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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16화 (16/250)

VVIP 영주님의 품격 16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6화

16화

* * *

이곳이 절대군주의 세계라는 걸 알고도 난 메인 스토리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있는 곳은 언급이나 간간이 될 뿐, 메인 스토리에서 한참 벗어난 무대인 크레시안 왕국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국적 정보를 통해 몇몇 인물이 크레시안 왕국 출신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곳이 무대는 아니었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메인 스토리에 등장하기 전인 지금 메인 스토리에 나오는 인물들은 언제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루안의 이름이 들려온 것이다.

루안의 국적은 크레시안 왕국이 아니었기에 고려조차 않았음에도.

‘루안을 영입할 수 있으려나?’

루안은 매우 뛰어난 대장장이였다.

그에게는 독특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쇠와 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무리 마법이 존재하는 아르카디아에서도 그런 능력은 알려진 바 없었고, 그 때문에 누구도 루안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루안의 실력은 의심을 거둘 정도의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설정에 의하면 루안은 최고의 자질을 가진 대장장이였으니까.

‘물론 스토리상 그렇다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지.’

만약 절대군주에 대장장이가 속할 영웅 유형이 있었다면 루안은 5티어, 불세출이란 평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영입할 수 있다면 당연히 영입해야 한다.

‘서둘러야겠군.’

나는 대장장이들에게 일단 만들 수 있는 것만 시도해 보라고 전달한 뒤 베르타를 찾았다.

내전이 일어난 뒤 베르타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해져 있었다.

“공자님. 아직 동부의 내전 상황에 대해서 추가로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다.”

“다른 지역도 알아보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동부 내전의 개시와 함께 각 지역 대영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태입니다. 물론 저희는 마이어드 후작을 주시해야겠지요.”

남부의 대영주 마이어드 후작.

그 외에도 대영주라고 부를 만한 귀족이 없지는 않았으나 마이어드 후작의 세력은 남부에서 독보적이었다.

사실상 남부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바쁜 상황에 미안하지만 사람 한 명 찾을 수 있겠나?”

“누구 말씀이십니까?”

“루안이라고 하는 대장장이다.”

나는 루안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이야기했다.

기이한 능력으로 젊은 나이에 믿기지 않는 뛰어난 솜씨를 가진 떠돌이 대장장이.

그렇게 솜씨가 좋다면 보통은 다른 이들이 그러하듯 이름 있는 공방에 들어가야 했으나 루안은 그러지 않았다.

재료의 수집부터 스스로 나서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특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 성격 때문에 메인 스토리에서도 협력은 하되, 유저의 밑으로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했고.

“죄송합니다. 지금은 내전 때문에 인력이 없습니다. 그건 마법사 협회에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떠십니까?”

“마법사 협회에?”

내전이 시작되었으니 마법사 협회도 일찌감치 비상사태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고작 사람 하나 찾아달라는 내 요청을 들어줄지 의문이었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흠. 그건 그래.”

사실 루안을 찾더라도 녀석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제안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퀘스트로 얻는 보주, 레이드로 얻는 재료, 유료 상점에서 살 수 있는 도안들 정도가 전부였고.

“그래도 일단 연락은 넣어둘까.”

아무리 내가 5티어 마법사라도 영지에서 직접 마법사 협회에 연락할 수는 없었다.

거리가 너무 머니까.

그래서 마법사 협회는 마을, 도시마다 통신 중계 거점을 만들었다.

일종의 봉화인 셈이다.

그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봉화보다는 더 자세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날씨나 지형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가까운 거점을 향해 지정된 파장을 보내고 잠시 기다렸다.

다행히 거점의 마법사가 딴짓하고 있던 건 아닌지 다음 거점으로 전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보안 문제만 빼면 참 좋은데.’

이 편리한 마나 파장의 최대 단점은 내가 마법사 협회로 가던 파장을 읽은 것처럼 마법사끼리는 도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협회에 소속된 마법사들은 내용을 발설하지 않기로 맹세를 하지만 그 신뢰는 불투명했다.

게다가 그 근처에 있던 협회 소속이 아닌 마법사가 내용을 들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었다.

덕분에 마나 파장으로 전달하는 내용에는 예민한 부분은 빼거나 별도의 신호를 만들어내야 했다.

중간 거점의 마법사에게는 지정한 신호만 보내달라고 하고 그 뜻을 감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보내는 마법사가 실수로 잘못 전달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었다.

“참, 요즘 사냥을 자주 나가셨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마법 수련이었지. 용병들 훈련도 좀 시키고.”

“기사들이 불만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그럴 거 같지는 않던데.”

물론 처음에야 이 시기에, 그것도 용병들만 데리고 사냥을 나간 것에 불만을 보였다.

그러나 사냥을 갈 때마다 용병들의 반응이 좋지 않음을 보고 기사들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빅터에게 직접 물어서 확인한 내용이니 확실했다.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뭐, 좀 더 신경 써보지.”

‘영광의 검’과 적당한 공치사로 충성심을 샀던 약발이 슬슬 떨어질 때가 되기는 했다.

* * *

“빨리빨리 움직여! 동부 내전 소식을 아직도 모르는 머저리가 있냐? 칼침 맞아야 정신 차릴래!”

오늘도 기사들은 병사들을 혹독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덕분에 병사들은 다들 죽을 맛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보이지는 않았다.

내전이 터졌으니까.

전시 상황으로 바뀌어 영지의 분위기도 달라졌으니 병사들은 얌전히 응했다.

‘문제는 사기인데.’

내전 소식 이후로 병사들의 사기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네패스 남작가에는 뭐 하나 믿을 구석이 없었으니까.

그나마 내가 마법사 협회를 다녀왔고 마법사인 것도 드러냈으나 병사들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불안함을 느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음 사냥에는 병사들을 데려가야 하나?’

반면에 용병들은 사냥에 질색하는 것 빼고는 사기가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사냥에 나갈 때마다 괴수들만 만나서 고생을 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내가 마법으로 사냥했으니까.

5티어 마법사의 힘을 보고 용병들은 나름 내전도 할 만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훈련을 보러 오셨습니까?”

병사들을 굴리고 있던 기사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 기사는 바로 빅터였다.

처음에는 내 호위기사로서 붙어 다녔던 빅터는 마법사 협회를 다녀온 이후로 호위를 그만두었다.

내전을 앞두고 바빠진 일정 탓에 기사단의 인력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아니, 자네를 보러 왔지.”

“아…….”

빅터는 아직도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순진한 놈이다.

그리고 지금껏 지켜본 바 대체로 기사들은 다 그랬다.

“바쁘실 텐데 이렇듯 신경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뭘. 다른 기사들은?”

빅터 외에는 보이지 않아서 어딘가에서 단체로 대련이라도 하나 싶어서 물은 거였다.

그런데 빅터에게서 의외의 말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단장님의 지시 아래 서로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략?”

“그렇습니다. 전장에서 전략은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당혹스러웠다.

지금 영지의 기사 중에 전략을 낼 정도로 경험이 있거나 머리 좋은 사람은 안 보였으니까.

“지휘 경험이 많은 기사가 있나?”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략을 짜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험 없는 사람들끼리?”

난 불길한 예감을 받아 서둘러 기사들을 찾아갔다.

기사들은 방 한가운데에 지도를 펼쳐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큰길에 매복하는 쪽이 좋다니까?”

“큰길로 올 걸 어떻게 압니까?”

“여기가 넓잖아?”

기사들은 영지까지 들어오는 진로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 내가 들어온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에 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소리를 내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만큼 눈에 잘 띄는데 설마 거기로 들어오겠습니까? 차라리 조금 좁아도 샛길로 돌아서 오겠지요.”

“아니야. 아니야. 애초에 멀쩡한 길을 선택할 리가 없어. 이쪽이 산세가 완만하니까 이곳을 타고 곧장 들어올걸?”

그러나 듣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넓은 길로 바로 들어오거나 좁은 길로 오거나, 아예 산을 넘어서 오거나.

각자의 생각과 근거를 대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상대의 병력 규모와 세력의 관계를 알아야 진격로를 추론할 수 있지.”

내가 참지 못하고 지적을 하자 기사들이 뒤늦게 나를 돌아보았다.

“공자님!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그런데 지금 하는 게 전략 회의인가?”

“그렇습니다.”

“엉망이군.”

난 지도로 가서 이웃 영지 세 곳을 가리켰다.

바이든 남작가, 도미닉 남작가, 왈트 자작가.

조만간 내전이 남부에까지 닿는다면 우리 가문은 이 셋 중 하나 이상과 겨루게 될 터였다.

‘하지만 바이든 남작가에는 변수가 생겼다.’

가장 유력한 적이었던 바이든 남작가에 레일리 왕녀가 숨어 있던 뜻밖의 상황.

그 때문에 바이든 남작가의 행보를 짐작할 수 없게 되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바이든 남작가의 전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할 거란 점.

“만약 바이든 남작가가 움직인다면 큰길을 통해서 오겠지.”

숫자가 많고 실력에도 자신 있을 테니 굳이 숨지 않을 것이다.

매복하고 있어도 길이 이렇게 크면 대처도 어렵지 않았다.

이쪽의 병력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도미닉 남작가가 온다면 샛길로 올 테고.”

무려 4곳의 영주 가문이 대치하는 상황.

독보적인 힘을 가진 바이든 남작가는 별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병력의 이동을 당당히 드러내겠지만 다른 가문들은 그게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소규모 병력만 보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가 있는 건 아닐 테니 샛길로 빼서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왈트 자작가라면 숨어서 오겠지.”

이 네 가문 중에서 원래 가장 세력이 강성한 건 왈트 자작가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병력의 움직임이 알려진다면 다른 가문들의 협공을 받을 위험성도 있었다.

이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가 아니냐 싶겠지만 세력이 약한 곳은 출병해도 의외로 빈틈이 잘 노려지지 않았다.

다른 세력들이 서로 견제하니까.

그렇지만 강한 세력이 빈틈을 드러내면 약한 세력들이 연합해서 물어뜯기 마련이었다.

‘바이든 남작가에 왕가의 병력이 있다는 걸 다른 영주들은 모를 테지.’

오직 바이든 남작가만이 여기서 예외였다.

“하지만 아마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을 거야.”

대영주 세력이 섞여 있는 바이든 남작가와 달리 다른 두 가문은 중립에 가까웠다.

딱히 친왕실파도, 대영주파도 아닌 이들.

그렇기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칠 수도 있었다.

“두 가문이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크지.”

최악의 경우는 3자 동맹으로 바이든 남작가까지 끼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 네패스 남작가는 싸움다운 싸움도 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최악의 상황에서는 내가 마법사 협회의 비호를 받는 걸 드러내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이는 논외로 두고 다른 경우만 생각하면 된다.

“그 경우 우리를 먼저 노리겠지. 만만하니까.”

그러나 많은 병력을 보내지는 못할 것이다.

바이든 남작가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가능하면 소수 정예를 통해서 우리를 제압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니 큰길로는 못 온다.

오는 게 뻔히 보이면 방어 준비도 할 테니까.

샛길로 빼는 것도 안 된다.

이쪽에서 요격에 나서면 매복이 아니더라도 샛길에서는 제대로 싸우기 힘들다.

결국, 이들은 길이 아니라 산을 넘어 숨어서 올 것이다.

“만약 두 곳이 동맹을 안 맺거나 한 곳이 바이든 남작가와 동맹을 맺으면 어쩝니까?”

“동맹이 아니면 지지부진해지겠지.”

네 세력이 서로 눈치만 보고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내 입장에서도 이는 나쁜 경우였다.

내전이라는 상황을 이용하기 힘들어지니까.

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균형을 흔들기 위해 내가 먼저 나서야 했다.

“그리고 한 곳이 바이든 남작가와 동맹을 맺는 경우면…….”

동맹을 맺지 못한 세력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나에게는 마법사 협회라는 구명줄이 있었지만 다른 세력은 그런 게 없을 테니까.

이 경우에도 내가 먼저 나서서 그 세력을 노려야 했다.

“남은 한쪽을 잡아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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