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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영주님의 품격-6화 (6/250)

VVIP 영주님의 품격 6화

VVIP 영주님의 품격 6화

6화

【 용병 고용 】

“그런데 공자님, 정말 이걸 다 파실 겁니까?”

베르타가 용병들을 모으는 동안 난 빅터와 함께 네패스 남작가의 저택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팔아치우고 돈으로 바꿀 만한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물건이 쌓여갈수록 빅터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여기 있는 물건 중엔 가족분들께서 아끼시던 것도 있습니다만…….”

“빅터 경.”

난 이 물건들을 팔더라도 가문과 영지를 위한 일이니 가족들이 기뻐할 거라는 말을 꺼냈다.

그에 빅터는 갑자기 기억이 돌아왔냐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기에 그냥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얼버무려야 했다.

하지만 빅터는 그것만으로도 기쁜 듯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인의 가족이었던 이들은 영지민들을 살뜰히 살폈던 모양이다.

그것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알겠습니다. 기억이 돌아오려는 조짐이겠지요. 그런데 공자님, 작위 계승식은 언제 진행하실 건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계승식?”

물건들을 살피다 낯선 단어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제 네패스 남작가를 이끌어가실 분이신데 계속 공자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계승식을 진행하셔서 정식으로 작위를 물려받으셔야지요.”

“아, 그거.”

빅터의 말을 듣고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를 부르는 호칭은 계속 공자님이었지, 소영주나 소가주처럼 후계자를 부르는 호칭은 아니었다.

물론 호칭을 바꾸는 일이야 바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인을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게 한참 전부터 입에 붙어 있는 듯했다.

그렇기에 계승식이 필요한 거였다.

정식으로 네패스 남작가를 이끌어갈 영주가 되면 더는 공자님이라 부를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꼭 해야 하나?’

물론 작위를 승계하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영지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베르타를 비롯해서 나름 가신이라고 부를 이들이 조용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변방의 한미한 가문이라고 해도 그래도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 가문이니까.

제대로 계승식을 진행하려면 적잖은 돈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그건 너무 아까운데.’

주변에 부를 만한 귀족이 있어서 친분을 다질 수 있다면 혹시 모른다.

하지만 장례식에 아무도 안 온 시점에서 이웃 영주들은 다 잠재적인 적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불러봤자 올 가능성이 없고, 올 사람도 없는데 비싼 돈 들이는 건 낭비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대충 준비했다가 행여 찾아오면 그것대로 문제고.

‘가족들도 다 죽고 영지가 힘든데 그걸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잖아.’

덕분에 네패스 남작가는 이도 저도 못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빅터 경은 어째 나보다 더 계승식을 바라는 거 같네.”

“티가 났습니까?”

분위기로 봐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찔러본 말이었다.

그러나 빅터는 눈에 띄게 당황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영주가 된다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져?”

“그야 공자님께서 계승식을 마치셔야 저도 정식 기사로 서임 받을 거 아닙니까?”

듣고 보니 그랬다.

네패스 남작이 없는데 빅터가 정식 기사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봉급도 올려줘야 될 텐데…….”

영지의 가난한 재정 상태를 언급하며 지그시 바라보자 빅터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조, 조금만 올려주시면 됩니다.”

“진짜 조금만?”

“남들만큼만 주시면…….”

내 압박에 빅터는 버티지 못하고 이실직고했다.

“뭐, 나도 악덕 영주는 아니니까. 여유가 생기면 챙겨주지.”

하지만 그 여유가 생길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내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출의 반복일 거 같았으니까.

적어도 내전이 시작된 이후라면 돈이 들어올 구석은 있겠지만.

‘영지를 부흥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약탈이겠지.’

안타깝지만 네패스 남작령은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었다.

돈 나오는 광산이 있나, 풍성한 수확물이 있나, 그렇다고 관광지이기를 하나.

자급자족도 못 하고 외부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 오는 가난한 영지였다.

그나마 마족과의 전쟁 전에는 영주 가문답게 돈을 좀 굴렸던 모양인데 지금은 그마저 폭삭 망했다.

‘VVIP 시스템에도 목돈이 들어오는 건 없고.’

매일 일일 퀘스트를 진행해서 베르타에게 준 것 말고도 제법 보주들을 모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보주들은 원래 목적에 맞게 유료 상점에 쓸 생각이었다.

‘좋은 아이템들을 많이 팔고 있었지.’

유료 상점을 뒤지던 도중에 발견한 2티어 영웅의 3티어 승급권.

나는 이를 이용해 용병 중 2티어 영웅을 찾아 3티어로 승급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에 빅터나 영지의 다른 기사들은 해당하지 않았다.

‘설마 전원 1티어일 줄은 몰랐지.’

시스템에는 나 말고 다른 영웅들의 정보를 확인하는 기능도 있었다.

이 기능으로 혹시 영지에 숨어 있는 인재가 있을까 싶어서 쭉 훑어봤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예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최하급인 1티어에도 못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나마 영웅이라고 나온 인물은 기사들뿐인데 모두가 최하위인 1티어 영웅이었다.

저번에 내가 쓴 퍼스트 클래스 같은 특전이 없는 이상 1티어 영웅을 키우는 건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무과금 공략을 만들 때는 고티어 영웅을 쓸 엄두도 낼 수 없었기에 그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지만 그건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뿐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면 그만인 게임이니까.

그래서 몇 번이고 실패를 반복해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 목숨이 달린 현실에서까지 그런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처음부터 높은 티어의 영웅을 영입해서 그에게 몰아주는 쪽이 나았다.

‘그나마 베르타가 2티어긴 했지만.’

빅터와 달리 쓸모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였다.

행정관 베르타는 네패스 남작가에서 유일한 2티어 영웅이었다.

물론 당장 급한 건 전투형 영웅이라 베르타에게 3티어 승급권을 사줄 생각은 없었지만.

“여기까지 하고 이만 정원으로 가보지.”

“알겠습니다.”

판매할 물품을 모두 정하고 빅터와 함께 저택의 정원으로 나섰다.

베르타의 한 달쯤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불과 보름이 지나기도 전에 용병들이 네패스 남작가에 모여들고 있었다.

마법사 협회를 통한 방법이 성공적이었다는 의미다.

‘한 달을 예상한 것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단축이지.’

물론 그들은 아직 나에게 고용된 입장은 아니었다.

미끼로 내건 면접비에 혹해서 모인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당연하지만, 모두를 고용하기는 힘들었고 그중에는 아예 고용은 염두에 두지 않은 이들도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쓸 만한 실력이 있다면 큰돈을 줘서라도 붙잡아야겠지.’

진짜 빚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전력의 보충이 무엇보다 급한 시기였다.

나는 정원에 모인 용병들을 쭉 훑어보았다.

역시나 용병 대부분에게서는 영웅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흠.”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곁에서 따라오던 빅터가 눈을 부라렸다.

나는 일부러 용병들이 무장을 한 채로 정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지 않으면 실력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물론 시스템을 통해서 정보만 훑어도 되었지만, 남들을 이해시킬 방법도 별도로 필요했다.

‘그래도 큰일은 없겠지.’

무턱대고 생각 없이 용병들을 무장시켜서 들인 건 아니었다.

정원 주변에는 네패스 남작가에서 동원할 수 있는 100명의 병사가 모두 모여 있었다.

거기에 기사단장이라는 터너 경과 나머지 기사들도 동원된 상태였다.

차분히 용병들을 훑고 있는데 한 용병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올렸다.

비대한 근육과 험상궂은 인상에 맞지 않는 소심한 행동이었다.

“고용과 상관없이 실력만 증명해도 돈을 주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마법사 협회에서 이야기를 전달했을 텐데?”

“물론 들었습니다만, 영 믿기지 않아서 말입니다. 고용하지도 않았는데 돈을 준다니.”

내 생각보다 이곳에서는 면접비라는 개념이 생소한 듯했다.

그래도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효과는 확실했을 것이다.

“물론. 아, 얼마를 줄지도 들었겠지?”

실력을 보인다는 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난 용병들에게 기준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견습 기사 빅터를 비롯하여 가문의 기사들과 대련할 것.

물론 기사와 겨뤄서 이기라는 건 싸움에 잔뼈가 굵은 용병들이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기사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만 용병들은 길거리 싸움이나 마을에서나 힘 좀 쓰던 이들이 태반이니까.

실력자가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기사와 맞먹을 실력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기에 나도 용병들에게 이기라는 소리는 안 했다.

기사를 상대로 버티는 시간에 따라 단계를 나눴고 만약 기사를 이기면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기로 약속했을 뿐이다.

“물론입니다. 그럼 저부터 해봐도 되겠습니까?”

씩 웃으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그의 행동에 몇몇 용병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들을 속으로 비웃었다.

자신감 있게 나서는 그들에게서 아무 정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시작해 보지.”

내 신호에 맞춰 빅터를 비롯해 기사 세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겨루고 싶은 상대 앞에 서게. 기회는 두 번 주어지지 않으니 신중하게 고르고.”

용병들은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각자 기사 한 사람을 골라 맞은편에 섰다.

젊어서 그런지 빅터 쪽으로 많이 몰리는 경향이 나왔다.

“빅터 경, 얕보인 모양이군.”

“후회하게 될 겁니다.”

빅터 역시 그런 용병들의 기색을 읽었는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물론 다른 기사들은 정식으로 서임 받은 몸이지만 빅터는 아직 견습이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으니 딱히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닌 듯했다.

어쨌든 빅터도 정식으로 서임이 예정된 몸이었으니까.

아인의 아버지인 네패스 남작이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다면 이미 서임을 받았어야 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내 신호를 시작으로 3명의 기사와 3명의 용병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무모하게 덤비는 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이기기보다 시간을 끌 생각으로 싸웠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간격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물러나는 게 싸움에 문외한인 내 눈에도 읽혔다.

“하압!”

그러나 기사들은 괜히 기사가 아니었다.

더구나 용병들보다 월등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기에 대범하게 빈틈을 파고들었다.

때때로 정면 힘 싸움으로 방어를 무너트리기도 했다.

특히 빅터가 그랬다.

장검을 양손으로 내리쳤는데 도끼로 그것을 막아내던 상대 용병의 팔이 그대로 밀리더니 제 이마를 때렸다.

그에 용병이 휘청하며 틈을 보이자 빅터는 주먹을 휘둘러 용병을 제압했다.

‘1티어도 일단 강하긴 하네.’

[영웅 정보]

이름 : 빅터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네패스 남작가

유형 : 전투형

등급 : 1티어

칭호 : 어설픈 기사

스킬 : 지휘(1), 기마(1), 검술(1), 격투(1)

스킬의 단계를 나타내는 숫자들은 모두 1이었다.

절대군주의 게임에서는 최하라는 평가 말고는 해줄 게 없는 수준.

그러나 실제 이 세계에서 스킬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상당히 큰 모양이었다.

빅터는 연달아서 용병 셋을 쓰러트렸다.

그중 딱 한 명만 최하 시간을 간신히 넘길 뿐이었다.

그만큼 기사의 수준은 용병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윽! 장난 아니잖아?”

“쉽게 돈 좀 벌어보나 했더니!”

일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용병들의 분위기가 다소 사나워졌다.

‘뭐, 저 녀석들은 풋내기니까.’

기사의 실력을 제대로 아는 용병이라면 애초에 호기롭게 먼저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가능하면 순서를 뒤로 늦춰서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렸겠지.

실제로 먼저 나선 용병 중에 영웅이라 판정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헉헉!”

물론 기사들에게도 한계가 찾아오고는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들의 숨이 거칠어졌으니.

그에 몇몇 용병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는 게 보였다.

난 다른 기사들을 돌아봤다.

일전에 빅터가 일러준 대로 네패스 남작가의 기사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

본래는 스무 명쯤 되었다니까 많이 줄어든 셈이지만 그래도 용병들과 어울리기에는 충분했다.

“지쳤으니 교대하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용병들이 갑작스러운 교대 소식에 절망에 빠졌다.

기사단장인 터너 경을 제외한 여섯 명의 기사들은 얼마든지 교대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교대하지 않는다는 말은 없었는데? 다 지친 적을 상대로는 어린아이도 얼마든지 해볼 만하겠지.”

내 핀잔에 항의하던 용병은 답이 궁색했는지 투덜거리면서 물러났다.

그렇게 한 번의 교대 이후 두 번째 교대하기 직전이 되었을 때였다.

다른 용병들보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으나 대신 민첩해 보이는 용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기사들의 앞으로 나간 게 아니라 나와 마주하고 섰다.

스릉!

그 용병의 돌발 행동에 상황을 지켜보던 터너 경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짓이냐?”

“미천한 용병이 귀족 나리께 여쭙고 싶은 게 있어 왔습니다.”

터너의 으르렁거림에도 그 용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흥미를 갖고 용병에게 말했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예, 귀족 나리. 아까부터 여기에 모인 많은 사람 중 유독 저를 보고 계시는데 그 이유를 좀 알려주십시오.”

터너는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는 반응이었지만 난 부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용병의 말대로 나는 아까부터 그에게 자꾸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으니까.

[영웅 정보]

이름 : 라이언

국적 : 크레시안 왕국

소속 : 떠돌이

유형 : 전투형

등급 : 2티어

칭호 : 숙련된 용병

스킬 : 난전(2), 단검술(2), 격투(1)

그도 그럴 게 그는 내가 바라던 2티어 영웅이었다.

현재 이 자리에 모인 용병은 대략 80여 명.

하지만 2티어 수준이라고 판정되는 용병은 라이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내가 유일했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물을 줄은 몰랐네.’

용병의 신분으로 귀족에게 선뜻 말을 건 것도 놀랍다.

아까 다른 용병이 괜히 소심하게 말을 했던 게 아니다.

신분의 차이와 사방에 깔린 무장한 병사들이 주는 압박감은 실로 엄청난 거였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웠다.

2성 영웅은 이 정도에 겁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였고, 그 믿음의 기저에는 실력에 대한 자신이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언제쯤 나오나 궁금했거든. 여기 모여 있는 용병 중에서는 그쪽이 제일 강할 테니까.”

내 말에 기사들과 용병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라이언에게 시선을 모았다.

“대답이 되었나?”

“이 미천한 용병의 물음에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르릉.

라이언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을 막아서고 있는 터너를 향해 단검을 겨눴다.

“무슨 의미냐?”

터너의 표정이 일그러진 건 당연했다.

감히 용병이 자신을 향해 검을 뽑았으니.

“분명 실력의 증명은 기사분들과 상대하라고만 되어 있지, 그 상대는 지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아까 저희에게 선택할 수 있게 해주셨고. 그렇지 않습니까?”

라이언은 당돌하게도 터너와 대치하고 있으면서 나에게 다시 질문했다.

어지간히 간이 크지 않고서야 무장한 기사를 상대로 보일 수 없는 모습이다.

나는 그런 라이언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분이 여기 계신 기사님들 중 제일 강해 보이니 제 실력을 증명하기에 제격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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