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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132화 (13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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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현이 자신의 말을 어겼다는 것과 오른팔이 날아갔다는 점, 그리고 사랑스런 딸을 죽여버린 최강현을 놓쳤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강용현 노인은 이성을 반쯤 잃은 상태였다.

“모두... 쓸어버린다.”

“부, 부회장님...!”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아,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강용현 노인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어, 언제부터...?”

“지금, 당장.”

그 말에 비서실장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시작하란 말이다!”

“아, 예.”

“나가 봐라. 결과는 일주일 안으로 보고하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사지를 찢어버릴 거다.”

“아,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부회장실에서 빠져 나갔다. 그리곤 다급히 휘하에 있는 조폭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일주일이다. 그 안으로 처리해.”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대답을 듣고서 전화를 끊었다.

“하아, 큰일이군.”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강용현 노인은 참 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비서실장은 한 마디 반박할 수 없다. 눈에 거슬리는 순간 자신도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인생이 원래 그런 걸...”

비서실장은 고개를 저으며 또 다시 강용현 노인에게 전해줘야 할 서류를 찾기 시작했다.

최인과 이필숙 여사는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최강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여보, 그러고 보니 강현이 연락이 뜸해 졌어요.”

“그러게 말이야.”

“잘 지내고 있겠죠?”

“그럼, 누구 아들인데.”

“호호. 우리 오늘 뭐 할까요?”

이필숙 여사의 말에 최인이 미소를 지었다.

“공원이나 걸을까?”

“네. 좋아요.”

두 사람은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런 여유도 참 오랜만이군.”

“그렇죠? 요즘 너무 바쁘게 지냈어요.”

“그래. 자세히 보면 참 아름다운 세상인데 말이야.”

최인이 이런 말을 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필숙 여사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별 일이네요. 그런 말도 다 하고.”

“하하, 그러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

두 사람은 걸음을 옮기가 벤치를 발견했다.

“조금 앉을까?”

“네.”

자리를 잡고 앉은 이필숙 여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요?”

“그럼.”

“신소재... 정말 괜찮은 거예요?”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이필숙 여사의 모습에 최인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네?”

“하고자 하는 게 다 이뤄지면... 재미없잖아. 안 그래?”

최인의 눈동자는 편안했다. 이필숙 여사는 그 말이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모든 게 다 이뤄지면 재미없죠.”

두 사람은 잠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의 경치를 구경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나뭇가지에 올라 지저귀는 새의 소리를 들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보내던 최인이 입을 열었다.

“갈까?”

“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영화나 보는 게 어때?”

“정말요? 좋아요.”

이필숙 여사의 웃는 모습에 최인도 기분이 좋아졌다.

“진작 이렇게 시간 내지 못해 미안해.”

“어머, 정말 이상해지셨네.”

“하하, 자, 가자고.”

조금 민망했던지 약간 앞서가던 최인이 잠시 멈춰섰다.

“왜요?”

그리고 같이 옆에 멈춰선 이필숙 여사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

최인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곤 걸음을 옮겼다.

“왜 이래요? 사람들이 보잖아요.”

“보라고 그래.”

“당신도, 참...”

그렇게 한참을 걷던 두 사람이 걸음을 멈췄다.

“무슨 영화 볼까?”

“음, 글쎄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횡단보호의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렸다.

잠시 후, 빨간 불이 녹색으로 변했다.

“여보, 가요.”

“어, 그래.”

두 사람은 아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마친 최지은은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들어갔다.

“여기 아메리카노요.”

“저두요.”

“난 카푸치노.”

주문을 마친 최지은의 친구 장재희가 입을 열었다.

“지은아.”

“응?”

“너 요즘 사귀는 남자 없어?”

“없어.”

“지난번에 사귄다던 사람은?”

“헤어졌지.”

“에, 너 요즘 이상하다?”

장재희의 말에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또 다른 친구 유인정이 호응했다.

“맞아. 요즘에 잘 놀지도 않고.”

“이제 취업준비도 해야 되니까.”

“별 걱정을 다 해. 집안 빵빵하겠다. 뭐가 문제야? 놀 수 있을 때 노는 거지.”

“맞아, 맞아.”

세 사람이 수다를 떠는 사이 어느새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최지은은 아메리카노의 향을 음미하며 맛을 봤다.

“좋다.”

“커피는 역시 아메리카노야.”

최지은과 장재희의 말에 유인정이 고개를 저었다.

“난 너무 써. 왜 그걸 마시는지 모르겠어.”

“나중에 되면 다 아는 거야.”

공부에 치이다 오랜만에 편한 시간을 갖게 된 최지은의 입가로 미소가 흘렀다.

최혁은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야, 야. 패스!”

“더 들어가야지!”

“아, 그냥 패스 해!”

최혁은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서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공을 받고서 상대편 수비수를 제치며 슛을 때렸다.

최혁이 찬 공이 골키퍼를 제치며 점수를 올리자 같은 편 선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2:0이야!”

“최혁, 잘했어.”

“뭘, 내가 쫌 하지.”

최혁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자, 이제 마무리야. 수비만 하자.”

“오케이!”

약 5분 후, 상대편은 골을 넣지 못한 채 경기가 끝이 났다. 최혁은 친구들과 함께 물을 마시며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후우, 오랜만에 땀 좀 흘렸네.”

“그러게.”

“오늘 좋았다.”

“축구도 끝났고,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자.”

“좋아. 네가 쏘는 거냐?”

“쏘기 뭘 쏴, 각자 내는 거지.”

“이런 쩨쩨한 놈.”

“자, 가자!”

“가긴 뭘 가. 샤워부터 해야지.”

“아, 참.”

최인과 친구들은 체육관으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나와 챙겨온 옷을 입고 체육관에서 나왔다.

“이제 진짜로 가자.”

“좋아.”

최인은 대학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괜찮은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어디가 좋냐?”

“저기가 좋다던데.”

“그래? 그럼 가는 거지, 뭐.”

다수의 인원이 고깃집에 들어오자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다가와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에, 하나, 둘, 셋...”

“여섯 명이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최인은 여성을 따라가며 옆에 있던 친구를 타박했다.

“그걸 일일이 헤아려야 되냐?”

“혹시 모르니까.”

“그래, 너 잘났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도착했는지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 메뉴판이요.”

“네.”

메뉴를 보던 그들은 조금의 상의를 거친 후에 주문을 했다.

“갈매기살 세 개하고 소주 두 병이요.”

“네, 갈매기살 세 개, 소주 두 병 주문 하셨습니다.”

여성이 메뉴판을 들고 사라지자 여섯 명의 사내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내가 며칠 전에 소개팅을 봤는데 말이야. 아우, 얼마나 폭탄이던지. 죽는 줄 알았다, 죽는 줄.”

“하하, 너는 뭐 폭탄 아니냐?”

“그래, 그 여자도 너랑 같은 생각 했을 걸?”

“크큭, 맞아. 맞아.”

“뭐라고? 이것들이!”

“크하하.”

꽤나 즐거운 시간이 계속 되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그들은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고 서로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자.”

최혁이 소주잔을 집어 들자 친구들 모두가 따라했다. 그리고 잔을 부딪쳤다.

짠.

쓰면서도 화끈한 느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입에서 절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캬아. 좋다.”

“그래. 오늘 끝까지 가보자!”

좋은 분위기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하루였다.

계속해서 최강현과 연결이 되지 않자 최인과 이필숙 여사가 OX기업으로 연락을 넣었다.

(체커기업 비서실입니다.)

“체커기업이요?”

(예. 무슨 일로 전화 주셨습니까?)

“거기, OX기업 아니오?”

(맞습니다만, 얼마 전에 체커 기업에 인수되어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뭐, 뭐라구요? 인수합병을 말하는 거요?”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아, 아니. 거기 최강현이라고 있소?”

(최강현 전회장님이요?)

“전... 회장?”

(예. 최강현 전회장님은 OX기업에 체커기업에 합병되기 전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알겠소.”

최인은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전화를 끊었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최인은 다급히 아는 지인들 모두에게 연락을 넣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그들 중에서 기자가 있었기에 그간의 내용들을 간략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래, 꽤나 비밀스런 내용이긴 한데...)

“부탁이다. 말해 줘.”

(알았어. OX기업의 회장이었던 최강현이, 그러니까 네 아들이 체커 기업의 부회장이란 사람한테 크게 당했다나 봐. 지금은 생사도 알 수 없다던데?)

최인의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그게 정말이냐?”

(그래, 나도 들은 거라서 정확하진 않지만...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거다. 안타깝지만...)

최인은 손에서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결국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이필숙 여사가 놀라며 물었다.

“여, 여보. 왜 그래요?”

“으음...!”

최인은 쉽게 일을 열지 못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네?”

“가, 강현이가...”

“강현이가 왜요?”

“강현이의... 생사를 알 수가 없대.”

최인의 말에 듣고 있던 이필숙 여사가 휘청거렸다.

“아...!”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 말도 안 돼요. 거짓말이죠? 네?”

이필숙 여사가 최인의 바지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최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떨리는 손을 부여잡을 뿐이었다.

집안이 조용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최지은과 최혁도 소식을 들었고 그로인해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어떻게...”

최지은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 곁으로 이필숙 여사가 다가왔다.

“지은아.”

“엄마, 괜찮겠지? 응?”

“그럼, 괜찮을 거야. 괜찮고말고.”

하지만 그 말이 더욱 마음을 울렸다. 최지은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직 살아 있는지, 혹은 죽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믿고 싶을 뿐이다.

“분명 어딘가 살아 있을 거야.”

다시금 침묵이 이어진다. 그때 최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갔다 오마.”

“여보, 어디 가게요?”

“체커 기업에... 가 봐야겠어.”

“네? 거, 거길 가서 어쩌려고요.”

최인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

“글쎄. 그냥 있을 순 없잖아.”

“하지만...”

“맞아요, 아빠. 가지 마요.”

가족들이 만류 했지만 최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강현이에게 몹쓸 짓을 했다. 돈 때문이겠지. 적어도... 아버지로써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겠느냐?”

“여보...”

듣고 있던 이필숙 여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랑 같이 가요.”

“뭐?”

“저도, 저도 그냥 있을 순 없잖아요.”

이필숙 여사의 말에 고민하던 최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최지은과 최혁을 보며 타일렀다.

“별일 없을 거다. 너희들은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

“아빠...”

최혁과 최지은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최인의 결심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

“일찍 돌아오마.”

그 말에 최지은과 최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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