에 맞게 거대한 메이스를 휘둘렀다.
‘마법 지원도 없이 기사의 힘만으로?’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효과적이었다.
투쾅!
화약이 터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실제로 약간이지만 효과가 있었다.
남자 허리만 한 두께인 목책의 상당 부분이 파였으니.
하지만 그걸로 사람이 드나들 만한 통로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몇 번은 더 때려야 한다.
“바보 같은 짓 말고 발판이나 만들어라!”
그때 뒤쪽에서 웬 기사들이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왔다.
말이 굉장히 좋은 말인지 속도가 다른 기사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럼에도 선두가 아닌 건 다른 기사들보다 뒤쪽에서 와서 그런 듯했다.
‘뭐지?’
굳이 다른 기사들을 희생시켜서 안전하게 거리를 좁힌 자들.
의아하게 바라보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중 한 명이 말에서 뛰어내려 거구의 기사에게 몸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거구의 기사는 그를 받아서 목책 위로 넘겨버렸다.
“와…….”
마법사의 도움이라도 받았다면 놀라지 않으련만.
날쌘 몸놀림과 괴력으로 이루어낸 묘기였다.
‘이렇게 목책을 넘다니, 어이없군.’
하지만 겨우 한 명이다.
밑에서 기사들을 더 넘겨준다고 해도 이쪽의 기사 수가 더 많았다.
이대로라면 들어온 기사들은 족족 개죽음이다.
‘뭘 믿는 거지?’
난 안으로 넘어온 기사의 영웅 정보를 확인했다.
역시 평범한 기사는 아니었다.
‘3티어.’
특이 사항으로는 소속이 카이로스 백작가로 되어 있었다.
‘카이로스 백작의 기사?’
아무래도 카이로스 백작이 내가 세력을 확대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없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카이로스 백작의 군대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주변에 다른 군대의 출현은?”
“아직 없습니다.”
“계속 확인해라! 카이로스 백작의 기사다!”
상대의 깃발 중에 카이로스 백작의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이로스 백작가의 기사가 나타난 것은 일부러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했다는 소리다.
움찔!
내 외침에 넘어온 기사가 잠시 주춤거렸다.
설마 자신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볼 줄 몰랐을 테니 놀랄 만했다.
카이로스 백작 본인도 아니고 기사의 얼굴이 다 알려지기는 힘드니까.
쿵!
그때 기사 한 명이 더 넘어왔다.
이번에도 카이로스 백작가의 기사였다.
‘이런, 제대로 보냈구나!’
괜히 이런 멍청한 전략을 쓴 게 아니었다.
상대는 4티어 기사였다.
[영웅 정보]
이름 : 루퍼스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카이로스 백작가
유형 : 전투형
등급 : 4티어
칭호 : 위대한 기사
스킬 : 검술(4), 기마(4), 방패술(3), 격투(3), 난전(3), 단검술(2), 지휘(1), 궁술(1), 기습(1)
“루퍼스. 미친! 그 루퍼스라고?”
상대의 이름을 보고 절로 욕이 나왔다.
절대군주의 메인 스토리에도 나왔던 인물이다.
‘게임에선 카이로스 백작가 소속이 아니었는데.’
국적은 크레시안 왕국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카이로스 백작가 소속의 기사는 아니었다.
다른 귀족의 기사였지.
‘저 녀석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
아직 메인 스토리에서 나왔을 때보다는 약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기사였다.
중간 보스로 나타나서 유저를 상당히 힘들게 하는 녀석이니까.
물론 그래 봐야 머릿수로 밀어붙이지 못할 건 아니지만.
쿵!
또 다른 기사가 넘어왔다.
이번에도 3티어.
4티어 하나에 3티어 둘.
그리고 밑에서 거구의 기사가 목책을 두들겼다.
‘나름 자신감이 있을 만했다는 거지?’
장비도 모두 좋다.
루퍼스는 네임드 장비로 무장했고 다른 기사들도 장비 정보가 나올 수준은 되었다.
로크 말고는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실력자가 내 휘하에는 없었다.
“내가 지명하는 기사들만 나서도록.”
2티어 이상의 기사들과 1티어에서도 손꼽히는 기사들을 불러냈다.
로크와 라이언을 포함해서 모두 9명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달라붙었다.
마나 실드 하나만 사용해 줘도 싸움이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적들이 돌격해 옵니다.”
“기사들부터 처리해!”
목책이 뚫리더라도 이쪽에는 기사들이 훨씬 많다.
상대가 들어오면 다소 피해는 입겠지만 상대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날뛸 기사들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그런 여유조차 없었다.
‘그 덩치도 3티어일 텐데. 더 늘어나기 전에 여기서 끊어야 한다.’
3명의 기사들은 정면으로 대적하지 않고 목책 위에 있는 궁수들을 공격하며 혼란을 일으키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물론 내 기사들이 달라붙어서 그들을 막았다.
“흐압!”
로크가 휘두른 대검이 3티어 기사 하나를 가로막았다.
한 수에 로크의 실력을 알아본 기사는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팔지 않고 로크에게만 집중했다.
문제는 다른 둘.
단장인 로크가 하나를 막아 여덟이 둘에게 덤볐는데 루퍼스를 상대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만두지 못하겠냐!”
라이언이 단검을 치켜들었으나 루퍼스는 가볍게 경로에서 벗어나더니 도리어 라이언의 안으로 바짝 붙었다.
리치가 긴 무기를 가지고도 굳이 거리를 좁히는 행동.
무언가를 직감했는지 라이언이 다급하게 팔을 들어 올렸다.
뻑!
격투였다.
로크가 그랬듯이 루퍼스 역시 격투술에 자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아예 검을 버린 건 아니었다.
라이언이 막아내자 다시 검을 휘둘러 라이언을 몰아붙였다.
“이, 미친!”
검술과 격투술을 물 흐르듯 손쉽게 조합해서 싸우는 기이한 전투 방법.
라이언은 순식간에 팔을 베였다.
아예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큰 상처였다.
“물러나라!”
라이언이 혀를 차며 물러났다.
다른 기사들이 급하게 다가가 라이언을 엄호해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강하잖아. 4티어.’
혼자서 족히 100명 이상을 도륙해 낼 만한 실력자였다.
“윈드 불릿!”
그래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갑옷도 뚫어낼 수 있는 관통력 높은 마법으로 우선 루퍼스를 견제했다.
채챙!
그러나 루퍼스는 네임드 장비인 자신의 검을 휘둘러 윈드 불릿을 막아냈다.
아무리 관통력을 높이더라도 네임드 장비를 부술 수준은 아니었다.
“마나 블래스트!”
그래도 루퍼스의 발을 묶어두는 건 가능했다.
루퍼스는 다른 기사들과 맞서지 못하고 내 마법을 피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루퍼스는 빈틈을 찾아내더니 아예 내 병사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이런.”
공격할 수가 없었다.
설령 피해를 감수하고 공격해도 루퍼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4티어 전투형 영웅은 3티어와도 수준이 달랐다.
발목이나마 잡으려면 로크가 앞을 막아야 했는데 아직 로크는 다른 기사와 싸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용병들이 프레드를 비롯한 오웰 남작가의 기사들에게 당했을 때처럼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루퍼스가 아니라 다른 3티어 기사들을 표적으로 바꿨다.
“마나 블래스트, 윈드 불릿!”
이중 마법에 마나 가속까지 사용했다.
속전속결로 다른 기사들이나마 처치하기 위해서였다.
“큭!”
로크와 대치하고 있던 기사가 그에 당황했고, 로크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파악!
로크와 대치하던 기사의 팔이 그대로 베여 허공을 날았다.
자신의 팔을 잃은 기사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흘렸으나 로크는 봐주지 않았다.
콰앙!
높게 치켜들었다가 내리친 ‘아이투스’의 칼날은 상대 기사를 갑옷째로 갈라버리고 바닥을 때렸다.
셋 중 하나가 죽었으니 큰 이득이었다.
‘좋아!’
이대로 로크가 다른 쪽까지 정리한다면 아무리 루퍼스라도 독 안에 든 쥐였다.
“크아악!”
“으악! 사람 살려!”
루퍼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맹렬하게 날뛰고 있었다.
벌써 루퍼스의 칼날에 쓰러진 병사의 수가 족히 스물에 가까웠다.
심지어 1티어 기사 한 명도 루퍼스의 단칼에 목이 날아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후방으로 물러난 라이언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나는 라이언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2티어 영웅인 라이언은 잃을 수 없는 중요한 전력이었다.
“로크 경을 필두로 나서면 해치울 수 있을 거다.”
“그렇기야 하겠지만…….”
라이언이 뒷말을 흐렸다.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쿵!
목책을 두드리던 거구의 기사가 기어이 목책의 한 부분을 뚫었다.
사람이 드나들 틈은 아니었으나 한 번 생긴 틈을 넓히는 건 부수기보다 더 쉬웠다.
콰쾅! 쾅!
“루퍼스 경, 혼자만 재미 보지 말라고!”
거구의 기사가 틈을 넓히고 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기사들도 그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어떻게든지 앞서 들어온 나머지 두 기사를 잡아라. 약한 놈부터 노려.”
난 마법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는 나랑 같이 목책을 넘어오는 기사들을 막는다.”
“저희가 말입니까?”
2티어 마법사인 제이스를 비롯해 10여 명의 마법사들이 당황하며 날 봤다.
“실드를 있는 대로 써라.”
거구의 기사는 3티어다.
그러나 한 명뿐이다.
다른 고티어 기사들은 모두 넘어와서 날뛰고 있으니 목책에서 들어오는 기사들은 그에 못 미칠 것이다.
또 틈이 완전히 넓어진 것도 아니니까 실제로는 둘 정도만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마나 실드!”
난 가장 선두에서 마나 실드를 펼쳤다.
거구의 기사가 자신을 가로막은 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 힘을 막을 수 있을 거 같으냐!”
힘 하나만큼은 4티어 부럽지 않은 놈이었다.
나도 순순히 막을 수 없다는 건 알았다.
마나 실드에 마나 블래스트로 회전을 걸었다.
“이건 또 뭐야!”
콰앙!
그러나 기껏 회전까지 걸어놓은 마나 실드는 한 번에 금이 갔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마나 실드!”
망가질 뻔한 내 마나 실드의 위로 다른 마법사들이 다급하게 마나 실드를 겹쳤다.
“해보자는 거냐!”
거구의 기사가 연달아서 실드를 때렸다.
다른 마법사들이 펼친 실드는 순식간에 박살 나고 다시 내가 펼친 실드가 그의 공격을 막았다.
‘오래는 못 버틴다.’
플레턴은 한 번에 4개까지 마법을 쓰고는 했다.
그러나 아직 나는 3개가 최대였고, 실드에 이중 마법을 쓰면 하나뿐이었다.
하나의 마법으로는 저 거구에게 별다른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삼중 마법만 쓸 수 있었어도.’
플레턴과의 수련이 끝난 다음에 연습했지만 5티어의 재능으로도 삼중 마법은 쉽지 않았다.
이중 마법보다 난이도가 10배는 어려웠다.
“어쩔 수 없지.”
지금 쓸 생각은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난 곧장 상점을 열어서 가지고 있는 보주를 모두 털어 물건 두 개를 샀다.
2티어 승급권과 3티어 승급권이었다.
‘미안하다.’
라이언이나 빅터에게는 미안하지만 두 사람에게 줄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4티어 승급권을 살 재화는 없고.
내 선택은 결국 릴리아나였다.
“릴리아나 경.”
“네.”
내가 부르자 릴리아나가 곁으로 다가왔다.
난 릴리아나에게 곧장 승급권 두 개를 사용했다.
물론 급하게 승급시킨다고 해서 릴리아나가 3티어 수준이 되느냐면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믿을 구석은 있었다.
‘한 가지 스킬은 등급에 맞춰서 올라간다. 그것도 핵심 스킬이.’
내 마법 스킬 중 마나 블래스트가 처음부터 티어에 맞춰 높여졌던 것처럼.
가지고 있는 기술 하나는 무조건 티어에 맞춰서 증가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로크를 3티어로 올리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검술이 아니라 격투가 올라간 건 아쉬웠지만.
하지만 스킬이 하나밖에 없는 릴리아나는 확정적으로 검술 스킬이 올라갈 것이다.
[영웅 정보]
이름 : 릴리아나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네패스 남작가
유형 : 전투형
등급 : 3티어
칭호 : 뛰어난 검사
스킬 : 검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