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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태블릿-117화 (117/137)

00117 5권 =========================

얼마 지나지 않아 모임이 끝이 났다.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자, 이제 가면 되겠구나.”

“할아버지.”

“그래.”

“저는 할 일이 있어 남아 있을게요.”

최강현의 말에 배한진 회장이 의문을 품었다.

“할 일?”

“예.”

하나 캐묻지는 않았다.

“그래, 알겠다. 우리 먼저 가마.”

“예.”

배한진 회장은 최강현에게 그렇게 말하며 강용수 회장에게 다가갔다.

“난 먼저 가겠네. 다음에 보세.”

“그래. 다음에 보세.”

그렇게 강용수 회장과 인사를 나눈 배한진 회장이 떠나고 최강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강용수 회장의 주위에 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최강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최강현의 인사에 강용수 회장이 시선을 옮겼다.

“호오, 그래. 오늘 새로 온 친구구먼.”

“예. 최강현이라고 합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강용수 회장의 말에 최강현이 잠시 머뭇거렸다.

“으음.”

그 행동을 보고서 강용수 회장이 알아차렸는지 뒤를 돌아 봤다.

“미안하네. 내 이 친구와 이야기 좀 나누고 갈 테니 먼저 가고 있게나.”

“뭐, 그러지.”

“예.”

강용수 회장과 함께 가기 위해 기다리던 몇 명의 중년인과 눈이 찢어진 사내가 대답하며 회의실을 벗어났다.

둘 만이 남은 적막한 공간에서 최강현이 입을 열었다.

“체커 기업엔 두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사람?”

“예.”

최강현의 말에 강용수 회장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최강현은 그 모습을 보며 손을 꽉 쥐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통할 거다.’

최강현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아니라면?’

엄청난 거물을 앞에 두고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꼴이 되고 만다. 최강현은 흔들리는 시선을 부여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한 사람.”

최대한 태연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강용수 회장의 눈을 봤다.

“체커 기업의 회장님과.”

“나와?”

“두 번째, 체커 기업의 실질적인 권력자.”

최강현이 말을 마치는 순간 회의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자네... 뭐라고 했나?”

최강현은 답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

강용수 회장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당장이라도 어떤 사단이 일어날 것처럼 상황이 악화되어갔다.

“자네!”

그리고 강용수 회장이 끝내 고함을 질렀다.

‘젠장, 아니었던가...?’

최강현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다시 한 번 도박을 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용수 회장은 무어라 외치려는 찰나, 들려오는 최강현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볼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알았나?”

그 말에 최강현의 눈이 빛났다.

‘됐어!’

하나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최강현은 신중을 기하며 단어 하나에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예. 일단 노여움을 푸시고 저랑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후우, 이야기라.”

강용수 회장은 잠시 말을 끊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최강현은 그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 이제 이야기 해보게.”

강용수 회장의 말을 들으며 최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단 저는 체커 기업의 어느 노인을 만났습니다. 자신을 체커 기업의 실질적인 권력자라고 하더군요.”

“그를 만났다고?”

“예.”

“어떻게 만난 거지?”

“저희 OX기업은 여러 가지 문제로 M기업과 대립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M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를 했죠.”

“흐음.”

“그러던 차에 M기업을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이 체커 기업이었으며 그 노인이었죠.”

최강현은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강용수 회장이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래, 한데 내게 뭘 바라는 건가?”

“제 예상이 맞다면 강용수 회장님은 껍데기뿐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 자리를 노리는 누군가가 야금야금 권력을 뺏어가고 있는 형국이겠죠.”

최강현의 직접적인 말에 강용수 회장이 피식 웃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하지만 알고 있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네.”

강용수 회장의 말을 듣고서 최강현은 확신했다.

‘역시.’

이제는 지금의 기회를 어떤 식으로 바꿀지가 문제다.

“자리를 찾고 싶지 않으십니까?”

강용수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럴 수 없네.”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최강현은 당황했다.

“예?”

“나는 그 자리를 되찾을 수 없네.”

최강현이 강용수 회장의 말에 놀라며 되물으려 했지만 그 전에 이미 강용수 회장이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그 녀석의 잘못된 행동을 지켜만 볼 수도 없지. 내 자네를 직접적으로 도와줄 순 없지만 간접적으론 도와주겠네. 내 힘은 그것이 전부라네.”

강용수 회장이 말을 끝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최강현도 더 이상은 부탁할 분위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이후로 최강현은 그 노인에 대한 것들을 몇 가지 물었다. 이름과 나이, 그리고 기본적인 사항들을 파악한 최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수고하게.”

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에서 벗어났다.

아무런 탈 없이 며칠이 흘렀다.

‘체커 기업의 실질적인 권력자, 강용현.’

강용수 회장에게 들은 그 노인의 이름이었다.

‘지금도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겠지.’

하지만 드러나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최강현은 조한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형님.)

“그래, 성과는 어때?”

(체커 기업의 비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흥신소에도 연락을 취해뒀는데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 알겠다. 수고해라.”

(예. 형님.)

최강현은 전화를 끊고 고민에 빠졌다.

‘어렵군.’

체커 기업의 강용현은 OX기업을 무너트릴 많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최강현은 체커 기업을 무너트릴 방법이 없다. 지금 그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최대한 약점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함부로 날 무너트릴 수 없게 만들어야 해. 하지만 어떻게...?’

고민이 계속될수록 체커 기업과의 싸움은 이길 수 없는 불가능으로 느껴졌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최강현은 문득 손에 들린 휴대폰 화면에 찍힌 부재중 전화 표시를 보았다.

‘누구지?’

확인해 보니 박진수였다.

‘음? 진수가 전화를 걸었었네?’

최강현은 무슨 일인가 싶어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신호음만 갈 뿐, 받는 사람은 없었다.

‘바쁜가 보네.’

최강현은 아무 생각 없이 종료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조수석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최강현의 휴대폰이 조수석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 시각.

박진수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지금은 받으려나?’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으음. 바쁜가 보네.’

박진수는 힘없는 표정으로 다시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정리가 끝이 나고 박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데 그런 박진수를 붙잡는 이가 있었다. 누군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 뭐냐?”

“뭐기는, 그냥 넘어가려고?”

최태성이었다.

“전에는 우리 아버지가 워낙 맘이 좋아서 잘 넘겼는데 말이야. 이번엔 그렇게 안 될 거야.”

그의 말에 박진수가 고개를 돌렸다.

“안 되면?”

“넌 퇴학이야, 퇴학.”

퇴학이라는 말에 박진수의 감정이 격하게 변했다.

‘퇴... 학...?’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로지 로스쿨에 다녀 검사가 되기 위해 평생을 지내었다. 검사가 되어 효도하기 위해 끝없이 달려 왔다.

이미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이라 여겼다.

세상에 남겨진 약자들을 감싸는 그런 검사.

‘퇴학이라고...?’

한데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는 한 녀석이 나타났다.

“왜 말이 없어? 무섭냐?”

박진수의 손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그 와중에서도 최태성은 재미난 반응을 본다는 듯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박진수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최태성을 쏘아 봤다.

“네가 뭐기에 함부로 퇴학이니 뭐니 지껄이는 거지?”

“크큭, 뭐기는. 우리 아버지 한 마디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새끼야!”

말을 하던 최태성이 갑자기 주먹을 뻗었다.

퍽.

“크윽.”

박진수는 뒤로 밀리며 넘어졌다. 그리고 다가와 박진수를 밟기 시작하는 최태성은 연신 웃으며 키득거렸다.

“크크큭, 병신 새끼. 감히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여기에 와서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거야? 어!”

밟히고 있던 박진수가 주먹을 꽉 쥐었다.

“너 같은 놈은 바로 퇴학이야, 퇴학!”

또 다시 퇴학이라는 말에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터졌다.

‘퇴학.’

그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애쓰고 있던 찰나, 아이들이 다가와 최태성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때 박진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학...!’

그리고 고개를 돌려 씩씩거리고 있는 최태성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순간, 억지로 누르고 누르던 무언가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박진수의 주먹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퍽.

박진수의 주먹을 맞고 쓰러진 최태성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크큭, 크크큭.”

그 웃음에 정신을 차린 박진수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 봤다.

“젠장...!”

“크크큭, 어이, 넌 이제 끝났어. 한 번은 넘어갔을지 몰라도 두 번은 안 되거든.”

최태성은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얼얼한 볼을 쓰다듬으며 박진수를 쳐다봤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그 말에 박진수의 표정이 굳었다.

“네가 여기에 나올 수 있는 마지막 날.”

최태성은 그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향했다. 고개를 돌려 그의 뒷모습을 보던 박진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동시에 주먹이 부들거리며 떨린다.

“넌 퇴학이야.”

최태성의 마지막 말은 비수가 되어 박진수의 가슴을 후벼 팠다.

“아, 아...”

박진수는 그런 최태성을 향해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 낮은 음성을 들은 것일까, 최태성이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 돼.”

한 마디, 그 말에 최태성이 비웃었다.

“큭, 뭐라고?”

“안 돼!”

박진수의 이성이 끊어지려는 찰나, 최태성의 곁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갑작스런 교수의 등장에 박진수의 살벌하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박진수는 두려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가로채며 최태성이 당당하게 외쳤다.

“교수님, 박진수가 또 저를 때렸습니다.”

수업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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