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영주님의 품격 1화
VVIP 영주님의 품격 1화
1화
【 프롤로그 】
난 모바일 게임 절대군주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VIP 시스템에 대한 공지를 몇 차례나 확인했다.
부디 내가 알고 있는 흔한 VIP 시스템과는 다를 가능성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은 여지없이 배신당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과금하면 혜택 주는 그 VIP 시스템이 맞았고 그 혜택의 수준은 밸런스를 가뿐히 무너트릴 정도였으니까.
P2W(pay to win) 구조가 적용되기로 한 것이다.
“하…….”
그것을 확인한 순간 입에서 억눌린 탄식이 흘러나왔다.
게임사는 절대군주를 돈이 아닌 오직 전략으로 겨루는 게임으로 만들겠노라 유저들에게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공지 사항으로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증명된 것이다.
“감히 유저들을 기만해?”
황망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에 이가 갈렸다.
“어디 이러고도 잘 되는지 한번 보자!”
자고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게 우리네 아름다운 정 아니겠는가?
난 컴퓨터 바탕 화면 구석에 넣어뒀던 폴더를 열었다.
이 폴더 안에는 지난 반년 동안 만든 절대군주의 공략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물론 각 스테이지의 공략은 유저들이 공략 게시판 등에 공유하고 있지만, 내 공략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무과금 특화 공략이라는 것.
단 한 푼의 돈도 들이지 않고 순수한 전략만으로 모든 스테이지를 깨기 위해 만든 공략이었다.
게임사는 헤비 유저들을 붙잡아 큰 수익을 낼 생각이었겠지만 이 공략이 올라간다면 그 계획은 망가질 게 분명했다.
돈을 쓰지 않고도 공략할 수 있다면 돈을 쓰는 의미가 없으니까.
부디 게임사가 거하게 망하기를 바라며 무과금 특화 공략집을 게시판에 올리고 브라우저를 종료시켰다.
하지만 통쾌함은커녕 쓴맛만이 입가를 감돌았다.
나름의 복수는 한 셈이지만 좋아하던 게임 하나를 잃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했다. 이 쓰레기야.”
그렇게 전략 게임 마니아를 자칭하는 내 짧은 사랑이 끝을 고했다.
하지만 내가 올린 공략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재미는 있지만 극악한 난이도로 많은 이들을 절망시켰던 전략 게임 절대군주.
그 게임을 무과금으로 공략하는 방법이 나오자 떠나려던 유저들이 다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무과금으로 공략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모순적이게도 소액의 과금을 하는 일부 유저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늘어나며 휘청이던 게임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하여 얼마 뒤, 경과를 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다시 찾았을 때.
[그리하여 운영진 회의 결과 공략집을 게시해 주셨던 ‘과금하면 흑우’님께 VVIP 등급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나는 게임사로부터 게임을 번영시킨 공을 인정받아 VVIP 등급이 되어버렸다.
“이런 흑우 새끼들이…….”
흑우들의 성향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나의 패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